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간하는 '사이언스올닷컴'에 낸 원고입니다. 독자층이 청소년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진 않더군요.. ^^;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라이프의 미래
알파넷, 인터넷의 태동
인터넷은 의미상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뜻하며, 기술적으로는 ‘수많은 독립적인 네트워크들 간의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반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군사용 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시에 국가 내 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전쟁을 이끌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전쟁에 돌입할 경우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망이다. 1969년, 미국은 이 같은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커뮤니케이션 망을 보존하기 위하여 알파넷(ARPA Net)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는데, 이는 전쟁 발발시 소련이 미국의 네트워크를 일부 파괴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는 보존이 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이었다. 즉, 정부 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수십, 수백 개의 네트워크로 분산시켜 적국이 한 두 개의 채널을 파괴해도 전체 통신망의 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의 일반화
이처럼 ‘군사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알파넷은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점차 비 군사적인 분야로 확대되었고, 처음에는 미국 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연구 기관들끼리 연구 정보를 나누고 연구원들 간의 협업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지만, 곧 일반 대중에게도 개방되어 지금과 같은 광대한 정보를 가진 네트워크로 탈바꿈하였다. 이처럼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의미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전세계의 컴퓨터’로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인터넷이 가진 정보의 양과 네트워크의 가치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성장할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 현상은 ‘메트칼프의 법칙’으로도 설명되곤 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
이처럼 인터넷은 다양하고 방대한 컨텐츠를 자양분으로 성장해 왔다. 컨텐츠는 간단히 말하면 모든 종류의 ‘읽을거리’, ‘볼거리’, ‘이야깃거리’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컨텐츠를 보다 찾기 쉽고 읽기 쉽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야후, 네이버, 구글과 같은 포털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유는 ‘컨텐츠를 읽고 보기 위한’ 것으로부터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으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었다. 이는 인터넷의 사용 동기와도 관련이 있다.
인터넷은 컴퓨터들의 네트워크이지만 동시에 미디어이기도 하며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는 인터넷이 ‘주어진 컨텐츠를 구경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스스로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함을 뜻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기는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동기와 유사한데, 크게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과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두 가지 동기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인터넷의 진화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 동기를 더 잘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맞닿아 있다.
포털과 검색 서비스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원하는 컨텐츠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서비스의 근간으로 삼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들은 모두 ‘이미 존재하는 컨텐츠를 소비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아왔으며, 서비스 초기에는 사람들이 직접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컨텐츠의 잠재력에 일찍 주목하여 큰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그러나 웹사이트 제작, 블로그, 디지털 사진 촬영, 동영상 제작 등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컨텐츠의 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UGC (혹은 UCC)' 스타와 파워블로거가 등장하였으며, 이는 다시 더 많은 UGC를 낳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주어진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UGC와 (신문사 등에서 제공하는) 전통적인 컨텐츠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터넷 사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진화
UGC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만든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나 유튜브, 디씨인사이드와 같은 공간에 내가 만든 컨텐츠를 올리고, 이를 중심으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초기 UGC 활동의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 활동은 이전에 없던 두 가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첫째, 내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인터넷은 이제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 활용의 동기 중 ‘존재감 각인 및 관계 유지’가 더욱 강화되고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데 있어 시공간적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이 같은 공유 활동을 인터넷 활용의 중요한 목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일대일로 주고받던 전화나 편지, 이메일 등과 달리 더 많은 친구들을 상대로, 나의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주말에 방문했던 식당,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학교에서 일어난 일 등 얼핏 보면 의미 없게 느껴지던 일상의 편린들이 공개되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으면서 친구들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개인이 가진 네트워크가 손쉽게 더 큰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입소문’은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뉴스는 TV보다 인터넷에서 더 빨리 알려지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정보는 광고보다 사람들의 입소문에서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한 메시지 전파는 단지 뉴스나 상품 광고의 전파 뿐 아니라 (이집트 혁명에서 보듯) 지역이나 국가의 여론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게다가 짧은 글, 사진, 동영상, 링크 등 일반 사용자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수많은 읽을거리와 볼거리들은 그 엄청난 양으로 인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초창기의 인터넷에서 언론사나 전문가가 선별적으로 제공하던 고급 컨텐츠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일반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수백만 배 많은 컨텐츠가 인터넷의 주를 이루게 되었다. 물론 컨텐츠의 질 (내용의 깊이, 사진의 화질 등) 에 있어서는 여전히 전문가의 컨텐츠가 더 깊이 있고 정확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우리 동네 맛집에 대한 정보는 전문가가 아닌 다른 친구들이 제공한 수많은 컨텐츠가 더 최신 정보인데다가 믿을만하고, 비교할 수 있는 컨텐츠도 훨씬 많아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가 제공한 컨텐츠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인터넷의 주도권 역시 기존의 포털, 검색업체로부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옮겨가게 되었다. 기존의 컨텐츠를 배포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컨텐츠를 올리게 하고 그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인터넷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소셜 라이프의 미래
앞으로의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역시 이 같은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컨텐츠의 개방성 역시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생성되는 컨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접근과 활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싸이월드는 사실상 전세계 소셜 네트워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 역시 싸이월드가 주요 모티브였음을 인정했을 정도로 ‘소셜 네트워크의 표본’을 제시했던 싸이월드는 그러나 해외는 커녕 국내에서의 성장세마저 주춤한 상태인데, 이는 싸이월드 내에서 생성된 컨텐츠들을 싸이월드 안에, 그리고 싸이월드 내의 일촌 네트워크 안에 가둬둠으로써 컨텐츠의 무한한 부가 가치를 포기한 것이 원인이었다.
앞으로의 소셜 네트워크는 이 같은 컨텐츠의 부가가치와 확장성을 누가 더 잘 전향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사용자들 역시 타인의 컨텐츠와 타인의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엿봄으로써 스스로에 도움되는 가치를 찾고자 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 남겨지는 수많은 컨텐츠는 사실상 사용자의 ‘삶의 흔적’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소셜 라이프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삶의 흔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소셜 라이프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삶의 흔적을 공유하도록 했다면, 앞으로의 소셜 라이프는 지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뛰어넘어 더욱 더 방대한 삶의 흔적, 다시 말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광대한 ‘삶의 지혜’를 담게 될 것이고, 미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이같은 삶의 지혜로 이루어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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