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s2015.05.02 12:14

오늘(2015년 5월 2일)자 중앙일보에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심서현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습니다.

 

기사는 오바마 vs. 롬니, 고승덕 vs. 조희연 등의 선거 사례에서 중요한 논쟁의 본질 대신 트위터에서 제기된 말초적 소재에 대중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한탄합니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

 

 

기자는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 온라인저널리즘 세미나(ISOJ)에서 발표된 "금메달, 블랙 트위터, 안 좋은 머리 모양 : 개비 더글러스 논쟁 만들기"라는 논문을이 인용했습니다. 캐슬린 매클로이 미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가 쓴 논문은 美 ISOJ에서 최고논문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기사는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작동 원리를 왜곡, 보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위 논문을 기자의 논지를 뒷받침하는데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트위터에 오르는 대부분의 가십과 선동적인 여론이 대중 매체의 역할 가담 없이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논쟁에 대해 본질 외 가십성 주제들도 다루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그러나 대중으로 하여금 가십성 주제에만 관심을 갖게 하고 본질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과연 기자가 주장하듯 소셜 미디어 때문일까요? 

 

오히려 가십성 주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출처 불분명한 트윗을 대중에 회자시킨 것은 '전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공간입니다. 소셜미디어의 독자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에서의 핵심 논점을 짚어주는 것은 아직까지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의제설정 기능을 갖추고 이를 독자들에 제시하는 전통 매체'의 역할입니다. 즉, 소셜미디어에서의 다양한 목소리 중 가십만 남기고 논점을 축소해 온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이는 어쩌면 핵심 논점은 다루기도 어렵고 인기도 없는 반면, 가십은 알아듣기도 쉽고 구독율 제고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둘째, 기사에서 인용된 캐슬린 매클로이 교수의 논문("Gold medals, black Twitter, and not-so-good hair: Framing the Gabby Douglas controversy") -- 블로그PDF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은 기자가 소개한 것처럼 “트위터가 올림픽의 새 역사를 머리 모양 논쟁으로 변질시켰다"거나 “뉴스를 왜곡”했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논문의 초점은 주요 매체들(mainstream media)이 트위터 내의 의견들을 어떻게 읽고 (잘못) 소개했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다루는 내용입니다.(즉, '깔때기로서의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잘못된 확성기'로서의 대중매체에 대한 논문인 셈입니다.)

 

언젠가는 대중들이 대중매체(특히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소셜 공간에 흐르는 정보들만으로 여론을 짐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소셜 콘텐트의 분석 기법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고, 버즈피드와 같은 디지털 매체들이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더욱 파워풀한 기사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유력 매체의 (인사이트 기반) 영향력을 능가하게 된다면, 그 때는 소셜미디어가 가십성 기사만을 남긴다는 이런 기사가 타당성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신문 기사를 읽다가 덕분에 논문까지 찾아서 읽어보게 됐네요. 생산적인 토요일입니다.


Posted by ecaru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심서현

    안녕하세요. 위의 기사를 쓴 심서현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포스팅 내용 중에 공감가는 것도 있고 덧붙이고 싶은 것도 있어 글을 남깁니다.

    실례일지 모르겠으나 포스팅 원문 중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그대로 적은 뒤 반론을 써보겠습니다.

    1. 위 논문을 기자의 논지를 뒷받침하는데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제 기사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고, ecarus님 글의 몇몇 부분에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제 기사 뒷받침용으로 논문의 논지를 틀었다는 데에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반박을 하고 싶습니다.

    2. 기자가 소개한 것처럼 “트위터가 올림픽의 새 역사를 머리 모양 논쟁으로 변질시켰다"거나 “뉴스를 왜곡”했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제가 더블쿼트(" ")로 인용한 문구는 실제 발표장에서 맥클로이 교수가 한 말을 가져온 것입니다. 필자가 하지 않은 말에 제가 멋대로 인용 부호를 달았다고 생각하셨나요... 트위터에서 ISOJ와 black twitter, 혹은 kathleeno (맥클로이 교수의 트위터 계정명)를 함께 검색해보시면 발표 당시 했던 말 중 일부가 트윗에 남아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저 말도 사람들이 트윗했던 것 같네요. (트위터가 이런 멘트 기록용으로는 매우 유용하더군요)

    3. '깔때기로서의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잘못된 확성기'로서의 대중매체에 대한 논문인 셈입니다.

