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ities2009. 6. 5. 17:19

업데이트가 많이 늦었습니다. 앞서의 포스트에서 주로 Esquire紙가 흥미로 다루었던 각양각색의 지도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흥미로 다루었다고는 하더라도 분명 새롭고 진지한, 주목할만한 시도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종류의 디지털 지도들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The New Cartographers"

이번에 소개할 지도는 지도 자체가 아니라 아티클입니다. The New Cartographers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지도를 통해 제시되는 여러가지 추가 정보 혹은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문 보기

 

 

이 아티클에 나오는 내용들은 이전의 제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렸던 지도들과 유사한 것으로써, 현존하는 지도에 새로운 정보를 입힌 종류의 지도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혹은 전염병 감염 환자가..^^) 있는 지역을 보여주는 "Who is Sick"과 선택한 지역의 감성 지수를 보여주는 "We Feel Fine" 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Who is Sick

 

이처럼 지도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UI로 인식되면서 본문은 '사람들이 주변의 모든 것에 위치 정보를 부여하고 있다'고도 소개합니다. 그것이 위치와 관계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간에 말이죠. 여러분도 쉽게 생각하실 수 있는게 많을 겁니다. 도로 위의 과속단속 카메라의 위치 정보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정보지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위치 정보가 소비자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지 상상이 가능합니다. 맛집의 위치나 유원지, 주유소 등 끝도 없겠군요.

이처럼 '실제 존재하는 장소의 위치 정보를 온라인에 올려 지도와 연동시키는 것'은 결국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그치는 것으로, 정보의 1차원적 활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사람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주제를 지도에 연동시켜 보여주는 것'으로 위에서 말씀드린 것 같은 Who is Sick", "We Feel Fine" 등이 예가 될 수 있겠죠. 이런 방식의 다양한 활용은 Google Maps Mania라는 사이트에 서 수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물리적으로는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무엇, 혹은 실제 존재하지만 그것에 부가적인 정보를 덧입힌 후 지도와 연동시키는 것'들입니다. 얼핏 위의 사례들과 유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 연동을 통한 부가 정보의 창출 및 제공'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그것을 지도에 배치'한다는 차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말하자면, 감기 환자들의 분포를 지역 정보와 연동시키는 것은 기존 방식인 셈이고, 감기 환자들의 현재 상태 혹은 감염 패턴 등을 계산해 내고 이를 지도에 보여준다면 한 발 더 나아간 mash-up이 되는 셈이죠. (예를 만들고보니 깔끔하지 않은 듯한 생각도 들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이 때 관건은 어떤 '부가적인 정보를 찾을 것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기존의 지도와 연동시킬 것인가 (혹은 덧입힐 것인가)' 입니다. 전자는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아픈 사람들의 위치',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 아래에서 언급할 '친구의 위치'등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후자에 대한 답으로 본문은 레이어 방식, AR방식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무척 여러가지가 가능하겠죠. (일례로, 아예 지도라는 이미지 자체를 안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지도의 효용성이 '연동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라면 굳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지도 그림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2. Google Latitude

Google의 Latitude는 사실 '새로운 종류의 지도'는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Google Maps에 추가 정보를 덧입혀서 부가가치가 있는 지도 서비스로 만들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지난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관련 글들도 많이 올라와 있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텐데요 (예: 구글, 지도기반 친구찾기 Google Latitude 런칭구글 친구찾기 서비스), 간단히 설명하자면 휴대기기를 이용, 친구나 가족 등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PC로 연동해서 위치를 추적하게 해봤는데, 제 경우는 상당히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네요.^^

 

이 서비스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지요. 정확성에 대한 편견, 지원 단말기가 적음에 대한 과소평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치 정보의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요인까지 다양합니다. 

