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포스트에서 다루고 있는 삼성생명 캠페인의 이야기는 캠페인 기획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만들어 낸 100% 허구이며, 삼성생명의 실제 의도 혹은 이 캠페인이 실제 개발된 과정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1.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기

    - 주어진 사실에 도전하기
    - 질문과 대답의 반복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2. 가치를 구체화하기
    - 전달이 아닌 공감 창출하기

3. 주어진 목적 재해석하기

4. 구체화와 시각화, 전략과 아이디어 나누기



마케팅 캠페인의 기획은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과정의 기획이며, 이는 위의 4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고 지난번 포스트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나머지 이야기입니다.




2. 가치를 구체화하기 - 전달이 아닌 공감 만들기 (Make it shared not told)


죽지 말라는 메시지는 숭고하지만 자칫 공익광고가 되기 십상인 주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2.4분에 한 명씩 목숨을 끊는 대한민국.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힘내세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이런 식이 돼버리는 거죠.


이건 옛날 방식입니다. 지금은 죽으려는 사람을 하나씩 찾아가야 하는 세상입니다. 타겟에게 일일이 직접 말을 걸어도 들어줄까 말까한 세상이지요. 



그렇다면, 죽으려는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목숨을 끊는 곳은 어디일까요? 한강 다리, 유명한 절벽, 펜션? (죽는 장소) 
수면제 파는 약국, 연탄 가게. (죽는 방법)
혹은 자살 사이트, 자살 카페를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타겟(?)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곳들에 삼성생명의 메시지를 써붙이면 될까요? 

‘2.4분에 한 명씩 목숨을 끊는 대한민국.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힘내세요. 살아주세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삼성생명.’ 


이렇게 표지판에 쓰면 될까요? 한강 다리에, 절벽에, 펜션에, 약국 앞에, 혹은 자살 카페에?  



나쁘진 않지만, ‘따뜻한 느낌’보다는 ‘절박한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우리의 캠페인은 자살 방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는 따뜻한 감성이 전달되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이런 캠페인은 어딘가에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 어느 자살 명소에 어떤 표지판을 붙였더니 자살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탄 가게나 약국에 붙이는 건 말이 아예 안됩니다. 죽으러 가는 사람보다 살기 위해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장소니까요. 수면제 박스에 메시지를 인쇄해서 붙이는 것도, (불법인) 자살 카페를 찾아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도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위에서 나온 이야기들 모두 ‘머리’에 가까운 생각들입니다. 표지판을 세우고, 상담 전화를 설치하고, ‘생명은 소중하다’는 광고를 보여주고.. 이는 죽지 않으려는 보통 사람들이 죽으려는 사람들에게 ‘죽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버릴까요? 

자신의 목숨이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닐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로, 소중한 목숨을 버림으로써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너무 힘드니까. 붙잡을 끈이 다 떨어져서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정신 자세로 공부를 하면 서울대를 왜 못가겠느냐', '죽을 각오로 일하면 빚을 왜 못갚겠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칠 겁니다. 하지만 죽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그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죽지 말라는 이야기를 못들어서 죽는게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죽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용기를 내서 죽음의 공간에 선 사람들입니다. 

뒤돌아볼 곳 없이 마지막 순간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을 논리나 감성에 호소하는 짧은 글로 돌린다는 발상 자체가 어쩌면 너무 ‘차가운’ 것은 아닐까요?


 

이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이나, 혹은 본인 자신일 겁니다.

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마음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을 잘 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살 예방 상담전화 대화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도를 아시냐’고 묻는 사람들을 떠올려 봐도, ‘도를 아느냐’고 바로 묻는 아마추어는 없습니다. 기가 좋아보인다거나, 질문이 있다거나, 그 전에 눈을 맞춘다거나 하는 식의 단계가 있지요.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하는 겁니다. 도를 파는 사람들도 그만큼은 노력하는데, 마케터라면 그 이상은 해야 합니다. 조금씩 말을 걸고, 조금씩 우리와,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그날 죽으려는 사람도 아침엔 어디에선가 일어났을 겁니다.

