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alities2009. 6. 16. 02:27

극장 상영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조금 긴데요, 시간 있으시면 꼭 끝까지 보시길.. 그리고 가능하면 전체 화면으로 보세요. ^^



World Builder from Bruce Branit on Vimeo.


그런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퀄리티인 걸까요, 녹아있는 스토리일까요.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6. 15. 14:05

Second Life, There, 지금은 없어진 Lively, 그리고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렸던 여러 VR 서비스의 공통적인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모두 'proprietary location 모형'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서비스의 이용을 위해서는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하고, 서비스 내에서 제공되는 VR은 서비스를 떠나면 존재하지 않는, walled garden 방식의 VR이라는 겁니다.

이 모델은 당연히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Lively.com처럼) 서비스를 닫아버리면 그 안에 있는 비즈니스 establishment도 모두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기도 하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ExitReality라는 곳은 기존의 웹사이트를 3D로 변환하는 솔루션/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합니다. 즉, VR이라는 장점은 살리되 proprietary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접근입니다. 현재는 MySpace와 Facebook 내의 프로필 섹션을 3D로 바꿔주고 있습니다만, 이같은 ExitReality의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왜 현존하는 서비스를 굳이 3D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입니다.

ExitReality 측은 '3D라는 환경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engagement 를 높일 수 있는데다가 더 많은 광고 공간(inventory)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매우 타당하고 매력적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것이 어떤 실익이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ExitReality - MySpace Apartment 


Proprietary model이냐 open model이냐를 선택하는 데에는 분명 기술적인 요인이 중요한 판단기준일 것입니다. 기술적인 요인이 핵심적인 요인일 수 밖에 없음도 사실이지만, 소비자의 사용 목적과 편익이 과소평가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 뿐일가요?

서비스를 론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What can it bring to my life?' 혹은 'What is being uniquely enabled -- other than being just new?'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서비스 혹은 어플리케이션이 새로운 플랫폼(예: 모바일)으로 옮겨 제공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효용성의 즉각적인 증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시 말해, 웹에서의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로 확장되어 제공될 때 무조건 좋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인 셈이죠. 한 서비스를 모바일 등 또다른 채널로 확장하려 할 때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이것이 정말 훌륭한 편익을 제공하는가'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것만으로 소구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높은 실패 가능성을 보전하기 위해 제공하려는 서비스 혹은 어플리케이션이 단지 '이제는 Mobile에서도 됩니다'라고 소구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 어려운 거죠. (새로운 플랫폼 혹은 새로운 적용 분야가 단순한 '기능(feature'로만 포장돼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something NEW,' 'something UNIQUELY USEFUL'한 것입니다. 즉, 'New approach & benefit'과 'Plarform as a feature' 사이의 차이를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위 문장에서 '모바일'을 '3D'로 바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샌 듯한데, proprietary model과 open model의 선택은 소비자의 편익, 그 중에서도 중요한 편의 요소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야 서비스가 지향하는 모든 기능을 다 제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proprietary model이 편리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다운로드와 주기적인 업데이트, 그리고 '언제 폐쇄될지 모른다는 'sustainability'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Open model일 경우 이같은 불안감은 덜할 수 있어도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기능이 일정 부분 제약을 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기술적인 분야를 제가 잘 몰라서 막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픈아이디처럼 VR간 플랫폼이 공유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Second Life에서 내가 구축해 둔 자산들을 There에서도 쉽게 activate할 수 있다는 의미, 즉 이 서비스에서 저 서비스로 쉽게 옮겨다닐 수 있는, 'portability'를 갖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편리하지 않을까요. 오픈아이디에서 내 ID가 나를 나타내는 중요한 식별자이듯,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아바타, 혹은 3D character가 3D VR 내에서의 중요한 식별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6. 12. 17:42

온라인에서의 아바타는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가상현실, 채팅 서비스 등에서 자기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로 쓰입니다. 2D나 3D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일 수도 있고, 그보다 간단한 아이콘 형태인 경우도 있습니다.

VR에서 아바타의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사용자의 캐릭터 정도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1) 이 '캐릭터'의 역할이 서비스 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되고 있는가, (2) '캐릭터'에 대한 사용자의 태도나 인식은 무엇인가에 따라 아바타의 역할은 크게 확대될 수도, 혹은 귀여운 캐릭터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쌩뚱맞은 이야기지만, 아바타의 어원을 살펴볼까요? ^^ 아바타는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 (अवतार)'에서 유래된 말로 힌두어로는 '아바따르'로 발음되는 단어라고 합니다. 의미는 지상으로 강림한 '신(神)의 화신(化身) 혹은 분신(分身)'이군요. 온라인에서는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사용자의 분신'을 의미하게 됐구요.

굳이 어원을 따져본 이유는 아바타의 본의가 '사용자를 밖으로 보여주는 아이덴티티의 역할'이라는 것을 되새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보고있는 대부분의 아바타들은 (주로 게임에서 접하게 되지만) 2D나 3D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혹은 아이콘의 형태를 갖고 있지요. 이런 아바타들은, 혹은 여러분이 쓰고 있는 여러분의 아바타는 과연 여러분을 얼마나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습니까?

MMORPG나 채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아바타는 2D 캐릭터입니다. 아바타가 현실감이 모자란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3D 가상세계 플랫폼에서는 3D 아바타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3D인데다가 사용자가 비교적 자유롭게 개인화를 할 수 있어 최대한 자기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갖도록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그림은 '가상현실(VR) - 그 가능성'이라는 예전의 포스트에서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VR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가?' 단락) Second Life에서 어떤 기자가 자신의 모습을 아바타로 만든 예인데요, 꽤 정확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바타가 자기 자신을 닮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요? 다시 말하면, 사용자들은 과연 이런 '현실감있는 아바타'를 선호할까요, 혹은 그 반대일까요? 아바타의 본의상 '자신의 화신 혹은 분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것이 맞겠지만,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반드시 비슷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저는 아바타가 현실과 가상세계(VR)를 잇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실의 자신을 반영하는 것도, 자기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실체를 추적할 수도 있어야겠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되고자 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즉, 실명과 익명성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겠죠.

익명성, 혹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나타내는 아바타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기존의 2D형 아바타나 3D형 아바타를 통해 내가 원하는 (혹은 선호, 지향하는) 아바타를 만들어내면 되니까요.  

[그림 - Playstation3: Home에서의 아바타 생성 화면]

반면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위 그림처럼 '최대한 나에 가깝게'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아바타 생성에 있어 얼마나 다양한 옵션을 제공받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데다가, 완성 후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보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차라리 내 사진을 스캔해서 넣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나의 아바타를 완성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솔루션은 이를 가능케 하는 곳들입니다.  

1. BioVirtual

2D 캐릭터/사진을 3D로 바꿔주는 솔루션을 가진 곳입니다. 네이버 등 국내에서도 이 회사를 검색해 보면 조금이나마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


그림에서 보시듯, 실제 2D 사진의 윤곽선을 인식, 3D로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시면 아무런 내용이 없는데요, 현재는 어느 회사엔가에 팔려서 위 기술을 이용한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2. FaceGen

BioVirtual과 거의 흡사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곳으로 FaceGen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관련자들의 말로는 BioVirtual이 더 우월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확인해 볼 길이 없으니 뭐라 할 말은 없구요. ^^ Youtube에서 'Facegen Modeller'라는 동영상을 보시면 일단 3D로 변환된 아바타를 얼마나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사진 1~2장으로 3D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아래의 예제만 놓고 보면 그럴듯 합니다.

