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편씩은 포스트를 올리려고 하는데 요즘은 Twitter와 Facebook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정작 블로그 관리는 잘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그렇게 미뤄오던 미투데이까지 가입을 해놨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쓰게될까 싶어서요. ^^ (아이디 선점 차원?)

이쯤되면 주객전도라고 할만 하죠. (어떤 분들은 Twitter도 블로그의 일종이니 기존 블로그 관리와 병행 활동으로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저는 여전히 블로그가 메인이 되어야 하지않나 생각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기는 아직은 블로그가 유리하니까요.) Twitter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저 외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우리나라 Twitterer분들도 간혹 눈에 띄더군요. 그 중 눈에 띄는 글은 @sangchi님이 쓴 말 "..트위터를 쓰는것에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말과, @junycap님의 "개인적으로 블로그 관련 책을 하나 준비하는데, 책준비에 있어 걸림돌은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라는 말입니다. 두 분 다 열렬한 Twitter 애용자신데, Twitter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기존에 하려던 일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 (물론, 전혀 부담없는 것처럼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 Twitter만은 아니죠. 싸이월드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때, 그리고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때는 이것보다 훨씬 심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문제의 원인은 Twitter 자체라기보다는 과유불급의 의미를 까먹어버리는 순진+열정적인 우리같은 사용자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냄비근성같은 것도 있지는 않을까 생각함니다. (이거.. 자칫하면 돌맞을 얘기군요. 미국 타임지에서도 커버스토리로 다뤘고 이번주에는 한경에서도 커버에 실은 Twitter를 두고 냄비근성이라니...^^;)

제가 지금보다 더 어렸던, 국민학교 시절 최고의 군것질은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였습니다. 100원에 떡 12개를 주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오뎅국물까지.. ^^ 중학교 입학하기 직전쯤이었던 것 같은데, 동네에 '훼미리'라는 이름의 햄버거 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말은 햄버거지만 사실은 핫도그 가게였죠. 그런데 나무젓가락에 끼워먹는 핫도그가 아니라 요즘처럼 긴 빵의 반을 갈라 소세지와 야채를 채우고 케첩과 '싸우전아일랜드' 드레싱을 뿌려먹는 재미있는 핫도그였습니다.

프랜차이즈라는 형태로 들어온 훼미리는 요즘 맥도날드, 버거킹처럼 깔끔한 매장에, 귀여운 누나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고, 귀여운 독수리가 오른손에 핫도그를 들고 있는 마스코트도 있는 '쿨한 브랜드'였고, 곧 동네의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주: 옆의 그림은 84년 LA올림픽 마스코트입니다. 훼미리가 핫도그만 들려서 거의 그대로 갖다 썼었죠.^^) 동네에 좀 산다싶은 아이들은 엄마를 졸라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훼미리에서 핫도그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행은 2년을 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훼미리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커널리'라는 정체불명의 햄버거집이 옆에 문을 열었고, 동네 치킨집에서도 햄버거를 파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린거죠. 훼미리를 찾던 발걸음들은 재빨리 '또다른 쿨한 매장'을 찾아 옮겨갔고, 한동안 그렇게 '오픈빨'로 장사하는 가게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졌습니다. ^^

그리고 이 시장을 평정한 것은 '아메리카나'라는 또다른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였습니다.

이전의 업체들이 길어야 2년 정도 영업을 하고 빠지는, 전형적인 히트앤드런 작전을 펼치고 있을 때 아메리카나는 저희 동네 가장 목좋은 위치에 (당시로서는) 대규모 매장을 오픈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합니다. 타겟을 초딩에서 중고딩 + 동네 아줌마들까지 확장했고, 보기좋게 들어맞았죠. 아메리카나는 초딩 하교시간을 제외하고는 동네의 hip한 아줌마들이 모여 코카콜라를 마시는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당시 동네에는 아메리카나를 제외하고는 패스트푸드 매장은 한 곳도 남지 않은, 실질적인 독점 상태였고, 꾸준한 매장관리와 수질관리^^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는 꽤 오래갈 듯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마(魔)의 '오픈빨 신드롬'은 아메리카나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됐습니다. 다른 곳보다 오픈빨이 오래 먹히긴 했지만, 사람들은 이내 아메리카나를 동네 그렇고그런 햄버거 가게로 여기게 됐고 발길을 끊었죠. 아메리카나가 떠난 후 동네에는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가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년새 후레쉬니스, 크라제, 스모키살룬이 들어오긴 했지만, 과거 패스트푸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Twitter에 대한 단상을 얘기하다가 한참 옆길로 빠졌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 제가 'Twitter에 대한 단상' 시리즈 중 첫번째 편으로 '한국이 해외와 다른 점은?'이라는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저는 우리나라에서의 Twitter 연착륙 가능성을 다소 회의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전망이 무색하리만치 최근 Twitter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요.

