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의 아바타는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가상현실, 채팅 서비스 등에서 자기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로 쓰입니다. 2D나 3D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일 수도 있고, 그보다 간단한 아이콘 형태인 경우도 있습니다.
VR에서 아바타의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사용자의 캐릭터 정도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1) 이 '캐릭터'의 역할이 서비스 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있는가, (2) '캐릭터'에 대한 사용자의 태도나 인식은 무엇인가에 따라 아바타의 역할은 크게 확대될 수도, 혹은 귀여운 캐릭터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쌩뚱맞은 이야기지만, 아바타의 어원을 살펴볼까요? ^^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 (अवतार)'에서 유래된 말로 힌두어로는 '아바따르'로 발음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의미는 지상으로 강림한 '신(神)의 화신(化身) 혹은 분신(分身)'이군요. 온라인에서는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사용자의 분신'을 의미하게 됐구요.
굳이 어원을 따져본 이유는 아바타의 본의가 '사용자를 밖으로 보여주는 아이덴티티의 역할'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보고있는 대부분의 아바타들은 (주로 게임에서 접하게 되지만) 2D나 3D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혹은 아이콘의 형태를 갖고 있지요. 이런 아바타들은, 혹은 여러분이 쓰고 있는 여러분의 아바타는 과연 여러분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까?
MMORPG나 채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아바타는 2D 캐릭터입니다. 아바타가 현실감이 모자란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3D 가상세계 플랫폼에서는 3D 아바타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3D인데다가 사용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개인화를 할 수 있어 최대한 자기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갖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그림은 '가상현실(VR) - 그 가능성'이라는 예전의 포스트에서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VR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가?' 단락) Second Life에서 어떤 기자가 자신의 모습을 아바타로 만든 예인데요, 꽤 정확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바타가 자기 자신을 닮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다시 말하면, 사용자들은 과연 이런 '현실감있는 아바타'를 선호할까요, 혹은 그 반대일까요? 아바타의 본의상 '자신의 화신 혹은 분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것이 맞겠지만,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반드시 비슷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저는 아바타가 현실과 가상세계(VR)를 잇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실의 자신을 반영하는 것도, 자기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실체를 추적할 수도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되고자 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즉, 실명과 익명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겠죠.
익명성, 혹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내는 아바타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기존의 2D형 아바타나 3D형 아바타를 통해 내가 원하는 (혹은 선호, 지향하는) 아바타를 만들어내면 되니까요.
[그림 - Playstation3: Home에서의 아바타 생성 화면]
반면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위 그림처럼 '최대한 나에 가깝게'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아바타 생성에 있어 얼마나 다양한 옵션을 제공받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데다가, 완성 후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차라리 내 사진을 스캔해서 넣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나의 아바타를 완성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솔루션은 이를 가능케 하는 곳들입니다.
1. BioVirtual
2D 캐릭터/사진을 3D로 바꿔주는 솔루션을 가진 곳입니다. 네이버 등 국내에서도 이 회사를 검색해 보면 조금이나마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
그림에서 보시듯, 실제 2D 사진의 윤곽선을 인식, 3D로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무런 내용이 없는데요, 현재는 어느 회사엔가에 팔려서 위 기술을 이용한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2. FaceGen
BioVirtual과 거의 흡사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곳으로 FaceGen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관련자들의 말로는 BioVirtual이 더 우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볼 길이 없으니 뭐라 할 말은 없구요. ^^ Youtube에서 'Facegen Modeller'라는 동영상을 보시면 일단 3D로 변환된 아바타를 얼마나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사진 1~2장으로 3D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아래의 예제만 놓고 보면 그럴듯 합니다.
3. Kickstand Lab
Kickstand 역시 3D 아바타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 곳은 '아직은' 2D 사진을 3D로 바꾸는 솔루션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StretchMesh'라는 솔루션으로 3D 아바타의 얼굴 표정을 훨씬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클릭해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알고리듬을 이용한 표면 연동 및 변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3D 아바타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하는 것을 크게 개선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웃을 때 입꼬리와 눈근육은 움직이는데 코와 볼근육은 움직이지 않는 황당한 현실이 개선되었다는 의미죠. 물론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들에서는 사람과 비슷하게 표정이 변하지만, 이 경우는 제작자가 일일이 수작업을 한 경우이고, 수학적 알고리듬을 이용해서 한 곳의 근육 변화가 다른 부위의 근육 변화를 그대로 이끌어낸 것은 StretchMesh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업체들 소개로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했나요? ^^ 다시 '나를 닮은 아바타의 필요성'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바타는 익명과 실명의 결합, 즉, 실체를 나타내되, 아바타가 줄 수 있는 판타지와 익명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판타지와 익명성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면 나를 꼭 닮은 캐릭터에 대한 니즈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나를 닮은 캐릭터를 위 솔루션들을 이용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내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통한, 지금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다른 차원의 판타지'를 향한 기회가 열리지는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만 논의되어 왔지만, 이런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그 아바타가 VR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심지어는 내가 로그오프한 상황에서도 말이죠), 인공 성격 (artificial personality)를 가진 인공 아이덴티티 (artificial self) 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