Scribbles2015.05.02 12:14

오늘(2015년 5월 2일)자 중앙일보에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심서현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습니다.

 

기사는 오바마 vs. 롬니, 고승덕 vs. 조희연 등의 선거 사례에서 중요한 논쟁의 본질 대신 트위터에서 제기된 말초적 소재에 대중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한탄합니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

 

 

기자는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 온라인저널리즘 세미나(ISOJ)에서 발표된 "금메달, 블랙 트위터, 안 좋은 머리 모양 : 개비 더글러스 논쟁 만들기"라는 논문을이 인용했습니다. 캐슬린 매클로이 미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가 쓴 논문은 美 ISOJ에서 최고논문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기사는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작동 원리를 왜곡, 보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위 논문을 기자의 논지를 뒷받침하는데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트위터에 오르는 대부분의 가십과 선동적인 여론이 대중 매체의 역할 가담 없이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논쟁에 대해 본질 외 가십성 주제들도 다루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그러나 대중으로 하여금 가십성 주제에만 관심을 갖게 하고 본질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과연 기자가 주장하듯 소셜 미디어 때문일까요? 

 

오히려 가십성 주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출처 불분명한 트윗을 대중에 회자시킨 것은 '전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공간입니다. 소셜미디어의 독자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에서의 핵심 논점을 짚어주는 것은 아직까지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의제설정 기능을 갖추고 이를 독자들에 제시하는 전통 매체'의 역할입니다. 즉, 소셜미디어에서의 다양한 목소리 중 가십만 남기고 논점을 축소해 온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이는 어쩌면 핵심 논점은 다루기도 어렵고 인기도 없는 반면, 가십은 알아듣기도 쉽고 구독율 제고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둘째, 기사에서 인용된 캐슬린 매클로이 교수의 논문("Gold medals, black Twitter, and not-so-good hair: Framing the Gabby Douglas controversy") -- 블로그PDF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은 기자가 소개한 것처럼 “트위터가 올림픽의 새 역사를 머리 모양 논쟁으로 변질시켰다"거나 “뉴스를 왜곡”했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논문의 초점은 주요 매체들(mainstream media)이 트위터 내의 의견들을 어떻게 읽고 (잘못) 소개했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다루는 내용입니다.(즉, '깔때기로서의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잘못된 확성기'로서의 대중매체에 대한 논문인 셈입니다.)

 

언젠가는 대중들이 대중매체(특히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소셜 공간에 흐르는 정보들만으로 여론을 짐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소셜 콘텐트의 분석 기법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고, 버즈피드와 같은 디지털 매체들이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더욱 파워풀한 기사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유력 매체의 (인사이트 기반) 영향력을 능가하게 된다면, 그 때는 소셜미디어가 가십성 기사만을 남긴다는 이런 기사가 타당성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신문 기사를 읽다가 덕분에 논문까지 찾아서 읽어보게 됐네요. 생산적인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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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우리나라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캠페인 때문에 몇 주간 트위터가 시끌시끌 했었죠. 도미노 좀비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사실 트위터에서 이와 비슷한 브랜드 캠페인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다만 도미노피자의 경우 훨씬 간편하게, 많은 사용자에게, 큰 헤택을 줬다는게 다른 유사 캠페인과의 차이죠.

저도 이 건에 대한 트윗을 한 건 올린 적이 있었는데, 별다른 분석이라기 보다 해외 사례 소개였습니다. 영국 도미노피자의 경우 포스퀘어를 잘 활용했고 (꼭 그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익이 29%나 늘어났다는 Mashable의 기사 "Domino’s UK Social Media Initiatives Help Increase Profits by 29%"였죠.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트위터를 잘못 이해했네, 트위터를 과소평가했네 등의 비판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도미노피자는 '그나마' 소셜 미디어를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에 속하는 편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꾸준히 찾으려는 곳이니까요.

다만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보여준 이번 해프닝은 소셜 미디어를 하나의 '브랜딩 도구'로 활용하려는 영국 도미노피자와 달리, 소셜미디어(에의 참여)를 하나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트위터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캠페인이 아니라, 트위터에서의 위상(?)강화가 목적이 되어버렸고, 이를 밀어붙이다 보니 생긴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요. 도미노가 트위터에서 뭔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도미노 캠페인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미노피자 해프닝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많은 마케터, 대행사, 광고주들에 대한 겁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이제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SNS에 브랜드 메시지를 던져놓고 사람들이 돌려보길 기대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콘텐츠가 좋고 재미있고 '퍼질만 하면' 소셜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Content is the king'이라는 금언이 있지만, 이는 자칫 콘텐츠에 모든 걸 걸게 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매일 100개씩 던져만 놓고 '퍼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덜 재미있는 콘텐츠를 걸어 놓더라도 그에 대해 꾸준히 소비자와 대화하는 편이 만 배는 나은 접근입니다.