    ->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전자냐 후자냐 명확히 가를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듣기로는 '블랙 트위터'에 대한 냉정한 평가, 그리고 그것에 집중했을 경우 개비 논쟁같은 엉뚱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었습니다. 만약 ecarus님이 말씀하신대로 잘못된 확성기로서의 매체를 꾸짖는(?) 논문이었다면 제목부터 저렇게 달지는 않았겠죠.
    여기서 핵심어는 '블랙 트위터' 였습니다. 미국 흑인 인구비는 13% 정도인데 트위터 사용자 중 흑인 비중은 20% 정도입니다. 특히 흑인 젊은 층의 사회문제에 대한 트위터 사용이 매우 활발합니다. 블랙트위터가 '흑인 민심'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맥클로이 교수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자신도 흑인 여성인 맥클로이 교수가 "블랙 트위터를 흑인의 경험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블랙 트위터는 믿을 게 못 된다"는 말을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4. 가십성 주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출처 불분명한 트윗을 대중에 회자시킨 것은 '전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입니다.

    -> '전문매체'와 '허핑턴포스트'가 과연 '기존 언론'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둘 다 저널리스트가 글을 쓰지 않고 외부 필진이 기고하는 형식이지요. 특히 허핑턴포스트는 글에서 예로 드신 버즈피드처럼, SNS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면서 커왔습니다. (수준은 몹시 다릅니다만) 한국의 인사이트나 위키트리 역시 이걸 꿈꾸지요. SNS를 주시하고, 여기서 소재를 찾아서 다시 SNS를 통해 유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개비 논쟁에서 허핑턴이 한 역할을 '잘못된 확성기 역할을 한 기존 언론' 이라고 규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NYT나 WP가 이를 보도한 건 이미 SNS가 한창 들끓은 뒤에 '요즘 이런 논쟁이 일도 다 있네' 라는 식이었고요.

    그리고 제가 '전문 매체'라고 옮긴 곳은 jezebel 이라는 곳인데요. 이걸 여성 커뮤니티라 할지 페미니즘 매체라 할지 좀 불분명합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마이클럽? 만약 레몬테라스나 82cook이 네이버에서 옮겨 자체 사이트로 독립한다면.. 비슷하게 될 거 같습니다.

    5. 언젠가는 대중들이 대중매체(특히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소셜 공간에 흐르는 정보들만으로 여론을 짐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소셜미디어가 가십성 기사만을 남긴다는 이런 기사가 타당성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점이 핵심입니다. 기사 내에 인용한 카일 하임 교수의 또 다른 발표에서 ecarus님이 말씀하신 이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SNS는 유권자가 싫어하는 게 뭔지 등 어떤 사건에 대한 '비평'은 잘 보여주는데 사실 자체와 전체 부분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세컨스크린'에서 점차 '온리 스크린'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이러면 정치 냉소로 흐른다는 겁니다.
    -------------
    첨언

    1. 논문까지 찾아보셨다니 놀랐습니다. ecarus님의 포스팅이 비록 제 기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제가 ISOJ에서 -졸다가 깰 정도로- 가장 재미있게 들은 발표를 소개하게 된 결과에는 보람을 느낍니다.

    2. 이른바 '기존 언론'에 속해 일하고 있는 이로서 SNS에 대해 갖는 막연한 공포와 피해의식이 표출된 것 아니냐? 고 하신다면 어느 정도 그럴 순 있을 것 같습니다.

    3. 모든 매체는 깔때기 요소와 확성기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게이트키핑, 아젠다 세팅을 저렇게 말하니 좀 없어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매체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그것이 어떤 매체이든지 위험하지요. SNS가 기존 언론을 '보완'하는 걸 넘어 '대체'하려는 추세, 그리고 '큐레이션'을 빙자(?)한 SNS 전용 언론(대충 의미가 전달되었길..)의 활황에 대해 국적을 불문하고 언론인들이 다 우려하더군요. (밥그릇 문제도 있다는 거 인정합니다)

    4. 기사에 대한 관심을 감사하고 토론을 환영합니다. shshim@joongang.co.kr

    2015.05.02 18:01 [ ADDR : EDIT/ DEL : REPLY ]
  2. 잘보고갑니다~

    2018.08.19 2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블로그에 '소셜마케팅 환경에서 대행사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4편의 글을 쓴 게 벌써 2년 전이고, 
지금은 맡고 있는 팀에서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몇 달 째 해오고 있는데,  
광고주는 물론 소셜 미디어 마케터의 인식은 2년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자주 발견합니다.
 
