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버즈리서치 역시 내용 분석 방법론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는데, 내용분석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1)  조사 대상 컨텐츠의 비정형성
     2)  맥락 분석의 모호함
     3)  조사 대상 컨텐츠의 엄청난 양과 실시간 분석의 필요성
 
첫째, 조사 대상 컨텐츠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맥락 분석의 모호함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은 단순한 글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컨텐츠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훨씬 깊고, 개인에따라 혹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많으며, 주변 맥락에 따라서도 정보의 내용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버즈 모니터링 업체들은 텍스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컨텐츠의 양과 실시간성은 양립하는 장애 요인입니다. 즉, 양이 많지 않다면 실시간 분석이 가능할 것이고, 실시간 분석이 불필요하다면 양이 많아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그러나 버즈리서치에서 이 두 가지는 항상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엄밀히 말해 기존의 검색-분석 기술로도 다량의 컨텐츠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별이나 분석은 어렵죠.
이 문제 역시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이 어렵지만, '테크닉'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힘'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테크닉, 사람의 힘이라고 하니 마치 편법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현재로서는 꽤 쓸만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메트릭스'라는 업체가 있지요. (참고로, 광고글 아닙니다. ^^)
 
메트릭스社는 원래 '코리안클릭'社처럼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각종 활동을 수치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용자 인구가 점점 일반화되면서 소비자 조사를 온라인에서 하기 시작하고, 나아가 일반 (오프라인) 소비자 조사까지 업태를 확대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조사 두 영역을 동시에 겸하고 있으니 버즈 모니터링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사실 이 곳이 버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건 2004년 경 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에 몸담고 있었는데, 작은 조사 프로젝트로 협업을 하던 중 제가 버즈 리서치 솔루션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죠. 간단히 말하자면,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일별로 저장해 둔 후, 광고주들이 원하는 주요 키워드에 대해 상시 분석을 해주고, 메시지의 전파 경로까지 분석해주는 솔루션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몇 차례의 협의를 거치면서 저는 현실적인 문제와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는 2005년을 끝으로 더이상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메트릭스는 '준 실시간' 버즈 모니터링 및 분석 솔루션으로 개선한 후, 2006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죠.
 
협의를 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었는데, 메트릭스는 돌파구를 의외로 간단히 찾았습니다. 조사 대상 컨텐츠의 비정형성은 텍스트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맥락 분석의 모호함은 사람의 손발과 눈을 투입함으로써, 아울러 용량과 실시간의 문제는 '준'실시간 분석을 채택함으로써 해결한거죠.
 
동시에, 메트릭스의 버즈 리서치는 내용 분석 측면에서 자동적, 수동적인 방법을 동시에 적용했습니다. 조사 대상 사이트에서 키워드가 들어간 문장들을 추려낸 후, 그 문장들이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자동으로 판단합니다. 이후 분석 대상이라고 판단된 컨텐츠에 대해서는 사람이 보면서 직접 판단을 합니다. 또한, 실시간 분석을 포기하는 대신 주간 단위, 월간 단위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량적, 정성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보고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따라서, 메트릭스의 버즈리서치에서는 상시 모니터링 '인력'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게시판 알바처럼 말이죠. 글을 쓰지는 않고 측정만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는 버즈 모니터링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자동화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보다 더 아이러니했던 것이, 이 솔루션이 도무지 생각만큼 잘 팔리지를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록 저도 이 솔루션을 실제로는 직접 써본 적이 없었지만, 개념상으로는 광고주나 마케터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말이죠.

시간이 흘러 나중에 이 솔루션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후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사실 메트릭스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체의 솔루션에도 적용됩니다.
 
첫째는 솔루션이 어떤 정보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광고주/마케터에게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의 대중화로 많은 브랜드들이 버즈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터 입장에서는 '모니터링 이후'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더 관심이 있는데, 버즈 리서치는 사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은 전혀 주지 못합니다.
 
