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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2 고추장 마케팅 -- "트위터 '2등'으로 밀어낸 한국... 뿌듯해?" 2

따옴표 내의 제목은 제가 지은 것이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난 기사의 제목입니다. 앞서 제가 쓴 포스트 Applause Marketing (1)(2)편에서 '사용자들은 인정과 칭찬을 원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 기사에도 그와 비슷한 구절이 있어, 슬쩍 짚어보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넷 언어는 '구술성'을 특징으로 한다. 즉 말하듯 글을 쓴다는 것이다. 제3자를 위한 게시물이 아닌 한, 인터넷의 언어는 늘 말을 받을 2인칭 상대가 전제되어 있다. 인터넷의 소통이 일상적 대화의 형식을 띠는 것은 당연하다.

일상의 대화에서는 문법이 무시되고 격식이 파괴되며, 단문이 사용된다. (중략) 초기의 블로그는 이런 구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글이 짧았으며, 일상에 기초한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나 애초에 대중적 공간으로 만들어진 블로그에 '전문 블로거'들이 가세하면서 글쓰기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기대수준을 높여놓았다. 그들과 맞서 주목을 받으려면 제법 심오한 내용을 다뤄야 할 뿐 아니라, 구성과 문체, 그리고 맞춤법까지도 까다롭게 신경을 써야만 했다.

트위터는 글을 140자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형식과 격식의 압박을 '강퇴'시켜 버렸다. '심오함'의 강박도 사라졌다. 한 문단이 채 안 되는 글에서 무슨 심오함을 기대한단 말인가.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링크를 걸어 보내면 된다. 누구에게? 나 자신에게. 아니면 내 '추종자'에게. 대문에 걸린 '셀카'가 말해주듯, 이제 '모든 시민은 연예인'이다.

블로그에서 생겨난 '격식으로 인한 문턱'이 Twitter에서는 140자라는 단문이 주는 한계로 인해 오히려 낮아졌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쓴 Applause Marketing (1)에서 저는 Twitter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링크를 따라가서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의 [뉴미디어기획]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 편의 핵심은 사실 Twitter와 같은 단문 블로그의 인기 요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고추장 마케팅'을 우려하는 데 있습니다. Twitter가 해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미투데이에 밀리고 있다거나, 삼성의 옴니아 시리즈가 아이폰 대항마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다거나 하는 기사들이 얼마나 우려스러운 기사들인가 하는 거죠.

미투데이가 Twitter보다 많은 가입자를 순식간에 유치하게 된 것은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빅뱅을 통한 유명인 마케팅의 힘이 컸습니다. 게다가 미투데이에 올라온 내용을 300건까지 무료로 휴대전화로 전송해주니, 파괴력은 상당했죠. (빅뱅의 팬이 승리가 보내는 문자를 휴대전화로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반면 Twitter는 유명인 마케팅도, 무료 문자도 안하고, 지원 안됩니다. Twitter 한국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쩌면 계속 안될 수도 있구요.

Twitter와 같은 해외의 인기 서비스는 '열린 구조'를 근간으로 합니다. 식상한 이야기같지만, 우리나라 서비스에서는 접하기 힘든 미덕입니다. 사용자들로 하여금 서비스의 용도와 활용 방법을 정하게 하는 해외 서비스와 달리 우리나라 서비스는 대부분 다양한 메뉴와 옵션을 지원하는 것이 사용자의 구미에 맞추는 것이라는 접근을 취합니다. 결국, 사고 방식과 환경 자체가 다른 겁니다. (주: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고 한 점에 유의하시길..^^)

이같은 사고 방식과 접근의 차이는 서비스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이폰이 큰 인기를 얻자 삼성은 '아이폰보다 훨씬 고성능의 제트폰을 출시'함으로써, 혹은 옴니아2로 '아이폰 잡는 삼성' 포지션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엘지는 야심차게 내놓은 블랙라벨 시리즈로 '아이폰보다 쿨하게 생긴' '디자인 엘지'의 포지션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아이폰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거나 (예: 앱스토어), 새로운 흐름을 안착시키지 못했습니다 (예: 터치 UI). 결과는, 삼성과 엘지가 단말기는 훨씬 많이 팔았어도 수익은 아이폰이 훨씬 많이 가져가는 상황이 돼버렸죠. (참조: "빛 좋은 애니콜.싸이언, 실속은 아이폰")

삼성도 최근 삼성 앱스토어를 연다는 발표를 했고, 늦은 감은 있지만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듯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애플같은 오픈된 기업 문화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폰.아이팟같이 개방적인 모바일 디바이스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 앱스토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저는 회의적입니다. 결정적으로, 삼성은 여전히 하드웨어의 우월성이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하드웨어 관련 이슈는 소프트웨어로 인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 돌만큼, 하드웨어 위주의 IT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Twitter 같은 서비스는 물론, 휴대전화나 TV, 디지털카메라, MP3P 등의 기기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에서도 "제대로 된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하청공장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지요.

더 좋은 스펙, 더 뛰어난 성능, 더 싼 비용으로 소비자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런 생각으로는 Twitter같은 서비스를 최초로 만들어 낼 수도, 혹은 기존의 인기 서비스를 앞지를 수도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고민하되, 모든 답이 들어있는 완벽한 서비스를 내놓으려고만 하지 말고 (즉, 스펙으로 승부하려 하지 말고), 사용자들로 하여금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서비스를 내놓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무리한 발상의 전환일까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