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s2012. 2. 24. 09:43
배고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윗배가 허해서 뭔가를 먹고 싶은 느낌. 잠깐 참으면 사라지는듯 하다가 음식을 먹는 순간 바로 사라지는 공복감이고,
둘째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참을수록 깊어지며, 뭔가를 먹어도 뱃속에 수북이 쌓이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 무기력한 느낌.

비슷하게, 가슴이 아프다는 것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목구멍 쯤에서 시작해 주로 머리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와 달리 심장 근처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온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는 무기력함.

배와 가슴 모두 첫번째 아픔은 욕심과 섭섭함이고, 두번째가 진짜 아픔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2. 1. 25. 02:24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열정을 가져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정을 흔히 활활 타오르는 '정열'로 해석하는 듯 합니다. 그 대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내고 말겠다는 불꽃같은, 때로는 낭만적인 애정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저는 진정한 열정의 의미는 타오르는 불꽃보다 은근한 불씨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의 대상에 온 몸을 바쳐 화르륵 타버리는 강렬한 불꽃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 말입니다. 

 

사실 열정을 뜻하는 'Passion'의 영어의 어원은 '견디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ati'입니다. '인내'를 뜻하는 'Patience'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지요. Passion은 열정이라는 뜻 외에도 '고난'이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대문자로 쓰면 최후의 만찬과 죽음 사이에 예수님이 겪은 고난을 가리키는 단어가 됩니다.이처럼 열정의 본 모습은 이처럼 '꺼지지 않고 참아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은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일이 아니라 남들이 잘 몰라주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일, 화려해 보이는 일, 첫눈에 보기에 구미가 당기고 재미있어 보이는 일, 성공이 눈에 보이거나 안전해 보이는 일을 하는 데에는 굳이 열정이 없어도 됩니다. 사실, 그런 일을 하는 데 느껴지는 감정은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흥분'에 가깝습니다. 앞서 말한 '정열'에 가까운 감정이죠.

 

반면 화려는 커녕 어쩌면 위험해 보이지만,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해보고 싶은 대상에 도전할 때 열정이 필요합니다. 고난이 예상되지만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열정입니다. 도전하는 대상과 내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지식,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믿고 내 자신을 믿고 헤쳐가는 믿음이 열정이며, 대상에 대해 느끼는 흥분 상태(state)가 아니라 대상을 실현해가는 과정(process)이자 동시에 어려움을 견디는 끈기가 열정입니다. 

 

이처럼 열정은 대상에 대한 지식과 용기, 믿음, 끈기가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정성'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이를 실현하는 모든 과정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성으로 대하게 마련이죠.

 

옛날 이야기나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무술을 배우러 온 제자에게 주정뱅이 도사는 물긷기 3년, 밥짓기 3년, 빨래 3년 등 잡일만 시키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대부분의 제자들은 못참고 중간에 도망치지만 주인공은 묵묵히 견뎌내다가 진정한 고수가 되어 하산합니다. (어쩌면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들의 원조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무술을 배우겠다는 제자에게 십 년 씩 허드렛일을 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도사에게 깊은 뜻이 있음을 믿는지 시험해보기 위함이겠죠. 하지만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남들 눈에 허드렛일일망정 그 일을 정성껏 해내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할 때에도 정성을 다해 임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허드렛일이라고 혼자 판단하고 대충 하는 사람은 나중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지레 판단으로 대충 처리하거나 도망치게 마련이니까요.

 

이처럼 열정은 믿음이자 용기이며, 끈기있는 정성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이런 열정을 갖고 있다면 실패할래야 할 수가 없을겁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1. 11. 22. 13:29

제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위해 웹 개발을 하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단기 알바처럼 하실 수 있는 일이므로 현재 직업이 있으셔도 상관 없고, 당연히 집에서 일하셔도 됩니다.
 