이는 기존의 광고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긴, 이 말도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돼서 나온 말이라 식상하기까지 하군요.) 기존의 대행사들이 주지해야 할 한 가지 포인트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기존 방식처럼 대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광고주의 메시지와 전략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광고주와 고객의 관계 관리를 실시간으로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국내 광고대행사 최초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전담팀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매체 환경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광고주 역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전담팀을 만들겠다는 이노션의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몇몇 다른 분들처럼 저 역시 이 소식이 다소 우려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이노션이 소셜미디어 활동 자체를 PR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무리 이노션이 현대/기아차 인하우스 대행사라 해도) 광고주와 소비자 관계 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 '마케팅 잘 하라고 자동차를 한 대 사줬더니, 그 자동차를 전시해놓고 사람들보고 구경하러 오라고 광고 전단을 돌리고 있다'는 트윗을 제가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자동차를 소셜 미디어로 생각하면 요즘 우리나라 마케터들의 상황이 묘사됩니다.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 자체를 PR 거리로 만드려고 하는 곳도 많고, 소셜 미디어에 이것저것 붙여놓고 사람들보고 와서 보라는 식의 마케팅이 아직 많죠. 소셜 미디어를 PR 활동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안타깝고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중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PR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기업의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PR의 역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PR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군요. 많은 PR 대행사들이 브랜딩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고자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같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거룩한 신전에서 소비자가 사는 땅으로 끌어내리는 것인데, 대부분의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하다고 터부시합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기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틀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기사화 됐는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yjchung68)과 두산 박용만 회장(@Solarplant) 같은 분들의 개인적인 트윗이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원칙은 분명 옳은 것이지만, 소셜 미디어를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위험하다', '조심하라', '관리하라'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정도(正道)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길은 분명 있습니다. 프로젝트 오너가 생각만 바꾸면 의외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삼성그룹조차 말이죠.)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 제게 문의를 하시거나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몸담은 회사가 현재 소셜미디어 마케팅 진행을 업으로 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아는 곳을 소개해 드리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 분들께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함께 드리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 = BTL 마케팅 = 이벤트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며칠 전 트위터 친구분들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혹은 컨설팅 업체 잘 하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업체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PR 대행사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듯 한데요, 소개도 소개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놈의 게으름이 문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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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지난달 말 (6/29) "CEO는 SNS·블로그를 싫어해" 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었습니다. SNS와 블로그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Fortune지 선정 100대 기업의 CEO 중에서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CEO는 한 명도 없고, Twitter에 계정을 갖고 있는 CEO는 단 두 명에 불과한 등 '윗분'들은 이런 서비스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내용이죠. 그나마 비즈니스 특화 SNS인 LinkedIn에는 13명의 CEO가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LinkedIn은 소통을 위한 SNS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참고로, LinkedIn과 매우 유사한 서비스로 우리나라에는 LinkNow가 있습니다.)

미국의 실상이 이러니 우리나라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드림위즈의 이찬진 대표가 Twitter의 열혈 팬인건 Twitter 쓰시는 분들께는 잘 알려져 있고, 그 외 IT 분야에 계신 몇몇 젊은 사장님들이 개인 블로그나 Twitter 등을 사용하고 계시지만, 그런 특수 케이스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사장님', 특히 기존 대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기업 '대표이사 사장님'들의 SNS 활동은 거의 전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자 곰곰 생각을 해보다가, 그런 '대표이사 사장님'들도 이메일은 쓰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든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서든 이메일은 이제 연령 불문하고 비즈니스하는데는 필수적인 채널이니까요. 그렇다면 IM (메신저)는 어떨까요? MSN이나 네이트온, 다음, 네이버, Skype, Google Talk, iChat, 혹은 회사 전용 메신저까지 여러 종류의 메신저가 있지만, 저는 제일기획에서 저희 대표이사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규모가 작은 벤처라거나, 전체적인 문화가 젊은 회사라면 대표이사-직원간 메신저 대화가 일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있던 제일기획은 대기업 계열사이다보니, 대표이사 분들이 연세가 지긋하신데다가,^^ 저와 사장님 사이에는 굉장히 많은 '레이어'가 존재했습니다. 