3. Kickstand Lab

Kickstand 역시 3D 아바타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 이 곳은 '아직은' 2D 사진을 3D로 바꾸는 솔루션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StretchMesh'라는 솔루션으로 3D 아바타의 얼굴 표정을 훨씬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클릭해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알고리듬을 이용한 표면 연동 및 변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3D 아바타의 표정이 어색하게 변하는 것을 크게 개선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웃을 때 입꼬리와 눈근육은 움직이는데 코와 볼근육은 움직이지 않는 황당한 현실이 개선되었다는 의미죠. 물론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들에서는 사람과 비슷하게 표정이 변하지만, 이 경우는 제작자가 일일이 수작업을 한 경우이고, 수학적 알고리듬을 이용해서 한 곳의 근육 변화가 다른 부위의 근육 변화를 그대로 이끌어낸 것은 StretchMesh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업체들 소개로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했나요? ^^ 다시 '나를 닮은 아바타의 필요성'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바타는 익명과 실명의 결합, 즉, 실체를 나타내되, 아바타가 줄 수 있는 판타지와 익명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판타지와 익명성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면 나를 꼭 닮은 캐릭터에 대한 니즈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나를 닮은 캐릭터를 위 솔루션들을 이용해서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내 자신을 닮은 아바타를 통한, 지금은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또다른 차원의 판타지'를 향한 기회가 열리지는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만 논의되어 왔지만, 이런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그 아바타가 VR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심지어는 내가 로그오프한 상황에서도 말이죠), 인공 성격 (artificial personality)를 가진 인공 아이덴티티 (artificial self) 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일까요?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6. 10. 03:02

앞의 포스트에서는 'World vs. Game'이라고 표현했었는데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VR서비스 모델의 종류를 논하기에 앞서 온라인 서비스의 일반 구분을 먼저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Verse Group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Randy Ringer는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성을 아래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exhaustive한지는 모르겠지만 구분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드립니다.

(1) WORK

- 쇼핑, 검색, 온라인 뱅킹 등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성적 활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Goal-directed 활동이라고도 합니다.

(2) BELONGING

- 소속감을 추구할 때 이를 충족시키는 활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가입을 통해 집단에의 소속감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3) RELATIONSHIP

- 친구,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 등 관계 형성을 위한 활동입니다. Belonging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Relationship은 소삭감 자체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메신저와 싸이월드, Facebook, Twitter를 통한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4) FUN / ENTERTAINMENT

- 앞서의 세 가지와 달리 개인의 오락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Game이 대표적이며, 그 외 동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의 감상 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검색 역시 때로는 Work가 아니라 Entertainment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요, 이는 검색의 목적 자체가 hedonistic한 목적을 갖고 있을 경우입니다.

 

4가지로 분류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그리고 사용자 역시 위 4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을 동시에 제공하거나 소비합니다. 분류간 경계가 때로는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예: Work와 Entertainment의 차이), 대체로 한 가지에만 유일한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VR에 대해 논해 보자면, VR 서비스 모델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광의의 온라인 서비스 구분과도 연결됩니다.

첫째는 Utility 모델입니다. VR의 현실성에 초점을 둔 모델입니다. 따라서 현실세계와의 연관성, 혹은 현실세계 환경과 유사한 인터페이스 혹은 quest를 중시합니다. 이런 접근을 택하는 서비스의 경우 때때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그를 기반으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을 수행하면서 관계를 맺는데 중점을 두게 됩니다. (주: 여기서 말하는 '아이덴티티 유지'는 반드시 현실에서의 아이덴티티와 동일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으로 만든 아이덴티티라고 하더라도, 그를 유지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VR은 아니지만 Facebook을 비롯한 SNS가 이 같은 utility 모형에 기반하고 있으며, Second Life, There 등 많은 VR이 utility 모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Utility 모형의 안타까운 공통점은, 이 모델을 채택한 VR이나 SNS 모두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

둘째는 Entertainment 모형입니다. 현실세계와의 연관성은 과감히 무시 혹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고, 주어진 VR 환경이 줄 수 있는 오락성에 초점을 맞추는 모델입니다. WOW, 리니지 등 MMORPG가 이 모형에 해당하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게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VR의 환경 내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VR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분류의 기준인데요, 지난번 'Virtual Reality: World vs. Game - 몇 가지 예와 시사점'에서 소개한 Meet-Me, Daletto World, Splume 등 많은 VR 서비스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모델은 entertainment 요소의 핵심으로 게임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까지를 놓고 봤을 때 entertainment 모형은 utility 모형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창출에 좀더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단락에서 제시한 일본의 다양한 VR 서비스들 역시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Entertainment 모델의 신봉자들은 '게임이야말로 VR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해 이는 지나친 비약입니다. 이론적으로만 보더라도 사용자가 VR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효용을 충족시켜 줄 수만 있다면 수익성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단,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추구했던 가치 중 게임이 가장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하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이 되겠지만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하고 넘어갈 점은 게임의 옹호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리니지와 WOW같은 massive한 (MMORPG) 스케일의 게임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캐주얼한 수준의 MMO 게임이 VR의 주요 모델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 많아 보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장 시장성이 있는 대중, 성인층은 WOW나 리니지 같은 'serious MMORPG'에 빠져들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캐주얼한 MMO 게임을 주장하는 것이죠. 

게다가 캐주얼한 MMO와 VR간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utility성 VR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게임 요소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을 casual MMO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죠.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게임은 게임 자체로 의의가 있다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의의가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utility성 VR이 주어진 공간 내에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는 일반적 utility성 VR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소비자가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만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주어진 '간단한 quest 혹은 미션'을 수행하도록 해서 게임 요소를 부여한다면, 이것을 캐주얼 MMO라고 해야 할지 utility VR이라고 해야할지 알기 어렵게 되는거죠.

중요한 것은 뭐가 됐든^^ 사용자들이 그 안에서 돈을 쓰게 하는 겁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virtual goods (예: 아이템)를 구매하도록 하거나, subscription fee를 내게 하거나, 아니면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통한 제품 판매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Electric Sheep Company가 만든 RideMakerz 같은 경우 온라인에서 레이싱용 자동차를 personalize할 수 있게 하고, 그와 동일하게 만들어진 실제 완구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Utility와 Entertainment간의 차이 및 선택은 Second Life를 대상으로 적용해 볼 때 이해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Second Life는 (극단적인) 오픈 스페이스를 보장하고 utility를 극대화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인 사용자의 아이템 개발, 판매, 토지의 매매 등) 을 통해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novelty가 떨어지자 바로 사용자 유치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MMO와 같은 게임 요소를 넣으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가요? Second Life의 특성상 그런 시도가 가능은 할까요? (게임 요소를 넣는 대신 openness의 제약을 감내하는 것이 맞을까요?)

답은 어쩌면, utility service를 제공하고 오픈스페이스를 제공하되,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스스로 게임 요소를 발견, 창출하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Utility성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랙션이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게임화) 하거나, 혹은 마치 사용자들이 스스로 아이템을 제작, 판매했듯 게임 요소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openness를 더욱 더 넓히는 겁니다. 