찾는 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과제(업무) 요약

  • 웹 어플리케이션 혹은 서비스 개발자
  •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용 웹서비스 백엔드 개발

  
(2) 필수 요건

  •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5년 이상의 경력 
  • RoR 관련 3년 이상의 실무 경력
  • RoR MVC, REST, DRY 에 대한 충분한 이해
  • Rails application에서의 SQL (특히 MySQL) 사용 경험
  • SOLR, OAuth, haml, sass, semantic markup, jQuery 사용 경험  
  • 최소한 1건 이상의 Non-SQL DB (예: MongoDB, Redis) 작업 경험
  • HTML5 specific libraries와 techniques의 경험
  • Cloud Resources (Engine Yard, RightScale, Amazon 등)의 경험
  • OAuth 혹은 External APIs의 경험
  • Scalability와 Systems Engineering에 대한 이해
  • BDD/TDD, REST, git, maintainable code 작성에 익숙
  • Unix-based 운영체제 (특히 Linux)에 익숙

 
(3) 추가 요건 (필수 아님)

  • Ruby 웹 프레임워크 (Rails, Merb, Sinatra)의 경험
  • Unit testing (TestUnit, RSpec)의 경험
  • Automated integration testing (Cucumber, Webrat, Capybara, Selenium)의 경험
     
업무 기간:  2개월 ~ 3개월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 시작)
보수:  협상 후 결정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010-7146-33육구 혹은 eccarus@g m a i l.com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Seeking a web developer for a mobile application under development. It's a short-term, part-time task. It doesn't matter if you have a current daytime job and there's no problem working from home.

(1) Abstract

  • Web application or service developer
  • Building the web service back-end for a mobile application

 
(2) Requirements

  • 5+ years of software engineering experience
  • 3+ years professional experience with RoR
  • Strong understanding of the RoR MVC, REST and DRY
  • Experience using SQL, especially MySQL, in a Rails application
  • Experience with SOLR, OAuth, haml, sass, semantic markup, & jQuery 
  • Worked with at least one non SQL db like MongoDB, Redis, 
  • Experience with HTML5 specific libraries and techniques
  • Experience with cloud resources (Engine Yard, RightScale, Amazon, ..)
  • Experience with OAuth or external APIs
  • Understanding of scalability, systems engineering
  • Familiarity with BDD/TDD, REST, git and create maintainable code 
  • Familiarity with Unix-based operating systems, especially Linux

 
(3) Nice to have

  • Ruby web framework (Rails, Merb, Sinatra) experience
  • Unit testing (TestUnit, RSpec) experience
  • Automated integration testing (Cucumber, Webrat, Capybara, Selenium) experience
 
Duration: 2 ~ 3 months (Start ASAP)
Compensation:  Negotiable
 
Please contact Andy Lee at 010-7146-3369 or eccarus@g m a i l.com.
 
Thanks.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1. 8. 1. 12:13

어제 (7/31자) 한겨레신문에 '제일기획 ‘가짜광고’로 칸 광고대상 수상 논란'이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이 논란은 며칠 전에 인기 트위터 사용자인 독설님이 7/28에 한 번 소개를 해주셨었던 내용이더군요.
 
먼저, 저는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다가 지금은 나와서 제일기획과 무관한 사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제일기획의 '대기업스러운, 반(反) 크리에이티브 문화에 반감을 품고 뛰쳐나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를 만든 분들이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단, 그 광고의 아이디어를 내고 출품한 사람들은 높은 어르신들이 아니라 사원-대리-차장급의 보통 직원들일 거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칸 광고제에 출품을 해본 적이 있어 대충의 가이드라인은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일기획 외부인의 입장에서, 그러나 칸 광고제에 광고 출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 이번 일은 아래와 같이 '느껴집니다.'
 
