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ities2010. 4. 13. 13:07

3. AR이 마케터에게 매력적인 이유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즉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몇십년 동안 ‘광고’를 필두로 다양한 마케팅 방법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법이 변한 적은 없었죠.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 같은 방법은 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TV와 인쇄매체를 위주로 한 전통적인 마케팅과 광고가 쇠락하고 있는 것이며, 웹2.0 마케팅,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과 같은 개념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인데, 사실 이들 역시 하나의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이러한 새로운 ‘방법론’들을 과거와 같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채널’ 혹은 ‘도구’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랙티브 마케팅이 그 진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마케터와 소비자 모두에게 채널이나 도구 이상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는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場)으로서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렇다면 메시지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요. 앞으로의 마케팅 메시지는 ‘녹아드는 형태 (pervasive)‘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즉 소비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며, 그들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섞여 공유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같은 각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입소문 마케팅이나 바이럴 마케팅 등이 이로 인한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들은 여전히 ‘마케팅’이라는 목표에 집착,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은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이를 유포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습니다.
 
그러나 AR 마케팅은 이 같은 한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AR은 소비자의 현실 체험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으로 인하여 ‘보다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요. 웹캠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거기에 마케팅 메시지를 스스로 덧씌워 본다거나, 소비자 주변 특정 위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게 함으로써 마케팅 정보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 혹은 그 외 AR 특성을 살려 '현실에 부가적인 정보가 제시되는 경우'라면 '녹아들어가는 메시지'가 가능해 집니다.
 
물론 AR 마케팅 역시 ‘부자연스러운 (즉, 소비자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 마케팅 정보의 덧입히기’라는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마케팅, 혹은 온라인 마케팅과 크게 차별화 되는 것은 역시 이 같은 ‘덧입히기’가 소비자의 현실 세계와 밀착됨에 따라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온라인 마케팅 혹은 인터랙티브 마케팅에 대해 말할 때 가장 흔히 생각하는 것이 온라인에 접속했을 때 보고 듣게 되는 마케팅 메시지입니다. (이는 배너나 검색 광고일 수도, 마이크로사이트일 수도, 재미있는 인터넷 동영상일 수도 있음.) 그러나 이제는 마케팅 메시지의 형태에 있어 기존의 구분을 넘어야 함은 물론, 기존의 PC/모바일/브라우저와 같은 '틀' 역시 기존의 것을 깨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탈PC', '탈브라우저', '탈플랫폼'의 시대인 것입니다. 즉, (PC든 모바일이든)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브라우저 내에 제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제공되는 '틀'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입니다. 모바일이 됐든 데스크탑이 됐든, 모바일 앱이든 웹브라우저든, 사람들이 보고 듣는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고 어떤 체험을 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 때 AR 마케팅은 사람들이 보고 듣게 되는 모든 현실 정보에 디지털 데이터를 덧입힐 수 있고, 사람들은 그와 같은 데이터와 현실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각주:1] 

 
4. AR 마케팅의 특성
 
AR 마케팅에서 소비자에 대한 초점은 ‘집단 (segment)'로부터 ‘개인’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캠페인’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체험’으로 바뀌고, 일방적인 ‘노출 (대중매체)을 중시’했던 마케팅 목적은 (온라인 마케팅이 각광 받으면서) ‘참여를 일으키는 것’으로 바뀌었습다. 이 때의 참여는 브랜드가 시작한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참여, 혹은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의 대화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마케팅 목적은 ‘사용자간 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과거 대중 매체용으로 개발되던 크리에이티브는 ‘각각의 매체와 각각의 개인을 위해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TV와 IPTV, Youtube를 위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는 같지 않을 것이고, 인터넷 광고를 위한 크리에이티브와 AR의 그것은 통일되지도 않을 것이며, 통일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마케팅 메시지 크리에이티브는 물처럼 유연(fluid)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기 다른 매체들에 녹아들 수 있게 fluid해짐과 동시에,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fluid해지는 것입니다.
 

AR 마케팅은 아직 일반적인 마케팅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정형화된 분류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AR 방식으로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각주:2] 예를 들면 데스크탑 환경/모바일 환경에 따른 구분, (콘텐츠와의) 상호작용 수준, 위치정보 활용 여부, 가상 체험 제공 여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분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래 설명 참조) 


(A) 콘텐츠와의 상호작용 수준 (Level of Interaction)

AR을 통해 구현된 콘텐츠와 사용자간 상호작용성을 제공하는지, 얼마나 제공하는지,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이 어떤 지속적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내며, 그 상호작용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서도 AR 콘텐츠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AR 콘텐츠를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에 보이는 AR 콘텐츠와 직접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면 훨씬 몰입도가 높아지겠죠. (즉, 보다 다양한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AR은 진화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B) 위치 정보의 활용 여부 (Geo-tagged Info)

소비자의 현재 위치 정보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위치한 주변의 현실 환경을 반영하는지 여부입니다. 위치 정보를 활용하는 AR의 경우 거의 대부분 별도의 브라우저(예: Layar, Acrossair 등)를 통해 구현되며 모바일 AR에서 사용됩니다.

(C) 가상 체험 제공 (Simulation)

AR 마케팅에서 인기있는 한 가지 접근은 제품이나 브랜드, 혹은 캠페인, 이벤트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신제품의 경우이거나, 기존 제품이라도 시험 구매, 시험 사용, 접근이 어려운 경우, 혹은 기술적인 설명이 많이 필요한 경우라면 AR을 통해 간접 체험을 제공하는 것도 재미있는 활용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 가상 체험이 지나치게 가상의 느낌을 줄 경우 제품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는 등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D) 콘텐츠 형태 (Contents Form)

AR을 통해 구현된 콘텐츠의 형태별로도 분류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3D 그래픽, 애니메이션, 실사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AR 경험을 구성할 수 있는데, 콘텐츠의 내용과 마케팅의 목적 등에 따라 그에 맞는 콘텐츠 형태가 다를 뿐더러 지금 이순간에도 새로운 형태가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므로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겠습니다.

(E) 기타

AR의 콘텐츠를 누가 채우느냐 (populate) 에 따라서도 AR 캠페인을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직한 AR 캠페인의 형태는 마케터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채워가는 것입니다. (예: Wikitude 등).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채워가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상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즉, 사용자가 AR이라는 공간에 콘텐츠를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실재하는 모든 사물들을 AR 콘텐츠화 하는 것은 어떨까요? 모든 사물과 현상에 태그가 달려있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AR을 통해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Stickybits는 이미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곳.)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길가의 자동차들에 태그가 달려서 나의 휴대전화로 각 차의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더 나아가 모든 '사람'에 대한 추가 정보도 AR로 볼 수 있는 세상이라면?
 
  
다음 편에서는 AR 마케팅의 성공 요인, 혹은 바람직한 AR 마케팅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마치 TV가 처음 나왔을 때 수상기 박스 안에서 작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현실과 TV 속 세상을 혼동하지 않듯, 현실과 그 위에 덧입혀진 디지털 데이터는 하나로 녹아들면서 부가 정보가 될 뿐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본문으로]
  2. 이는 정형화된 구분이 아니라 저의 주관적 구분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