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트위터의 @kevin_yoonlee님이 소개해 주신 '소셜 마케팅 지원체제 구축한 LG전자... ‘반전의 계기’ 찾을까' 라는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은 설문이든 실험이든 정량(quantitative)조사든 정성(qualitative)조사든 결국은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궁금한 점을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정량조사는 이미 정해진 틀 (이를테면 설문지 등) 안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 알아내는 것이고, 정성조사는 설문지와 같은 '틀' 없이 소비자와의 대면 혹은 관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차이가 있지요. 정량조사는 '몇 %의 소비자가 ***를 선호한다'는 식으로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있는 반면, 정성조사는 수치화가 불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 이 방식을 옮겨놓는다 해도 그림은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설문지를 나눠주든, 만나서 설문지를 앞에 펴놓든 결국 '설문 문항에 답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오프라인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비해 온라인 조사는 좀 더 빠르고, 저렴하며, 결과 분석 역시 간단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죠. (반면 오프라인에서처럼 '감시'가 되지 않으므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있구요.)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정성조사는 한계가 큽니다. 정성조사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관찰함으로써 소비자와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통은 지나쳤을 법한 힌트나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처럼 조사 대상을 앞에 두지 않는 상황에서의 정성조사는 극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 소셜미디어 대중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조사 방법이 등장합니다. 바로,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말들을 분석해서 소비자 인식의 흐름을 읽는거죠. 이는 전통적인 정량조사의 단점과 정성조사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정량조사는 조사자가 미리 짜놓은 객관식 설문 문항 외의 것을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주관식 문항으로 물어볼 수도 있지만, 주관식 응답 역시 대부분 (분석의 편의를 위해) 조사자가 미리 생각해 둔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대답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입니다.
 
정성조사의 경우 이같은 '닫힌 틀'의 단점은 별로 없지만, 대신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없다는 점, 조사 대상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쏟아내는 말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 단점을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분석함으로써 틀에 박히지 않은 응답을 들을 수 있는데다가, 수치화도 가능하고, 많은 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반화도 가능합니다. (물론 완벽히는 안되죠. 어떤 말을 한 사람이 어디에 사는 몇 살 짜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등을 샅샅이 알아내기 어려우니까요.)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새로운(?) 조사 방법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하는 말들 중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언급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흔히 '버즈 리서치 (Buzz Research)' 혹은 '버즈 모니터링 (Buzz Monitoring)'이라고 불리는 조사로서,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이라는 전통적 조사 방법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기사 안에는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버즈 모니터링'이란 웹상의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수집하는 시스템이다. 카페와 블로그 등 웹사이트를 비롯해 페이스 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광범위한 텍스트 정보를 이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수집한다. 이 시스템은 LG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LG CNS가 구현했다. 다만 시스템 구축 기간및 비용, 기술적인 스펙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최근 1년새 SAS,IBM, 오라클, 테라데이타 등 주요 글로벌 IT업체들은 수많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이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내기위한 강력한 분석 툴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쓰여오던 전통적인 내용 분석 조사는 수 년 간 축적된 신문 기사 더미를 놓고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등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사 범위 내에 들어 있는 (예를 들면 최근 3년 동안의 국내 중앙일간지 5종) 기사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각각의 언급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몇 주에서 몇 달 씩 조사를 하곤 하죠.
 
그러나 버즈 리서치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용을 대상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조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미투데이, 다음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쏟아지는 포스팅과 댓글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중 누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내용으로 언급했는지를 추려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통적인 조사 방법이 적용되기는 불가능합니다. ('비정형 데이터'란 포스트, 댓글, 이미지, 동영상 등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형태나 사이즈 등에서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IBM, SDS, CNS, 그리고 기존 시장 조사업체들의 다양한 조사 방법 테크놀러지가 등장하는데, 관건은 사실상 한 가지, 바로 '쏟아지는 컨텐츠의 내용을 어떻게 분류할 것이냐' 입니다.
 
모니터링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을 활용하거나 이를 조금만 응용하면 브랜드가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채널 (예를 들면 페이스북, 트위터, 개인 블로그, 포털 댓글 등) 내에 브랜드 명이 등장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장한 브랜드명이 (1) 정말 우리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인지, (2) 브랜드 관리자가 관심있어 할 만한 언급인지, (3) 언급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4)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5) 그 언급은 어떤 경로로 들어왔고 퍼져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6) 언급한 사람의 특징 (성별, 연령 등) 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 중 (1), (2) 는 조사 대상 컨텐츠의 정확성에 대한 것이고, (3), (4)는 컨텐츠의 내용과 맥락 분석, 그리고 (5)는 경로 분석, (6)은 대상자 프로필에 해당합니다. 이 여섯 가지를 자동적으로 밝혀낼 수만 있다면 아마 소비자 조사업계의 선두로 올라서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IT 솔루션 업체와 소비자조사 업체는 이 여섯 가지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합니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됐듯 각 업체는 자신이 찾은 방법을 절대 공개하지 않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은 '정답'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벌써 7년 전인데, 제가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조사 업체 한 곳과 손을 잡고 '온라인 입소문'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조사업체는 당시의 솔루션을 보완, 개선해서 광고주들에게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개발하던 이야기와, 효과적인 버즈 리서치의 방법에 대한 생각은 다음 편에 이어서 싣겠습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