 


 
 
첫째, '광고가 실제 집행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들으면 분명 논란의 소지는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칸 광고제에 출품하기 위한 조건은 '광고주의 허락을 받고 제작과 매체비 등이 대행사에게 지불된 광고물'입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이곳이곳을 참조하십시오. ("All entries must have been made within the context of a normal paying contract with a client, except in the charities and public services categories. That Client must have paid for all, or the majority of the media costs."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포스팅 후 첨가:  광고제의 시상 기준이 '광고주의 승인 획득'임을 보여주는 기사가 한 편 있어서 소개 드립니다.
'레바논서 예수 등장 광고, 삼성전자 곤욕' 이라는 기사인데요, 이처럼 광고주의 승인 없이 대행사가 자의적으로 광고를 만들고 출품한 경우 상을 받았다 해도 취소되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이런 문제를 일으킨 대행사는 해당 광고제에 일정 기간 동안 출품하지 못하도록 페널티를 주기도 하지요.
만일 제일기획이 위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검증되지 않은 주장만이 국내외 광고계에 알려질 경우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칸 그랑프리를 거머쥔 제일기획의 실무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번에 상을 탄 홈플러스 광고가 위 출품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집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독설님의 트윗과 한겨레신문의 기사에서 재생산되고 있을 뿐입니다.
 
더욱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집행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몇 시간 동안만 집행했다더라'로 발전되고, 여기서부터 '사기', '가짜 광고', '상을 훔쳤다', '초일류 사기극', '삼성이 그렇지' 라는 '호도하고 매도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삼성 문화 싫어하고 어디가면 안티삼성이라는 말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만, 이런 식의 비난은 곤란하죠. 비난하는 사람의 논거를 무너뜨리는 비난입니다.
 
(이런 면에서 독설님의 트윗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우리나라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를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다만 수상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의혹을 풀어보자"고 했다가, 거 어떤 해명이나 답도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초일류사기극'이라며 바람을 잡으시니 말이죠. 평소의 독설님 답지 않은.)
 
둘째, 과거에 수상한 광고와 유사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입니다. 2008년에 제일기획은 아래와 같은 광고로 동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지하철역 구내에 랩핑을 해서 마트같은 느낌을 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QR코드라는 'call-to-action'이 빠져있다는 점. 즉, 이 광고는 세련된 '노출형 광고'일 뿐입니다.
둘째,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는 역 구내라는 점. 사람들은 지하철역 개찰구를 통과한 후 역 내에 멈춰서서 뭔가를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플랫폼까지는 가야 좀 서있거나 하죠.
 
그러나 이번에 상을 받은 광고는 그 양식이 '비슷해 보일 뿐' 광고의 목적과 수단은 전혀 다른 광고물입니다. 장소가 일단 '사람들이 멍때리는' 플랫폼인데다가, 즉시 구매를 가능케 한다는 기술(바탕의 아이디어)가 추가되었습니다. 만일 '랩핑'이라는 방식이 유사하다고 주장하거나, '마트의 진열대라는 내용이 동일하다'고 주장한다면, 칸을 비롯한 유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대부분의 옥외광고물은 카피+재생산이라고 봐야 합니다.
 
셋째, QR 코드가 실제 작동되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 말마따나 아직은 '주장'입니다. 일단은 제일기획의 발표를 기다려보면 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광고 효과를 과장해서 심사위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입니다. 이건 참 애매한데, 우선 광고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제일기획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순서이고, 광고 효과가 '과장되어 전달됐다면' 그것이 정말 심사위원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칸 등의 광고제에 제출되는 광고물은 '광고물 그 상태 그대로' 제출됩니다. (옥외광고는 그걸 찍은 사진으로 전달되겠죠.)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한 번역 정도가 부가 정보로 제공됩니다.
 
출품된 광고로 인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을 넣을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 무척 공허한 이야기입니다. 광고 업계에 계시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광고라는 요인 한 가지로 인해, 그것도 광고제에 출품되는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로 인해 매출이 급등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고, 따라서 출품시 그런 사탕발림 이야기를 주요 자료로 소개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이 그런 이야기를 본다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집행 시기 등으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칸 광고제는 '크리에이티브'를 중점을 두어 상을 주는 광고제입니다.
 