위 그림처럼 PC를 통해 위치를 추적하는 거라면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덜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실시간 추적'의 의미가 작아지기 때문이죠. 즉, 모바일 GPS를 통한 '실시간 위치의 추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사실, 위치 추적 (혹은 위치 찾기) 기능은 실시간 추적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큽니다. 내가 관심있어하는 누군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지만, 노출당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찜찜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굳이 스토커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가 공개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내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같은 우려 때문에 구글은 이를 비껴가기 위한 장치를 몇 가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우선 내 위치를 아예 공개 안할 수도, 혹은 내가 친구로 지정한 몇몇에게만 공개할 수도 있구요, 혹은 나의 현재 위치를 내가 수동으로 세팅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실제 나는 선릉역에 있지만 Latitude 상에는 학교에 있는 것처럼 보여줄 수도 있는거죠.^^) 그러나 이같은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의 위치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최소한 당분간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Google Latitude, 혹은 이같은 위치 연동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응용은 Twitter와 같은 마이크로블로그에 친구찾기 기능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Twitter는 140자 단문 블로그의 특징, 즉 내가 생각하는 바를 간단하게 적어 뿌리는 'instant nature'를 큰 장점으로 갖고 있는데요,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위치까지 나타낼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단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로 인해 Twitter의 콘텐츠도 한 가지 축이 더 추가된, 지금보다 다양하고 깊은 내용들이 나타날 수 있을 거구요. 

그러나 이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외에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위치 정보라는 것은 어떻게,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폭발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Google은 이 정보를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 가능한 '사람 찾기' 서비스로부터 시작했을 뿐이구요. 그 외의 적용분야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쓸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은 어떤 응용을 생각하실 수 있으신지요? ^^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5. 14. 14:01

야후가 '카테고리 서비스'에 이어 포털이라는 서비스를 창출했고, 이내 포털은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UI가 되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도 이같은 야후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요. 구글은 검색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UI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구글이 제시하는 검색 결과들로부터 자신의 인터넷 소비를 시작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모바일웹 역시 그 나름대로의 UI를 만들었고, Apple iPhone은 iPhone만의 UI로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Facebook, Twitter 모두 고유한 UI에 그들만의 서비스를 녹여낸 경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든 모든 사례는 text-based UI입니다. 물론 이미지나 동영상이 삽입되기도 하지만, HTML 기반의 웹이 출현한 이래 '텍스트'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웹과는 또다른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면에서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iPhone이나 (해외에서 Touchwiz라고 불리는) 삼성 햅틱폰의 위젯 UI는 위와 다른 UI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웹 기반의 인터넷에서 새로운 UI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지도'입니다. 앞서 몇몇 포스트에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지도는 단순히 위치를 알려주고 길을 찾아주는 역할로부터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UI로서의 온라인 지도, '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구글·MS도 그녀 앞에 무릎 꿇다.) 지도는 '공간 위의 정보'를 포괄하는 UI를 통칭하는 단어가 된 셈입니다.

지도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확장시킬 경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집니다. 지리적인 위치에 기반한 지도를 넘어 사람에 대한 지도가 생길 수도 있고, (전염병을 포함한) 유행 및 그의 경로를 담을 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사와 의견을 위주로 한 지도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GPS를 비롯한 각종 모바일 기기와 결합할 때 지도의 가능성은 훨씬 커집니다.
 
아래 소개드리고자 하는 사례들은 '지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전혀 다른 종류의 지도가 된 사례들입니다. 지도 본연의 기능을 '실제 위치'에만 국한한다면, 어쩌면 아래의 사례 중에는 지도라고 하기 힘든 것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경계선을 깨는 것 역시 발전을 위한 시도일테니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1. 인구 지도

위 지도에서는 어렴풋이 세계지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도상의 높고 낮은 꼭지점들은 해당 도시의 인구증감에 따른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 Columbia 대학 Laura Kurgan (Director, Spatial Information Design Lab) 은 1990년부터의 자료를 토대로 2015년까지의 인구증감을 예측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가장 인구증가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은 중국의 베이하이(Beihai), 인도의 가지아바드(Ghaziabad), 그리고 예멘의 사나(Sanaa)라고 하네요.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2. Real-time Rome

위 지도는 이태리 Turin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Carlo Ratti가 만든 지도입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이 열리던 당시 이틀간의 로마의 휴대전화와 교통량을 지도위에 투영한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점점 특정 지역(아마 도심으로 생각됨)이 색상이 변하면서 부풀어오르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도는 정적(靜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지요.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3. Citysense: 인터랙티브 지도

이번에는 '지도는 이미 주어진 정보를 디스플레이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사례입니다. Sense Networks社의 Chief Scientist인 Tony Jebara는 'Citysense'라는 서비스에서 특정 지역 내에서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을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Sense Networks社는 'Macrosense'라는 분석엔진을 개발한 곳인데, GPS를 활용, 수집된 방대한 양의 (사용자) 위치 정보의 스트림을 Citysense 서비스를 위해 실시간 분석, 적용한다고 합니다. GPS에 기반한 LBS가 향후 중요한 어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입니다.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Citysense)