Openness를 더욱 더 넓힌다.. Utility 특성을 강화함으로써 Entertainment 요소의 자발적 생산을 기대한다...? 어렵고 두려운 이야기인데..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혹은 웹 2.0이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두려움, 막연한 불안함과 거의 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6. 9. 04:09

1. Meet-Me: Virtual Tokyo

2007년 말에 론칭했으니 이젠 역사가 꽤 된다고 해야 할까요? ^^ Meet-me는 일본 Transcosmos社에서 출시한 3D VR 게임입니다. (그러나 MMO류의 게임이라기보다는 Second Life류에 가깝습니다.) 동경의 이곳저곳을 3D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게임 내 캐릭터들이 (Second Life처럼 날아다니기보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하는 등 좀더 현실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도시 내의 곳곳이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내비게이션으로 나타나있고, 그 위에 토쿄타워 등 현존하는 건물들이 3D로 보여지고 있어 현실성을 증대시킵니다.  그러나 막상 아바타의 customization과 활용은 서비스의 현실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평이 많습니다. 일본 서비스라 그런지 만화같은 귀여운 느낌의 아바타를 쓰도록 하는데, 이것이 현실감을 저하시킨다는 거죠. Second Life에서처럼 'Cocore'라는 가상 통화(currency)를 제공합니다. Meet-me에 대해서는 'Virtual Tokyo ‘Meet Me’ goes into alpha stage'라는 곳에서 잘 정리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십시오.

런칭 시점을 보고 짐작하실 수도 있었겠지만, Meet-me 역시 Second Life의 성공(?)에 힘입어 출시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소개된 다양한 가상현실 서비스에 대한 내용은 이미 작년(2008년) 전자신문에서 '우후죽순 일본의 사이버월드, 성공여부는 미지수'라는 제목의 기사로 다룬 바 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일본의 서비스만 해도 S!타운(소프트뱅크), Daletto World, Splume, Cyber Megacity, Hatena World, Square Enix Virtual World 등 다양한데요, 그 중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2. S! Town

S! Town은 SoftBank Mobile에서 (모바일로서는 세계 최초로 제공하는) 3D  가상세계입니다. 2006년 11월 론칭되었으며,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자유롭게 customize하고 (11개 세트 제공),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도 하고, 아이템 구매, 미니게임 등 기존 가상현실에서 생각할 수 있던 활동들을 모바일에서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었죠. 18~24세 여성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있고,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아닌 모바일 환경이다보니 배터리 용량이나 스크린의 크기, 프로세서의 한계 등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감안한 VR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을텐데요, S! Town의 사용자들은 Digital Town, Culture Town, Active Town, Fashion Town 등 4곳의 테마 타운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각 타운에서 장소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게임형' 가상 현실 환경인 셈이죠. 위 그림에서 보여지는 아바타에서도 게임형 UI의 느낌은 물씬 나고 있는데, Second Life가 지향했던 VR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어느쪽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3. Daletto World

Daletto World 역시 게임의 형태를 띠고 있는 VR 서비스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게임의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게임 내에 구현된 커뮤니티를 웹상의 일반적인 커뮤니티 성격과 결부시켜 콘텐츠 커뮤니티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초반에 론칭되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실 수 있듯, 이미지는 현실과는 다른 100% 가상의 느낌입니다. 3D로 배경이 구현되긴 했으나 실존하는 공간이 아닌, 게임공간으로서의 3D인거죠. 여기에 아바타는 게임 형식을 띤 커뮤니티 내에서의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배경과는 달리 2D로 나타나는, 다소 독특한(?) UI인데, 포토 아바타라는 기능으로 자유롭게 customize가 가능합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VR과는 달리 사용자간 활동에 더 큰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기업 혹은 마케터가 끼어들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어보입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위와 같은 형태라면 마케터가 할 수 있는 활동은 크게 (1) 게임을 개발, 사용자들로 하여금 즐길 수 있게 하거나, (2) 콘텐츠 중심 커뮤니티를 꾸리고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거나 (push형 커뮤니케이션이 되겠죠), 혹은 (3) In-game advertising을 통한 브랜딩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합니다.

 

4. Splume

Splume는 전설의 에로팬더님의 글 '새로운 가능성, 일본판 세컨드라이프 Splume'에 아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혹시 모르셨다면 VR 관련 좋은 글들이 많으니 꼭 한번들 가보시길 권합니다.^^)

Splume는 S! Town이나 Daletto World보다는 Second Life와 좀더 가까운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게임에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Second Life처럼 본인의 캐릭터 (혹은 아바타)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공간 URL'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다른 공간, 혹은 타인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 다른 기업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듯, 고유한 공간 URL을 입력하면 타인의 VR 공간이나 기업의 VR 공간을 방문할 수 있는 거죠. 이같은 방식은 Second Life보다 나은 navagation이라고 보여집니다. Second Life의 경우 주어진 하나의 세계(즉, 서버)에서 활동을 해야 하지만 Splume에서는 이같은 제약을 없앰으로써 보다 자유로운 환경의 구축과 활용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로 인해 'One Shared World'라는 VR의 특성은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겠지만요.

Splume도 S!Town이나 Daletto World와 같은 '애니메이션스러운' 환경을 기본으로 합니다. 3D 구현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현실성의 감소라는 단점은 분명히 있을텐데,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걸까요? 혹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인인 것일까요? (이런 면에서 볼 때 Meet-me나 아래 소개해 드린 Twinity같은 경우는 VR과 현실의 이미지를 상당히 근접하게 하고자 노력한, 조금 드문 예들입니다.) 

5. Cyber Megacity

전설의 에로팬더님이 Cyber Megacity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해 주셨습니다. ([일본]금융분야의 세컨드라이프를 목표, Cyber MEGACITY-도쿄0구) 자세한 내용은 그 글을 보시면 될 듯 합니다. Cyber Megacity에서 제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게임형 VR을 탈피, 어른용, utility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VR이라는 점입니다. Cyber Megacity는 금융관련 VR입니다. 동경 주식시장이 VR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는 형태인데, 'Cyber Megacity-도쿄0구'라는 이름으로 현실에서의 주식 거래, 부동산 거래 등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이런 현실세계의 금융 활동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은 VR이 현실세계와 더욱 밀착, 혹은 통합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모든 서비스들이 현실과는 다소 유리된 게임 환경을 지향하고 있던데 반해 Cyber Megacity는 VR에서 하는 활동이 현실에 바로 영향을 미치고, 현실에서의 활동이 VR에서 구현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이 두번째 특징은 굉장한 의미를 갖습니다. VR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VR은 현실과 유리된 환경이 아닌, '현실과 소통하는 가상 공간'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초반에는 HUD나 각종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에서만 소통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런 감각적인 연결 (sensory connectedness) 를 넘어 컴퓨터 환경에서 구현되는 VR이 실생활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VR의 응용 방향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입니다.

 

6. Hatena World

Hatena World는 2007년 12월에 베타서비스가 공개되었습니다. 배경은 3D 지도이며, 구글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는 종이 인형같은 느낌의 2D입니다. (Daletto World와 유사한 방식이지요.) 채팅, 아바타 꾸미기 등 기본적인 기능은 대동소이합니다. Hatena World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VR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느냐를 생각하게 합니다.

