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0. 1. 3. 15:19

'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천편일률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인지, 남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있는지 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요즘입니다.


- 2008년 10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 (작년 다이어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현재 국내에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공연장은 1,300여개나 있습니다.
이들의 절대 다수는 항상 텅 비어있는 상태이지요. 이를 채울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무슨 문화재단을 만들면, 거의 무조건 '전용 공연장'을 짓고 싶어합니다. 문화재단이 있으면 그 이름을 딴 전용 건물, 즉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다분히 20세기적인, 개발 중심적인 생각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관객들이 하드웨어를 보러 오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콘텐츠 개발 혹은 유치 등 소프트한 쪽으로,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의 하드웨어를 빌리더라도, 내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면 되는거죠. 여기서 '내 소프트웨어'란 반드시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루브르 미술관 작품 유치'와 같이 남의 콘텐츠라도 내 것으로 재포지셔닝해서 보여주는 것이 포함됩니다. 


제가 만일 제 이름을 딴 문화재단을 만든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할지 생각해보았는데,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정말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려면, 남들이 짜놓은 틀(frame) 바깥에서 생각해야 할텐데, 저 역시 남들과 같은 틀 안에 있으면서 남들과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정도만을 추구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Photo by Claire Bear @ Flickr  


Posted by ecarus
Thoughts2010. 1. 3. 02:55

새해를 맞아, 누구나처럼 새로운 한 해, 백호의 해, 새로운 10년(decade)에 대해 다짐을 밝히기 보다, 그냥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블로그를 쓰기로 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블로깅을 거의 작파하다시피 해서 말이죠. ^^)

매년 이맘에는 다이어리를 정리하느라 휴일을 보냅니다. 업무용으로 다이어리를 한 권 들고 다니면서 동시에 똑같이 생긴 별도의 일기장을 집에 놓고 쓰는데, 가끔 어디선가 주워들은 좋은 이야기들을 적어두곤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었는지 둘러보면서, 옮겨적은 글들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지요. 해가 바뀌면 아무래도 작년 일기장을 다시 들춰볼 기회가 줄어들 테니, 시간날 때마다 몇 가지 좋은 글들을 블로그에 옮겨 보기로 했습니다.


by Jason Tavare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다이어리는 3년째 몰스킨(Moleskine)을 쓰고 있습니다.
색깔만 빨강에서 검정으로 바꿨는데, 한달 두달이 지나며
쓸 수록 손때가 묻어나는 품이 마치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사전에
손때묻으면서 '내 것'이 되어가는 느낌과 같아 애용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당시 귀족들이 타고 다니는 수레의 높이가 너무 낮아 전쟁시 징발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라에서 명을 내려 수레의 높이를 높이도록 지시했는데도 귀족들은 이 명을 잘 듣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에 손숙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수레의 높이를 높이는 것보다 문지방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낫다.
군자들은 수레에서 내려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지금의 문지방은 수레를 높이지 않아도 드나드는데 문제가 없도록
충분히 낮기 때문이다."

이를 좇아 수레가 아닌 문지방의 높이를 높이도록 명을 고쳐 내렸고, 이에 따라 수레의 높이도 따라서 높아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비자 인사이트에 대한 그럴듯한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보다 더 간결하게 인사이트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례도 드물 것 같습니다. 모든 통찰은 관심 있는 관찰과, 충분한 고민을 거친 해석 끝에 얻어지는 것이겠죠. 수레의 높이를 낮추는 것 뿐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소비자 인사이트 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9. 11. 17:16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 사실 여러 종류의 서비스들이 워낙 많이 나와있는지라, 고민이 많이 됩니다. (투자유치도 만만치 않구요.)

Twitter는 물론 Facebook도 최근 Facebook Lite를 출시해서 마이크로블로깅의 흐름을 좇고 있구요, Nokia는 조만간 'Ovi Lifecasting'이라는 위치기반 SNS를 론칭하다고 합니다. 노키아 자체적인 SNS를 구축하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Facebook의 자산을 활용하려는 쪽으로 변화했는데요, 모바일과 PC의 cross-platform 서비스가 대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SNS service provider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모노폴리'로 유명한 장난감회사 Hasbro는 구글맵상의 도로를 사고 팔고 통행료를 걷을 수 있는 온라인 버전의 모노폴리 게임을 내놓고 최근 며칠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론칭 초기이고 사용자가 몰려 이용이 원활치 못하지만, 사람들을 오프라인과 유사한 플랫폼 (즉, '지도') 에 올려놓고, 그 위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평가할만 합니다. (이 좋은 '꺼리'를 JHasbro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요.)