둘째, 모니터링이라는 활동 자체의 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즈 모니터링이란 단순히 키워드의 등장 빈도나, 긍정/부정적인 언급의 빈도 분석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정량 뿐 아니라 정성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조사 방법이므로, 시장 내 여론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버즈 리서치의 보고서는 일반 정량조사, 정성조사 보고서 대비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힘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조사 비용이 소요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마케터에게는 버즈 리서치가 '비싼 Google Analytics'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는 셈입니다.
 
넷째, 이런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제시하는 주간/월간 조사보고서는 의도와 달리 일반 조사방법론과의 차별점을 더욱 옅어보이게 합니다. 이는 실시간 분석을 포기했기 때문인데, 버즈 리서치의 차별점은 '종합 보고서'보다 '실시간 전파 경로 분석', '컨텐츠 전파력/도달률 분석' 과 같은 버즈 리서치만의 특장점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주/마케터에게 버즈 리서치, 입소문 관리에 대한 상상력과 매력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하고, 버즈 리서치의 기계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력을 전혀 쓰지 않고 실시간 맥락 분석을 전자동으로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전에는 기계적인 특성보다는 버즈리서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감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osted by ecarus

이전 글에서는 정량적인 소비자 조사방법론(Quantitative Research)과 정성적인(Qualitative) 방법론, 각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로 '버즈 리서치'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성적 조사방법론이 비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방법 역시 결국은 소비자의 '언어적 반응'을 측정한다는 한계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량적 방법론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언어적 반응은 두 가지 한계를 가져오는데, 첫째는 소비자가 뭔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감각 등을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게 된다는 한계입니다. 둘째는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한 후 대답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일종의 왜곡이 생긴다는 한계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비언어적'인 조사 기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 뇌촬영기법(fMRI), ZMET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모두 소비자의 무의식적, 반사적인 반응을 포착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이 중에서도 하버드대의 Zaltman 교수가 개발한 ZMET(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은 (촬영 등의) 기계적 장치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 합니다. 정신분석학에 기반을 둔 ZMET은 그림이나 (보이지 않는) 이미지 등의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은유를 포착함으로써 소비자의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냅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이미지'는 시각적인 것 뿐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포함합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언어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 조사를 실시하는 사람이 소비자(피조사자)로 하여금 언어로 이루어진 응답을 구성하도록 몰아간다면 더욱 그렇겠죠.
 
말이 잠시 옆길로 샜는데, 오늘 드리려는 이야기의 주제는 정량, 정성, 비언어적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버즈 리서치가 어떻게,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입니다.
 
기존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진심을, 소비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언어든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든 정량화 할 수 있는 단위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버즈 리서치는 이 같은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버즈 리서치의 조사 대상이 소비자가 (조사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커뮤니케이션인데다가, 정해진 주제 없이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조사 대상이 되는 메시지의 형태 역시 텍스트 외 다양한 범주로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가 떠올리는 비언어적 단서들까지 수집, 포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 글에서도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버즈리서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아래와 비슷합니다.

  •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다양한 공간, 주로 다양한 SNS 공간과 블로그, 뉴스 댓글, 포털의 커뮤니티 등지)
  •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의견들을 수집, 축적해서,
  • 원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 여론이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지 경로를 파악하는 것.

 
조사 대상이 되는 의견(메시지)의 형태는 텍스트가 될 수도 있고, 이미지나 동영상이 될 수도 있으며,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메시지의 성격은 새로운 의견이나 정보 게시, 단순 동조나 반론, 추가 정보 개진, 퍼나르기 (전파), 혹은 주제에 대한 단순한 대화 등으로 나눌 수 있지요.
조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태도 및 인식의 변화 추이 관찰, 광고와 같은 특정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조사, 혹은 반사회적인 메시지 검출이나 행동 예방을 사전 경보 시스템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필터링함으로써 사전에 자살을 방지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테러'나 '집회' 등의 단어를 검열한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습니다..)
 