4. Stamen Design: 다양한 패턴을 입힌 지도

Stamen Design社는 지도 속에서 사용자들이 다양한 데이터들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랙티브 환경을 창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지도'라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허리케인의 경로를 보여주거나 범죄 발생 패턴을 보여주는 다소 단순하고 상상 가능한^^ 패턴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창출해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패턴 지도 (주: 위의 런던 올림픽 지도) 라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기반으로 한 지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턴을 보여주고, 이를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같은 새로운 지도, 혹은 UI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Stamen Design의 사이트를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Stamen Design)

알아채셨겠지만^^ 오늘의 1편 포스트에서는 주로 Esquire紙가 지난 2009년 1월호에서 다루었던 지도들을 중심으로 추가 정보를 더 넣어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다른 종류의 디지털 지도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4. 28. 16:32

오니온맵 회장의 개인사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는듯한 아쉬움은 있지만, 간단하게나마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제가 바로 아래의 포스트에서 '지도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적이 있었는데, 오니온맵은 그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답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네요.

하지만 기사에서와는 달리 오니온맵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가능성은 그다지 밝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기사의 원문에서는 오니온맵을 3D지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러나 구글어스나 다음 스트리트뷰 같은 실사 지도는 아니고, 그래픽(?)을 이용한 '3D처럼 보이는 지도'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비주얼을 강화하고자 한 셈인데 그에 따른 용량 증가 (혹은 기사 소개로 인한 트래픽 폭주?) 로 인한 로딩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왜 지도가 3D가 되었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나 답은 없군요.

작성자:  위클리조선 황은순 차장 대우 hwang@chosun.com  (2009/4/15. 주간조선)
원문: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15/20090415009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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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구글·MS도 그녀 앞에 무릎 꿇다 

'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한국 IT 진두지휘 라스베이거스 입성
구글 등 세계적 기업과 오픈 경쟁
라스베이거스시 공식 지도로 선정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5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인이 ‘잭팟’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재미동포 사업가인 쏘틸 황(52). 한국 기술로 만든 온라인 지도 오니온맵(Onionmap)이 그녀의 진두지휘하에 라스베이거스시 공식 온라인 지도로 최종 선정된 것. 구글·야후·MS·AOL 등 세계적 기업들을 제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큰 일’을 낸 것이다.

한국의 큐리오시티(Qriocity·대표 김영웅)가 국내 기술로 완성한 오니온맵은 3차원 지도로, 단순한 길 안내뿐 아니라 쇼핑·관광·호텔·식당예약·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쌍방향 네트워크 세상이다. 오니온맵안에서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통합 플랩폼으로 하나의 도시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셈이다. 오니온맵은 라스베이거스의 공식 온라인 지도가 됨으로써 연 4000억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연 관광수입 4조원 중 오니온맵을 통한 각종 예약 수수료 등이 오니온맵 몫으로 할당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무모한 도전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은 쏘틸 황의 ‘화려한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LA를 주름잡은 여성 사업가로 미국 주류사회에선 유명인사다. 라스베이거스시가 그녀의 사업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프레젠테이션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히스패닉계 신문 'EN FOQUE' 발행인으로 미국 신문에 소개된 쏘틸 황.

 
사업차 한국을 찾은 쏘틸 황을 한남동에 있는 오니온맵 사무실에서 만났다. 약 100㎡(30여평)의 사무실에서 고작 10여명의 직원이 온라인상에서 세계적 대도시를 구축하고 있었다. 오니온맵에 한방 맞은 구글이나 MS의 대표가 이곳을 봤다면 기가 막힐 일이었다. 쏘틸 황은 큰 키에 시원한 외모만큼 에너지가 넘쳤고 거침이 없었다. 앉자마자 오니온맵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해낸 일보다는 그녀 자체가 궁금했으나 ‘과거’를 물으려는 기자와 ‘현재’를 넘어 ‘미래’를 강조하는 그녀와는 자꾸 대화가 어긋났다.