얼마전에 트위터에 이런 단문을 썼었더랬죠. 

"팬/팔로워의 수가 중요한가 그들로부터의 멘션/RT/Like/코멘트의 수가 중요한가. 둘 다 답이 아니고, 오히려 '팬/팔로워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정답에 가까움.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관계를 어떻게 키워가고 있느냐가 중요. 위에서 말한 '수'는 이 중 어떤 것도 설명 못해."
 
광고주는 어쩔 수 없이 정량적인 목표에 집착합니다. 작년보다 많은 팬과 팔로워를 원하고, 올해보다 더 많은 채널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올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를 운영했다면 내년에는 플리커와 핀터레스트도 원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옳은 것일까요? 옳지 않다면 이는 '광고주의 무지'에 기인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대행사의 게으름과 무지에 더 크게 기인합니다. (제가 지금 대행사에 몸담고 있으므로, 이 말은 곧 자기 반성이기도 합니다.) 광고주보다 더 앞서 내다보고 더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당장 돈벌 수 있는 '정량적인 목표'에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겁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에서 핵심 중의 핵심은 팔로워나 팬베이스 구축이 아닙니다. 3백명이든 30만명이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3백명의 긴밀한 팬을 당신의 브랜드를 3천만명에게 퍼뜨려줄 수 있지만, 밋밋한 3백만명의 팬은 당신과 상관 없는 사람들이고, 기회가 되면 당신의 등골만 빨아먹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팬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관계를 어떻게 키워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 것입니다.
어떻게 이를 측정할 수 있냐고요? 당연히 정성적인(qualitative) 방법과 정량적인(quantitative) 방법을 동시에 사용해야 합니다. 혹자는 브랜드 충성도를 측정하는 방법론을 적용하는데, '반복 구매'를 중심으로 한 과거의 충성도 측정 방법은 소셜 공간에서의 팬의 애착을 가늠하는데 적절치 않습니다. 예전에 '감성적인 브랜드 충성도 측정'이라는 주제의 프리젠테이션을 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런 내용에 생각할 여지가 더 있더군요.
 

한창 연간 캠페인 제안 시즌입니다. 광고주가 정량적 목표만을 들이밀 때 맞장구를 치고 계십니까, 아니면 뭔가 다른 내용을 제안할 수 있습니까?

Posted by ecarus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리나라 도미노피자의 트위터 캠페인 때문에 몇 주간 트위터가 시끌시끌 했었죠. 도미노 좀비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사실 트위터에서 이와 비슷한 브랜드 캠페인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다만 도미노피자의 경우 훨씬 간편하게, 많은 사용자에게, 큰 헤택을 줬다는게 다른 유사 캠페인과의 차이죠.

저도 이 건에 대한 트윗을 한 건 올린 적이 있었는데, 별다른 분석이라기 보다 해외 사례 소개였습니다. 영국 도미노피자의 경우 포스퀘어를 잘 활용했고 (꼭 그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익이 29%나 늘어났다는 Mashable의 기사 "Domino’s UK Social Media Initiatives Help Increase Profits by 29%"였죠.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트위터를 잘못 이해했네, 트위터를 과소평가했네 등의 비판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도미노피자는 '그나마' 소셜 미디어를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에 속하는 편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꾸준히 찾으려는 곳이니까요.

다만 우리나라 도미노피자가 보여준 이번 해프닝은 소셜 미디어를 하나의 '브랜딩 도구'로 활용하려는 영국 도미노피자와 달리, 소셜미디어(에의 참여)를 하나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트위터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캠페인이 아니라, 트위터에서의 위상(?)강화가 목적이 되어버렸고, 이를 밀어붙이다 보니 생긴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던 셈이지요. 도미노가 트위터에서 뭔가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지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도미노 캠페인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미노피자 해프닝이 아니라,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많은 마케터, 대행사, 광고주들에 대한 겁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이제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SNS에 브랜드 메시지를 던져놓고 사람들이 돌려보길 기대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콘텐츠가 좋고 재미있고 '퍼질만 하면' 소셜 마케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Content is the king'이라는 금언이 있지만, 이는 자칫 콘텐츠에 모든 걸 걸게 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매일 100개씩 던져만 놓고 '퍼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덜 재미있는 콘텐츠를 걸어 놓더라도 그에 대해 꾸준히 소비자와 대화하는 편이 만 배는 나은 접근입니다.