버즈리서치는 그 분석 대상이 수많은 SNS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과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특이할 뿐 기본적으로 내용 분석 조사방법의 틀을 가집니다. 물론 메시지의 양과 종류, 실시간성 때문에 전통적인 내용분석 조사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버즈리서치는 데이터의 수집-축적-분석-결과 도출의 프로세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자동화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아무리 정확한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분석에 1-2개월이 걸린다면 '버즈 (입소문)'를 측정한다는 의미가 무색해져버리니까요.
 
버즈리서치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내야 하는 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정확한 조사 대상 컨텐츠의 선별
조사 대상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컨텐츠 중, 실제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컨텐츠를 골라내기 (예: '애플'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과나무의 성장 주기'가 아니라 '애플 컴퓨터의 성장 추세'를 골라내는 능력.)
 
(2) 컨텐츠의 내용 분석 및 타당성 제고
컨텐츠 내 키워드 (예: 브랜드명) 는 얼마나 의미있게 언급되는가. (예: '애플 컴퓨터는 항상 새롭다'에서처럼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언급과 '델과 HP는 저렴하면서도 획기적인 제품들을 내놓는다. 애플은 잘 모르겠다.'에서처럼 부수적이고 의미없는 방식으로 취급되는 언급을 구별하는 능력.)

  • 키워드의 언급은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혹은 어떤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는가.
        -  키워드의 언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는 컨텐츠의 길이, 영향력, 컨텐츠 내 언급의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예: 뉴스 댓글, 트위터, 블로그 포스트 등은 길이와 영향력, 전파성 등에 있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3) 컨텐츠의 전파 경로 분석

  • 조사 대상 컨텐츠는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를 인용하고 있으며,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로 다시 인용되는가. (매체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매체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인가.
  • 조사 대상 컨텐츠의 작성자는 누구로부터 컨텐츠를 접했으며, 다시 누구에게 보여지는가. (인물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전달자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4) 컨텐츠 도달률 분석

  • 컨텐츠에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사람의 프로파일 분석


위 내용들을 자동으로 분석해 낼 수만 있다면 조사 업계는 물론, PR이나 마케팅 컨설팅에서도 선두로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든 내용을 자동화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일단 우리 말이든 영어든 컨텐츠의 맥락을 자동으로 분석해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습니다. 자연어 분석 엔진이 등장하고, 사용자들의 대화/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기반한 맥락 추측 엔진이 나오고 있지만, 올바른 선별과 미묘한 맥락 분석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안된다고 덮어버리기 전에 어떤 부분이 안되는지, 어떤 부분이 현재의 기술로 대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당분간 불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ecarus

이 글은 트위터의 @kevin_yoonlee님이 소개해 주신 '소셜 마케팅 지원체제 구축한 LG전자... ‘반전의 계기’ 찾을까' 라는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은 설문이든 실험이든 정량(quantitative)조사든 정성(qualitative)조사든 결국은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궁금한 점을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정량조사는 이미 정해진 틀 (이를테면 설문지 등) 안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 알아내는 것이고, 정성조사는 설문지와 같은 '틀' 없이 소비자와의 대면 혹은 관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차이가 있지요. 정량조사는 '몇 %의 소비자가 ***를 선호한다'는 식으로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있는 반면, 정성조사는 수치화가 불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 이 방식을 옮겨놓는다 해도 그림은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설문지를 나눠주든, 만나서 설문지를 앞에 펴놓든 결국 '설문 문항에 답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오프라인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비해 온라인 조사는 좀 더 빠르고, 저렴하며, 결과 분석 역시 간단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죠. (반면 오프라인에서처럼 '감시'가 되지 않으므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있구요.)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정성조사는 한계가 큽니다. 정성조사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관찰함으로써 소비자와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통은 지나쳤을 법한 힌트나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처럼 조사 대상을 앞에 두지 않는 상황에서의 정성조사는 극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 소셜미디어 대중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조사 방법이 등장합니다. 바로,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말들을 분석해서 소비자 인식의 흐름을 읽는거죠. 이는 전통적인 정량조사의 단점과 정성조사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정량조사는 조사자가 미리 짜놓은 객관식 설문 문항 외의 것을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주관식 문항으로 물어볼 수도 있지만, 주관식 응답 역시 대부분 (분석의 편의를 위해) 조사자가 미리 생각해 둔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대답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입니다.
 
