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천편일률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남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있는지 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요즘입니다.
- 2008년 10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 (작년 다이어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현재 국내에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공연장은 1,300여개나 있습니다.
이들의 절대 다수는 항상 텅 비어있는 상태이지요. 이를 채울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무슨 문화재단을 만들면, 거의 무조건 '전용 공연장'을 짓고 싶어합니다. 문화재단이 있으면 그 이름을 딴 전용 건물, 즉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다분히 20세기적인, 개발 중심적인 생각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객들이 하드웨어를 보러 오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콘텐츠 개발 혹은 유치 등 소프트한 쪽으로,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의 하드웨어를 빌리더라도, 내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면 되는거죠. 여기서 '내 소프트웨어'란 반드시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루브르 미술관 작품 유치'와 같이 남의 콘텐츠라도 내 것으로 재포지셔닝해서 보여주는 것이 포함됩니다.
제가 만일 제 이름을 딴 문화재단을 만든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할지 생각해보았는데,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정말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려면, 남들이 짜놓은 틀(frame) 바깥에서 생각해야 할텐데, 저 역시 남들과 같은 틀 안에 있으면서 남들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정도만을 추구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Photo by Claire Bear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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