IM이나 Twitter 모두 이런 '레이어'와는 거리가 먼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레이어 (혹은 hierarchy)를 무시하는 도구들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Twitter와 이메일, 블로그, IM을 관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의외로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가 되더군요. 그리고 Twitter가 왜 사장님들이 쓰기 어려운 매체인지, 그러나 '소통'을 위해서는 얼마나 효율적인 매체인지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소통'이란 조직 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왜곡없고 격의없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Email Blog IM Twitter
동시성 비동기적 비동기적
동기적 비동기적
개방성 폐쇄적 개방적 폐쇄적
개방적
메시지의 길이 길다/짧다
길다/짧다
짧다
짧다
Comm. 구조 Hierarchical Hierarchical Hierarchical Equal


1. 동시성 (Synchronicity)

우선 동시성 (혹은 실시간성) 의 정의 먼저. 동시성은 내가 어떤 메시지를 보내거나 올렸을 때 상대방은 얼마나 실시간으로 '답해야 하는가'를 의미합니다. '답할 수 있는가'라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즉, 이메일은 내가 상대방에게 메일을 보내면 상대방이 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답을 보낼 수도 있지만 (즉, 인터랙티브하다는 특성은 갖고 있지만*), 반드시 실시간으로 답을 해야 하는 매체는 아닙니다. 메일을 보낸 저도 상대방이 실시간으로 답을 하기를 (항상) 기대하지는 않구요.

[*주: 이메일이 동시성이 중요치 않은(asynchronous) 매체라고 해서 인터랙티브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인터랙티비티(혹은 상호작용성)의 정의에 이 동시성이 포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른데요, 대체로 (1)동시성을 위한 기술적 뒷받침이 되어 있을 경우, (2) 그리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할 경우라면, 커뮤니케이션이 항상synchronous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세입니다.]

 

이것은 이메일이라는 매체와 매체를 둘러싼 환경이 가진 두 가지 특성에 기인합니다. 첫째, 아웃바운드의 비실시간성 -- 즉 내가 보낸 이메일을 상대방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몇 시간 혹은 며칠 후에 내 메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둘째, 메시지의 완결형 특성 때문입니다. 모든 이메일 메시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메일은 상대방이 내가 보낸 내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단답형 답장을 보내오기보다, 잘 생각하고 검토해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결형 답을 보내주기를 기대하는 거죠. 이메일은 이렇게 비동시적인 (asynchronous) 매체입니다. 그렇다고 나쁜건 아닙니다. 이메일은 비동시적이기 때문에 이메일인거지, 만일 이메일이 동시적 매체라면, IM(메신저)와 차이가 없겠죠.

비동시적 매체라는 점에서는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아웃바운드의 비실시간성과 메시지의 완결형 특성을모두 갖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메일이 기본적으로 일대일 비공개 커뮤니케이션이지만 블로그는 일대다(-多)공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요.

IM은 일대일 (혹은 일대다) 채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시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됩니다 (synchronous). 아웃바운드의실시간성이 중요시되고, 메시지의 완결성보다는 즉각성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주제 역시 이메일보다 가볍고, 바로결정할 수 있는 주제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Twitter는 조금 특이한 경우입니다. 동시성 요인에 있어 Twitter는 이메일과 블로그, IM의 특성을 두루 띠고 있습니다. 첫째, '아웃바운드의 비실시간성'을 갖는다는 면에서는 이메일, 블로그와 유사합니다. 누군가의 글에 대해 내가 곧바로 답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답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죠. 내가 올린 포스트가 남들에게 바로 읽히기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당 포스트에 대한 답을 실시간으로 올리지 않습니다.

둘째, '메시지의 완결성 여부'는 (이메일이나 블로그보다) IM을 닮았습니다. 심사숙고하고 답문을 쓰는 분위기보다 가볍게 답을 써올린다는 점에서는 IM에 가깝습니다. 차이라면, IM 사용에 있어서는 '동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완결형 답을 올려도 무방'한 것으로 인식되나, Twitter에서는 '동시성이 중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즉, 나중에 답글을 올려도 됨에도 불구하고) 완결형 대신 비완결형 답글을 올리는 특성입니다. 이는 무엇보다 140자라는 Twitter의 입력 한계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사실 이보다 이메일+블로그+IM의 특성이 모두 뒤섞인 채널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습니다.