저도 Twitter를 재미있게 쓰는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의 Twitter 열풍이 충분히 오래갈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듭니다. 지금은 오픈빨이 아닌가 싶은 느낌인거죠.. ^^;

2000년대초 우리에게는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가 있었습니다. 특히 싸이월드는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계정을 갖고 있을 정도로 거의 국민 SNS가 되었습니다. 싸이월드가 시들해지고 '애들이나 하는 거 아냐?'라는 악평을 듣게될 무렵, 2006, 2007년 난데없이 Second Life의 열풍이 붑니다. SL의 경우는 사용자들로부터의 전파라기보다 미디어 등을 통한 전파에 가까왔지만, 많은 사람들은 3D Virtual World가 대세인양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브스쿨, 싸이월드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의 향수가 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애호가분들께는 죄송. 하지만 성장 모멘텀을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유사한 다른 서비스가 론칭된다거나, 기존의 사용자들이 그대로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는 현상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냥 없어져 버리는거죠.

해외에서도 초반 반짝했던 서비스들이 사그러지는 경우는 많습니다만, 자리를 잡은 서비스가 2-3년만에 기반을 잃어버리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망한다 하더라도 기존에 갖고 있던 기반을 바탕으로 유사한 다른 서비스로 탈바꿈시키거나, 유사한 타 서비스의 론칭에 자양분이 되는 식으로, 서비스의 내용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냅스터가 망했어도 수많은 음악공유/판매 서비스로의 진화에 한 몫 했던 것이나, 프렌스터 등 많은 초기 SNS들이 새로운 SNS의 출현에 일익을 담당하는 것 등이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Second Life는 새로운 3D VR 서비스의 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겁니다. 아직까지는 1-2위를 다투는 마이스페이스 역시 페이스북의 진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왕좌에서 내려올 거구요.

우리나라에서의 Twitter는 어떨까요? 'Twitter 때문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는 현 사용자들의 행복한(?) 푸념은 작은 개인의 의견으로만 끝날까요,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듯 거품이 빠질까요? 지금으로서는 Twitter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 오프라인 매체에서 관심있게 다루고 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우리나라의 유명인사들이 가입/사용을 시작하고 있으니까요. 마케터들은 마케터들대로 Twitter가 마케팅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장밋빛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론 기사 한 편을 소개합니다. 반론이라기보다는 Twitter의 마케팅 목적 활용에 대해 찬찬히 짚어보는 기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Why Twitter can do more harm than good'라는 제목의 iMedia 기사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조하시구요, 저는 제가 생각한 몇 가지 포인트만 짚어보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1. Twitter is a tool, not a strategy.
Twitter는 마케팅 목적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나 전략이 될 수는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은 '요즘 뜨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채널 전략'이라면서 Twitter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죠. 본말이 바뀐,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마케팅 목표의 달성을 위해 Twitter를 이용해도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Twitter를 이용하려면 어떤 메시지를 짜야 할지 고민한다면, 문제죠.

2. Audience
여러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Twitter의 사용층은 젊은 10대가 아닙니다. 아무리 매체들이 Twitter의 잠재력에 헌사를 바치고 있어도, 나의 타겟 마켓이 Twitter를 사용하지 않고있다면 나와는 관계없는 매체가 되는거죠. Twitter의 사용자층은 계속 늘어나면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10대의 사용률은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전체적인 도달률을 따진다면 아직은 Facebook이나 MySpace가 낫구요. 게다가 최근 하버드대학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Twitter 콘텐츠의 90%는 10%의 사용자가 만들어낸다고 하는군요. 콘텐츠를 갖고 사용자를 골라 타겟팅한다는 면에서 보면 이는 Twitter의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3. Is your brand even welcome on Twitter?
Twitter 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아직 소수입니다. SNS라는 매체를 마케팅 용도로 활용한다는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Twitter를 사용함으로써 브랜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확실할 때에만 Twitter의 세계에 뛰어들라는 요지군요. (또한, 그런 확실한 근거를 가진 브랜드는 많지 않다는 내용도 함께요.)