 

서비스를 준비하다보니, 이런저런 유사 서비스들이 상당히 마음에 걸립니다. 하늘아래 새로운건 없다고, 아무리 새롭고 신선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내가 준비중인 것과 유사한 요소를 일부 가진 서비스가 있게 마련입니다. (Twitter, MySpace도 마찬가지였죠.) 딜레마는, 그런 유사 서비스를 얼마나 피해가면서, 얼마나 완벽히 만들어서 론칭하느냐입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제가 내리 결론은, '완벽할 필요는 없다',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킬 수만 있으면 된다' 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처음에는 일단 만들어놓기만 해도 된다는 입장이죠. 처음에 잡은 방향이 완전히 틀린 것만 아니라면 론칭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개선해 가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서비스 개발 방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Window'라는 GUI를 처음 소개한 Dynabook, HTTP라는 프로토콜을 개발,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을 가능케 한 Tim Berners-Lee 모두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혹은 서비스)이 '어떻게 활용될지'를 미리 다 결정한 다음에 세상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잠재력을 가진 기술을 세상에 내놓고, 그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사용자들이 그 기술을 진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을 뿌린 것 만으로도 충분했던 셈입니다. 

조물주가 아닌 이상 내가 만들고 있는 기술과 서비스가 어떻게 이용될지 100%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개발 중인 기술이) 재미있고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출시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흐름에 맞춰, 혹은 시장의 흐름을 반 발자국씩만 앞서 리드하고 진화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혁신적이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외에 좀 더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서비스로 만들고 싶다면, 그 기술/서비스가 '사용자로 하여금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할 것', '친절하고 직관적일 것', 즉 '소비자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점 정도만 기억해도 좋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사용자들과 관련 업계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겁니다. 서비스 구상을 하다가, '우리가 인터넷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진짜 교훈은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7. 8. 18:02

어제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글 2부를 쓰고 난 후 보니 흥미로운 미디어법 관련 기사가 두 건 올라왔네요.

먼저,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미디어법효과 일자리 2만개 창출 왜곡" 이라고 주장한 내용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가 제시한 GDP 수치의 왜곡으로 2만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한나라당의 논리가 허구라는 이야기입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방통위와 KISDI는 미디어법을 개정해서 대기업, 신문사, 해외자본에 의한 방송사의 경영을 허용할 경우 2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2006년 우리나라 GDP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입니다. GDP가 무슨 상관이냐고 갸우뚱 하실 수도 있지만, 이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방송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데 쓰이는 쟁점 수치입니다. 즉, GDP 대비 방송시장이 크냐 작냐에 따라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짚어볼 수 있고, 성장할 여지가 많다면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겠죠. 아래를 보시죠.

방통위와 KISDI, 한나라당은 2006년 1인당 GDP가 2만6천달러(총 1조2천948억달러)로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2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1) 위 수치에 따르면 GDP 대비 우리나라의 방송시장 비율은 0.68%에
      그침.

(2) 이는 선진국 평균 0.75%에 크게 못 미치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방송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음.

(3) 미디어 소유 규제를 완화하면 방송 시장의 GDP 대비 비중은
     선진국 수준인 0.7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

(4) 이 때 2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추정됨.
     (사실 이 2만개라는 추정도 논리가 취약합니다만, 이건 별도의 
      문제이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올려보도록 하지요.)


그러나 방통위와 KISDI가 사용한 2006년 1인당 GDP 2만 6천달러는 "정체불명의 자료"라는 것이 변 의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의 주장입니다.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등 대부분의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2006년 대한민국의 1인당 GDP를 1만 8천달러라고 발표했다는 거죠.

