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광고와 컨텐츠 마케팅'이라는 제목으로 2014. 11. 13 Naver Letter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블로그 관리를 몇 달 안했더니 이 글도 이제야 올리네요.

 

 

콘텐트 마케팅(Content Marketing)이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값는다’는 속담은 콘텐트 마케팅 전략의 핵심을 잘 나타냅니다. 같은 말(브랜디드 메시지)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요. 속담 이야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콘텐트 마케팅이라는 주제는 사실 그 뿌리가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디드 콘텐트라는 화두는 이미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이야기되어 왔고 BMW, 코카콜라 등 유수의 브랜드에서 이미 다양한 기법으로 브랜디드 비디오 등을 제작, 유포한 바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콘텐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 역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계와 학계 모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과 ‘콘텐트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학계에서 내리는 콘텐트 마케팅의 정의는 ‘수익성 있는 소비자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가치 있고 매력적인 콘텐트를 생산 및 배포하는 것, 목표 청중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해하여 콘텐트와 청중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마케팅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Pulizzi, 2013)’로 정리됩니다. 얼핏 복잡하게 들리지만 결국, ’고객에게 매력적인 스토리 혹은 가치 있는 정보를 제작 및 배포하는 마케팅 활동’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장호, 2014, “브랜디드 컨텐츠 중심의 마케팅”).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예전의 브랜디드 콘텐트(주: 여기서의 브랜디드 콘텐트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스토리를 TV 광고 등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형식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는 물론 스토리텔링 마케팅 등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콘텐트 활동은 모두 콘텐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이들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양한 콘텐트 마케팅 활동의 차이


광고와 PR, 브랜딩의 차이를 설명하는 우스갯소리가 마케팅 업계에서 회자된 적이 있었죠. 어떤 남자가 술집에 들어가서 매력적인 여자를 발견했을 때 그 여자 주변에서 “나는 매력적”이라고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이 광고, 남자가 자신의 친구를 여자에게 보내 “저 친구 정말 매력적인 친구”라고 말하도록 시키는 것은 PR, 반대로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와 “당신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콘텐트 마케팅은 무엇일까요? "매력적인 남자를 판별하는 12가지 특성”이라는 콘텐트를 만들어 그 여자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물론 이 12가지에는 그 남자가 가진 특징이 포함되어 있어야겠죠. 참고로 이처럼 ‘OOOO하는 몇 가지 방법’ 류의 기사는 버즈피드에서 활용해 인기를 끈 ‘리스티클 (List+Article)’이라는 콘텐트 형태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농담이지만 위 이야기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채널을 통해 말하느냐에 따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구분된다는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콘텐트 마케팅 역시 같은 방법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표 1] 콘텐트 마케팅의 차이 

 

(주: 도표 이미지는 네이버 레터에서 만들어주신 것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스토리텔링이든 브랜디드 콘텐트든 굉장히 다양한 종류와 기법이 있어 각 개념을 간단히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과거의 초점이 ‘콘텐트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신선한 접근 (브랜디드 콘텐트) 혹은 다양한 이야기 원천의 활용 (스토리텔링)’에 주로 맞춰져 있었던 데 반해, 최근의 콘텐트 마케팅은 ‘(콘텐트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눈길과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둡니다. (물론 여기에 소셜과 모바일과 같은 매체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할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포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트 마케팅에서는 콘텐트를 실어나르는 매체와 콘텐트 내용의 신뢰성이 중요해집니다. 같은 콘텐트라도 브랜드보다 매체사, 그것도 신망있는 정보원의 입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은 소비자의 친구를 통하거나 (예: 소셜 콘텐트 혹은 버즈 마케팅)과 언론사의 기사로서 전달하는 방법 (예: 브랜드 저널리즘)이 있습니다. 언론사를 통하는 경우 그 내용은 과거 애드버토리얼처럼 기사의 탈을 쓴 광고로서가 아니라 실제 기사의 일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건은 다시 ‘콘텐트의 신뢰도’


