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열정을 가져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정을 흔히 활활 타오르는 '정열'로 해석하는 듯 합니다. 그 대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내고 말겠다는 불꽃같은, 때로는 낭만적인 애정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저는 진정한 열정의 의미는 타오르는 불꽃보다 은근한 불씨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의 대상에 온 몸을 바쳐 화르륵 타버리는 강렬한 불꽃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 말입니다.
사실 열정을 뜻하는 'Passion'의 영어의 어원은 '견디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ati'입니다. '인내'를 뜻하는 'Patience'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지요. Passion은 열정이라는 뜻 외에도 '고난'이라는 뜻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대문자로 쓰면 최후의 만찬과 죽음 사이에 예수님이 겪은 고난을 가리키는 단어가 됩니다.이처럼 열정의 본 모습은 이처럼 '꺼지지 않고 참아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은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일이 아니라 남들이 잘 몰라주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일, 화려해 보이는 일, 첫눈에 보기에 구미가 당기고 재미있어 보이는 일, 성공이 눈에 보이거나 안전해 보이는 일을 하는 데에는 굳이 열정이 없어도 됩니다. 사실, 그런 일을 하는 데 느껴지는 감정은 열정이 아니라 사실은 '흥분'에 가깝습니다. 앞서 말한 '정열'에 가까운 감정이죠.
반면 화려는 커녕 어쩌면 위험해 보이지만,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해보고 싶은 대상에 도전할 때 열정이 필요합니다. 고난이 예상되지만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열정입니다. 도전하는 대상과 내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지식,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믿고 내 자신을 믿고 헤쳐가는 믿음이 열정이며, 대상에 대해 느끼는 흥분 상태(state)가 아니라 대상을 실현해가는 과정(process)이자 동시에 어려움을 견디는 끈기가 열정입니다.
이처럼 열정은 대상에 대한 지식과 용기, 믿음, 끈기가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정성'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이를 실현하는 모든 과정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정성으로 대하게 마련이죠.
옛날 이야기나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산넘고 물건너 무술을 배우러 온 제자에게 주정뱅이 도사는 물긷기 3년, 밥짓기 3년, 빨래 3년 등 잡일만 시키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대부분의 제자들은 못참고 중간에 도망치지만 주인공은 묵묵히 견뎌내다가 진정한 고수가 되어 하산합니다. (어쩌면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들의 원조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무술을 배우겠다는 제자에게 십 년 씩 허드렛일을 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도사에게 깊은 뜻이 있음을 믿는지 시험해보기 위함이겠죠. 하지만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남들 눈에 허드렛일일망정 그 일을 정성껏 해내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할 때에도 정성을 다해 임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허드렛일이라고 혼자 판단하고 대충 하는 사람은 나중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지레 판단으로 대충 처리하거나 도망치게 마련이니까요.
이처럼 열정은 믿음이자 용기이며, 끈기있는 정성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이런 열정을 갖고 있다면 실패할래야 할 수가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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