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퀘어, 고왈라, 혹은 국내의 아임인 등 현존하는 모든 위치기반 소셜 서비스(Location-based Service, LBS)의 한계는 그것이 주는 ‘재미’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플레이스나 옐프 등 위치 외에 부가적인 가치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킹에, 옐프는 POI-Point of Interest 소개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경우죠) 는 이러한 한계에서 약간 비껴나 있지만 순수하게 장소 체크인 활동으로부터 시작한 서비스의 경우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할 효용성'이 부족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지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말하고 싶은, 혹은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직접 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커뮤니케이션형 소셜 서비스들은 쓰다가 중단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상실감을 느끼게 마련이죠. 이는 심심하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상실감입니다.  


하지만 LBS는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어느 곳에 있었다는 것, 어디에 누가 있다는 것, 어디를 가면 주로 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거리가 멉니다. 마치 매일 일기를 쓰면 삶이 풍요로와질 수는 있지만,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에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혹은 열심히 사용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만두더라도 상실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LBS는 ‘하면 좋지만 안해도 그만인’ 서비스인 셈이죠. 


Brightkite를 필두로 LBS라는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리고 수많은 매체들은 독특한 ‘게임 요소’를 언급하며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간과한 것은 앞서 말한 ‘하면 좋지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성격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그 어떤 게임도 영원히 재미있지는 않다’는 사실 역시 간과되었습니다. 


LBS가 등장한지 고작 2년이 지난 지금, 게임 요소에 의존했던 LBS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Mayor 시스템’을 심화시켜도, 주어지는 ‘뱃지’의 수를 늘리고 등급을 나누어도, 혹은 뱃지를 바탕으로 한 마스터 구조를 만든다 해도 (주: 말하자면 커피숍에 자주 가는 사람을 바리스타, 공항에 자주가는 사람을 젯세터라고 이름을 붙여 사용자들의 카테고리를 나누는 식), 그 게임 요소의 뿌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있었던 ‘뱃지’ 시스템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흥미를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설사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지루해져 버리는 구조임은 부인할 수 없죠. 결국 뱃지, Mayor 등의 체크인 횟수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게임 요소'는 그 한계가 명확하며, 서비스의 성장을 위한 곁가지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핵심 성장 요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서비스의 장기 성장 동인, 그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서비스를 반복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은 ‘효용성’입니다. 쓰다가 안썼을 때 상실감을 주는 본질적인 효용성. LBS가 100% 게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바에야 재미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100% 게임이라 해도 재미를 지속시키고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기 – ‘이 게임은 ***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해야 돼’라고 느끼게 만드는 – 가 고려되거나, 혹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효용성'이란 바로 ‘나에게 도움되는 무엇’을 의미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경제적 이익’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아쉽게도 기존의 Mayor나 뱃지 시스템은 이 같은 ‘도움’을 주는 데는 무척 취약합니다. 물론 공짜 커피를 얻어마시는 등의 잠깐의 우월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누구도 공짜 커피를 위해 꾸준히 체크인을 할 수는 없으며, 어떤 가게도 Mayor에게 무한정 공짜 커피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이럴바에야 소셜커머스에서 제공하는 쿠폰이 서비스의 효용성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쿠폰이라는 도구 자체가 이제는 너무 일상화 되어있는데다가 (서울 시내 거리에서 뿌려지는 수많은 헬스클럽 할인 전단지를 생각해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쿠폰의 효용성이 대체로 소비자의 심리적인 Threshold를 극복할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의 심리적 문턱을 넘지 못하는 몇 가지 대표적인 이유 - 서비스 제공자가 만든 쿠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 혹은 관심 있는 분야의 쿠폰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사용자와 들어맞는 쿠폰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와 안맞을 수도 있고, 할인폭이 작아서 흥미를 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셜커머스는 ‘반값’이라는 큰 할인폭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소비자의 평소 관심(예: 맛집, 건강, 여행 등)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쿠폰을 보내주기도 하며, 소비자가 있는 장소 주변에 한정된, 혹은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할인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모두 쿠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상식적인 접근들이죠. 


그러나 어떤 시도가 됐든 이들은 모두 쿠폰의 일방향적 성격에 기반한 것들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가게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만족스러울 정도의 할인을 받게 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최대한으로 맞춰진 (customized) 쿠폰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두 갈래로 써내려온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첫째, 효용성이 낮다는 LBS의 단점은 사용자에게 좀 더 직접적인 효용성 (예: 쿠폰) 을 제공하는 것으로 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쿠폰의 근원적인 단점은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필요를 짐작하여 만들고,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이 바로 사용자 임파워먼트입니다. 


임파워먼트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LBS 서비스 제공자는 지도와 지도 위 소셜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통하여 효용성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Mayorship이 됐든 뱃지가 됐든, 아니면 또다른 보상이든 그것을 가장 잘, 적시에 알 수 있는 것은 기획자가 아닌 소비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보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LBS의 진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소비자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만한 가치를 미리 예측하고 설계하며 방향을 제시하되,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에 맞추어 재빠르게 변신하는 기획, 이를 가능케 하는 유연한 구조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스티브잡스가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기 전까지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세상의 모든 마케터가 잡스가 아닌 바에야 소비자의 직관과 집단 감성에 의존하는 편이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