일단은 제일기획과 담당자 분들의 설명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조중동이 하는 짓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보라도 일단 1면에 내지르고, 정정보도는 구석 귀퉁이에 보일듯 말듯 게재하는 '아니면 말고' 정신을 따라해서는 안되는 거죠.
 
그리고 이걸 칸 사무국에 알아본다는 분도 계셨던 것 같은데. 농담이시기를. 그걸로 얻을 수 있는게 뭔가요? 진실?
그 진실은 일단 한국에서 먼저 파헤쳐 본 후, 제기된 문제가 정말 문제라고 판명될 때 바깥에다 알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다 쓰고 보니 마치 제가 삼성맨처럼 비춰질까봐 사족 한 마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의견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옆에서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볼테르의 말입니다.
 
 

추가 첨언:
 
댓글에 몇몇 분들께서 '아니면 말고'라는 표현이 자극적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이 표현으로 기분 안좋게 느끼신 분들께는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제가 그런 표현을 쓴 이유는 사용자의 특성이 아니라 트위터라는 매체의 특성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제기된 '의혹'이 트위터라는 매체의 특성상 순식간에 확 퍼지면서, 내용을 잠깐 '스치듯' 접한 분들에게는 사실로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죠. 클릭해서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트위터 타임라인에 쓰인 짧은 글들만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왠지 사실인것 처럼 믿어지게 되는거죠. 
 
그리고 이런 패턴, 사람들에게 검증되지 않은/잘못된 정보를 믿게 할 수도 있는 트위터의 정보 전파 패턴이 마치 조중동의 오보 + 정정보도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트위터에서 RT하시는 많은 사용자분들이 '아니면 말고' 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ㅠㅠ

언론은 사실 확인이 충분히 되지 않은 의혹을 기사화할 수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소셜 미디어의 특성은 예전과는 달리 그같은 의혹을 빠른 속도로 퍼뜨립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이 의혹은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하고 그냥 믿어버리는 것을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1. 8. 1. 08:33

벌써 거의 4년 전, 광고주에게 캠페인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우리 팀의 아이디어는 소비자의 운동량/음식 섭취량 등을 기록하게 하여 '운동을 생활화'시키자는 것을 주된 흐름으로 했습니다. 게다가 운동 관리를 정말 쉽게 도와줄 웹사이트 혹은 위젯을 염두에 두고 몇 가지 안을 보여줬지요. (당시에는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이 없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광고주 왈, "그렇게 계산해 주는거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다른거 합시다."
 
 
나중에 듣고보니, 그 광고주가 본 것 같다던 건 여성지나 남성지 (GQ 같은) 내 가끔 실리는 '식단으로 돌아보는 당신의 다이어트' 와 같은 기사 등이었다고. 그 분들께는 위젯은 커녕 웹사이트에서 그런 걸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쉽지 않았던 셈이죠. (그리고 우리가 제안했던 것과 비슷한 '어플'들은 재작년말부터야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죠.) 
 
 
요즘도 꼭 그런 반응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뭔가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해주면, 딱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 안에서만 이해를 하고는, '어디서 본거네요?' 이런 말을 내뱉습니다. 게다가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라도 하면 더하죠. 마치 그렇게 말해야만 자신의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기라도 한 것 처럼.
 
 
"이런 건 나도 잘 안다고!"라고 이야기하고 인정받고픈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렇게 말할수록 말하는 이의 한계만 도드라지게 드러난다는 걸 왜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새로운 생각은 좀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섣불리 장님 코끼리 더듬다가 안되는 깜냥만 내보이지 말고.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1. 5. 7. 03:29

어린이날이던 그제 '쿵푸팬더'를 케이블TV에서 잠깐 봤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SBS의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라는 다큐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아무 상관 없는 듯 보이는 두 프로그램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던지더군요.
 
쿵푸팬더에서 거북이로 등장하는 우그웨이(Oogway) 사부는 팬더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today is a gift. Thats why it's called the present."