즉, VR이 utility를 지향해야 하느냐, entertainment를 지향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위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한 바 있고, 이어지는 포스트에 좀더 자세히 논의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open platform을 제공하여 사용자에게 100% 자유를 줄 것이냐, 혹은 (게임처럼) 일정 수준의 mission/quest를 주어 그를 통한 오락성을 가미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Hatena World는 실제의 지도 위에 아바타가 위치, 활동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왜 실제의 지도를 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일본어의 한계가 심각합니다.. ^^;) 주어진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치 않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대부분의 VR이 주어진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데 의의를 둡니다. (이는 Second Life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끝없는 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 없이 모르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것이 결국 이같은 서비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많은 VR 관련자들의 의견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특정한 mission/quest를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는 두 진영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트렌드가 됩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이런 움직임이 발현되고 있는데, 첫째는 현실성을 유지하면서 quest성을 강화하는 것이며, 둘째는 현실성을 감소시키면서 게임 요소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Cyber Megacity의 예처럼 '금융 거래'라는 현실성을 보존한 상태에서 일상생활이 갖는 quest (예: 주식 거래, 부동산 조회 등) 를 강화한 것이며, 후자는 (현실이 아닌) 가상 공간의 부여와 그 안에서의 mission/quest 부여로 단계별 게임 기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 Sony PS3 'Home').

이러한 두 가지 방향의 트렌드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고,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트렌드에 부합하는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의 개발도 계획해야 할텐데요..

 

7. Square Enix Virtual World

Square Enix는 게임으로 유명한 Taito社의 홀딩컴퍼니입니다. 이 곳에서 내놓았다는 것만으로 왠지 같은 VR이라도 MMO성 게임이 아닐까 했는데, 여러 자료를 읽어보면 MMORPG의 게임으로서보다 SNS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특별한 quest 없이 타인과의 교류가 우선이라는 의미입니다. 환경은 Second Life와 유사한 3D 현실 환경을 지향했으나, (일본 사용자의 성향을 감안한) 만화성 캐릭터와 더불어 게임 느낌이 많이 납니다.

 

8. Twinity

 
독일 Metaversum이라는 곳에서 만든 VR로 독일의 베를린과 싱가폴을 실제와 똑같이 VR로 구현하는 가상도시, 미러월드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tena World가 실제의 지도 위에서 아바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현실과의 거리를 좁혔다면, Twinity는 실제 도시를 그대로 구현하는 접근을 택한 셈입니다.

Twinity의 사용자는 3DMax, Maya와 같은 3D tool을 이용하여 사물을 생성, 도시 내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환경 안에서는 Second Life에서와 유사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땅과 아이템을 매매하고, 통화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방식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점에서 현실과의 거리가 가장 좁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장점(?)을 논외로 하고 보면 Second Life가 가진 단점과 한계 역시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현실과 흡사해졌다는 점이 사용자들로 하여금 Second Life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롭고 지속 가능한 즐거움의 원천'으로 받아들여질까요? Utility와 Entertainment의 논의는 Twinity도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인걸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6. 5. 17:19

업데이트가 많이 늦었습니다. 앞서의 포스트에서 주로 Esquire紙가 흥미로 다루었던 각양각색의 지도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요, (흥미로 다루었다고는 하더라도 분명 새롭고 진지한, 주목할만한 시도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종류의 디지털 지도들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The New Cartographers"

이번에 소개할 지도는 지도 자체가 아니라 아티클입니다. The New Cartographers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지도를 통해 제시되는 여러가지 추가 정보 혹은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문 보기

 

 

이 아티클에 나오는 내용들은 이전의 제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렸던 지도들과 유사한 것으로써, 현존하는 지도에 새로운 정보를 입힌 종류의 지도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혹은 전염병 감염 환자가..^^) 있는 지역을 보여주는 "Who is Sick"과 선택한 지역의 감성 지수를 보여주는 "We Feel Fine" 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Who is Sick

 

이처럼 지도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UI로 인식되면서 본문은 '사람들이 주변의 모든 것에 위치 정보를 부여하고 있다'고도 소개합니다. 그것이 위치와 관계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간에 말이죠. 여러분도 쉽게 생각하실 수 있는게 많을 겁니다. 도로 위의 과속단속 카메라의 위치 정보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정보지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위치 정보가 소비자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지 상상이 가능합니다. 맛집의 위치나 유원지, 주유소 등 끝도 없겠군요.

이처럼 '실제 존재하는 장소의 위치 정보를 온라인에 올려 지도와 연동시키는 것'은 결국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그치는 것으로, 정보의 1차원적 활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사람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주제를 지도에 연동시켜 보여주는 것'으로 위에서 말씀드린 것 같은 Who is Sick", "We Feel Fine" 등이 예가 될 수 있겠죠. 이런 방식의 다양한 활용은 Google Maps Mania라는 사이트에 서 수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물리적으로는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무엇, 혹은 실제 존재하지만 그것에 부가적인 정보를 덧입힌 후 지도와 연동시키는 것'들입니다. 얼핏 위의 사례들과 유사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 연동을 통한 부가 정보의 창출 및 제공'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그것을 지도에 배치'한다는 차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말하자면, 감기 환자들의 분포를 지역 정보와 연동시키는 것은 기존 방식인 셈이고, 감기 환자들의 현재 상태 혹은 감염 패턴 등을 계산해 내고 이를 지도에 보여준다면 한 발 더 나아간 mash-up이 되는 셈이죠. (예를 만들고보니 깔끔하지 않은 듯한 생각도 들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이 때 관건은 어떤 '부가적인 정보를 찾을 것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기존의 지도와 연동시킬 것인가 (혹은 덧입힐 것인가)' 입니다. 전자는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아픈 사람들의 위치',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 아래에서 언급할 '친구의 위치'등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후자에 대한 답으로 본문은 레이어 방식, AR방식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무척 여러가지가 가능하겠죠. (일례로, 아예 지도라는 이미지 자체를 안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지도의 효용성이 '연동된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라면 굳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지도 그림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2. Google Latitude

Google의 Latitude는 사실 '새로운 종류의 지도'는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Google Maps에 추가 정보를 덧입혀서 부가가치가 있는 지도 서비스로 만들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지난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관련 글들도 많이 올라와 있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텐데요 (예: 구글, 지도기반 친구찾기 Google Latitude 런칭구글 친구찾기 서비스), 간단히 설명하자면 휴대기기를 이용, 친구나 가족 등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PC로 연동해서 위치를 추적하게 해봤는데, 제 경우는 상당히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네요.^^

 

이 서비스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지요. 정확성에 대한 편견, 지원 단말기가 적음에 대한 과소평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치 정보의 공개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요인까지 다양합니다. 