정성조사의 경우 이같은 '닫힌 틀'의 단점은 별로 없지만, 대신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없다는 점, 조사 대상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쏟아내는 말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 단점을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분석함으로써 틀에 박히지 않은 응답을 들을 수 있는데다가, 수치화도 가능하고, 많은 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반화도 가능합니다. (물론 완벽히는 안되죠. 어떤 말을 한 사람이 어디에 사는 몇 살 짜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등을 샅샅이 알아내기 어려우니까요.)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새로운(?) 조사 방법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하는 말들 중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언급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흔히 '버즈 리서치 (Buzz Research)' 혹은 '버즈 모니터링 (Buzz Monitoring)'이라고 불리는 조사로서,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이라는 전통적 조사 방법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기사 안에는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버즈 모니터링'이란 웹상의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수집하는 시스템이다. 카페와 블로그 등 웹사이트를 비롯해 페이스 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광범위한 텍스트 정보를 이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수집한다. 이 시스템은 LG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LG CNS가 구현했다. 다만 시스템 구축 기간및 비용, 기술적인 스펙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최근 1년새 SAS,IBM, 오라클, 테라데이타 등 주요 글로벌 IT업체들은 수많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이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내기위한 강력한 분석 툴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쓰여오던 전통적인 내용 분석 조사는 수 년 간 축적된 신문 기사 더미를 놓고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등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사 범위 내에 들어 있는 (예를 들면 최근 3년 동안의 국내 중앙일간지 5종) 기사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각각의 언급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몇 주에서 몇 달 씩 조사를 하곤 하죠.
 
그러나 버즈 리서치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용을 대상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조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미투데이, 다음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쏟아지는 포스팅과 댓글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중 누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내용으로 언급했는지를 추려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통적인 조사 방법이 적용되기는 불가능합니다. ('비정형 데이터'란 포스트, 댓글, 이미지, 동영상 등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형태나 사이즈 등에서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IBM, SDS, CNS, 그리고 기존 시장 조사업체들의 다양한 조사 방법 테크놀러지가 등장하는데, 관건은 사실상 한 가지, 바로 '쏟아지는 컨텐츠의 내용을 어떻게 분류할 것이냐' 입니다.
 
모니터링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을 활용하거나 이를 조금만 응용하면 브랜드가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채널 (예를 들면 페이스북, 트위터, 개인 블로그, 포털 댓글 등) 내에 브랜드 명이 등장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장한 브랜드명이 (1) 정말 우리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인지, (2) 브랜드 관리자가 관심있어 할 만한 언급인지, (3) 언급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4)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5) 그 언급은 어떤 경로로 들어왔고 퍼져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6) 언급한 사람의 특징 (성별, 연령 등) 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 중 (1), (2) 는 조사 대상 컨텐츠의 정확성에 대한 것이고, (3), (4)는 컨텐츠의 내용과 맥락 분석, 그리고 (5)는 경로 분석, (6)은 대상자 프로필에 해당합니다. 이 여섯 가지를 자동적으로 밝혀낼 수만 있다면 아마 소비자 조사업계의 선두로 올라서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IT 솔루션 업체와 소비자조사 업체는 이 여섯 가지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합니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됐듯 각 업체는 자신이 찾은 방법을 절대 공개하지 않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은 '정답'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벌써 7년 전인데, 제가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조사 업체 한 곳과 손을 잡고 '온라인 입소문'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조사업체는 당시의 솔루션을 보완, 개선해서 광고주들에게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개발하던 이야기와, 효과적인 버즈 리서치의 방법에 대한 생각은 다음 편에 이어서 싣겠습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