 
그리고 어제 본 SBS 다큐멘터리에는 권투 유망주였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조폭이 되었다가 권투 코치로 거듭난 박현성씨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아래 말을 강조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나가는 금이 뭐야? 순금? 황금? 백금?
 지금!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금은 바로 지금이다."

 
 
위 두 어록을 누가 처음에 남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흔히 들어왔던 말이지만, 왠지 더 와닿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선물이자, 모든 금 중에 가장 값비싼 금이기도 하지요.

 


사족: 쿵푸팬더에 등장하는 거북이 사부의 목소리 연기를 누가 했는지 궁금했는데, Randall Duk Kim이라는 한국계 배우분이 하셨더군요. 영화 매트릭스에 '키메이커'로 등장했던 분입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0. 11. 22. 02:03



여행과 출장을 합치면 뉴욕에 와본게 수십번은 족히 되는데도 대부분 택시나 차를 타고 다녀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버스를 타보려니 어디서 타는건지, 요금은 얼만지, 어떻게 내는지, 아는게 하나도 없더군요.

호텔에 물어봤더니 지하철 역에서 메트로카드라는걸 사라고 알려주네요. 그걸 갖고 버스를 탔는데 카드를 어떻게 긁는건질 몰라 헤매고 있으니 기사 아저씨가 친절히! 긁어줍니다. (한숨 한 번 쉬고 ^^)





덕분에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따뜻한 버스를 타고 MoMA 가는 중입니다. 기사 아저씨가 정류장 폐쇄/정차 안내를 열심히 떠드는데, 조금만 집중 안하면 못알아들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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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Scribbles2010. 11. 9. 12:36


 

Rule No. 1: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The average teen-ager uses the phrase “It’s not fair” 8.6 times a day. You got it from your parents, who said it so often you decided they must be the most idealistic generation ever. When they started hearing it from their own kids, they realized Rule No. 1.
 

Rule No. 2: The real world won’t care as much about your self-esteem as much as your school does. It’ll expect you to accomplish something before you feel good about yourself. This may come as a shock. Usually, when inflated self-esteem meets reality, kids complain that it’s not fair. (See Rule No. 1)
 

Rule No. 3: Sorry, you won’t make $40,000 a year right out of high school. And you won’t be a vice president or have a car phone either. You may even have to wear a uniform that doesn’t have a Gap label.
 

Rule No. 4: If you think your teacher is tough, wait ’til you get a boss. He doesn’t have tenure, so he tends to be a bit edgier. When you screw up, he’s not going to ask you how you feel about it.
 

Rule No. 5: Flipping burgers is not beneath your dignity. Your grandparents had a different word for burger flipping. They called it opportunity. They weren’t embarrassed making minimum wage either. They would have been embarrassed to sit around talking about Kurt Cobain all weekend.
 

Rule No. 6: It’s not your parents’ fault. If you screw up, you are responsible. This is the flip side of “It’s my life,” and “You’re not the boss of me,” and other eloquent proclamations of your generation. When you turn 18, it’s on your dime. Don’t whine about it, or you’ll sound like a baby boomer.
 

Rule No. 7: Before you were born your parents weren’t as boring as they are now. They got that way paying your bills, cleaning up your room and listening to you tell them how idealistic you are. And by the way, before you save the rain forest from the blood-sucking parasites of your parents’ generation, try delousing the closet in your bedroom.
 
 
Rule No. 8: Your school may have done away with winners and losers. Life hasn’t. In some schools, they’ll give you as many times as you want to get the right answer. Failing grades have been abolished and class valedictorians scrapped, lest anyone’s feelings be hurt. Effort is as important as results. This, of course, bears not the slightest resemblance to anything in real life. (See Rule No. 1, Rule No. 2 and Rule No. 4.)
 

Rule No. 9: Life is not divided into semesters, and you don’t get summers off. Not even Easter break. They expect you to show up every day. For eight hours. And you don’t get a new life every 10 weeks. It just goes on and on. While we’re at it, very few jobs are interested in fostering your self-expression or helping you find yourself. Fewer still lead to self-realization. (See Rule No. 1 and Rule No. 2.)
 