위 그림처럼 PC를 통해 위치를 추적하는 거라면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덜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실시간 추적'의 의미가 작아지기 때문이죠. 즉, 모바일 GPS를 통한 '실시간 위치의 추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사실, 위치 추적 (혹은 위치 찾기) 기능은 실시간 추적에 대한 니즈가 가장 큽니다. 내가 관심있어하는 누군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지만, 노출당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찜찜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굳이 스토커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가 공개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내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같은 우려 때문에 구글은 이를 비껴가기 위한 장치를 몇 가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우선 내 위치를 아예 공개 안할 수도, 혹은 내가 친구로 지정한 몇몇에게만 공개할 수도 있구요, 혹은 나의 현재 위치를 내가 수동으로 세팅할 수도 있게 했습니다. (실제 나는 선릉역에 있지만 Latitude 상에는 학교에 있는 것처럼 보여줄 수도 있는거죠.^^) 그러나 이같은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의 위치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최소한 당분간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Google Latitude, 혹은 이같은 위치 연동 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응용은 Twitter와 같은 마이크로블로그에 친구찾기 기능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Twitter는 140자 단문 블로그의 특징, 즉 내가 생각하는 바를 간단하게 적어 뿌리는 'instant nature'를 큰 장점으로 갖고 있는데요,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위치까지 나타낼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단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로 인해 Twitter의 콘텐츠도 한 가지 축이 더 추가된, 지금보다 다양하고 깊은 내용들이 나타날 수 있을 거구요. 

그러나 이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외에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위치 정보라는 것은 어떻게,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폭발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Google은 이 정보를 가장 직관적으로 생각 가능한 '사람 찾기' 서비스로부터 시작했을 뿐이구요. 그 외의 적용분야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쓸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은 어떤 응용을 생각하실 수 있으신지요? ^^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5. 14. 14:01

야후가 '카테고리 서비스'에 이어 포털이라는 서비스를 창출했고, 이내 포털은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UI가 되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도 이같은 야후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요. 구글은 검색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UI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구글이 제시하는 검색 결과들로부터 자신의 인터넷 소비를 시작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모바일웹 역시 그 나름대로의 UI를 만들었고, Apple iPhone은 iPhone만의 UI로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Facebook, Twitter 모두 고유한 UI에 그들만의 서비스를 녹여낸 경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든 모든 사례는 text-based UI입니다. 물론 이미지나 동영상이 삽입되기도 하지만, HTML 기반의 웹이 출현한 이래 '텍스트' 공간은 가장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웹과는 또다른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만,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면에서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 iPhone이나 (해외에서 Touchwiz라고 불리는) 삼성 햅틱폰의 위젯 UI는 위와 다른 UI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웹 기반의 인터넷에서 새로운 UI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지도'입니다. 앞서 몇몇 포스트에서 언급한 적도 있지만, 지도는 단순히 위치를 알려주고 길을 찾아주는 역할로부터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UI로서의 온라인 지도, '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구글·MS도 그녀 앞에 무릎 꿇다.) 지도는 '공간 위의 정보'를 포괄하는 UI를 통칭하는 단어가 된 셈입니다.

지도에 대한 인식을 이처럼 확장시킬 경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집니다. 지리적인 위치에 기반한 지도를 넘어 사람에 대한 지도가 생길 수도 있고, (전염병을 포함한) 유행 및 그의 경로를 담을 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사와 의견을 위주로 한 지도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GPS를 비롯한 각종 모바일 기기와 결합할 때 지도의 가능성은 훨씬 커집니다.
 
아래 소개드리고자 하는 사례들은 '지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전혀 다른 종류의 지도가 된 사례들입니다. 지도 본연의 기능을 '실제 위치'에만 국한한다면, 어쩌면 아래의 사례 중에는 지도라고 하기 힘든 것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경계선을 깨는 것 역시 발전을 위한 시도일테니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1. 인구 지도

위 지도에서는 어렴풋이 세계지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도상의 높고 낮은 꼭지점들은 해당 도시의 인구증감에 따른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 Columbia 대학 Laura Kurgan (Director, Spatial Information Design Lab) 은 1990년부터의 자료를 토대로 2015년까지의 인구증감을 예측했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가장 인구증가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은 중국의 베이하이(Beihai), 인도의 가지아바드(Ghaziabad), 그리고 예멘의 사나(Sanaa)라고 하네요.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2. Real-time Rome

위 지도는 이태리 Turin에서 건축가로 일하는 Carlo Ratti가 만든 지도입니다.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이 열리던 당시 이틀간의 로마의 휴대전화와 교통량을 지도위에 투영한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점점 특정 지역(아마 도심으로 생각됨)이 색상이 변하면서 부풀어오르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도는 정적(靜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지요.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3. Citysense: 인터랙티브 지도

이번에는 '지도는 이미 주어진 정보를 디스플레이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사례입니다. Sense Networks社의 Chief Scientist인 Tony Jebara는 'Citysense'라는 서비스에서 특정 지역 내에서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을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Sense Networks社는 'Macrosense'라는 분석엔진을 개발한 곳인데, GPS를 활용, 수집된 방대한 양의 (사용자) 위치 정보의 스트림을 Citysense 서비스를 위해 실시간 분석, 적용한다고 합니다. GPS에 기반한 LBS가 향후 중요한 어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입니다.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Citysense)

4. Stamen Design: 다양한 패턴을 입힌 지도

Stamen Design社는 지도 속에서 사용자들이 다양한 데이터들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랙티브 환경을 창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지도'라는 방식을 이용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허리케인의 경로를 보여주거나 범죄 발생 패턴을 보여주는 다소 단순하고 상상 가능한^^ 패턴들도 있지만, 사람들이 창출해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패턴 지도 (주: 위의 런던 올림픽 지도) 라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기반으로 한 지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패턴을 보여주고, 이를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같은 새로운 지도, 혹은 UI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Stamen Design의 사이트를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출처: Esquire 2009년 1월호, Stamen Design)

알아채셨겠지만^^ 오늘의 1편 포스트에서는 주로 Esquire紙가 지난 2009년 1월호에서 다루었던 지도들을 중심으로 추가 정보를 더 넣어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다른 종류의 디지털 지도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5. 13. 16:02

가상현실이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사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 대한 기사입니다. 첫번째 기사는 AR이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고, 두번째 기사는 한발 더 나아가 '문화'의 교육과 소비에 AR의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Augmented Reality display of silver museum artefact in a story-telling context
http://www.ict.csiro.au/images/NetworkTech/AugmentedReality2.jpg


실재하지 않는 어떤 것, 접하기 어려운 어떤 것을 AR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래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예들은 모두 일차원적 용도의 활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MW의 'Expression of Joy' 에서도 흥미로운 AR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일차원적 용도에 그치고 있지요. '실재하지 않거나 접하기 어려운 것을 보거나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은 훨씬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흔한 예로 최근 자동차에서 많이들 채택하는 HUD(Head-up Display)가 AR의 한 종류인 것처럼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외의 다양한 방면일 수도 있고, 그 카테고리 내에서 다양한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기사 #1 원문:  [CT혁명 문화 판도를 바꾼다] <2> 또 하나의 삶, 가상현실
기사 #1 작성자: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009/4/21. 동아일보)

기사 #2 원문:  [CT혁명 문화 판도를 바꾼다] <3> 디지털로 부활하는 역사
기사 #2 작성자: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009/4/28. 동아사이언스), 서영아 특파원 (교토) sya@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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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T혁명 문화 판도를 바꾼다] <2> 또 하나의 삶, 가상현실
- 디지로그북 펼치자 코끼리가 살아 움직인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4210018

광주 북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 책상 위에 펼쳐진 동물 그림책에 동물은 없고 숲과 들판만 있다. 미리 마련된 카메라가 그림책을 비췄다. 그림책 뒤 컴퓨터 화면에 실제 그림책뿐 아니라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코끼리, 사자 등 가상의 3차원(3D) 디지털 이미지가 함께 나타났다...