동시성에 대한 설명을 하다보니 자꾸 이론적인 이야기로만 빠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매체가 더 효율적인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시성'이 소통에 반드시 필요한 특성일까요?

동시성은 그 자체만으로는 효과적인 '소통'에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흔히들 생각하듯,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필요할 것 같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소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 조직내 커뮤니케이션이 왜곡없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 때 소통에 있어 더욱 필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자주, 실시간으로 일어나느냐'의 동시성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얼마나 열려 있느냐'의 개방성이죠.

 

2. 개방성

개방성은 비교적 쉬운 개념이죠. 나의 커뮤니케이션이 나와 (커뮤니케이션) 상대방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노출되는가.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열린 대상을 향해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논의를 위해 한 가지 더 추가해 볼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카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추가 특성으로 놓고 보겠습니다.

이메일과 IM은 본질적으로 개인적, 사적 커뮤니케이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폐쇄적입니다. 스패머가 아닌 다음에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유없이 이메일을 보낼 일은 없습니다. IM도 마찬가지구요. IM은 보통 아주 소수의 상대방과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이고, 이메일 역시 cc/bcc까지 동원해 가면서 단체 메일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만, 이메일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성은 여전히 사적이고, 소수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단지 이메일의 기능 중 단체 메일이 가능한 것일 뿐이죠. 대표이사가 단체 메일로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을 때 그게 '나를 향한 이메일 메시지'라기보다 '전체 조직을 향한 게시문'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블로그와 Twitter는 공개적입니다. 즉,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님을 알고 메시지를 내보내는 겁니다. 둘 다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러나 Twitter는 블로그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느낌을 주죠. 이는 아마도 'following'으로 맺어져 있다는 느낌, 마치 내 친구들로만 구성된 Social Network같다는 '느낌'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Twitter는 결코 폐쇄적인(closed) 매체가 아닙니다. 블로그나 포털에 올리는 댓글처럼 개방적인, 게다가 나의 정체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에서 행하는 매우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는 누구나 나의 허락 없이도 나를 Follow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가 사람들을 골라서 Unfollow를 하거나 심지어 Block을 할 수도 있지만, Follower가 많아질수록 이 일은 참 고단한 일이 됩니다.)  Twitter가 개방적인 매체라는 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죠. Ketchum vs. Fedex의 이야기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요?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매체가 더 효율적일까요? 당연히 소통에는 개방성이 핵심적인 조건입니다.이메일이나 IM보다 블로그나 Twitter가 소통에 효율적인 매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3. 메시지의 길이

IM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상황(지인과 실제 대화를 하듯 빨리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상, Twitter는 140자라는 기술적 특성상 메시지의 길이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메일과 블로그는 이와 같은 한계가 거의 없죠. 그렇다고 이 두 매체의 메시지들이 항상 길기만 한건 아닙니다. 블로그의 경우 지금 제가 쓰는 이 글처럼 무작정 길기만 한 것들도 있지만, ^^ 훨씬 짧거나, 더 길거나, 아주 짧은 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에 비해서는 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블로그의 포스트가 대중을 향한 완결형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은 물론 길게 쓸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는 짧습니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내용만 전달해 주면 되기 때문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소통에 더 유리한 길이(length)란 없습니다. ^^ 단지, 길이에 제약을 두느냐 아니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죠. Twitter나 IM처럼 길이에 제약을 두는 매체는 분명 그렇지 않은 매체에 비해 소통에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Twitter는 (tinyurl 같은) 축약된 URL 서비스를 통해 길이의 한계를 어느정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4.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수직적으로 혹은 수평적으로 일어나고 있느냐,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환경, 혹은 분위기를 의미합니다. 대기업 말단 사원이 임원진 회의에 끼어 앉아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열기 힘들겠죠. 조직의 위계나 문화, 고정관념 등이 커뮤니케이션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heirarchical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반대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자유로운 의사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분위기는 equal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구요.

이메일, 블로그, IM은 모두 hierarchical한 매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 이메일과 IM은 기본적으로 상대방과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기존의 위계구조/인간관계가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매우 hierarchical한 매체입니다.

