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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1 소셜미디어 효과 조사: 버즈 모니터링 (2)

이전 글에서는 정량적인 소비자 조사방법론(Quantitative Research)과 정성적인(Qualitative) 방법론, 각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로 '버즈 리서치'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성적 조사방법론이 비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방법 역시 결국은 소비자의 '언어적 반응'을 측정한다는 한계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량적 방법론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언어적 반응은 두 가지 한계를 가져오는데, 첫째는 소비자가 뭔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감각 등을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게 된다는 한계입니다. 둘째는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한 후 대답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일종의 왜곡이 생긴다는 한계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비언어적'인 조사 기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 뇌촬영기법(fMRI), ZMET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모두 소비자의 무의식적, 반사적인 반응을 포착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이 중에서도 하버드대의 Zaltman 교수가 개발한 ZMET(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은 (촬영 등의) 기계적 장치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 합니다. 정신분석학에 기반을 둔 ZMET은 그림이나 (보이지 않는) 이미지 등의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은유를 포착함으로써 소비자의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냅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이미지'는 시각적인 것 뿐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포함합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언어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 조사를 실시하는 사람이 소비자(피조사자)로 하여금 언어로 이루어진 응답을 구성하도록 몰아간다면 더욱 그렇겠죠.
 
말이 잠시 옆길로 샜는데, 오늘 드리려는 이야기의 주제는 정량, 정성, 비언어적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버즈 리서치가 어떻게,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입니다.
 
기존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진심을, 소비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언어든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든 정량화 할 수 있는 단위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버즈 리서치는 이 같은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버즈 리서치의 조사 대상이 소비자가 (조사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커뮤니케이션인데다가, 정해진 주제 없이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조사 대상이 되는 메시지의 형태 역시 텍스트 외 다양한 범주로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가 떠올리는 비언어적 단서들까지 수집, 포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 글에서도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버즈리서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아래와 비슷합니다.

  •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다양한 공간, 주로 다양한 SNS 공간과 블로그, 뉴스 댓글, 포털의 커뮤니티 등지)
  •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의견들을 수집, 축적해서,
  • 원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 여론이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지 경로를 파악하는 것.

 
조사 대상이 되는 의견(메시지)의 형태는 텍스트가 될 수도 있고, 이미지나 동영상이 될 수도 있으며,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메시지의 성격은 새로운 의견이나 정보 게시, 단순 동조나 반론, 추가 정보 개진, 퍼나르기 (전파), 혹은 주제에 대한 단순한 대화 등으로 나눌 수 있지요.
조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태도 및 인식의 변화 추이 관찰, 광고와 같은 특정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조사, 혹은 반사회적인 메시지 검출이나 행동 예방을 사전 경보 시스템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필터링함으로써 사전에 자살을 방지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테러'나 '집회' 등의 단어를 검열한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습니다..)
 
버즈리서치는 그 분석 대상이 수많은 SNS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과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특이할 뿐 기본적으로 내용 분석 조사방법의 틀을 가집니다. 물론 메시지의 양과 종류, 실시간성 때문에 전통적인 내용분석 조사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버즈리서치는 데이터의 수집-축적-분석-결과 도출의 프로세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자동화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아무리 정확한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분석에 1-2개월이 걸린다면 '버즈 (입소문)'를 측정한다는 의미가 무색해져버리니까요.
 
버즈리서치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내야 하는 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정확한 조사 대상 컨텐츠의 선별
조사 대상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컨텐츠 중, 실제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컨텐츠를 골라내기 (예: '애플'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과나무의 성장 주기'가 아니라 '애플 컴퓨터의 성장 추세'를 골라내는 능력.)
 
(2) 컨텐츠의 내용 분석 및 타당성 제고
컨텐츠 내 키워드 (예: 브랜드명) 는 얼마나 의미있게 언급되는가. (예: '애플 컴퓨터는 항상 새롭다'에서처럼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언급과 '델과 HP는 저렴하면서도 획기적인 제품들을 내놓는다. 애플은 잘 모르겠다.'에서처럼 부수적이고 의미없는 방식으로 취급되는 언급을 구별하는 능력.)

  • 키워드의 언급은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혹은 어떤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는가.
        -  키워드의 언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는 컨텐츠의 길이, 영향력, 컨텐츠 내 언급의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예: 뉴스 댓글, 트위터, 블로그 포스트 등은 길이와 영향력, 전파성 등에 있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3) 컨텐츠의 전파 경로 분석

  • 조사 대상 컨텐츠는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를 인용하고 있으며,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로 다시 인용되는가. (매체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매체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인가.
  • 조사 대상 컨텐츠의 작성자는 누구로부터 컨텐츠를 접했으며, 다시 누구에게 보여지는가. (인물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전달자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4) 컨텐츠 도달률 분석

  • 컨텐츠에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사람의 프로파일 분석


위 내용들을 자동으로 분석해 낼 수만 있다면 조사 업계는 물론, PR이나 마케팅 컨설팅에서도 선두로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든 내용을 자동화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일단 우리 말이든 영어든 컨텐츠의 맥락을 자동으로 분석해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습니다. 자연어 분석 엔진이 등장하고, 사용자들의 대화/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기반한 맥락 추측 엔진이 나오고 있지만, 올바른 선별과 미묘한 맥락 분석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안된다고 덮어버리기 전에 어떤 부분이 안되는지, 어떤 부분이 현재의 기술로 대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당분간 불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