1만 8천달러라는 비교적 공신력 있는 수치를 대입할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은 0.98%에 달하게 됩니다. 즉 0.75%라는 선진국 수준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시장 포화상태에 가까운 상태(전국언론노동조합)'가 되는 셈입니다.

언론노조는 "이런 상태에서 방송 소유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 유발효과나 취업 유발 효과가 나타나기보다 과당 경쟁으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이너스 효과인지 분명히 나와있지는 않습니다만, 과당 경쟁으로 인한 시장 환경 악화는 예상할 수 있겠죠. 굳이 예전의 신문 구독 유치 과열로 인한 폐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경쟁의 당사자가 신문사, 방송사, 대기업이라면 이전투구에 가까운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KISDI는 이 '정체 불명의 수치'에 대한 논란에 '자신들이 인용한 국제기구 ITU의 유료 데이터 통계가 ITU 홈페이지 통계와 달라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수치와 다른 수치를 사용했음을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자신들이 사용했다는 유료 데이터의 실체에 대해서는 'ITU의 유상판매 통계DB 캡처'라는 스크린 캡처 한 장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KISDI는 여기에 더해 해당 수치가 방송위원회가 발간하는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국내 방송플랫폼 시장의 명목 GDP대비 비율 추이' 중 아래쪽 도표 참조) 그러나 여기에서 등장하는 명목 GDP가 ITU의 '유료 데이터'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등에서 발표한 GDP 수치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처 없는 정체 불명의 수치'라는 비난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고의로 방송시장의 비율을 낮추려고 했다는 심증이 들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죠.

게다가, 자신들이 사용한 수치가 ITU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수치보다 왜 훨씬 부풀려진 수치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발표한 통계와 유료로 판매하는 통계가 다르다는 것은 상식 밖입니다. 유료로 제공되는 수치를 홈페이지에서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수치가 다르다면 거기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원인은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KISDI가 아니라 (KISDI가 고소하겠다던) MBC에 의해서 말이죠. MBC 보도에 따르면 ITU가 이번 건이 쟁점화 된 이후 KISDI가 인용한 GDP가 부정확한 수치임을 인정한다고 답을 했다는 점입니다. (기사 참조) ITU의 유료 데이터에서는 평균 환율이 약 20년 전 수준으로 잘못 입력되어있었다고 하는군요. 수많은 박사 연구원들이 있는 KISDI에서 이걸 모르고 썼다고 보기는 힘들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연구원들이 KISDI를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언론노조의 비판처럼, "ITU 홈페이지의 수치도 애써 외면한 채 유독 부풀려진 GDP 수치를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송시장 규모를 축소시켰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KISDI는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MBC 언론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는게 우선일 듯 한데 말이죠.

한 가지 궁금한 점 -- ITU는 국제전기통신연합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입니다. GDP 수치를 왜 이곳에서 구해야 하는 걸까요? 저도 나름 신문방송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ITU는 GDP를 구할 때 들어가보는 곳이 아닙니다. ITU가 뭐하는 곳인지는 여기에서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네요. KISDI와 방통위는 왜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등의 수치를 쓰지 않은 걸까요? KISDI가 선호한 ITU의 수치는 왜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등의 수치와 다른 걸까요? (이건 위 MBC 보도에서 설명된 셈이겠군요.) KISDI는 GDP 수치를 얻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볼만한 한국은행, 세계은행, IMF 등의 수치를 본 후 "그래도 ITU 수치를 쓰자"고 결정했던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요? 방송시장이 아직 성장 여력이 많디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공상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기사. "한나라당 '미디어법 13일 처리' 최후통첩"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국회 문방위 간사이자 우리 시대의 파워우먼이신 나경원 의원께서는 어제(7일) 오전 민주당과의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미디어 관련법을 13일 본인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에서 처리하겠다고 통보하셨다고 합니다.

 

나경원 의원의 개인 스토리를 듣고 한때는 (개인적으로) 나의원의 감성적 팬이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정당정치에서 그런건 다 무용지물이라는...
똑똑하신 분이니, 지금이라도 용감하게 진실의 편에 서시는게
진정한 파워우먼으로 사랑받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 이 최후통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지네요. 지난 2월달에 처리하려다가 육탄전이 벌어져서 안했고, 그래서 6월까지 장장 100일 동안이나 협의하고 국민의견 수렴할 시간을 줬는데 그게 안됐고, 시한인 6월이 다가왔으니 이제는 무조건 직권 처리하겠다는 셈입니다. 