이와 조금 달리 블로그는 매체의 구조 자체가 hierarchical한 특징을 보입니다. 블로그에는 글을 발행하는 '블로거'가 주인공(?)으로 있고, 이를 읽는 독자들이 있죠. 기업체의 대표이사가 블로그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대표이사 훈시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블로그 안에서는 블로거가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가 독자들보다 훨씬 크고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 블로그 내에서 '다양한 이견'을 제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죠.

Twitter는 이메일, IM, 블로그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qual한, hierarchical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매체입니다. 내가 대표이사를 Follow하는 순간 대표이사의 목소리는 내가 Follow하는 수많은 다른 사람과 동일한 것이 됩니다. 같은 레벨이 되는 거죠. @대표이사의 글이라고 해서 볼드체로 표시되거나, 맨 위에 뜨거나, 더 오래 남아있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뭔가 아부성 댓글을 남겨보고자 해도 Twitter에는 내가 올린 글에 대한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옳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명언이십니다' 따위의 글을 남길 공간이 없는거죠. 물론 RT(리트윗)로 사장님이 하신 말씀을 여기저기 퍼나를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대표이사가 알아주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equal하기 때문에 direct한 특성을 가집니다. 나와 상대방이 같은 선에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내가 Twitter에서 누군가에게 보내는 DM(direct messsage)이나, 상대방의 아이디를 붙여 말을 거는 리플라이는, 그 사람의 이메일주소로 보내는 이메일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상대방이 정말 읽어볼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겁니다.


5. 결론

앞서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Twitter의 성격은 아래와 같이 기술할 수 있습니다.

    (1) 비동기적 (asynchronous)
    (2) 비실시간성 아웃바운드
    (3) 미완결형 메시지
    (4)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5) 짧은 메시지 길이
    (6) Equal한 커뮤니케이션 구조

소통을 위해서라면 Twitter는 아주 훌륭한 매체입니다.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환경과 Equal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나와 상대방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도 짧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비동기적이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올라옵니다. 올라오는 글들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를 하기에도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굉장히 쉬운 방법으로 나와 상대방 사이에 '벽이 없는 커뮤니케이션 장'이 생긴다는 장점 때문에 김연아(@Yunaaaa), 이효리(@hyolee), 소희(@WGsohee)와 소통해 보겠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Twitter로 몰려들었던거고 (저도 그중 한 명), 오바마 미국 대통령(@BarackObama)이 Twitter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이사 사장님들의 취향에 맞는 것은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비동기성'과 짧은 메시지 길이일겁니다. 쉽게 말해, 짧게 답을 써도 되고, 그때그때 쓰지않아도 된다는 거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Twitter가 사장님들에게는 '쓰기 어려운 매체'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죄송하지만, 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너무 무책임하게 들리긴 하네요. (내내 답이 있는것처럼 말해왔었으면서 갑자기....^^)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조사된 자료가 있지 않은 이상 제 짐작(educated guess)으로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포스트 중 Twitter에 대한 단상 (1) 한국이 해외와 다른 점은? 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내용 중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의 성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Twitter는 해외처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어쩌면 더 큰 이유일 수도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대표이사 CEO들이 'equal'한 커뮤니케이션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의 문제입니다. 위에서 계속 말씀드렸듯, 대표이사인 나의 글과 나의 말이 다른 사람의 그것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고, 사람들이 더이상 나의 말에 환호를 보내지 않는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Equal한 커뮤니케이션은 나와 상대방이 동등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할 때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제대로 하게 됩니다. 사장과 사원이라는 지위는, 최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그 상황 중에는 까맣게 잊어줘야 하는거죠. Twitter에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사장이니까 내 말이 맞지 않겠느냐'라는 투로 글을 쓴다면, 그 뒤부터 그 사장님의 트위팅은 기업 인트라넷에 뜨는 공지사항이나 월별 훈시말씀처럼 무미건조해 질겁니다. 게다가, Twitter를 처음에 보면, 흔히 보던 블로그나 싸이월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블로그와 싸이월드가 모두 '나'를 중심에 놓고 콘텐츠가 쌓여가는 모습이라면 Twitter는 나나 남이나 모두 한꺼번에 묻혀 콘텐츠가 쌓여가는 모습이니, 이런 점 역시 사장님들은 그닥 흥미없어하는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소통의 도구로서의 Twitter'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다른데로 많이 빠지기도 했네요. 다음 기회에는 Twitter의 Follow 문화에 대해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Twitter가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Twitter측으로서도 Follower / Followee 문화는 분명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겁니다.
 

추신: 제 트위터는 @ecarus 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Follow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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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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