이는 기존의 광고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긴, 이 말도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돼서 나온 말이라 식상하기까지 하군요.) 기존의 대행사들이 주지해야 할 한 가지 포인트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기존 방식처럼 대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광고주의 메시지와 전략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광고주와 고객의 관계 관리를 실시간으로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국내 광고대행사 최초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전담팀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매체 환경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광고주 역시 소셜 미디어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전담팀을 만들겠다는 이노션의 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몇몇 다른 분들처럼 저 역시 이 소식이 다소 우려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이노션이 소셜미디어 활동 자체를 PR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무리 이노션이 현대/기아차 인하우스 대행사라 해도) 광고주와 소비자 관계 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에 '마케팅 잘 하라고 자동차를 한 대 사줬더니, 그 자동차를 전시해놓고 사람들보고 구경하러 오라고 광고 전단을 돌리고 있다'는 트윗을 제가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자동차를 소셜 미디어로 생각하면 요즘 우리나라 마케터들의 상황이 묘사됩니다.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 자체를 PR 거리로 만드려고 하는 곳도 많고, 소셜 미디어에 이것저것 붙여놓고 사람들보고 와서 보라는 식의 마케팅이 아직 많죠. 소셜 미디어를 PR 활동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안타깝고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중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PR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기업의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해 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PR의 역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PR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군요. 많은 PR 대행사들이 브랜딩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고자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같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를 거룩한 신전에서 소비자가 사는 땅으로 끌어내리는 것인데, 대부분의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를 위험하다고 터부시합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기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틀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기사화 됐는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yjchung68)과 두산 박용만 회장(@Solarplant) 같은 분들의 개인적인 트윗이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원칙은 분명 옳은 것이지만, 소셜 미디어를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여전히 '위험하다', '조심하라', '관리하라'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정도(正道)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길은 분명 있습니다. 프로젝트 오너가 생각만 바꾸면 의외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삼성그룹조차 말이죠.)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 제게 문의를 하시거나 의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몸담은 회사가 현재 소셜미디어 마케팅 진행을 업으로 하고있지 않기 때문에, 아는 곳을 소개해 드리는 것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 분들께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서 진행하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함께 드리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 = BTL 마케팅 = 이벤트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며칠 전 트위터 친구분들께 소셜 미디어 마케팅 혹은 컨설팅 업체 잘 하는 곳을 소개해 달라는 트윗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업체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PR 대행사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 치중되어 있는 듯 한데요, 소개도 소개지만 다양한 분들을 만나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그놈의 게으름이 문제군요.


Posted by ecaru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백승록

    뭐랄까? 인터넷 마케팅 = 이벤트로 공식화해버린 국내 광고시장의 한계가 소셜 미디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듯 해서, 비슷한 걱정을 하게 되더라구.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이벤트를 대행할 수는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대행'되기 보다는 소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사자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나가야하는데, 무작정 대행해줄 상대를 찾고 있는 현실이 아쉽지. 국내 인터넷 광고, 마케팅에 대한 고착화된 시각처럼 되지 않기를...

    2010.07.21 10:32 [ ADDR : EDIT/ DEL : REPLY ]
  2. 인터넷 마케팅 = 이벤트는 당신이나 나나 지겹게 경험한거고 ^^ 이제 현업에 계신 백박사님의 일은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거지. ^^ 그런데 얼마전에 했던 삼성 Wave의 Facebook 이벤트나, 배미영 프로가 남아공 가서 찍어온 바이럴 동영상을 보면서 든 생각은, 대행의 고리에 남아있는 이상 '이벤트'의 성격은 피하기 어려운게 아닐까.. 라는 거였음. 광고주가 장기는 커녕 중기적 캠페인도 못한다고 하면 가장 쉽게 생각나는건 아무래도 치고빠지는 단발성 '이벤트'일테니...

    2010.07.23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R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관해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는 중에 우연하게 읽게되었는데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중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라는 말에 너무너무 동감합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마케팅 자체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또 소비자 하나하나와의 대화에 공을 들여야하니 (기업측의 입장에서) 어찌보면 귀찮고 번거롭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잘 자리잡는다면,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010.08.11 18:29 [ ADDR : EDIT/ DEL : REPLY ]
    •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후속 포스트를 준비 중인데, 쉽지 않네요.. ^^

      2010.08.14 05:0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