이런거죠. 자동차가 고장나서 수리를 맡기고 일방적으로 하루동안의 말미를 줬습니다. 다음날 찾아간 센터에서는 고장 원인을 찾는데만도 하루는 부족했다면서 수리가 안됐다고 하는데, 차주는 시간이 없으니 가겠다면서 차를 몰고 가버리는 상황..?

100일간 공청회는 겉돌거나 무산되고 (관련기사 참조), 여론을 수렴할 기회는 커녕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되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나경원 의원이 보기에는 이런 법안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굳이 필요치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지요. 미디어법같은 (복잡한) 법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씀을 하시는걸 보면 말입니다.

100일간 민주당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 민주당의 직무유기입니다. 이렇게 막판에 와서야 시끌시끌하게 만든 것은 잘못입니다. 어쨌든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수적 절대 우위에 있는데다가, 이번 건은 공론화 없이, 최대한 조용하게, 그리고 빠르게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었을테니 100일간 굳이 공청회나 청문회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이번 통계 조작 논란, 그리고 13일 최후 통첩 역시 똑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근거로 미디어법을 개정하는 것이 좋다는 것인지 근거도 확실치 않아졌고, 이게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 뭐가 좋고 나쁜지에 대한 여론 수렴도 안돼있습니다. (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하구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그것이 대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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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후 다른 분들의 글들이 보여 몇 군데 찾아다니면서 읽어봤는데, 통쾌한 내용들이 많더군요. 우선 몇 개 소개해 드립니다. 꼭 읽어보세요~!!

  • "패배의 KISDI, 무너진 H당 미디어법 근거" -- ITU의 유료 보고서를 두둔했던 KISDI의 입장과 달리 (ITU가) 웹상에 공개했던 무료 자료가 더 정확한 자료임이 밝혀짐. 이 외에도 미디어법 개정 강행을 향한 KISDI와 한나라당의 노력이 굉장히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 "KISDI : 원달러 환율 652원! 아ㅆㅂ쿰?-_-;;;" -- KISDI가 제시한 GDP 수치의 오류는 물론, KISDI가 계획적으로 목적에 맞는 수치를 선택적으로 취합, 사용하려 한 흔적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 "게임 종료. 미디어법 = 대국민사기극" -- KISDI가 한 최신 자료를 사용했다는 말은 물론, KISDI가 사용한 자료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줍니다.

KISDI의 생트집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만한 고수들이 재야에 많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 위 블로그 중 한 편을 쓰신 capcold님은 KISDI가 연구기관으로서 전통을 지키려면 책임자들을 단죄하여 털고 가는게 옳을 것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보다 KISDI 박사님들이 양심선언을 해주는 편이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쥐잡이식 책임자 색출보다는 그 편이 더 명예로울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회에 국민들이 본 건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미디어법 개정이 도대체 왜 말이 안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한나라당이 사기성 주장을 하면서까지 본 건을 밀어붙이고자 하는 숨겨진 의도까지 낱낱이 공론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꿈인가요?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7. 8. 08:12

흔히 말하는 '미디어법'에는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법, IPTV법, 전파법, 디지털전환 특별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이하 '정보통신망법') 등 7대 법안이 얽혀있습니다. 지난 6월 28일 올렸던 포스트에서는 유시민 전의원의 강의를 소개해 드리면서 현재 뜨거운 쟁점인 미디어법 개정 추진방향에 대해, 그 중에서도 신문사와 대기업, 외국자본의 지상파 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방송법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인터넷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니까요.

정보통신망법은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사이버 모욕죄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오프라인에 이미 '모욕죄'라는게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 주십시오. 거기에 사이버 모욕죄를 추가하려는 것이 쟁점입니다. (모욕죄 말고 명예훼손죄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또 다른 법입니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사이버(온라인)에서의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개념이 따로따로,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점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사이버 모욕죄는 한때 '최진실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웠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최진실씨의 자살을 떠올리며,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는 이 법안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 법이 어떤 독소조항을 갖고 있는지, 이것이 인터넷 업계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룬 신문은 많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법을 아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례가 최근에 한 건 생겼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악플러 고소입니다.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만, 언론에 많이 보도됐죠.) 