어쩌면 아침을 먹었을지도 모르죠. 하루종일 마음을 다잡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다가, 그리고 자기가 생각했던 ‘장소’로 갈 겁니다.


마지막 길이죠. 

혼자일 겁니다. 

혹시라도 걸어서 간다면 이런저런 생각, 정말로 ‘마지막 생각’을 하겠지요.


이들이 걸으면서 하는 생각은 모두 다르겠지만, 이들을 말리고 싶다면, 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해야 할 주제는 아마도 ‘따뜻한 일상’과 ‘말 들어주는 친구’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 길을 '따라가며' 말을 건네야 합니다.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일상과 따뜻한 친구를 떠올리게 해야 합니다. 

그 길은 어디일까요? 바로 ‘다리’가 되는 것입니다.



도심 속에 있지만 한강의 다리는 가장 사람이 없는 곳입니다. 자동차와 물이 흘러갈 뿐 혼자 있게 마련인 장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 다리에는 자살 방지 상담 전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성적인’ 접근입니다. 고민을 듣고 말려줄테니 전화를 걸라는 건데, 효과가 있겠지만 이를 우리(브랜드)가 또 설치할 수도 없고, 우리의 접근과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스스로 말을 걸고 대화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다리 위를 같이 걸으며 말을 건네기로 합니다. 따뜻한 일상과 따뜻한 친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사람들이 다리 위를 걸어갈 때 그 발걸음을 따라가며 조금씩 말을 겁니다. 왜 그래? 전화는 해봤어? 밥은? 

차근차근. 마치 도를 팔듯이.



저는 '생명의 다리'는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 길까지 따라가며 생각하는, 말을 건네주는 삼성생명. 


 

  

  

 

3. 주어진 목적 재해석하기 - Reinterpret and Recreate Given Objective.


캠페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있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앞단계에서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졌듯, 남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됐다 싶을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이렇게도 꼬아보고 저렇게도 상상해보고, 광고주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충분하다 싶어도 또 곱씹어보는 것. 아이디어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처럼, 이 단계는 인내심이 관건입니다. 


캠페인 아이디어, 혹은 캠페인 전략의 대부분은 '캠페인 목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광고주로부터) 뻔하게 주어진 듯한 캠페인의 목표라 해도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혹은 이를 어떻게 재포장하느냐에 따라 캠페인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목적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해지지요. 전략과 아이디어의 대부분이 목적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 없는 자문’과 ‘끊임없는 생각’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4. 구체화와 시각화, 전략과 아이디어 나누기


캠페인 전략의 핵심 산출물(Deliverable)은 제품이나 브랜드, 혹은 캠페인의 ‘가치 포지셔닝’입니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어떤 가치에 공감하게 하느냐 하는 것으로, 제품이나 브랜드의 특장점(Feature) 혹은 혜택(Benefit)을 포지셔닝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전략과 아이디어를 포괄하는 캠페인 기획 단계의 산출물은 이 '가치'를 효과적으로 메시지화 하고, 구체화(materialize), 시각화(visualize) 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다리를 예로 들면 ‘죽지 말라’는 메시지 도출까지가 전략, ‘다리’를 떠올리는 것 까지는 전략과 아이디어의 공존, 다리에 어떤 메시지를 넣을 것인가는 제작팀의 몫이 되는 셈입니다.


즉, 다시 말하면 캠페인의 '전략'이란 조각조각의 뼈로 이야기의 뼈대를 만드는 것, 주어진 목표를 재해석하여 메시지화 하는 것이며,
'아이디어'는 주어진 뼈대에 살과 이야기를 붙이는 것, 혹은 (위와 같은) 전략의 수립 과정을 풍성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aterialize와 Visualize가 주요 활동이 되는 셈이죠. 





소비자의 참여를 제고하거나 인터랙티비티를 높이거나, 혹은 사용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사실은 방법론에 불과합니다. 위에서 수립된 캠페인의 전략과 아이디어를 전파하기 위한 도구인 셈입니다. 

