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 4. 10. 09:11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소문이 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지난 일 년 동안 바깥에 대고 하는 말이 천 건 쯤 되고,
그 중 백 건 쯤은 거짓말로 판명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 백 건 중 열 건 정도는 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고 항변합니다.
어쨌든 구십 건은 거짓말이었던 셈이지만, 소년은 그 열 건에 대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소년이 하는 말에 대해 사람들이 소년에게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면
소년은 스스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열 건을 집어내고, 각종 증빙자료를 보여주며
'나는 거짓말장이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열 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여기저기에 뿌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가족, 친구들을 불러모아 시장에 나가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동네 사랑방에 찾아가 설명도 하고, 힘 좀 쓰는 이웃 형들에게 말 좀 전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때로는 마을의 높으신 분들을 만나 '나는 거짓말장이가 아닌데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훌쩍이기도 합니다.
 
그렇게해서 소년이 거짓말장이라는 오명이 벗겨질까요?
사람들은 여전히 나머지 구십 건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나머지 구백 구십 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 때 누군가 이야기합니다.
 
    "거짓말장이라는 누명을 정말로 벗고 싶다면 먼저 진실을 말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고작 열 건에 대한 진실을 알리려고 애쓰지 말고,
     친구와 가족에게도 전단지는 그만 돌리라고 하시고,
     어떤 경우에도 진실을 말한다는 신뢰를 먼저 얻으셔야 해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그동안 쌓아온 업보라 생각하시고,
     스스로 말하는 진실을 사람들이 알아줄 때 까지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세요."
 
곰곰이 듣던 소년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정말 거짓말장이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요?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까요?
 그리고,
 그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사례가 있다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그런게 있나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