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마케팅의 영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마케팅에서의 신기술은 마케터로 하여금 소비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돌아보면 모든 신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개발되어 왔다는 사실,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 역시 소비자를 위한 기술이라는 점은 종종 간과된다. 예를 들어 인쇄술은 정보의 저장과 공유를, 자동차는 이동을, 인터넷은 정보의 검색과 접근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이는 모두 인간의 능력과 권한을 증대시키는 진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마케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기술, 즉 소비자로 하여금 메시지를 더 잘,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 활용하게 해 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아야 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매체는 소비자 자신의 목소리를 더 잘 내게 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흩어진 목소리를 결집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요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은 촉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재스민 혁명과 같은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물론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파편처럼 존재하던 소비자의 의견이 공통의 장에 결집되고 이들이 집단의 목소리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관계는 동등하고 개인적인 관계로 치환된다. 집단적으로 수집된 (crowd-sourced) 소비자들의 의견은 그 과정에서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집단 의식이 될 수도, 자칫 브랜드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마케팅은 이 같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것, 소비자들의 권한과 능력을 인정하되 이로부터 비롯되는 집단 행동을 브랜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수동적 소비자’로부터 ‘능동적 소비자’로의 변화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능동적 소비자라는 개념이 브랜드에게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프로슈머’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앞으로는 동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지자’의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소셜 미디어의 일상화로 브랜드와 개인이 거의 동등한 영향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더욱 활발해질 것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권한을 위임하는 임파워먼트 마케팅이다. 

 

브랜드가 주도하는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된 지금 소비자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애플의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애플 마케팅의 상당 부분은 소비자들이 대신 해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제품 출시 전부터 제품 관련 전망을 쏟아내며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출시 후에는 다양한 제품평을 통해 애플의 마케팅을 대신 해주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역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주자로서 이같은 지지층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임파워먼트, 즉 브랜드의 권한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이양하느냐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이야기를 대신 만들고 전달할 수 있게 하려면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열린 공간에서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브랜드가 원치 않는 콘텐츠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조차 용인할 수 있는 포용력과 소비자에 대한 믿음이다. 

 

시장 내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는 더이상 통제될 수 없다. 예전과 같은 통제를 시도하기에 시장은 너무 커지고 다변화되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통제 불가능한 콘텐츠의 범람을 인정하고, 브랜드의 우군을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이야기를 대신 말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마케팅에 관한 권한을 소비자에 이양하는 소비자 임파워먼트에 있다. 

  
 
(2013년 3월에 AdFest를 준비하면서 써두었던 글인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로 전환합니다. 게으름을 어찌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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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