소비자의 참여를 쉽게 하거나 Engagement Rate을 높이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공감시키고자 하는 '가치'가 캠페인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이런 상태에서의 참여는 공허할 따름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Gold Circle' 이야기로 유명세를 탄 Simon Sinek에 대한 기사가 났네요. ("삼성전자가 애플 이기려면…Why로 고객 사로잡아라")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 것과 그 제품을 사랑하고 계속 빠지게 된다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고, '소비자가 제품만을 평가하고 그 제품의 존재 이유를 모른다면 브랜드와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가치'의 중요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글에서 말씀드린 캠페인 기획 단계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사고, (주어진) 목적의 재해석을 통한 캠페인 가치의 재정립과 공감대 형성이 가장 핵심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Posted by ecarus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의 개발이 항상 화두가 됩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아이디어, 동시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아이디어를 항상 찾게 마련인데, 오늘은 그보다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좋은 마케팅 캠페인’은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캠페인이라 믿습니다. 더 저렴하거나 가격대성능비가 좋거나 AS가 편리하다는 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캠페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소비자가 공감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구매와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가정 하에, 캠페인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개발되어야 하는지를 ‘삼성생명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예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다만, 아래의 예시는 100% 저의 창작 예시이며, 삼성생명의 실제 의도 혹은 이 캠페인이 실제 개발된 과정과는 전혀 무관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비록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지만 저는 이 캠페인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캠페인에 관여한 분들과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아래와 같은 4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기
    - 주어진 사실에 도전하기
    - 질문과 대답의 반복으로 '가치'를 이끌어내기

2. 가치를 구체화하기
    - 전달이 아닌 공감 만들기

3. 주어진 목적 재해석하기

4. 구체화와 시각화, 전략과 아이디어 나누기





1. 짜여진 틀(프레임)에서 벗어나기


광고주(삼성생명)가 전달한 브리프(Brief)가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브리프에는 별달리 재미있는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브리프는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목표에 대한 ‘사실(Fact)’을 위주로 구성되며, 간혹 광고주의 담당팀에서 추가한 ‘거룩하지만 모호한’ 이야기가 들어있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명보험 시장은 레드오션 시장으로 자극적 메시지가 넘쳐난다. 
삼성생명은 고객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객과 고객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는 자세,
즉 고객을 사랑한다는 ‘고객 제일주의’의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격을 앞세우거나, 자극적인 공포 소구를 활용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삼성생명은 역사와 전통, 브랜드에서 오는 안정감을 차별화 포인트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위 브리프 내용 역시 100% 저의 상상입니다.)





이 브리프를 바탕으로 광고대행사는 회의를 합니다. ‘보험’, ‘고객 제일주의’, ‘사랑’, ‘안정감’, ‘전통’,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러나, 브리프에서 주어진 키워드에 빠지면 광고주의 프레임 안에 갇히는 꼴이 됩니다. 광고주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광고주가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수준의 이야기들은 아마 광고주 내부에서도 이미 거론되었던 수준의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전략을 기획하는 대행사가 해야 할 일 첫번째는 
‘광고주의 목적을 숙지하되, 광고주가 쳐놓은 프레임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사실에 도전하기"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은 익숙치도 않고 쉽지도 않습니다. 프레임을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광고주가 던져준 프레임, 즉 브리프 내에 있는 수많은 사실 및 지시에 대해 ‘왜 그런지?’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 물음으로써 광고주가 던져준 프레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1) ‘고객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 고객 및 고객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  

        - 왜 고객의 삶이 광고주에게 소중한가? 왜 소중해야 하는가?
        - 고객이 수익원이기 때문이라는 단편적인 답 말고
          브랜드가 무엇을 왜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필요.


2) ‘고객 사랑’

        - 왜 고객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되는가?


3) 고객 제일주의

        - 왜 고객이 최우선이어야 되는가? (고객이 우선인가, 고객의 가족이 우선인가?)


4) 역사와 전통,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

        - 안정감이 왜 중요한가? 소비자는 안정감으로 보험에 가입하는지, 혹은 다른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지?
          사람들은 왜 보험에 들며, 어떤 기준으로 보험을 드는지?



