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소셜마케팅 환경에서 광고 대행사의 역할 (1)
소셜마케팅 환경에서 대행사의 역할 (2)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
소셜마케팅 환경에서 대행사의 역할 (3) 소셜 미디어 활용의 4단계
소셜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신뢰'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성장해 가는 서비스이며 관계의 밑바탕에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만나는 상대방을 내가 개인적으로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따라서 '친분'은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이 거짓을 말하고 있거나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 관계는 끝나버린다는 점에서 신뢰는 소셜 미디어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신뢰는 소셜미디어 마케터 입장에서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tricky한) 가치이기도 합니다. 광고가 100% 신뢰할만한 메시지만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입니다. 마케터는 아무래도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를 보기 좋게 전달하고 싶어하지만,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서 마주친 마케터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그런 광고성 메시지만은 아니죠. 따라서 마케터는 신뢰와 브랜디드 콘텐츠 사이의 줄타기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행사 입장에서도 신뢰는 아주 까다로운 가치입니다. 광고주와는 달리 대행사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전달하기는 더욱 어렵죠. 대행사의 역할은 광고주를 대신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신뢰는 이처럼 전달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광고주에 대해 (혹은 광고주 브랜드에 대해) 신뢰감이 들만한 메시지를 그럴듯 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신뢰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뢰의 정의와 차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신뢰란 무엇일까요? '삼성의 제품은 믿을만 하다'거나 '삼성전자의 제품은 AS가 확실해서 편리하다'는 것은 신뢰에 해당할까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제품이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일 뿐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는 거리가 있는 차원의 신뢰입니다. 브랜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축해야 하는, 소셜미디어가 유용하게 쓰이는 신뢰란 '브랜드가 하는 말이 얼마나 정직하게 받아들여지는가'의 차원입니다. 즉, 제품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직성 (integrity)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신뢰의 주체는 브랜드와 소비자이며 대행사는 어디까지나 중간자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행사는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할 수는 있어도 신뢰의 형성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신뢰 구축의 플랫폼입니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바로 신뢰가 구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신뢰라는 것은 '구축'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사람들이 쌓아주는 것'이지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게 아닙니다. 반면 인지도는 내가 올릴 수 있습니다. 호감도도 그렇고 태도도 바꿀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구매 의향도 어느 정도는 내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는 다릅니다. 나를 믿어달라고 백날 얘기해봤자 그말만으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신뢰가 관계 속에서 쌓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모으는' 것입니다. 예전 글에서 제가 한 번 '신뢰의 차원'에 대해 잠시 다룬 적이 있는데, 전문가에게 보이는 신뢰와 일반인에게 보이는 신뢰를 따로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즉 의사나 박사 같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에 대해 보이는 신뢰의 구성 요소는 일반인이 또다른 일반인에게 보이는 신뢰의 경우와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인데, 결과는 신뢰의 본질이 '동질화'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바로 동질화의 에이전트입니다. 오랫동안 동질화의 과정을 거쳐 신뢰를 모으는 것입니다. KT와 삼성이 트위터에서 하는 활동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KT는 아이폰을 처음 국내에 출시하던 2009년말에 트위터를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좌충우돌하면서 사용자들의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만 @ollehkt는 그렇게 사람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기업 KT'가 아닌 '나와 같은 인간의 성격을 가진 KT'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최소한 트위터에서만큼은 고압적인, 공무원 같은 KT가 아니라 내가 언제나 말을 걸 수 있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삼성의 경우는 여전히 '삼성스러운' 모습을 견지하고 있지요. 사람들의 물음에 응대하고, 가끔은 사람들에게 먼저 말도 걸어주지만 사람들이 정말 대화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딱딱한 '삼성 담당자'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신뢰와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는 블로터닷넷에 올라왔던 글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소셜커머스의 본질은 신뢰...신뢰가 대행이 될까?'라는 제목의 글인데, 소셜 커머스의 본질인 신뢰는 투명성과 진실성, 그리고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행사를 통해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경우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소비자와의 신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소통의 주체가 쇼핑몰이기 때문이고, 판매는 대행이 될 수 있어도 신뢰는 대행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제가 말한 '신뢰의 주체는 브랜드와 소비자이며 대행사는 어디까지나 중간자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신뢰를 모으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동질화를 통해 소비자 개개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누군가의 블로그 (혹은 트위터?)에서 본 표현인데 이 상황에 어울리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인간의 성격을 갖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곰도 쑥과 마늘을 백일동안 먹은 후에야 사람이 됐다.
조금 하다가 뛰쳐나가 평생을 짐승으로 산 호랑이가 될 것인가?"
다음 편에서는 대행사가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업데이트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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