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 글은 제가 예전에 썼던 'Interactive Marketing = Applause Marketing (1)(2)와 유사한 글입니다. 따로 읽으셔도 되지만 이어서 읽으셔도 좋습니다..)

 


위 그림은 제가 '소셜 미디어 마케팅, 사용 동기를 알아야 성공한다'는 주제로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즐겨 쓰던 슬라이드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의 콘텐츠 창출에 거의 100% 의지합니다. 그것이 그림이든 (Flickr), 140자 단문이든 (Twitter), Status Update이든 (Facebook) 말이죠. 어떤 형태의 콘텐츠이든, 사용자가 콘텐츠를 창출하고 업로드하는 데에는 Recognition과 Cause라는 두 가지 동기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선 'Cause'는 좌뇌에서 비롯된 동기이며, 사용자는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이성적 이유, 즉 자신의 필요에 의해 콘텐츠를 창출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생산성을 증대시키거나, 나중에 자신이 스스로 사용하기 위하여 정보를 갈무리해두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며, 따라서 콘텐츠의 창출 활동은 효용성(utility)이라는 동기로 설명되고, 창출된 콘텐츠 역시 '정보의 효용성'에 따라 평가됩니다.

반면 'Recognition'은 상대적으로 우뇌에 가까운 동기이며 감성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동기는 사용자 스스로의 자존감에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콘텐츠 창출/업로드의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따라서 콘텐츠는 정보 자체가 갖는 효용성이나 생산성보다 '얼마나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줄 것인가', 혹은 '얼마나 나의 이름이 알려지는가 (reputation)'로 가치가 평가됩니다.

박수를 먹고 자라는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 할 때 사용자들이 많은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마케터들은 경품이나 단기성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들의 일회성 콘텐츠를 사모으기도 하는데요, 이들은 중요한 한 가지 원칙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바로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참여자에 지불해야 하는 보상은 경품이나 현금이 아니라 박수인정'이라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제가 위에서 정리한 내용 중 Recognition이 바로 박수를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콘텐츠를 알아봐 주는 것, 좋아해 주는 것이 사용자들로부터 얻는 박수인 것입니다. 다른 말로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 사용자들은 박수를 먹고 산다'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이 동기는 사람들이 왜 블로그를 운영하는지, 왜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왜 싸이월드에 오늘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를 사진으로 올리는지 등을 설명하는데 유용합니다. (아울러 이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주: 위 구분은 얼핏 웹 콘텐츠를 나눌 때 'Information-oriented vs. Entertainment-oriented'의 두 가지로 나누는 구분과 유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Information vs. Entertainment'의 구분이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에 왜 접근, 사용하는가'라는 '활용'에 대한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Cause vs. Recognition'의 구분은 '사용자가 왜 콘텐츠를 만드는가'까지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대부분 Cause라는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내용이 Information 이든 Entertainment 든 소비자가 그것을 의도적으로 찾아 소비한 경우라면 이는 사용자가 갖고 있던 필요(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결국 Cause 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경우 Cause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동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Recognition인 것입니다.

Recognition이라는 동기는 대부분의 사용자에 있어 내재되어 있으나 외부로 발현되지 않는, 그러나 매우 강력한 동기입니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회자되었으면 좋겠다는 욕구, 내 포스트가 베스트로 뽑혀 조회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욕구, 인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욕구 등은 모두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었으면 (recognize) 좋겠다는 욕구의 다른 모습들인 것입니다. 이같은 욕구를 보다 쉽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혹은 이러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고안해서 마케팅에 적용한다면,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폭발적인 입소문은 반쯤을 확보해 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Recognition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사람들과의 네트워킹 (교류)' 자체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핵심 동기가 아닙니다. 네트워킹은 소셜 미디어에 참여를 더 많이, 열심히, 자주 하게 하는 촉매가 될 수는 있어도 참여(즉, 콘텐츠 창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로 하여금 참여하게 하는 동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핵심 동기는 Cause와 Recognition입니다.

Recognition은 어떻게 생길까요?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자극적인 콘텐츠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기적, 즉흥적인 recognition을 장기적인 fame과 reputation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Credibility, Trust, Up-to-dateness 라는 세 가지 요소가 콘텐츠에 필요합니다. Credibility는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의미합니다. 정확한 사실을 다루고 있는지, 의도적인 거짓이나 관심을 끌기 위한 과장은 아닌지가 포인트입니다.

Trust는 콘텐츠보다 콘텐츠의 화자(話者)가 얼마나 신뢰를 구축한 사람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의 활동을 통해 커뮤니티 내에서 긍정적인 소문이 나있는 사람이거나, 활동은 적었더라도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이같은 Trust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Trust가 없는 경우라면, 커뮤니티 내에서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점차적으로 쌓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Up-to-dateness는 얼마나 최신의 콘텐츠를 공유하느냐에 대한 것으로, 얼마나 자주 참여하느냐와 직결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콘텐츠가 즉각적인 주목을 끌만큼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위의 3가지 요소를 장기적으로 축적해 나가면 fame/reputation이 구축되는데, 이는 마치 브랜드의 확립 과정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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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8/2010 추가 ]

위 글을 쓰고 난 후 한참 지나서 좋은, 제 글과도 연관된 동영상을 한 편 봤습니다. 제목은 'Dan Pink on the surprising science of motivation', 2009년 TED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강연입니다. (소개해 주신 트위터의 @wwoo_ct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목적지향적인(goal-driven) 임무가 주어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외적인 보상(당근과 채찍, 혹은 extrinsic motivator)이 주어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효율에 대해 설명한 글입니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내적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입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마케터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벤트/경품/프로모션 마케팅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몸담았던 한 팀은 4년 전과 한치도 변함없는 '경품 마케팅' 접근으로 여전히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더군요. 단지 웹사이트가 트위터로 바뀌었을 뿐.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에 대한 이해나 고민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스스로 생각하려는 사람이 없는데다가.. 공부를 안하니 앞으로도 변할 일은 없을 듯 해서 갑갑합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