#2. [CT혁명 문화 판도를 바꾼다] <3> 디지털로 부활하는 역사
- 닌텐도 게임하듯 日전통문화 즐긴다
http://news.dongascience.com/HTML/News/2009/04/28/20090428100000000193/200904281000000001930108000000.html 

"찾았다!" "여기 있다!" 어두운 조명 속에 70장의 거대한 그림카드가 비추는 바닥을 남녀노소가 분주히 오간다. 네댓 살 된 꼬마가 뛰어다니는가 하면 백발의 노인도 중얼중얼 시조를 읊으며 자리를 옮겨 다닌다. 각자 손에 든 단말기에 나온 시조와 같은 카드를 찾아가 단말기를 터치하면 1점 획득. 45인치 액정 모니터 70대가 그대로 70장의 거대한 카드놀이판이 된 셈이다. 카드게임이 끝나면 다른 참가자의 단말기와 연동해 ‘○명 중 ○등’ 식으로 순위도 나온다...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5. 11. 02:59

Second Life, There, Frenzoo, VSide, Gaia, 그리고, 망한, 구글이 포기한 Lively (2008.12) 까지 다양한 가상현실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MMORPG도 가상현실의 한 종류로 볼 수 있겠죠. 

Comparison of Virtual Environments
Virtual
World
OS Cost per month Target user & style Edit
avatars?
Build or design content? Script content? Own land or sell items? Education
ready?
Comm. Events?
Active Worlds
PC & Linux Free / $6.95 General; Exploration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No selling
Can code Checkmark
Barbie Girls PC Free Young girls; Fashion, social Checkmark Checkmark No Neither No Checkmark
Club Penguin PC & Mac Free / $5.95 Kids; Games and Activities Checkmark No No Neither No Checkmark
Forterra Systems PC Contract Training, E-Learning, Serious Games Checkmark Can code Checkmark Checkmark Can code Can code
Gaia Online PC & Mac Free Social; Top-down overview, sprites Checkmark No No Sorta No Checkmark
Habbo Hotel PC & Mac Free Teens; Social Checkmark Checkmark No Neither No Checkmark
Kaneva PC & Mac Free Teens; Social Checkmark Checkmark No Sorta No Checkmark
Neopets PC & Mac Free / $7.95 Kids and teens; Mini-games, social Checkmark No No Checkmark
Checkmark
No Checkmark
Teen Second Life PC & Mac Free / $9.95 Teens only; 3D, Creation, social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an code Checkmark
Second Life PC & Mac Free / $9.95 18+ only; 3D, Creation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heckmark
Can code Checkmark
The Sims Online PC $9.95/mo. General; Social; 3D Checkmark Checkmark No Checkmark
No selling
No Checkmark
There PC Free / $9.95 General; Social Checkmark Checkmark Limited Checkmark
Checkmark
No Checkmark
Webkins PC Free Social Checkmark No No Neither No Checkmark
Whyville PC & Mac Free Kids and teens; 2D sprites; Educational Checkmark Checkmark No Neither Checkmark Checkmark
Zwinktopia
PC & Mac Free Teens; Social Checkmark No No Neither No Checkmark

(출처: Virtual Environment Info)

저는 VR이 게임을 위한 3D UI 이상의, 더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은 아래와 같은 것들로 고민을 하고 있지요. (답은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내용들입니다. 누군가 답이나, 의견을 주시면 좋겠는데요.)

1. VR은 (어느 정도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가? 

VR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세상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VR은 대부분 후자에 가깝죠. 사용자의 ID가 사용자의 identity를 반영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이 현실세계의 원칙을 어느정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거의 모든 VR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창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의 VR 환경은 대부분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가상 현실', 혹은 '유사 현실'에서 사용자는 '또다른 내'가 되어 다른 사람들과 교류, 상호작용을 하는 것인데요, 여기서 '현실세계의 나'와 '가상 현실 내의 또다른 나'는 얼마나 유사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사람들의 아바타/캐릭터는 얼마나 스스로를 가깝게 반영하고 있을까요?) 행동과 성격을 볼 때 사람들은 얼마나 유사하거나 상이할까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용자들은 현실에서의 자신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하듯, 가상 현실의 자신에게도 그같은 투자를 하려 할까요? (게임 아이템 구매와 별개의 '투자' 말입니다.)

실제 모습과 아바타를 흡사하게 한 예입니다. (출처)

VR은 그것이 아무리 현실과 가깝게 보일지언정 결국은 '가상'입니다. 그러나 이 '가상'을 '실제'처럼 여기도록 하는 데에는 아래의 몇 가지 기준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스스로의 아바타를 만들 때 본인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낼 것인지, 본인의 얼굴을 쓰되 포토샵으로 보정을 할지, 아니면 아예 본인이 아닌 다른 연예인의 사진으로 자신을 나타낼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1) 사용자들이 VR의 환경을 얼마나 진짜처럼 '여기고 있는가.'  (주: 이는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진짜처럼 느낀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진짜처럼 여기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2) 위 #1과 관련, VR이 나와 얼마나 상관있다고 느껴지는가, 관여도가 얼마나 높은가.
    (3) 위 #1과 관련, 이 VR은 나의 실생활(나의 personal network 포함)을 얼마나
         replicate하고 있으며, 이 공간은 나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가. 
    (4) 사용자들이 VR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즉, VR을 벗어나지 않고
         얼마나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이 외에도 여러가지 기준들이 더 있겠죠. 앞으로 차차 공부해야 할 주제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econd Life, Gaia Online, There, Lively)

 

2. 가상현실의 장단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어쨌든 무언가 재화를 생산해내야 하고, 그것을 결국은 오프라인에서 소비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내 아바타가 물을 마신다고 해서 나의 갈증이 정말로 해소되는건 아니니까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생체적 욕구를 제외하고, 다른 부분들에 있어 온라인에서의 행동/활동이 오프라인에서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현재도 이미 프로게이머나 슈퍼블로거 등 일부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의 활동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생활비를 벌고 있기도 합니다만, 이런 일이 일반인들에게도 지금보다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어떨까요?

쉽게 말해서, 온라인 및 VR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내가 사는데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VR은 현실세계보다 더 매력적인 여러가지 요소(예: 많은 친구들, 사람들의 주목, 멋진 집)들로 들어찬 곳이라고 해보죠. 최소한 개념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VR을 '재미' 이상의 이유로 찾고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즉, "온라인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해 오프라인에서의 주체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실제 현실과 가상 현실 간의 경계선은  더욱 희미해질 수 있는" 셈이죠. 