위 질문들은 얼핏 보면 이런 뻔한 질문을 왜 던지나 싶을 정도로 당연한 질문들입니다. 특히 ‘고객의 삶이 왜 소중한가? 고객이 왜 중요한가?’ 와 같은 질문은 모든 브랜드, 모든 캠페인에 나오는 질문이지만, 브랜드와 프로젝트마다 답은 조금씩 달라야 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내용들을 남들보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습니다.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여 캠페인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깊이 생각하는 첫번째 방법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답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까지 계속.

여기에서는 위에서 던진 질문들을 예로 들어 전개 과정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고객을 왜 사랑해야 되는가? 고객의 삶을 왜, 어떻게 책임져야 되는가?
왜 고객이 최우선이며, 그들의 삶이 왜 우리에게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는 광고주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위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고 물으면 여러가지 답들이 나오게 되고, 그 답들은 아래와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고객의 삶, ‘당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이 수익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이 삼성생명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생명은 여러분의 삶을 Care합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삼성생명은 여러분의 옆에 있습니다.
        (생일, 졸업, 취업, 결혼기념일, 출산 등 삶의 기쁜 순간들은 물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은 소중합니다.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러니 포기하지 마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든


    죽지 마십시오. (살아남아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고객 제일주의’, ‘사랑’, ‘안정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광범위한 브리프와 모호한 캠페인 목표가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목표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고 싶다, 죽지 말아라. 

그리고 이 내용은 캠페인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생명보험은 위협소구를 기본으로 하는 제품군입니다. 불시에 닥치는 불행(사망, 퇴직 등)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살펴준다는 내용이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에 깔려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도출한 메시지는 이러한 일반적인 접근과 크게 다릅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죽지 마세요. 






이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해서 ‘캠페인’으로 만들 것인지가 남아있는데요, 

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다루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연초에 강남역을 지나다가 미디어폴(뭔지 아시죠?)에 코카콜라 조형물이 붙어있는 걸 보고 아래와 같은 짤막한 트윗을 한 줄 올렸더랬습니다.
 

강남역 '미디어폴'을 이용한 옥외광고. 이건 미디어폴이나 코카콜라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는 광고일 듯. 좀더 크리에이티브해 질 수는 없는걸까요? http://post.ly/1Qdy3


이 글은 자동으로 제 페이스북에 올라갔죠. 그리곤 얼마 전 관련 광고대행사분들이 페이스북에 있는 제 글을 보고 언짢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작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제가 감히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논했기 때문일까요? ^^
 

우선 크리에이티브는, 특히 요즘 같은 마케팅 환경에서의 크리에이티브는 제작팀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전제를 깔고 말씀을 드린다면,
 

옥외 미디어를 포함한 요즘의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는 단순히 해당 공간에 브랜드나 메시지를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공간과 메시지가 헛돌지 않고, 소비자들이 해당 광고물을 보고+빠져들고+소비하며+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Ambient Media라는 말이 나오게 된거죠.)
 

그리고 이처럼 이야기를 심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무엇'을 심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강남역이라는 공간과 미디어폴이라는 소재는 적어도 지금까지 나름의 역할을 잘 해오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곳에 코카콜라를 붙여놓은 것은 그런 면에서는 패착입니다.
 

미디어폴을 위시하여 전용차로 버스정류장에 크리스마스 시즌 코카콜라 광고물을 붙여놓은 것은 이야기가 아닌 브랜드 상징물에 불과했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강남역+미디어폴이 내포한 이야기와 코카콜라+크리스마스 의 이야기는 완전히 상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남역은 크리스마스를 즐기려는 소비자들(타겟)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따라서 그 크리스마스에 더 빠져들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런 광고를 집행했다고 말하겠지만, 이는 단순 노출 마케팅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같은 공간에서 코카콜라 전단지를 수천 장 인도에 붙이거나 온종일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요.
 

크리스마스와 같은 시즌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즌과 관련된, 그러면서도 다른 브랜드들과 차별화 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차라리 그 규모나 발상의 측면에서 '압도'를 하든가, 그 공간에 잘 녹아드는 이야기를 심었어야 합니다. 이도저도 안되면 차라리 (소프트한)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구요.