이외수 “악플러 고소할 것”
네티즌도 맞고소 입장 밝혀
2009.06.29 09:36:21 [원문보기]

강원 화천에서 작품활동 중인 소설가 이외수(63) 씨가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을 통해 악플러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씨는 29일 커뮤니티포털 디시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 `이외수는 왜 고소를 하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를 결심하게 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제 악플러들의 사과는 받지 않겠다"면서 "(악플러들이) 욕설과 조롱과 비방, 야비한 언사들, 심지어는 부모와 아내를 들먹이며 입에도 담지 못할 성적 모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략) 

 
이외수씨가 어떤 이유로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고소했는지를 살펴보다보면 사이버모욕죄의 성격과 파급력을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이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딴지일보의 불기둥님이 이미 아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기사를 소개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디시인사이드라는 환경의 특수성과 양측간 주고받은 대화를 알고 보면 느낌이 조금 달라집니다. 어느쪽을 두둔하게 되는게 아니라, 딱히 '이게 일방적인 명예훼손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은 느낌이 들게 되는거죠.)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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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외수의 외통수
2009.7.7  [원문보기]  
(주: 딴지일보의 특성상, 무척 직설적인 표현이 등장합니다. 감안하고 읽으시길 ^^)

사건은 디시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서 시작한다.
6월 초에 '학생맨'이라는 유저가 이외수에게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 둘의 논쟁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서 시작하여 뉴라이트 교과서에서 김구 선생의 행동을 '테러'라고 언급한 문제까지 확장된다. (그러나 애초에 위 사안들은 논쟁거리라기보다는 떡밥에 가깝다.  낚기도 좋고, 결론도 나지 않으며, 당사자가 바보되기 딱 좋으므로 애초에 친구들끼리는 종교, 군대와 더불어 논쟁을 피하기 추천한다.)

이렇게 무의미한 과정이 몇주를 두고 계속되자 6월 23일 경에 다달아서는 이외수는 논쟁 상대를 '어느 정당에서 보낸 날조 전문가' 내지 '알바' 라고 칭한다.
학생맨은 이외수갤을 떠나 정치사회갤러리(이하 정사갤)로 왔다. 거기에서 이외수를 언급하며 '이 새끼'라는 욕을 하기에 이르자, 6월 25일 경 이외수는 직접 정사갤로 진출하였다. 그러나 정사갤은 아는 사람은 알지만 디씨 삼대 막장갤의 하나. 정사갤러들과의 뜨거운 나날을 견디다 못해 이외수는... (중략, 계속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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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위 사건을 소개하는 것은 누가 잘했다 못했다에 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법이 될 수 있는가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사족: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아무래도 디시인사이드에서 일어난 전말을 알지 못하니 아무래도 유명한 고소인측의 입장을 좀더 많이 소개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쪽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특히 이런 고소고발 사건에 있어서는 더욱 말이죠. (‘꽃노털 옵하’의 이유 있는 분노) 차라리 이외수씨가 정확히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고소했는지 자세히 소개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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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추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을 위한) KISDI 자료 왜곡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네티즌과 나경원 의원의 공방에 대한 글은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6. 28. 02:06

유시민 전의원이 지난 5월 경북대에서 한 강의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와 미디어법'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유 전의원은 (1) 미디어법 개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2) 언론계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3) 법의 개정으로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지, (4) 법이 개정될 때 이득을 보고 피해를 입는 것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동영상을 보고 '정말 논리적이다', '왜 한나라당에는 이런 논리를 펴는 사람이 없나'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동영상은 토론에서 상대(예를 들면 한나라당이나 조중동 등 보수 언론)를 설득하기 위한 날카로운 논리를 담았다기보다, 저같은 일반인들에게 '미디어법의 개정이 무엇인지' 알기쉽게 설명해 주는 성격이 강합니다. 즉, 여러분과 저 모두 무리없이, 머리 안아프게 보기 좋다는 뜻입니다. 

