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0. 1. 8. 08:01


Jim Collins와 Jerry Porras가 쓴 'Built to Last'라는 책을 얼마 전에 읽었습니다.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고 우리나라에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와있습니다. 성공한 많은 회사들을 보고 어떤 회사들이 정말 오래가는 회사들인지를 짚어주는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성공하는 회사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성공이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내용은 사업을 할 때 '아이디어을 중심으로 모인 경우'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경우' 더 영속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습니다. 즉,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보자' 혹은 '어떤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기업들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우리 같이 사업해보자, 뭘 만들지/팔지는 시작하고 난 후에 생각해도 돼'라는 식으로 시작한 기업들이 더 크게 성공하고, 더 오래 살아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자가 예로 든 회사들은 Sony, GE, HP, 월트디즈니 등 당대를 대표하는 회사들입니다. 지금은다소 곤경에 처한 곳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큰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죠.)

처음에 들을 때는 황당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아이템으로 시작해서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그 성공을 오래 지속시켜 주는 것은 아이템 자체가 아니라, 바로 함께 사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 공유되어 있는 '정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런 (성공하는) 기업들의 리더는 'charismatic leader'보다는 'architect'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점은 모든 나라와 문화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2010년 현재의 시대 정신과도 어느 정도는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Magic of 'AND'"라는 내용도 들어있는데요, "A OR B" 라는 '둘 중 하나 정신' 혹은 'OR의 함정'에 빠져서는 성공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음양의 법칙이라고 할 때 'yin', 'yang'이라는 단어를 쓰지요. 'Yin OR Yang'처럼 음 혹은 양 (흑 혹은 백) 이라고 하면 둘 중 아무것도 아닌 회색이라는 중간점에 머무는 오류를 쉽게 저지르게 되는데,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Yin AND Yang' 처럼 둘 다 모두 잡는, 둘 다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로부터 이어지는 내용이 바로 일반적인 기업이 흔히 갖고 있는 '이익 혹은 문화'라는 OR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면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익 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익 창출이 다른 모든 것을 경시하는 절대 가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즉 기업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 역시 중요하며, 그 '목적'이 이익이라는 '목표'에 가려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Profit OR Purposes 로 생각하지 말고, Profit AND Purpose로 생각하라는 거죠. 둘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저자는 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이라는 재미있는 표현과 사례를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을 움직이는(drive) 것은 모두가 바라볼 수 있는 원대한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마치 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금세기 안에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한 이후 모든 것이 마술처럼 진행된 것처럼 말입니다. (여기서의 목표는 바로 윗단락에서 말한 이익보다 좀 더 상위의 개념입니다.) 이런 원대한 목표는 조직의 '목적'과 바로 통하는데, 목적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 어떻게 그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냐, 그 방법론이 조직의 문화를 결정하는 요인입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목적은 'Bringing happiness to millions'라고 할 수 있습니다. Sony는 'Bringing untold pleasure through applied technology'라고 할 수 있구요. 이처럼 조직의 목적은 반드시 부나 이익에 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드지니와 Sony 모두 기업이기 때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AND) 이같은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었다는 설명입니다. 

기업이 오랫동안 생존하고,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목적과 문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기업 구성원들에게 희망과 흥미를 주기 위해서도 올바른 문화와 목적은 필수적입니다.

 

요즘, 어떤 비즈니스를 할까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비즈니스를 할까에 대해서도 고민 중입니다. 저희 회사가 아직은 작고 오래되지 않아 명시된 기업 문화가 없긴 하지만, 어떤 목적을 향해 갈 것인가, 회사의 기존 구성원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목적은 무엇일까에 대해 거의 반 년 째 생각 중입니다.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일,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바람인데요, 이 희망을 조직의 '원대한 목적'과 연결시키는 것, 조직 문화는 물론 이익과도 연결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네요. (생각만 하고 있다는게 어쩌면 가장 큰 문제일지도..) 그 바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는게 더 나을 듯 합니다.


아래는 MIT의 Negroponte 교수가 창립한 OLPC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입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OLPC는 'One Laptop Per Child' 즉 한 명의 어린이에게 한 대의 랩탑(노트북 컴퓨터)을 보급하자는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멋진 설명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일단 한 대 씩 주기만 하면 아이들은 사용법을 알아낼 것이고, 제대로 된 교육의 부재라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무모한 생각으로부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전기도 콘텐츠도 없는 상황에서 랩탑만 준다고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지, 100달러 미만으로 어떻게 소프트웨어가 깔린 랩탑을 만들어낼 것인지 등 수많은 난관이 있었죠.


TED follows Nicholas Negroponte to Colombia as he delivers
laptops inside territory once controlled by guerrillas.
His partner? Colombia's Defense Department, who see
One Laptop per Child as an investment in the region.
(And you too can get involved.)


이처럼 무모해보이는 아이디어였지만, 한발씩 한발씩, 조금씩 전진해서 사람들은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는 동영상에서 보시다시피 굉장히 의미있는 결과가 만들어졌죠. (그리고 이 OLPC 프로젝트는 아마 클라우드 환경이 점차 완성되어감에 따라 더욱 효율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제가 추진 중인 사업도 지금 생각에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 사람들에게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줄 수 있는 여지도 있습니다. 그 여지를 더욱 발전시켜서 '우리 회사가 가려는 길은 이런 의미있는 길'이라는 것을 저희 회사의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그 길을 향해 사람들과 열심히 달리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이익 역시 함께 따라오도록 사업을 꾸미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