Rule No. 10: Television is not real life. Your life is not a sitcom. Your problems will not all be solved in 30 minutes, minus time for commercials. In real life, people actually have to leave the coffee shop to go to jobs. Your friends will not be as perky or pliable as Jennifer Aniston.
 

Rule No. 11: Be nice to nerds. You may end up working for them. We all could.
 

Rule No. 12: Smoking does not make you look cool. It makes you look moronic. Next time you’re out cruising, watch an 11-year-old with a butt in his mouth. That’s what you look like to anyone over 20. Ditto for “expressing yourself” with purple hair and/or pierced body parts.
 

Rule No. 13: You are not immortal. (See Rule No. 12.) If you are under the impression that living fast, dying young and leaving a beautiful corpse is romantic, you obviously haven’t seen one of your peers at room temperature lately.
 

Rule No. 14: Enjoy this while you can. Sure parents are a pain, school’s a bother, and life is depressing. But someday you’ll realize how wonderful it was to be a kid. Maybe you should start now. You’re welcome.


위 글은 흔히 빌게이츠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Charles J. Sykes가 각종 신문 기고에서 썼던 글을 2007년 '50 Rules Kids Won't Learn in School: Real-World Antidotes to Feel-Good Education'이라는 책에서 종합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Sykes는 'Dumbing Down Our Kids: Why American Children Feel Good About Themselves But Can't Read, Write, or Add (1996)'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미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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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Scribbles2010. 10. 5. 02:02

어렸을 때 잠시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만년필로 필기하는 걸 가르치곤 했었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용돈을 모아 펜을 사모으는게 취미였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연필에 신경쓴다는데, 저도 그런 축이었던 셈입니다.^^) 13살짜리 아이가 살 수 있는 펜은 열심히 모아봤자 파커(Parker) 볼펜이나 샤프 펜슬 정도였습니다. 


파커 펜이라고 하니 고가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드리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파커 = 일종의 고급 펜' 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살던 곳에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파커에서는 고가 제품도 만들지만 중고생들이 쓰는 '막펜' 수준의 만년필도 팔거든요. 파일롯트의 플라스틱 만년필 두세 개 살 돈이면 파커 만년필 한 자루를 살 수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어린 학생 입장에서는 꽤 고급 필기구였습니다. 좀 '사는' 친구들이 크로스(Cross) 펜을 갖고 있었고, 몽블랑 같은 펜은 거의 '아버지가 쓰는 펜' 정도로 인식됐었죠. 지금 말로 하면 '넘사벽' 수준이었다고나 할까요?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기 얼마 전 어머님께서 저와 제 동생에게 귀국 기념 선물을 하나씩 사주셨습니다. 몽블랑의 'Meisterstück' 만년필이었습니다.




진열장 밖에서만 구경하던 펜이었는데 내 손에 들어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넉넉치 못한 형편임에도 이걸 두 자루나 사서 나누어 주신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은 간단했습니다. "이 펜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라."


그리곤 2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Meisterstück보다 더 좋은 몽블랑 펜도 알게 되고, 그보다 더 비싼 펜을 선물 받아본 적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어머님께서 사주신 그 펜은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 맘 먹고 잉크를 채워본 적도 두어 번 있지만, 펜을 쥘 때마다 옛날 어머님 말씀을 스스로에게 되묻고는, 씻어서 도로 케이스에 넣어두기 일쑤입니다.


아마 저희 어머님께서는 제가 이 펜을 아직 갖고 있다는 것도 모르실 겁니다. 어쩌면 당신께서 예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걸 기억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펜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어머님의 말씀이 제게는 그 어떤 성인의 가르침보다 깊이 가슴에 울립니다. 