광고가 브랜디드 콘텐트의 대부분을 이루던 시절에도 광고의 사실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규제가 있었지만, 사실 광고 내용에 대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광고 표현에 있어 과장이 어느정도  이해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표현의 사실성보다는 주목도가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환경이 대세를 이루며 사용자의 공유가 브랜디드 콘텐트 유통을 위한 (거의) 가장 중요한 채널로 떠오르며 콘텐트의 신뢰도와 사실성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언론 기사를 포함) 수많은 콘텐트가 ‘쓰레기’로 치부되는 오늘날 ‘믿을만한 콘텐트’의 파급력은 예전보다도 훨씬 강해졌는데, 브랜드 저널리즘은 바로 이러한 환경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


누구나 콘텐트를 만들고 발행할 수 있게 된 요즘,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콘텐트를 찾아 소비할 수 있게 된 모바일 환경에서는 브랜드는 물론 유력 언론사마저 사회에 유통되는 콘텐트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즈나 포브스와 같은 매체사, 그리고 코카콜라, 제너럴일렉트릭(GE), 레드불 등 브랜드들이 실험 중인 브랜드 저널리즘은 이와 같은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광고를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언론사 입장에서 콘텐트에 대한 통제력 약화는 곧 비즈니스의 약화를 의미합니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유통, 관리하는 일이 예전보다 어려워졌고 브랜드 마케팅이 더이상 광고주와 매체의 통제 하에 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언론사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고, 이는 매체가 ‘콘텐트’와  ‘콘텐트 발행 프로세스’를 브랜드의 필요에 맞추는 비즈니스입니다. 즉, 저널리즘이 가진 기존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물론 다양한 콘텐트를 발굴하는 프로세스를 브랜드 마케팅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광고주가 주도하던 기존의 콘텐트 발굴, 제작, 유통 방식을 넓히고 언론사의 영향력에 힘입어 콘텐트에 신뢰성을 이식하여 소비자가 콘텐트에 대해 더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포브스에서도 ‘BrandVoice’라는 서비스를 내놓을 정도로 브랜드 저널리즘은 언론사 입장에서 중요하고 새로운 시도입니다. 포브스는 4년 전인 2010년에 이미 통상적인 뉴스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자사의 뉴스룸 조직을 개편하고 동시에 브랜드 뉴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한 브랜드 뉴스룸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2014년 발간한 혁신 보고서 (번역본 링크)’를 통해 디지털 뉴스와 콘텐트를 다루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림 1] 포브스(Forbes)의 브랜드보이스 (BrandVoice)


(출처: 포브스, ‘네이티브 광고 서밋 2014’)

 

이같은 사례를 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이 언론사의 영역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가 주가 되어 저널리즘의 프로세스를 브랜드 콘텐트 생성 및 관리에 도입’하는 것이지 언론사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브랜드 저널리즘은 브랜드가 하나의 미디어로서 기능하게 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앞서 든 코카콜라와 GE, 레드불 등이 좋은 예입니다 (각사 링크 삽입).



[그림 2] 브랜드 저널리즘의 건설적인 활용예: 코카콜라, GE, 레드불, HSBC Global

 


위 사례들은 모두 브랜드가 미디어가 되어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콘텐트를 생성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과거의 홈페이지가 기업의 제품, 이념, 연혁 등을 소개하며 TV 광고 등 브랜드의 마케팅 콘텐트를 부수적으로 제공했던 데 반해 위 3곳은 브랜드가 그 자체적으로 매체의 기능을 수행하며 브랜드에 관한 콘텐트를 끊임없이 생산,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행복(Happiness)’, ‘Make It Possible’ 등 브랜드를 상징하는 가치를 다양한 콘텐트 시리즈와 프로모션을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며 콜라라는 제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콜라의 경우 마치 생필품처럼 ‘누구나 아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 설명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레드불과 같이 특정 기능을 알려야 하는 에너지 드링크마저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콘텐트화하고 있음은 주목할만 합니다. 레드불은 제품의 각성 효과와 같은 특장점은 뒷전으로 한 채 블로그형 웹사이트를 통해 자사의 가치를 상징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얼핏 레드불은 음료 브랜드가 아니라 잡지와 같은 매체로 오해될 정도인데요, 제품이 아닌 가치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입니다. 



