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ities2009. 6. 29. 02:30

Layar를 통해 본 다양한 가능성 - 디지털 지도와 모바일, SNS를 섞으면?

주로 VR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가 오늘은 조금 다른, AR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Layar라는 모바일 브라우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혹시나 해서 국내 검색을 해봤는데, 벌써 여러 건의 글이 올라와있네요. 저는 정말 부지런한 블로거는 못되는 모양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게 6월중순인데 포스팅은 6월말에 하고있으니 말이죠.)


Layar는 네덜란드의 SPRXmobile이 선보인 모바일 AR 브라우저입니다. 세계 최초라고 하는군요. 6월 중순 스페인에서 열렸던 [모바일 2.0 유럽 컨퍼런스]에서 소개되어 잔잔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습니다. (이 글도 사실은 그래서 그 때쯤 쓰기 시작했었죠.) 간단히 말하자면 Layar는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영상에 추가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브라우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추가 정보'는 모바일 웹을 통해 수집된 지역 정보가 될 수도 있고, 광고주가 미리 제공해 놓은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용으로만 개발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아직 못보신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먼저 보시죠.

동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카메라로 비춰주는 건물의 연락처, 가격과 같은 부동산 정보, 거리등을 표시해줍니다. 물론 AR의 활용을 위해 휴대폰의 전자 나침반과 GPS도 충분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에서 보실 수 있듯, Layar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통해 휴대전화의 화면을 그냥 보고 있거나, 뭔가를 찍고 있거나, 뭔가를 검색하고 있을 때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정보를 덧입혀 (overlay로) 보여줍니다. 카메라에 비치는 건물의 부동산 정보 (가격과 연락처 등) 가 보여질 수도 있고, 새로 생긴 상점에 대한 정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GPS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현재 위치하고 있는 도시/마을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뜨게 할 수도 있고, 해당 지역에 대한 뉴스, 날씨, 교통정보 등도 휴대전화를 켜자마자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Google Local Search 기능과 통합이 되므로, 사용자는 Layar를 통해 해당 지역의 비즈니스(예: 식당)를 검색하고, 바로 통화로 연결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래는 개발자의 인터뷰 동영상입니다.

저는 사실 Layar가 진정한 AR인지에 대해서는 그닥 확신이 없습니다. 카메라에 비춰지는 영상에 추가 정보를 덧입힌다는 면에서는 AR의 정통 정의에 부합하지만, 제게는 뭔가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러나 이는 AR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100% 확실치 않은 상황이니, 이 부분을 더 따지는건 의미가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Layar를 활용하는 더 다양한 응용 방안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게는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GPS와 SNS와 연계시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Layar는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영상에 추가 정보를 덧입히는겁니다. 추가 정보는 광고주나 지역 브랜드가 이미 제공해둔 정보가 될 수도 있고 (예: 지역의 부동산 정보), 모바일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 진행을 통한 현재의 가격 정보)

하지만 이런 '추가 정보'가 굳이 건물과 같은 지역에 한정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추가 정보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혹은 많은 사람들이) GPS +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면, 휴대전화는 더이상 전화기 뿐만이 아니라 일종의 신분증(ID) 역할까지 하게 될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로 소액결제하고, 휴대전화로 모바일뱅킹을 하고있는걸 생각해보세요.) 물론 개인정보의 공개에 대한 사전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앞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이름이나 Twitter ID, Twitter나 Facebook 등에 조금 전에 올린 콘텐츠가 보여질 수도 있는겁니다.

재미있지만, 동시에 오싹하지 않나요?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옷을 입고 있다 뿐이지 나에 대한 모든 내용이 상대방에게 발가벗겨지듯 보여지는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휴대전화 매장 층을 지나가고 있는데 처음보는 용팔님들이 내 이름을 외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지역이든 사람이든 어쨌든 최대한의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Layar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우수한 브라우저가 나와도 그를 통해 보여지는게 없으면 무용지물이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역에 대한 정보는 광고주가 미리 넣어둘 수도 있지만, 사용자들이 이 내용을 자발적으로 축적할 수도 있습니다. Google Maps에 사람들이 알아서 동네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Placepop이 등장했습니다. Google Maps 등이 단순히 위치와 위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만 그치고 있다면, Placepop은 지도서비스에 SNS 개념을 좀 더 잘 버무려 놓은듯한 모양새입니다.

"Build a list of places you go to see who else goes there, and discover new places near you" 라고 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즐겨 가는 (혹은 좋아하는) 장소를 명시해 두면 거기를 가는 또다른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그 사람들로부터 그 근처에 갈만한 곳이 또 어디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Google Maps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방대한 지역 관련 데이터가 쌓이는 데에는 Placepop이 더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Placepop은 아직 출시된지 얼마 안돼서인지 데이터가 거의 쌓여있지 않은 편입니다.)

이렇게 지역 데이터가 쌓이고, 블루투스를 통해 개인 정보가 공유되고, GPS를 통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정보와 위치가 나타나고, Layar 브라우저가 이 모든 데이터를 휴대전화 화면에 비춰준다면... 얼마전 문제가 됐던 중국산 가짜 투시안경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의 기능이 되겠군요. 물론, 파생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도 굉장히 많아 보이구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