저는 어쩌면 평생 이 펜을 쓰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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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결혼하고 맞은 저의 첫 생일. 아내는 제게 선물 봉투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빠듯한 월급 받아서 대출금 갚고, 각종 관리비와 보험료 내고, 아이 기저귀 사고, 제 점심값까지 제하고 나면 정작 아내는 자신을 위해 쓸 돈이 별로 남지 않습니다. 결혼할 때는 평생 호강시켜줄 것처럼 큰소리를 쳤었는데, 막상 시집오자마자 살림이 쪼그라들어서 안그래도 무척 미안해하고 있던 참입니다.


그런 차에 아내는 제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했던 겁니다. 게다가 아내가 내민 봉투 안에는 이른바 '명품' 지갑이 들어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다니던 지갑이 너무 오래 돼서 귀퉁이가 해지고 심지어 구멍까지 뚫린 걸 보고 꼭 사주고 싶었다면서요. 

 



언뜻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브랜드. 평소에 자기 용돈도 잘 못쓰는 아내가 꽤나 오랫동안 돈을 모아 준비한 듯 했습니다. 도저히 받을 면목이 없어서 저는, '너무 고맙지만 당신의 마음만 받겠다. 나는 다른 지갑도 있으니 이건 당신이 쓸 수 있는 다른 걸로 바꿔오자'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갑이 두 개나 더 있었습니다 ^^) 하지만 아내는 절대 안된다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 남편은 이 정도는 충분히 갖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고, 갖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그 말을 듣고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는 내 아내가 자랑하는 것 같은,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 지갑은 내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이 나를 자랑스러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꺼내서 갖고 다니겠다'고 말이죠. 

 

바람 같아서는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는 지갑을 꺼내 쓸 수 있었으면 하는데, 어쩌면 이 지갑 역시 평생 못쓰고 아들 녀석에게 가보로 물려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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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케이스와 지갑을 담은 쇼핑백은 지금도 제 책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가끔씩 책장 문을 열어 바라볼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어머님과 아내가 제게 거는 기대를 읽는 듯 해서 가슴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이 제게 거는 기대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제 자신에게 거는 기대이자 뜨거운 다짐이 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는 '성공하는 것', '잘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요즘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내가 잘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힘이 들어도 좀 더 힘내자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하지요. ('잘한다'는 일을 잘한다는 의미 뿐 아니라, 그야말로 내 자신과 사람들에게 잘 하는 것을 뜻합니다.)

 

 

예전에는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 자신의 의지와 목적 의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외에도 다른, 더 큰 동인(動因)이 있다는 느낌을 갖는데 그것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입니다. 맞는 걸까요? 맞다면 조금씩 철이 드는 걸까요?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0. 7. 29. 20:45

며칠 전 트위터를 보다가 갑자기 눈에 띄는 구절들이 있어 옮겨봤습니다.
 

김진영님 (@jykim_Korea)
사람이 올 때보다 떠날 때 후한 대접을 해줘 성공을 했다는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회사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회사의 적이 되어 떠나는 사람은 언젠가는 꼭 비수를 품은 자객이 되어 찾아온다는 것이다.
 

신수정님 (@shinsoojung)
동감. 퇴사하는 사람이 떠나도 Virtual직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함.

많은 분들의 응답을 보니 '퇴사'하면서 전 직장과 원수된 직원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상사들은 마음을 넓히자. 막아도 갈 사람이라면 잠시 사랑에 눈멀어 시집가는 딸이라 생각하면 될것을 왜 날 배신한 브르투스로 생각하는지..


이 글들이 난데없이 눈에 띈 이유는, 데리고 있던 신입사원이 얼마전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벤처 회사에서 사람 들고 나는거야 일상다반사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가는 과정에서 그 친구가 보여준 파격과 비상식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경악시켰던 터라, 위 글들이 잠깐 눈에 걸렸는데요, 생각해 볼 수록 맞는 말들입니다.