 

월드컵 개최지였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 광고가 설치된 공간과 브랜드 간의 직접적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엄청난 스케일'로 압도한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미스터클린'이라는 이 세제 광고는 위의 사례와는 정반대로 스케일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횡단보도라는 공간에 잘 녹아든 경우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겠지만.

 


위의 하이네켄이나 아래의 Sharp TV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 경우입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초록색 맥주병을 규모감있게 쌓아두는 것만으로
이야기의 시각화에는 성공한 듯 보입니다. TV를 이용한 트리도 마찬가지구요. (어딘가 백남준 아트가 생각납니다만...)
 


 

그리고, 아래는 강남역의 코카콜라 광고입니다.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도 있고 제가 찍은 것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캠페인에 대한 더 많은 사진과 정보는 여기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네켄이나 샤프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미디어폴 역시 재미있는 활용이 충분히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적어도 강남역을 상징(?)하는, 콘텐츠를 '내뿜을 수 있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캠페인에서 미디어폴은 한낱 전봇대로 전락하고 맙니다. (미디어폴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었는지 저는 모르지만, 미디어폴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행인의 눈에는 그래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미디어폴 담당 광고주였다면 화가 났을 듯.)

 

안타깝게도, 이 캠페인은 강남역이 어떤 공간인지, 어떤 이야기를 녹일 수 있는지, 미디어폴이라는 상징 및 기능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던 캠페인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 선배님 중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코카콜라에게는 크리에이티브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현하는 것이 1순위였을 것이다." (주: 여기서의 압도적인 느낌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내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자뻑'같은 느낌을 일컫습니다.^^)
 

강남역에 새빨간 코카콜라병(그것도 PVC로 보이는 재질의)과 산타클로스 조형물을 붙인다고 해서 그 공간이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채워지는 건 아닙니다. 코카콜라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구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옥외광고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사실입니다. 남들이 이미 한 걸 따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하지만, 그래서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
 
 
추신: 저도 압니다. 까기가 만들기보다는 훨씬 쉽죠.^^ 하지만 평론가가 잘 만들기까지 하면 제작하는 분들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어요? ^^


Posted by ecarus


애플이 선보인 iAd가 새로운 (혹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광고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데, iAd 역시 기존의 '노출형'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답습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iAd가 광고 효과 면에서 기존 온라인, 모바일 광고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해도 이는 결국 Novelty Effect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일 iAd가 2년 후에도 뛰어난 광고 효과를 보인다면 저의 예상이 틀리는 셈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선보인 iAd의 사례나 특성으로 미루어보면 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인터랙티브하고, 소비자 동기를 자극하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지 못한다면 말이죠.

스마트폰, 아이패드, 혹은 어떤 새로운 플랫폼이든 광고 (특히 디스플레이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계획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과대평가 하는건 위험합니다. 뉴미디어에서의 광고가 기존 올드 미디어 대비 타겟팅이 쉽기 때문에 광고의 효과가 수치상으로는 높아지겠지만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잘 받아들이게 할 것인지 계획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과거 배너 광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주 행해했던 리서치가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집어넣어야 광고의 인지율과 클릭률이 높아질 것이냐' 였는데 이 때 주요 요인으로 설명됐던 것이 '흑백보다 컬러 배너', '정적 이미지보다 애니메이션', 'GIF보다 플래시', '여길 클릭하세요 (Click Here)와 같은 Call-to-action 메시지의 삽입' 등이었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위 요인 중 그 무엇도 배너의 클릭률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아주 조금 영향력이 있겠지만 0.01%와 0.02%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e두 배나 차이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주로 포털이나 배너광고에 주력하시는 대행사 쪽으로부터 그런 말씀들을 많이 듣습니다만, 어쨌든 배너광고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곁가지 메시지'입니다. 검색 기법을 결합해도, 타겟팅을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화려한 기법을 써도 소비자가 광고를 인식하는 이 방법은 변하지 않습니다. 광고를 (곁가지가 아닌) 주요 메시지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마케팅의 Guru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지금 새로운 광고를 준비하시는 분이나, 혹은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무엇보다 이 사실에 기초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