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캠페인 때문에 몇 주간 트위터가 시끌시끌 했었죠. 도미노 좀비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사실 트위터에서 이와 비슷한 브랜드 캠페인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다만 도미노피자의 경우 훨씬 간편하게, 많은 사용자에게, 큰 헤택을 줬다는게 다른 유사 캠페인과의 차이죠.
저도 이 건에 대한 트윗을 한 건 올린 적이 있었는데, 별다른 분석이라기 보다 해외 사례 소개였습니다. 영국 도미노피자의 경우 포스퀘어를 잘 활용했고 (꼭 그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익이 29%나 늘어났다는 Mashable의 기사 "Domino’s UK Social Media Initiatives Help Increase Profits by 29%"였죠.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트위터를 잘못 이해했네, 트위터를 과소평가했네 등의 비판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도미노피자는 '그나마' 소셜 미디어를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에 속하는 편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꾸준히 찾으려는 곳이니까요.
다만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보여준 이번 해프닝은 소셜 미디어를 하나의 '브랜딩 도구'로 활용하려는 영국 도미노피자와 달리, 소셜미디어(에의 참여)를 하나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트위터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캠페인이 아니라, 트위터에서의 위상(?)강화가 목적이 되어버렸고, 이를 밀어붙이다 보니 생긴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요. 도미노가 트위터에서 뭔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도미노 캠페인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미노피자 해프닝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많은 마케터, 대행사, 광고주들에 대한 겁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이제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SNS에 브랜드 메시지를 던져놓고 사람들이 돌려보길 기대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콘텐츠가 좋고 재미있고 '퍼질만 하면' 소셜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Content is the king'이라는 금언이 있지만, 이는 자칫 콘텐츠에 모든 걸 걸게 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매일 100개씩 던져만 놓고 '퍼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덜 재미있는 콘텐츠를 걸어 놓더라도 그에 대해 꾸준히 소비자와 대화하는 편이 만 배는 나은 접근입니다.
이는 기존의 광고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긴, 이 말도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돼서 나온 말이라 식상하기까지 하군요.) 기존의 대행사들이 주지해야 할 한 가지 포인트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기존 방식처럼 대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광고주의 메시지와 전략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광고주와 고객의 관계 관리를 실시간으로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국내 광고대행사 최초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전담팀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매체 환경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광고주 역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전담팀을 만들겠다는 이노션의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몇몇 다른 분들처럼 저 역시 이 소식이 다소 우려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이노션이 소셜미디어 활동 자체를 PR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무리 이노션이 현대/기아차 인하우스 대행사라 해도) 광고주와 소비자 관계 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 '마케팅 잘 하라고 자동차를 한 대 사줬더니, 그 자동차를 전시해놓고 사람들보고 구경하러 오라고 광고 전단을 돌리고 있다'는 트윗을 제가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자동차를 소셜 미디어로 생각하면 요즘 우리나라 마케터들의 상황이 묘사됩니다.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 자체를 PR 거리로 만드려고 하는 곳도 많고, 소셜 미디어에 이것저것 붙여놓고 사람들보고 와서 보라는 식의 마케팅이 아직 많죠. 소셜 미디어를 PR 활동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안타깝고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중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PR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기업의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PR의 역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PR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군요. 많은 PR 대행사들이 브랜딩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고자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같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거룩한 신전에서 소비자가 사는 땅으로 끌어내리는 것인데, 대부분의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하다고 터부시합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기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틀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기사화 됐는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yjchung68)과 두산 박용만 회장(@Solarplant) 같은 분들의 개인적인 트윗이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원칙은 분명 옳은 것이지만, 소셜 미디어를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위험하다', '조심하라', '관리하라'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정도(正道)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길은 분명 있습니다. 프로젝트 오너가 생각만 바꾸면 의외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삼성그룹조차 말이죠.)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 제게 문의를 하시거나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몸담은 회사가 현재 소셜미디어 마케팅 진행을 업으로 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아는 곳을 소개해 드리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 분들께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함께 드리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 = BTL 마케팅 = 이벤트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며칠 전 트위터 친구분들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혹은 컨설팅 업체 잘 하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업체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PR 대행사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듯 한데요, 소개도 소개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놈의 게으름이 문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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