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s2010. 7. 29. 20:45

며칠 전 트위터를 보다가 갑자기 눈에 띄는 구절들이 있어 옮겨봤습니다.
 

김진영님 (@jykim_Korea)
사람이 올 때보다 떠날 때 후한 대접을 해줘 성공을 했다는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회사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회사의 적이 되어 떠나는 사람은 언젠가는 꼭 비수를 품은 자객이 되어 찾아온다는 것이다.
 

신수정님 (@shinsoojung)
동감. 퇴사하는 사람이 떠나도 Virtual직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함.

많은 분들의 응답을 보니 '퇴사'하면서 전 직장과 원수된 직원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상사들은 마음을 넓히자. 막아도 갈 사람이라면 잠시 사랑에 눈멀어 시집가는 딸이라 생각하면 될것을 왜 날 배신한 브르투스로 생각하는지..


이 글들이 난데없이 눈에 띈 이유는, 데리고 있던 신입사원이 얼마전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벤처 회사에서 사람 들고 나는거야 일상다반사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가는 과정에서 그 친구가 보여준 파격과 비상식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경악시켰던 터라, 위 글들이 잠깐 눈에 걸렸는데요, 생각해 볼 수록 맞는 말들입니다.

 

6개월 전 아무 것도 모르던 친구를 뽑아 첫 두 달 동안은 교육만 시키고, 업무상 필요에 따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쓰는 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름 이런 쪽에 관심이 있던 친구라 한 번 가르치고 나니 일취월장 하더군요. 급기야 트위터에서 무슨무슨 당(黨)을 혼자 만들더니 거기서 '당주'를 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더군요. (그 친구 덕분에 근무시간 트위터 사용 금지 사규를 만들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업무를 위한 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보다 훨씬 중요한 올바른 인간 관계를 가르치는 데는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같은 스타트업에게 그런 인성 교육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던져 놓고, 한밤중에 몰래 회사에 들어와 자기 짐을 싸가고 그동안 업무를 위해 작성했던 자료를 모두 지우고 나가는 바람에, 그 친구가 담당하던 업무의 인수인계는 고사하고 업무의 연속성마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친구가 신입 사원이었던 터라 대부분의 업무가 단순 작업이었기 때문에 퇴사로 인한 업무 지장은 별로 없다는 점이죠.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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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퇴사한 저희 신입 사원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지만, 이 글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래 부분입니다.^^
 

일 못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걸 본 적이 없고, 일 잘하는 사람이 공부 못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얼마나 성실하고 얼마나 집중할 줄 아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맥상통하는 거겠죠. 이런 '성실'과 '집중력'은 개인의 '능력'보다 성공을 불러오는 데 훨씬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실함과 집중력은 대상에 대한 애정과 의지로부터 비롯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만일 능력이나 경험, 지식이 부족해서 일을 잘 못한다면 주변에서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노력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일에 대한 애정도 의지도 없어 성실하지도, 집중하지도 않는다면, 만일 그 사람이 동료로서의 기본 태도를 갖추지 못했고, 예의가 없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도와주기는 커녕 배척하기 십상이죠.
 

어쩌면 이런 기본 태도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조직을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정리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일을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말은 이번에 그만 둔 그 신입사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
 

회사 생활에서의 가장 중요한 예의는 아마도 내 일에 대한 애정을 갖는 것,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이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면 회사 생활이 잘 풀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 좀 못해도 사람들이 너도나도 도와주겠다고 달려들 것이고, 도움을 받았음에도 일이 안된다 해도 아무도 여러분을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일은 끊임없이 밀려들테고, 동료와 상사, 부하 직원들은 끊임없이 여러분을 찾을 겁니다, 그것이 일 때문이든 일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든. 여러분의 부재는 아쉬움을 부를 것이고, 여러분의 작은 호의와 관심에 사람들은 진심으로 고마와 할 겁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모두 인정함으로써 가능해집니다. 내가 남들보다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생각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가져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설사 나의 성격이 남들보다 좀 더 까칠하거나 내가 아주 친절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당혹은 나의 외모가 평균에 못미치는 편이라도 사람들은 동료로서 인정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일과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사람들이 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여담:

저도 전 직장을 그만둔지 갓 일 년 넘었을 뿐이고, 그만둘 당시 여러 주변 분들의 뜻을 거스르며 나름 상당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던 터라 다른 사람이 퇴사하는 걸 바라보며 그에 대해 소회를 털어놓는다는게 조금은 우스웠습니다. ^^
 

아무래도 나간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이 해놓은 일보다 그 사람에게 해준 일들 (예를 들면 교육, 월급, 같이 나눈 이야기 등 ^^)이 먼저 생각나게 마련이죠. 따라서 섭섭함과 때로는 배신감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을 배신자 혹은 악당으로 몰아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는 우선, 이성적 판단보다 당시에 느껴지는 감정이 앞서 올바른 평가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고, 남아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과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회사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인 퇴사자들입니다. 내가 이 곳을 떠날 때 이렇게 나쁜 이야기를 듣겠구나 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위험한 셈이죠. (단, 퇴사자가 정말 모든 사람이 100% 동의할만큼 정말 극한의 배신자였다면.. 어느 정도 험담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
 

또, 그 퇴사자가 평생 바깥에만 있을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언제든 재입사할 수도 있고 바깥에서 배워온 지식 (혹은 예의) 으로 예전과는 훨씬 발전된 동료가 될 수도 있는데, 배신자로 낙인을 찍으면 이런 가능성을 모두 없애 버리는 셈인거죠. ^^
 

아무쪼록, 지금은 인연이 안되어 떠난 그 친구가, 바깥에서 좋은 모습으로 변해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