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아서 때문인지 아이폰(출시)에 대해서 2009년 4월 대한민국 모바일 소비자들은 '매니아'와 '무관심층' 양극단으로 나뉩니다. 아이팟터치로 어느정도의 경험은 가능하나, 역시 폰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아이팟터치는 쿨한 악세서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주: 여기서 말하는 악세서리의 정의는 'non-mandatory'입니다.) 

아이폰은 그 기능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앱스토어는 수 년 전 애플이 iPod과 iTunes로 거둔 성공 프로세스에 구글의 애드센스와 유사한 web2.0의 개념을 더하여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서 응용/적용하려는 것인데, 몇몇 개발자의 대박신화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다른 마케터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옳은 방향일까요? 삼성전자가, SKT가, HP가, Nokia가, Microsoft가 제각각 자신들(만)의 어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효율적입니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바람직한 접근입니까?

이 질문은 당장의 비즈니스 기회만으로 답할 성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전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아이폰은 디바이스의 성공과 브랜드의 후광이 맞물려 현재까지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 엮인 Daum 김동현님의 글에서도 '단일 OS, 단일 브라우저, 단일 디바이스, 단일 SDK'를 성공 요인으로 묶고 있지만, 사실 앞을 내다볼 때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일견 효울적으로 보이는 애플 중심의 (walled garden식) ecosystem이 사실은 언제든지 '글로벌 수준의 위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 언젠가 아이폰이 스마트폰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고 가정할 때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친소비자적 성향을 여전히 띠게 될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과점이나 독점은 다양성이 부족하게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는 필연적 약점이 있으니까요. (빌게이츠의 IE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을 때 왜 사람들은 그 '효율성'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결국 질문은 또다시 뻔한게 돼버리는군요. 효율성을 지키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소비자는 기업의 선한 의지를 믿어도 좋은 것인가 하는 것들 말이죠.

덧붙임:  김동현님의 엮인글은 아이폰을 위력적인 게임 플랫폼으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아이폰의 성격은 '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능적, 혹은 기술적인 주장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에 관한 주장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PDA, MP3P 시장이 합쳐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관점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이폰에 매우 훌륭한 게임이 탑재되고, PSP에 휴대전화 기능이 들어가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당분간은) 전자는 폰으로 후자는 게임기로 인식할 것입니다. 그 경우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아이폰'은 그 잠재력에 한계가 생기는 거죠.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의 장벽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게임기와 폰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졌는데 제가 못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