GE와 HSBC는 B2B 브랜드라는 면에서 코카콜라, 레드불과는 다른 콘텐트 접근을 보여줍니다. GE는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자사의 다양한 산업군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콘텐트로 만들어 소개하고, HSBC는 자사의 금융상품을 자랑하는 대신 ‘The World’s Local Bank’라는 자사의 강점을 부각하는 다양한 금융업계 뉴스로 채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각국의 이해와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금융업계 종사자들로 하여금 HSBC 웹사이트에서 관련 뉴스를 상시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사의 역량을 은연중에  과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로 든 4곳은 디지털 콘텐트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 제작, 배포하고 있으나 자사의 플랫폼을 매체사(언론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트를 활용하고자 하는 자사만의 철학과 원칙 위에 콘텐트의 상시 발굴, 확보, 제작,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네이티브 광고, 조급한 업계의 손쉬운 실수가 될 수도


Owned Media 내 콘텐트 마케팅 영역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주목받고 있다면 Paid Media에서는 네이티브 광고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과 유사하게 네이티브 광고 역시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기존 광고가 ‘광고’라는 형식에 갇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다면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를 기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얼핏 애드버토리얼을 떠올릴 수 있지만 애드버토리얼이 ‘브랜드가 만든 콘텐트를 매체의 지면에 기사처럼 보이도록 집행’하는데 비해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사가 브랜드와 연관된 콘텐트를 실제 기사의 형태로 구성해 게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브스의 브랜드보이스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네이티브 광고를 브랜드와 함께 기획하고 작성하는 것입니다.


네이티브 광고는 브랜드의 메시지에 언론사의 신뢰감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과, 브랜드와 언론사가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점차 네이티브 광고 역시 광고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함에 따라 네이티브 광고의 신뢰도 역시 하락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네이티브 광고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자칫하면 기존 저널리즘의 신뢰마저 동반 추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 3] 네이티브 광고 서밋 2014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네이티브 광고 서밋 (Native Ad Summit 2014)’ 행사에는 네이티브 광고를 이해하고 적용하려는 수많은 매체사와 대행사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포브스, 버즈피드, 매셔블 등 콘텐트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다는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네이티브 광고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는 데에서는 누구도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는데, 현재의 상황은 네이티브 광고를 위시한 콘텐트 마케팅에 대해 모두 주목은 하고 있으나 무엇을 어떻게 운영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답을 갖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앞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브랜드가 타고 있는 매체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기사와 광고를 현행보다 더 명백히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광고성 콘텐트라도 그 내용이 충분히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콘텐트 마케팅은 ‘프로세스 관리’로 접근해야


신뢰받는 콘텐트 마케팅을 위해서는 앞서 열거한 성공 사례와 브랜드 저널리즘, 네이티브 광고 등의 현상에서 보듯 디지털 콘텐트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 4] 콘텐트 마케팅 설계를 위한 프로세스




콘텐트 마케팅 전략은 ‘적합한 콘텐트를 적합한 소비자에게 적합한 시점에 적합한 채널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는 통상적인 콘텐트 전략은 크리에이티브에 국한되는 것이며, 올바른 콘텐트 마케팅은 기획, 배포, 분석 등의 전 프로세스를 망라해야 합니다. 위 그림은 콘텐트 마케팅 전략에서 고려해야 하는 각 단계를 나타냅니다. (출처: 에델만 디지털 코리아) 첫 단계는 해당 브랜드가 디지털 콘텐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디지털 콘텐트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어 브랜드의 목표 소비자들은 디지털 콘텐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경쟁 제품의 콘텐트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디지털 콘텐트 방향을 세우고 (‘기획’), 그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만들며 (‘제작’), 올바른 시장에 전달되어 소비될 수 있게 ‘배포’와 ‘운영’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콘텐트의 효과를 ‘분석’, 거의 실시간으로 추가 콘텐트 개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콘텐트 마케팅의 요체입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