4. Is time really on your side?
Twitter에 브랜드 계정을 오픈한다는 것은, 일반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들에게 기대하는 것과 같은 활동과 책임을 브랜드도 똑같이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힘들 수 있는 점은 질문에 대해 빨리 답해야 한다는 점이죠. 물론 Twitter에 있는 모든 포스팅이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Directr Message(DM)로 온 질문이나 Reply로 던져진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는 것이 예의인 만큼, 그런 책임을 질 수 있을때만 Twitter 계정 오픈을 검토하라는 의미입니다. 

5. Metrics, metrics, metrics
마지막, 가장 골칫거리는 역시 '적절한 측정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Follower가 많다고 무조건 성공적인 마케팅이 아니니까요. 

Posted by ecarus

다른 SNS들도 마찬가지지만, Twitter 역시 그 인기에 비해서는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SuperChirp와 같은 Tweeter를 이용한 유료 서비스들도 있긴 하지만 성공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있지요.

Twitter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은 과거 FacebookMySpace가 등장했을 때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각자 나름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했고, 사용자들은 그 서비스들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호응했지요.

그러나 이 세 서비스의 안타까운 공통점은 '아직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MySpace의 경우 다른 두 서비스보다 좀 더 entertainment에 가까운 길을 걸으면서 수익성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자세한 내용은 제가 예전에 올린 Virtual Reality: Utility vs. Entertainment를 참고하십시오.) 모두들 '탄탄한 비즈니스모델의 부재'를 이유로 들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역시 구독(subscription)과 광고 외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은 너무 일반적인 BM이라, Twitter도 당연히 고려했던 모델이겠죠. (주광고 모델에는 Facebook에서처럼 사용자 개개인이 광고 채널이 되는 모델도 포함됩니다. 참고: Facebook unveils ad strategy - Users become marketers)

SNS는 구독과 광고 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 중입니다. 좀 옛날 이야기같지만 구글의 예를 간단히 들어볼까요? 구글이 구축한 것은 단순한 검색 엔진이나 검색 서비스가 아닙니다. 구글은 사용자의 검색어가 의미하는 바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이를 이용해서 Database of Intent, 즉 사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의도를 데이터베이스화 했습니다. 성능 좋은 검색 알고리듬은 사실 그 다음의 이야기죠. 이렇게 사람들의 '의도(intent)'를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지자 Sergei와 Larry는 그를 monetize할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이 지금의 AdSense나 AdWords로 구체화 된 것입니다. 

1. "지향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에 반해 Twitter는 물론 Facebook도 그들이 '무엇을 구축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사용자들을 연결하거나, 그들이 끄적이는 일상사 혹은 그러모아진 콘텐츠를 누구든지와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습니다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터넷 사용에 있어 어떤 시사점을 갖고,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분명 충분치 않습니다. (바로 앞 포스트에서 보여드렸던 Twitterverse와 같은 그림이나 향후 전망은 오히려 일반 사용자들의 생각입니다.)

사용자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것은, 가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닷컴 열풍이 불던 90년대 말 '트래픽 지상주의'가 휘몰아치던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Twitter나 Facebook의 전략 담당자들은 여전히 그 모델에 미련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 서비스 모두 자신이 속한 부문에서는 절대적 우월성을 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그 지위를 이용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는 갈피를 못잡고 있는 모습이니까요.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이 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2. "DECENTRALIZATION"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글이 자신의 정체성(?)을 Database of Intent에서 찾았다면 SNS의 나아갈 길은 탈집중화, 즉 'decentralization'에 있다고 봅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구글과 SNS의 태생적 차이를 좀더 짚어봐야 합니다.

우선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구글의 성격은 '누군가가 만들어둔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것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조직화한 것'인데 비해, SNS 서비스의 성격은 (1) 사용자 자신의 UGC를 모아두는 플랫폼이거나, (2) 누군가 만들어둔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구글에서의 콘텐츠는 사용자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한 기반이자 직접 활용 대상이 되는 것이고, SNS에서의 콘텐츠는 사용자의 직접적 목적 달성보다 (콘텐츠를 활용하여) 타인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간접적 소비재의 역할을 합니다. 

이번에는 사용자 측면에서 살펴보죠. 구글의 사용자는 철저히 개인적인 사용자입니다. 사람들이 이미 올려놓은 콘텐츠에서 정보를 검색하고는 있으나 검색하는 주체도, 검색행위 자체도 '개인 내부적인 활동'입니다. 반면 SNS에서의 사용자 활동은 반드시 타인의 시선,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타인의 반응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즉, '그룹 인터랙션 활동'인 셈이죠.

