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ities2009. 6. 10. 03:02

앞의 포스트에서는 'World vs. Game'이라고 표현했었는데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VR서비스 모델의 종류를 논하기에 앞서 온라인 서비스의 일반 구분을 먼저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Verse Group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Randy Ringer는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성을 아래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exhaustive한지는 모르겠지만 구분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드립니다.

(1) WORK

- 쇼핑, 검색, 온라인 뱅킹 등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성적 활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Goal-directed 활동이라고도 합니다.

(2) BELONGING

- 소속감을 추구할 때 이를 충족시키는 활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가입을 통해 집단에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3) RELATIONSHIP

- 친구,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 등 관계 형성을 위한 활동입니다. Belonging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Relationship은 소삭감 자체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메신저와 싸이월드, Facebook, Twitter를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4) FUN / ENTERTAINMENT

- 앞서의 세 가지와 달리 개인의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Game이 대표적이며, 그 외 동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의 감상 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검색 역시 때로는 Work가 아니라 Entertainment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요, 이는 검색의 목적 자체가 hedonistic한 목적을 갖고 있을 경우입니다.

 

4가지로 분류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그리고 사용자 역시 위 4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을 동시에 제공하거나 소비합니다. 분류간 경계가 때로는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예: Work와 Entertainment의 차이), 대체로 한 가지에만 유일한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VR에 대해 논해 보자면, VR 서비스 모델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광의의 온라인 서비스 구분과도 연결됩니다.

첫째는 Utility 모델입니다. VR의 현실성에 초점을 둔 모델입니다. 따라서 현실세계와의 연관성, 혹은 현실세계 환경과 유사한 인터페이스 혹은 quest를 중시합니다. 이런 접근을 택하는 서비스의 경우 때때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그를 기반으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을 수행하면서 관계를 맺는데 중점을 두게 됩니다. (주: 여기서 말하는 '아이덴티티 유지'는 반드시 현실에서의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으로 만든 아이덴티티라고 하더라도, 그를 유지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VR은 아니지만 Facebook을 비롯한 SNS가 이 같은 utility 모형에 기반하고 있으며, Second Life, There 등 많은 VR이 utility 모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Utility 모형의 안타까운 공통점은, 이 모델을 채택한 VR이나 SNS 모두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

둘째는 Entertainment 모형입니다. 현실세계와의 연관성은 과감히 무시 혹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고, 주어진 VR 환경이 줄 수 있는 오락성에 초점을 맞추는 모델입니다. WOW, 리니지 등 MMORPG가 이 모형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게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VR의 환경 내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VR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분류의 기준인데요, 지난번 'Virtual Reality: World vs. Game - 몇 가지 예와 시사점'에서 소개한 Meet-Me, Daletto World, Splume 등 많은 VR 서비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모델은 entertainment 요소의 핵심으로 게임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까지를 놓고 봤을 때 entertainment 모형은 utility 모형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창출에 좀더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단락에서 제시한 일본의 다양한 VR 서비스들 역시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Entertainment 모델의 신봉자들은 '게임이야말로 VR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해 이는 지나친 비약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더라도 사용자가 VR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효용을 충족시켜 줄 수만 있다면 수익성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단,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추구했던 가치 중 게임이 가장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하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이 되겠지만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하고 넘어갈 점은 게임의 옹호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리니지와 WOW같은 massive한 (MMORPG) 스케일의 게임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캐주얼한 수준의 MMO 게임이 VR의 주요 모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 많아 보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장 시장성이 있는 대중, 성인층은 WOW나 리니지 같은 'serious MMORPG'에 빠져들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캐주얼한 MMO 게임을 주장하는 것이죠. 

게다가 캐주얼한 MMO와 VR간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utility성 VR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게임 요소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을 casual MMO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게임은 게임 자체로 의의가 있다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의의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utility성 VR이 주어진 공간 내에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는 일반적 utility성 VR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소비자가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만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주어진 '간단한 quest 혹은 미션'을 수행하도록 해서 게임 요소를 부여한다면, 이것을 캐주얼 MMO라고 해야 할지 utility VR이라고 해야할지 알기 어렵게 되는거죠.

중요한 것은 뭐가 됐든^^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돈을 쓰게 하는 겁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virtual goods (예: 아이템)를 구매하도록 하거나, subscription fee를 내게 하거나, 아니면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통한 제품 판매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Electric Sheep Company가 만든 RideMakerz 같은 경우 온라인에서 레이싱용 자동차를 personalize할 수 있게 하고, 그와 동일하게 만들어진 실제 완구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Utility와 Entertainment간의 차이 및 선택은 Second Life를 대상으로 적용해 볼 때 이해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Second Life는 (극단적인) 오픈 스페이스를 보장하고 utility를 극대화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인 사용자의 아이템 개발, 판매, 토지의 매매 등) 을 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novelty가 떨어지자 바로 사용자 유치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MMO와 같은 게임 요소를 넣으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가요? Second Life의 특성상 그런 시도가 가능은 할까요? (게임 요소를 넣는 대신 openness의 제약을 감내하는 것이 맞을까요?)

답은 어쩌면, utility service를 제공하고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하되,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스스로 게임 요소를 발견, 창출하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Utility성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랙션이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게임화) 하거나, 혹은 마치 사용자들이 스스로 아이템을 제작, 판매했듯 게임 요소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openness를 더욱 더 넓히는 겁니다. 

Openness를 더욱 더 넓힌다.. Utility 특성을 강화함으로써 Entertainment 요소의 자발적 생산을 기대한다...? 어렵고 두려운 이야기인데..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혹은 웹 2.0이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두려움, 막연한 불안함과 거의 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