“저, 오니온맵에 대해서는 충분히 됐고 개인적인 얘기가 듣고 싶은데요.” “개인적인 얘기? 꼭 해야 하나요?” “… ”

23살에 한국을 떠나 미국적 사고가 익숙한 그녀에게 일이 아닌 개인에 대한 호기심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을 터였다. “젊었을 땐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비즈니스가 아니라 내 얼굴에 더 관심을 가질까봐 언론 인터뷰를 피했다”는 농담을 던지며 개인사를 털어놓기 꺼려하는 그녀에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농담으로 맞받아치며 ‘옛날 이야기’를 재촉했다.
 
소녀, 세계를 품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돈보다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 무의촌만 찾아 다니던 아버지가 용돈 대신 매달 그녀에게 준 것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였다. 그곳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다른 나라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궁금한 것은 너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화를 공부해 보겠다고 편도 비행기 티켓 한 장 들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 혼자 외국을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순수예술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 적을 두고 다른 유학생들처럼 샌드위치 가게에서 양파를 까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비며 생활비가 엄청났다. 돈이 필요했다. 일단 미국이라는 곳을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그레이하운드에서 잠을 자며 꼬박 한 달 동안 50개 도시를 지그재그로 누비고 다녔다. 미국을 다 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170㎝가 넘는 큰 키와 서구적인 외모, 넘치는 끼로 어디서건 튀어 보였던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선 그런 외모와 개성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일단 LA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니온맵'의 라스베이거스 지도

사업가의 DNA

처음 시작은 쿠바인 파트너 2명과 함께 쿠바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다.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그들은 쿠바로 돈이나 생필품을 보내고 싶어했고 그걸 눈여겨본 그녀의 전략은 적중했다. 사업은 대박이었다. 통장에 돈이 쌓였다. LA에서 60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의 학교까지 비행기를 타고 통학할 정도였다. 아예 전세비행기를 띄워 남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사업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나 고비도 있었다. 미 정부로부터 쿠바 방문 불허 방침이 내려지면서 한때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사업이 재미있었어요. 사업이냐 학업이냐 기로에서 결국 사업을 선택했어요. 지금 같았으면 둘 다 잘해 나갔을 텐데 그때만 해도 사고가 유연하지 못했죠.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녀 자신도 몰랐던 사업DNA를 발견하면서 그녀의 열정은 계속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졌다.

LA엔 당시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연결해 줄 신문이 필요했다. 스페인어 신문인 ‘엔 포케(EN FOQUE)’를 만들었다. 20대의 새파란 동양여자가 신문사 발행인이 되자 기존 신문사의 위협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히스패닉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한 신문 만들기를 고수한 결과 그녀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유명인이 되었다. 그때 얻은 이름이 쏘틸(Xochitl)이다. 쏘틸은 10~12세기 멕시코 고원지대를 지배한 톨텍(Toltec)족의 공주다. 아즈텍어로 꽃이라는 뜻. 그 시대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하고 살았던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엔 포케’가 궤도에 오르자 다음엔 영어로 된 패션매거진 ‘MODA’를 발행했다. 기존의 패션잡지가 소비자들 대상이었던 반면 MODA는 업체 대상이었다. 그녀의 사업 감각은 남들보다 한 발씩 앞서가는 것이었다.

“난 메이드 인 코리아”

그녀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늘 새로움을 찾아나서고 도전을 즐겼다. “남들이 남자친구를 바꾸는 것처럼 난 사업을 바꿨죠. 연애 기간이 길면 사랑이 무뎌지듯 사업이 안정되면 다른 사업으로 눈이 돌아갔어요.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첫 3년이 가장 긴장되고 짜릿하죠.”

새로운 ‘사랑’은 1996년에 다시 시작됐다. 글로벌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URI(United Resources Information)를 만든 것.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도와주고 미국 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을 세워주는 일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한창일 때 한국 대기업 중 그녀를 거치지 않은 기업이 별로 없었다.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그녀는 ‘미국 진출을 위한 패스포드’로 통했다.

