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SNS들도 마찬가지지만, Twitter 역시 그 인기에 비해서는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SuperChirp와 같은 Tweeter를 이용한 유료 서비스들도 있긴 하지만 성공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있지요.
Twitter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은 과거 Facebook과 MySpace가 등장했을 때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각자 나름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했고, 사용자들은 그 서비스들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호응했지요.
그러나 이 세 서비스의 안타까운 공통점은 '아직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MySpace의 경우 다른 두 서비스보다 좀 더 entertainment에 가까운 길을 걸으면서 수익성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자세한 내용은 제가 예전에 올린 Virtual Reality: Utility vs. Entertainment를 참고하십시오.) 모두들 '탄탄한 비즈니스모델의 부재'를 이유로 들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역시 구독(subscription)과 광고 외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은 너무 일반적인 BM이라, Twitter도 당연히 고려했던 모델이겠죠. (주광고 모델에는 Facebook에서처럼 사용자 개개인이 광고 채널이 되는 모델도 포함됩니다. 참고: Facebook unveils ad strategy - Users become marketers)
SNS는 구독과 광고 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입니다. 좀 옛날 이야기같지만 구글의 예를 간단히 들어볼까요? 구글이 구축한 것은 단순한 검색 엔진이나 검색 서비스가 아닙니다.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가 의미하는 바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이를 이용해서 Database of Intent, 즉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의도를 데이터베이스화 했습니다. 성능 좋은 검색 알고리듬은 사실 그 다음의 이야기죠. 이렇게 사람들의 '의도(intent)'를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지자 Sergei와 Larry는 그를 monetize할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이 지금의 AdSense나 AdWords로 구체화 된 것입니다.
1. "지향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반해 Twitter는 물론 Facebook도 그들이 '무엇을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사용자들을 연결하거나, 그들이 끄적이는 일상사 혹은 그러모아진 콘텐츠를 누구든지와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습니다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터넷 사용에 있어 어떤 시사점을 갖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분명 충분치 않습니다. (바로 앞 포스트에서 보여드렸던 Twitterverse와 같은 그림이나 향후 전망은 오히려 일반 사용자들의 생각입니다.)
사용자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것은, 가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닷컴 열풍이 불던 90년대 말 '트래픽 지상주의'가 휘몰아치던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Twitter나 Facebook의 전략 담당자들은 여전히 그 모델에 미련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 서비스 모두 자신이 속한 부문에서는 절대적 우월성을 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그 지위를 이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는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이니까요.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이 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2. "DECENTRALIZATION"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글이 자신의 정체성(?)을 Database of Intent에서 찾았다면 SNS의 나아갈 길은 탈집중화, 즉 'decentralization'에 있다고 봅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구글과 SNS의 태생적 차이를 좀더 짚어봐야 합니다.
우선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구글의 성격은 '누군가가 만들어둔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조직화한 것'인데 비해, SNS 서비스의 성격은 (1) 사용자 자신의 UGC를 모아두는 플랫폼이거나, (2) 누군가 만들어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구글에서의 콘텐츠는 사용자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한 기반이자 직접 활용 대상이 되는 것이고, SNS에서의 콘텐츠는 사용자의 직접적 목적 달성보다 (콘텐츠를 활용하여) 타인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간접적 소비재의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는 사용자 측면에서 살펴보죠. 구글의 사용자는 철저히 개인적인 사용자입니다. 사람들이 이미 올려놓은 콘텐츠에서 정보를 검색하고는 있으나 검색하는 주체도, 검색행위 자체도 '개인 내부적인 활동'입니다. 반면 SNS에서의 사용자 활동은 반드시 타인의 시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타인의 반응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즉, '그룹 인터랙션 활동'인 셈이죠.