단점이라면 온라인에서는 나의 모든 욕구가 충족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생존을 위한 신체적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물론, VR에서 느끼는 혜택이 실생활에서의 그것과 100% 똑같지는 않다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VR에서 내가 아무리 큰 집을 갖고 있어도 현실세계에서의 큰 집이 주는 것 만큼의 효용성을 모두 느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현 단계에서는 VR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실생활과 같은 효용성을 제공할 수 없으며, 어느 정도의 오프라인 활동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가상현실로의 '도피'

위에서 말한 한계가 어느정도만 해결되더라도 VR은 굉장히 멋진 도피처(혹은 탈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에 몰두하는 이른바 '폐인'들을 보면 그들이 의/식/주/수면 등 생존에 필요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평생 게임 속에 묻혀 살지 않을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마치 영화 Matrix에서의 고치 인간들처럼 말이죠.) 

마치 어두운 면을 부각시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좋은 면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도피'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관점의 차이죠. 만일 어떤 사람이 오타쿠적인 성격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학교나 직장에서 거의 왕따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해보죠. 이 사람은 '이미 약속된 사회 환경/조직 문화라는 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는 지금의 위치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VR에서는 이 사람의 특기가 엄청난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의 관심 분야에 대해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는 만나기 힘들지만, VR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고, 이들이 모여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쉬워지니까요. 

게다가 영화 Minority Report에서처럼 VR에서는 내가 돌아다니는 곳 어디든 시스템이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기도, 나에게 맞는 상품을 제안해 주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구현되기 어려운 시스템이지만, VR에서는 가능합니다. 진정한 telepresence가 구현되는 셈이죠.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Big Brother니, Matrix니 하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전제만 충족되면 언제든 가능한 방식입니다. 사실 지금 현재도 개인 정보가 충분히 보호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는데, 위의 방식이 현재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고만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시스템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을 때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한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정보의 향유, 텔레포테이션, 그리고 아마 어느 정도의 시간 여행까지도 VR에서는 가능하니까요. (주: 중요하게 밝히고 넘어갈 점은, 저는 이 글에서 국가나 정부와 같은 통제 기구가 개인의 정보를 보유/통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단지 개인이 공개하기를 동의한 위치(whereabout)와 의지(intention)정보가 개인의 정체성 정보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템에 의해 사용자 편의를 위해 활용되는 것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3. VR의 실제 현실화 - 근접하게 하기

Maslow의 Hierarchy of Needs를 놓고 볼 때 VR에서 충족될 수 없는 욕구에는 대체로 하위단계의 (생리적/Physiological, 안전/Safety) 욕구들이 해당되는 반면, 3, 4, 5단계의 사회적, 자기존중, 자아실현 욕구는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들임을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최소한 개념만을 놓고 볼 때 VR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VR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VR이 현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긐처럼 '주어진 플랫폼에서 주어진 행동을 하도록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마치 현실세계에서처럼 사용자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재화의 생산 포함) 최대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실생활적 가능성이든, 오락적 가능성이든, 더 나아가공상과학적 가능성이든 말이죠.

아울러 플랫폼을 정말 '사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세심한 UI의 기획과 디자인이 중요할 것입니다. 몇 년에 한 번씩 UI가 바귄다면 그건 현실 세계로부터 VR을 점점 떨어뜨리는, 다시 말해 affordance를 약화시키는 일이 될테니까요.

Posted by ecarus
Unrealities2009. 4. 28. 16:32

오니온맵 회장의 개인사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있는듯한 아쉬움은 있지만, 간단하게나마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제가 바로 아래의 포스트에서 '지도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적이 있었는데, 오니온맵은 그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답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네요.

하지만 기사에서와는 달리 오니온맵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가능성은 그다지 밝아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기사의 원문에서는 오니온맵을 3D지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러나 구글어스나 다음 스트리트뷰 같은 실사 지도는 아니고, 그래픽(?)을 이용한 '3D처럼 보이는 지도'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비주얼을 강화하고자 한 셈인데 그에 따른 용량 증가 (혹은 기사 소개로 인한 트래픽 폭주?) 로 인한 로딩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왜 지도가 3D가 되었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나 답은 없군요.

작성자:  위클리조선 황은순 차장 대우 hwang@chosun.com  (2009/4/15. 주간조선)
원문: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15/20090415009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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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구글·MS도 그녀 앞에 무릎 꿇다 

'오니온맵' 회장 쏘틸 황

한국 IT 진두지휘 라스베이거스 입성
구글 등 세계적 기업과 오픈 경쟁
라스베이거스시 공식 지도로 선정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5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인이 ‘잭팟’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재미동포 사업가인 쏘틸 황(52). 한국 기술로 만든 온라인 지도 오니온맵(Onionmap)이 그녀의 진두지휘하에 라스베이거스시 공식 온라인 지도로 최종 선정된 것. 구글·야후·MS·AOL 등 세계적 기업들을 제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큰 일’을 낸 것이다.

한국의 큐리오시티(Qriocity·대표 김영웅)가 국내 기술로 완성한 오니온맵은 3차원 지도로, 단순한 길 안내뿐 아니라 쇼핑·관광·호텔·식당예약·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쌍방향 네트워크 세상이다. 오니온맵안에서 모든 서비스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통합 플랩폼으로 하나의 도시를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셈이다. 오니온맵은 라스베이거스의 공식 온라인 지도가 됨으로써 연 4000억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연 관광수입 4조원 중 오니온맵을 통한 각종 예약 수수료 등이 오니온맵 몫으로 할당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한 무모한 도전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은 쏘틸 황의 ‘화려한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LA를 주름잡은 여성 사업가로 미국 주류사회에선 유명인사다. 라스베이거스시가 그녀의 사업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프레젠테이션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히스패닉계 신문 'EN FOQUE' 발행인으로 미국 신문에 소개된 쏘틸 황.

 
사업차 한국을 찾은 쏘틸 황을 한남동에 있는 오니온맵 사무실에서 만났다. 약 100㎡(30여평)의 사무실에서 고작 10여명의 직원이 온라인상에서 세계적 대도시를 구축하고 있었다. 오니온맵에 한방 맞은 구글이나 MS의 대표가 이곳을 봤다면 기가 막힐 일이었다. 쏘틸 황은 큰 키에 시원한 외모만큼 에너지가 넘쳤고 거침이 없었다. 앉자마자 오니온맵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해낸 일보다는 그녀 자체가 궁금했으나 ‘과거’를 물으려는 기자와 ‘현재’를 넘어 ‘미래’를 강조하는 그녀와는 자꾸 대화가 어긋났다.

“저, 오니온맵에 대해서는 충분히 됐고 개인적인 얘기가 듣고 싶은데요.” “개인적인 얘기? 꼭 해야 하나요?” “… ”

23살에 한국을 떠나 미국적 사고가 익숙한 그녀에게 일이 아닌 개인에 대한 호기심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을 터였다. “젊었을 땐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비즈니스가 아니라 내 얼굴에 더 관심을 가질까봐 언론 인터뷰를 피했다”는 농담을 던지며 개인사를 털어놓기 꺼려하는 그녀에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농담으로 맞받아치며 ‘옛날 이야기’를 재촉했다.
 
소녀, 세계를 품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돈보다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 무의촌만 찾아 다니던 아버지가 용돈 대신 매달 그녀에게 준 것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였다. 그곳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지, 다른 나라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궁금한 것은 너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영화를 공부해 보겠다고 편도 비행기 티켓 한 장 들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 혼자 외국을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순수예술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 적을 두고 다른 유학생들처럼 샌드위치 가게에서 양파를 까는 일부터 시작했다.