위와 같이 SNS를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의 콘텐츠를 매개로 하여 타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그룹 인터랙션 활동'으로 규정할 경우 SNS가 나아가야 할 길은 좀 더 명확해 집니다. 뭔가 그럴듯한 키워드를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답은 웹 2.0입니다. 웹 2.0의 정신을 얼마나 잘 구현할 것인가. 어떻게 탈집중화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서 잠깐 컴퓨터의 발전사를 살펴볼까요? ENIAC같은 기계식 대형 컴퓨터는 Wang, DEC 등이 소개한 미니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여전히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을 써야 했던, hierarchical, proprietary 비즈니스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죠. 그러나 컴퓨터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장벽을 허물고 제3자들 -- Microsoft, Oracle, Dell 등 -- 에 문호를 개방했을 때 이루어졌습니다. Hierarchy와 monopoly를 포기하고 decentralization을 통해 시장의 규모를 키운거죠.

인터넷의 발전사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RPANET으로 시작한 인터넷은 초창기에는 '네트워크를 통한 네트워크의 연결'을 지향하여 항상적 연결 (connectivity) 을 추구한 하드웨어 개념이었으며, 당연히지금과 같은 (대중에게 열린) 오픈 플랫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DOS 프롬프트와 같은 화면에서 몇몇 사용자들이 '이메일'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HTML이라는 표준(?)이 생기면서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하고, 사용자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발전이 이루어진거죠. 그리고 이 발전은 아직도 한창 진행중이구요.   

SNS의 발전도 이와 궤를 같이해야 합니다. 그 핵심 키워드가 바로 (웹 2.0 정신을 살린) Decentralization인 거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Twitterverse 그림은 centralized 구도의 중심에 있는, hierarchical하고 proprietary한 또다른 '공룡'으로서의 Twitter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자인 Jesse와 Brian은 'Twitter가 제시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그렸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사실 문제는 Twitter가 위처럼 중시에 서느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위 그림의 Twitter를 Facebook으로 바꾸든, MySpace로 바꾸든 달라지는건 없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SNS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 모두 위와 같은 구도를 꿈꾼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거죠.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의 한복판에 서있는 서비스, 대체재가 없는 유일한 서비스로서의 지위, 물론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매력적이라고 해서 SNS라는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래 그림은 Twitterholics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Twitter application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Twitwheel이라는 이미지입니다. Twitter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follow하고 follow당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그림이 Twitter가 지향할 바를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보여주는거니까요. Twitter든 Facebook이든,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틀에 사용자의 활동을 묶어두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위에서 말했던 광고 비즈니스 모델 역시 일견 사용자의 활동을 보장하고 북돋우는 모델처럼 조이지만 사실은 'Service provider가 제공한 커뮤니케이션 틀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monetize하는 모델'에 불과합니다. 구글의 AdSense, AdWords는 그와는 다르죠. 구글은 사용자가 하려는 검색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글 스스로 그 지평을 계속 넓혀가려고 노력하지요. 검색을 통해 사용자가 얻게 되는 편익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광고라는 'extra information'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공간을 오픈하고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사용자들의 활동을 facilitate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러나 이런 검색광고 시스템을 SNS에 도입하고,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순간 구글에서와 같은 '선한 의도'는 상당부분 희석됩니다. SNS에서의 콘텐츠는 분명 소비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공유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는 콘텐츠인데, 그 활동을 북돋움으로써 광고 수익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되는 거니까요. 따라서 SNS에서의 검색광고 비즈니스 모델은 운좋게 사용자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부가적'인 모델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SNS에서의 수익모델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3. "FACILITATE AND MONETIZE"

결론은 SNS 사용자의 근원적 사용 목적을 최대한 facilitate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수익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일차원적으로만 생각하면 광고를 떠올릴 수 밖에 없겠지만, 사용자들이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실은 무궁무진한 facilitation model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라도 위의 Twitwheel 그림이 여러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거구요.)

Twitter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용목적은 무엇일까요? Twitter가 한창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현재 사람들이 말하는 사용목적과 일 년 후 우리가 보게 될 사용목적은 같을까요? 달라진다면 그 변화의 방향은 어느 쪽일까요? 사용목적은 어떻게 facilitate하고 monetize할 수 있을까요?

답을 다 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음 기회에 이어서 논의해 보겠습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