위와 같이 SNS를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콘텐츠를 매개로 하여 타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그룹 인터랙션 활동'으로 규정할 경우 SNS가 나아가야 할 길은 좀 더 명확해 집니다. 뭔가 그럴듯한 키워드를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답은 웹 2.0입니다. 웹 2.0의 정신을 얼마나 잘 구현할 것인가. 어떻게 탈집중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서 잠깐 컴퓨터의 발전사를 살펴볼까요? ENIAC같은 기계식 대형 컴퓨터는 Wang, DEC 등이 소개한 미니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여전히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을 써야 했던, hierarchical, proprietary 비즈니스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죠. 그러나 컴퓨터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장벽을 허물고 제3자들 -- Microsoft, Oracle, Dell 등 -- 에 문호를 개방했을 때 이루어졌습니다. Hierarchy와 monopoly를 포기하고 decentralization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운거죠.
인터넷의 발전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RPANET으로 시작한 인터넷은 초창기에는 '네트워크를 통한 네트워크의 연결'을 지향하여 항상적 연결 (connectivity) 을 추구한 하드웨어 개념이었으며, 당연히지금과 같은 (대중에게 열린) 오픈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DOS 프롬프트와 같은 화면에서 몇몇 사용자들이 '이메일'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HTML이라는 표준(?)이 생기면서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고, 사용자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발전이 이루어진거죠. 그리고 이 발전은 아직도 한창 진행중이구요.
SNS의 발전도 이와 궤를 같이해야 합니다. 그 핵심 키워드가 바로 (웹 2.0 정신을 살린) Decentralization인 거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Twitterverse 그림은 centralized 구도의 중심에 있는, hierarchical하고 proprietary한 또다른 '공룡'으로서의 Twitter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자인 Jesse와 Brian은 'Twitter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그렸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사실 문제는 Twitter가 위처럼 중시에 서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위 그림의 Twitter를 Facebook으로 바꾸든, MySpace로 바꾸든 달라지는건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SNS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 위와 같은 구도를 꿈꾼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거죠.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의 한복판에 서있는 서비스, 대체재가 없는 유일한 서비스로서의 지위, 물론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매력적이라고 해서 SNS라는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래 그림은 Twitterholics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Twitter application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Twitwheel이라는 이미지입니다. Twitter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follow하고 follow당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그림이 Twitter가 지향할 바를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보여주는거니까요. Twitter든 Facebook이든,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틀에 사용자의 활동을 묶어두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위에서 말했던 광고 비즈니스 모델 역시 일견 사용자의 활동을 보장하고 북돋우는 모델처럼 조이지만 사실은 'Service provider가 제공한 커뮤니케이션 틀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monetize하는 모델'에 불과합니다. 구글의 AdSense, AdWords는 그와는 다르죠. 구글은 사용자가 하려는 검색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글 스스로 그 지평을 계속 넓혀가려고 노력하지요. 검색을 통해 사용자가 얻게 되는 편익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광고라는 'extra information'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공간을 오픈하고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사용자들의 활동을 facilitate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나 이런 검색광고 시스템을 SNS에 도입하고,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순간 구글에서와 같은 '선한 의도'는 상당부분 희석됩니다. SNS에서의 콘텐츠는 분명 소비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공유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는 콘텐츠인데, 그 활동을 북돋움으로써 광고 수익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되는 거니까요. 따라서 SNS에서의 검색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운좋게 사용자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부가적'인 모델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SNS에서의 수익모델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3. "FACILITATE AND MONETIZE"
결론은 SNS 사용자의 근원적 사용 목적을 최대한 facilitate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수익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면 광고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겠지만, 사용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실은 무궁무진한 facilitation model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라도 위의 Twitwheel 그림이 여러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거구요.)
Twitter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용목적은 무엇일까요? Twitter가 한창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 사람들이 말하는 사용목적과 일 년 후 우리가 보게 될 사용목적은 같을까요? 달라진다면 그 변화의 방향은 어느 쪽일까요? 사용목적은 어떻게 facilitate하고 monetize할 수 있을까요?
답을 다 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음 기회에 이어서 논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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