학비며 생활비가 엄청났다. 돈이 필요했다. 일단 미국이라는 곳을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그레이하운드에서 잠을 자며 꼬박 한 달 동안 50개 도시를 지그재그로 누비고 다녔다. 미국을 다 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170㎝가 넘는 큰 키와 서구적인 외모, 넘치는 끼로 어디서건 튀어 보였던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선 그런 외모와 개성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일단 LA에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오니온맵'의 라스베이거스 지도

사업가의 DNA

처음 시작은 쿠바인 파트너 2명과 함께 쿠바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다.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그들은 쿠바로 돈이나 생필품을 보내고 싶어했고 그걸 눈여겨본 그녀의 전략은 적중했다. 사업은 대박이었다. 통장에 돈이 쌓였다. LA에서 60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의 학교까지 비행기를 타고 통학할 정도였다. 아예 전세비행기를 띄워 남미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사업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나 고비도 있었다. 미 정부로부터 쿠바 방문 불허 방침이 내려지면서 한때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사업이 재미있었어요. 사업이냐 학업이냐 기로에서 결국 사업을 선택했어요. 지금 같았으면 둘 다 잘해 나갔을 텐데 그때만 해도 사고가 유연하지 못했죠.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녀 자신도 몰랐던 사업DNA를 발견하면서 그녀의 열정은 계속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졌다.

LA엔 당시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연결해 줄 신문이 필요했다. 스페인어 신문인 ‘엔 포케(EN FOQUE)’를 만들었다. 20대의 새파란 동양여자가 신문사 발행인이 되자 기존 신문사의 위협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히스패닉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한 신문 만들기를 고수한 결과 그녀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유명인이 되었다. 그때 얻은 이름이 쏘틸(Xochitl)이다. 쏘틸은 10~12세기 멕시코 고원지대를 지배한 톨텍(Toltec)족의 공주다. 아즈텍어로 꽃이라는 뜻. 그 시대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하고 살았던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엔 포케’가 궤도에 오르자 다음엔 영어로 된 패션매거진 ‘MODA’를 발행했다. 기존의 패션잡지가 소비자들 대상이었던 반면 MODA는 업체 대상이었다. 그녀의 사업 감각은 남들보다 한 발씩 앞서가는 것이었다.

“난 메이드 인 코리아”

그녀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늘 새로움을 찾아나서고 도전을 즐겼다. “남들이 남자친구를 바꾸는 것처럼 난 사업을 바꿨죠. 연애 기간이 길면 사랑이 무뎌지듯 사업이 안정되면 다른 사업으로 눈이 돌아갔어요.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첫 3년이 가장 긴장되고 짜릿하죠.”

새로운 ‘사랑’은 1996년에 다시 시작됐다. 글로벌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URI(United Resources Information)를 만든 것.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도와주고 미국 기업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을 세워주는 일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한창일 때 한국 대기업 중 그녀를 거치지 않은 기업이 별로 없었다.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서 그녀는 ‘미국 진출을 위한 패스포드’로 통했다.

URI를 만든 계기 중 하나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었다. 성공한 한인 사업가로 LA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다 기자로부터 한국인을 폄하하는 발언을 들은 게 계기였다. 그때까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은 저가로 승부하는 동양의 기업에 불과했다. 그녀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두고볼 수 없었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진두지휘했던 그녀의 마케팅 방식은 마음을 공략하는 감성 마케팅이다. 한국 대기업과 해온 일 가운데 그녀가 손꼽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미국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LA의 윌튼극장을 ‘윌튼LG’로 바꾼 것이다. 문화와 기업을 엮어 LG의 기업 이미지를 확 끌어올렸다. 또 애틀랜타 등 미국 공항의 안내 스크린을 독점하고 있던 소니를 몰아내고 LG 제품으로 바꾸는 일도 주도했다. 아테네올림픽 당시 유람선과 아테네시 전철의 한 노선을 아예 LG전자의 광고판으로 도배한 것도 그녀의 작품이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숨은 공신이었던 셈이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닛산·도요타 등도 그녀의 손을 거쳐간 대표적 기업이다. 클린턴 선거 컨설팅을 한 인연으로 민주당에서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인터뷰 도중 “옛날 자랑하면 뭐하냐”며 자꾸 말을 돌리려 해 몇 차례 입씨름이 필요했다.

다시 여행을 시작하다

복싱의 인파이터처럼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그녀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내 얘기를 하자면 너무 드라마틱해서 책 몇 권으로는 부족해요. 밤마다 울면서 버틴 적도 있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업가가 아닌 여자로 대하려고 하는 것도 큰 장애였어요.” 그녀는 “미팅에 들어가면 으레 당신의 보스는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내 얘기를 들으려면 인터뷰 자리가 아닌 술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 기반도 없었던 그녀가 가장 중요한 생존법으로 삼는 것은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승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한다고 1등이 될 수는 없어요. 잘해도 2등 밖에는 안 되는 거죠. 1등을 하려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오니온맵’을 시작할 때도 사람들로부터 왜 구글·야후처럼 지도를 만들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 그들을 따라했다면 ‘라스베이거스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유럽·중국 등을 오가며 사업을 하느라 지난 30년의 3분의 1을 비행기와 호텔에서 보냈다는 그녀의 여행은 지금부터 또 시작이다. ‘오니온맵’은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미국 주요 도시들을 계속해서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조만간 뉴욕의 공항과 버스·공공병원 등을 오니온맵으로 구성하는 협의에 들어간다. 텍사스주의 알링턴과 댈러스시에서도 긍정적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다. 연애하듯 일을 즐긴다는 쏘틸 황. 오니온맵 안에 또 하나의 지구촌을 만들어 넣겠다는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사랑에 푹 빠져있었다.   

오니온맵(onionmap)

오니온맵(www.onionmap.net)은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새로운 3차원 도시지도다. 개발자는 벤처기업인 큐리오시티(Qriocity) 김영웅(40) 대표. 쏘틸 황이 오니온맵에 뛰어든 건 2006년이다. 쏘틸 황은 처음엔 인큐베이팅에만 참여하려고 했으나 김 대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까지 하게 됐다.
오니온맵이 라스베이거스 공식 지도로 선정되기까지는 2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오픈 경쟁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숱한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구글·MS·야후 등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긴 것은 오니온맵이 공간분석이나 비주얼 면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구글이 키워드 중심이고 야후가 카테고리 중심이라면, 오니온맵은 비주얼을 중심으로 한 쌍방향 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고 지도를 검색하기 때문에 언어에 상관없이 찾기가 쉽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시티 맵으로 공식 선정된 후 기본 도시 틀 위에 라스베이거스시의 요구에 맞춰 콘텐츠 구성을 하고 기능을 붙이는 중이다. 10월부터 라스베이거스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오니온맵에는 미국의 33개 주요도시가 구축돼 있는데 이를 더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오니온맵은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도 구상하고 있다. 오니온맵 내에 아메리카타운·코리아타운 등을 만들어 비즈니스 활동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할 파트너와 관련해서는 이미 미국 상공회의소의 도움을 받아 몇몇 기업들과 이야기를 진행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오니온맵에 들어갈 콘텐츠와 파트너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