URI를 만든 계기 중 하나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었다. 성공한 한인 사업가로 LA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다 기자로부터 한국인을 폄하하는 발언을 들은 게 계기였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은 저가로 승부하는 동양의 기업에 불과했다. 그녀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두고볼 수 없었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진두지휘했던 그녀의 마케팅 방식은 마음을 공략하는 감성 마케팅이다. 한국 대기업과 해온 일 가운데 그녀가 손꼽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미국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LA의 윌튼극장을 ‘윌튼LG’로 바꾼 것이다. 문화와 기업을 엮어 LG의 기업 이미지를 확 끌어올렸다. 또 애틀랜타 등 미국 공항의 안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던 소니를 몰아내고 LG 제품으로 바꾸는 일도 주도했다. 아테네올림픽 당시 유람선과 아테네시 전철의 한 노선을 아예 LG전자의 광고판으로 도배한 것도 그녀의 작품이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숨은 공신이었던 셈이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닛산·도요타 등도 그녀의 손을 거쳐간 대표적 기업이다. 클린턴 선거 컨설팅을 한 인연으로 민주당에서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인터뷰 도중 “옛날 자랑하면 뭐하냐”며 자꾸 말을 돌리려 해 몇 차례 입씨름이 필요했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다

복싱의 인파이터처럼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그녀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내 얘기를 하자면 너무 드라마틱해서 책 몇 권으로는 부족해요. 밤마다 울면서 버틴 적도 있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업가가 아닌 여자로 대하려고 하는 것도 큰 장애였어요.” 그녀는 “미팅에 들어가면 으레 당신의 보스는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내 얘기를 들으려면 인터뷰 자리가 아닌 술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 기반도 없었던 그녀가 가장 중요한 생존법으로 삼는 것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승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한다고 1등이 될 수는 없어요. 잘해도 2등 밖에는 안 되는 거죠. 1등을 하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오니온맵’을 시작할 때도 사람들로부터 왜 구글·야후처럼 지도를 만들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 그들을 따라했다면 ‘라스베이거스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유럽·중국 등을 오가며 사업을 하느라 지난 30년의 3분의 1을 비행기와 호텔에서 보냈다는 그녀의 여행은 지금부터 또 시작이다. ‘오니온맵’은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미국 주요 도시들을 계속해서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조만간 뉴욕의 공항과 버스·공공병원 등을 오니온맵으로 구성하는 협의에 들어간다. 텍사스주의 알링턴과 댈러스시에서도 긍정적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다. 연애하듯 일을 즐긴다는 쏘틸 황. 오니온맵 안에 또 하나의 지구촌을 만들어 넣겠다는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사랑에 푹 빠져있었다.   

오니온맵(onionmap)

오니온맵(www.onionmap.net)은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새로운 3차원 도시지도다. 개발자는 벤처기업인 큐리오시티(Qriocity) 김영웅(40) 대표. 쏘틸 황이 오니온맵에 뛰어든 건 2006년이다. 쏘틸 황은 처음엔 인큐베이팅에만 참여하려고 했으나 김 대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까지 하게 됐다.
오니온맵이 라스베이거스 공식 지도로 선정되기까지는 2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오픈 경쟁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숱한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구글·MS·야후 등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은 오니온맵이 공간분석이나 비주얼 면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글이 키워드 중심이고 야후가 카테고리 중심이라면, 오니온맵은 비주얼을 중심으로 한 쌍방향 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고 지도를 검색하기 때문에 언어에 상관없이 찾기가 쉽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시티 맵으로 공식 선정된 후 기본 도시 틀 위에 라스베이거스시의 요구에 맞춰 콘텐츠 구성을 하고 기능을 붙이는 중이다. 10월부터 라스베이거스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오니온맵에는 미국의 33개 주요도시가 구축돼 있는데 이를 더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오니온맵은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도 구상하고 있다. 오니온맵 내에 아메리카타운·코리아타운 등을 만들어 비즈니스 활동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할 파트너와 관련해서는 이미 미국 상공회의소의 도움을 받아 몇몇 기업들과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오니온맵에 들어갈 콘텐츠와 파트너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4. 28. 16:19

지도는 근시일내 매우 중요한 UI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고, 누구나 달려들고자 하고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수익모델화 할지에 대해서는 구글, 야후, 다음, 네이버 등 그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초기의 맵퀘스트같은 곳들은 지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고, 소비자들이 '일반 지도를 볼 때의 니즈를 온라인에서 충족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었지만, 사실 꼭 거기에만 한정될 이유는 없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더해 이를 돈 버는 UI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엮인 글 원문에서 말하듯, '주유소 지도'나 '만두 지도'가 그 답이 될 수 있을까요? ^^
(참조: "맵티즌 시대… 이젠 지도로 소통한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