 

6개월 전 아무 것도 모르던 친구를 뽑아 첫 두 달 동안은 교육만 시키고, 업무상 필요에 따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쓰는 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름 이런 쪽에 관심이 있던 친구라 한 번 가르치고 나니 일취월장 하더군요. 급기야 트위터에서 무슨무슨 당(黨)을 혼자 만들더니 거기서 '당주'를 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더군요. (그 친구 덕분에 근무시간 트위터 사용 금지 사규를 만들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업무를 위한 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보다 훨씬 중요한 올바른 인간 관계를 가르치는 데는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같은 스타트업에게 그런 인성 교육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던져 놓고, 한밤중에 몰래 회사에 들어와 자기 짐을 싸가고 그동안 업무를 위해 작성했던 자료를 모두 지우고 나가는 바람에, 그 친구가 담당하던 업무의 인수인계는 고사하고 업무의 연속성마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친구가 신입 사원이었던 터라 대부분의 업무가 단순 작업이었기 때문에 퇴사로 인한 업무 지장은 별로 없다는 점이죠.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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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퇴사한 저희 신입 사원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지만, 이 글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래 부분입니다.^^
 

일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일 잘하는 사람이 공부 못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얼마나 성실하고 얼마나 집중할 줄 아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맥상통하는 거겠죠. 이런 '성실'과 '집중력'은 개인의 '능력'보다 성공을 불러오는 데 훨씬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함과 집중력은 대상에 대한 애정과 의지로부터 비롯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만일 능력이나 경험, 지식이 부족해서 일을 잘 못한다면 주변에서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노력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일에 대한 애정도 의지도 없어 성실하지도, 집중하지도 않는다면, 만일 그 사람이 동료로서의 기본 태도를 갖추지 못했고, 예의가 없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도와주기는 커녕 배척하기 십상이죠.
 

어쩌면 이런 기본 태도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조직을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정리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일을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말은 이번에 그만 둔 그 신입사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
 

회사 생활에서의 가장 중요한 예의는 아마도 내 일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면 회사 생활이 잘 풀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 좀 못해도 사람들이 너도나도 도와주겠다고 달려들 것이고, 도움을 받았음에도 일이 안된다 해도 아무도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일은 끊임없이 밀려들테고, 동료와 상사, 부하 직원들은 끊임없이 여러분을 찾을 겁니다, 그것이 일 때문이든 일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든. 여러분의 부재는 아쉬움을 부를 것이고, 여러분의 작은 호의와 관심에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와 할 겁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가능해집니다. 내가 남들보다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생각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설사 나의 성격이 남들보다 좀 더 까칠하거나 내가 아주 친절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당혹은 나의 외모가 평균에 못미치는 편이라도 사람들은 동료로서 인정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일과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사람들이 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여담: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둔지 갓 일 년 넘었을 뿐이고, 그만둘 당시 여러 주변 분들의 뜻을 거스르며 나름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던 터라 다른 사람이 퇴사하는 걸 바라보며 그에 대해 소회를 털어놓는다는게 조금은 우스웠습니다. ^^
 

아무래도 나간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이 해놓은 일보다 그 사람에게 해준 일들 (예를 들면 교육, 월급, 같이 나눈 이야기 등 ^^)이 먼저 생각나게 마련이죠. 따라서 섭섭함과 때로는 배신감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을 배신자 혹은 악당으로 몰아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는 우선, 이성적 판단보다 당시에 느껴지는 감정이 앞서 올바른 평가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고,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과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회사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인 퇴사자들입니다. 내가 이 곳을 떠날 때 이렇게 나쁜 이야기를 듣겠구나 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위험한 셈이죠. (단, 퇴사자가 정말 모든 사람이 100% 동의할만큼 정말 극한의 배신자였다면.. 어느 정도 험담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
 

또, 그 퇴사자가 평생 바깥에만 있을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언제든 재입사할 수도 있고 바깥에서 배워온 지식 (혹은 예의) 으로 예전과는 훨씬 발전된 동료가 될 수도 있는데, 배신자로 낙인을 찍으면 이런 가능성을 모두 없애 버리는 셈인거죠. ^^
 

아무쪼록, 지금은 인연이 안되어 떠난 그 친구가, 바깥에서 좋은 모습으로 변해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