두번째 파트 이어집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유 전의원이 동영상에서 한 말, '보통 사람이 어떤 정보를 취합해서, 진위를 파악하고, 소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언론사의 의지와 결정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 말은 언론학에서는 흔히 접하는 이론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른바 의제 설정 이론 (agenda setting theory)라고 해서, 방송이나 신문이 특정한 이슈를 선정해서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사람들은 다른 이슈보다 그 이슈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 전의원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위 이론은 '방송이나 신문의 이슈 선정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고 있는데, 미디어법 개정은 방송사의 겸영이 주된 쟁점이 되고 있지요. (신문사에 의한 방송사의 겸영이 주로 이야기되고, 그 반대인 방송사에 의한 신문사의 겸영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 겁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국내의 신문사와 방송사의 지배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형 신문사의 경우 (예를 들면 조중동) 개인 혹은 특정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로서 타 언론사를 겸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방송사, 특히 공중파의 경우 SBS만 민영방송입니다. 타 언론사를 겸영하는 것은 커녕, 타 기업의 합병조차 하기 힘든 지배구조인 셈이죠. 

둘째, 언론으로서 느끼는 위기감이 다릅니다. 인터넷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신문사에 큰 타격을 주었고, 이 추세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국내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만, 인터넷 포털의 발달과 블로그의 확산은 신문사의 의제 설정 파워를 예전에 비해 크게 약화시켰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방송사는 상대적으로 이같은 세력 약화가 덜합니다. 오히려 신문의 파워가 약해지면서 요즘은 방송사가 거의 유일한 '의제 설정 및 결집 가능한 대중매체'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의 신문과 방송을 생각해 봅시다. 두 매체 모두 서거 소식을 일주일 내내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대부분의 시간과 지면을 할애했었죠. 만일, 당시 방송에서는 아무런 언급을 안하고 신문에서만 (당시 정말 그랬던 것처럼) 일주일 내내 서거 소식과 동정을 보도했다고 가정을 해보시죠. 그리고 반대로, 어떤 신문도 서거 소식을 전하지 않은 대신 방송에서는 일주일 내내 서거 소식과 동정을 보도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실제 일어났던 것처럼 수많은 추모인파를 불러일으키고, 국민적 관심을 온통 노 전대통령 서거 소식에 쏠리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경우 중 어떤 것일까요? (주: 당시의 국민적 관심이 언론 때문만이었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저는 신문과 방송의 위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가정으로 쓴 말이니 혼동 없으시길.)

방송은 실시간성과 현실감(동영상을 통한 vividness)으로 인해 신문보다 훨씬 중요한 매체가 되었습니다. 반면 신문은 그 지위가 날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조중동 모두 사이트 내에서 동영상 뉴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신문사는 방송사를 겸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회사의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이슈가 되는 겁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김에 잠깐만 더 딴소리를 해보자면,^^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미디어법 개정에서 논란이 되는 방송사의 겸영이 '인터넷이 신문의 역할을 상당 부분 잠식했기 때문'이라면, 만일 인터넷이 이미 방송의 역할까지 잠식했을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미디어법 개정이 논란거리가 될까요. 신문에 비해 그 정도가 덜할 뿐이지, 인터넷이 방송의 영역도 이미 상당부분 잠식했고, 곧 공중파 방송의 역할도 상당히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 유 전의원은 위 강의에서 어느 특정 언론사를 두고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디어법 개정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볼 때 어느 신문사가 방송사 겸영에 관심이 있느냐, 혹은 어떤 대기업 이야기냐는 부차적인 이야기입니다. 법 개정으로 인해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 겸영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본질이지요.

여기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을 살펴 볼까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이름 참 깁니다..)의 한나라당 간사입니다. 미디어법 개정 관련 인터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겠죠. 이 분이 지난 6월 26일 MBN '박경철의 공감 8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법의 개정 추진 이유로 "좀 더 다양한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지상파 3사의) 독과점적인 폐해 치료"와 "미디어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아울러, 미디어법이 개정되면 여론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우려에 대해, 한 개보다는 두 개의 채널에서 방송하면 더 객관적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며칠 전으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6월 18일 나경원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미디어법 성격을 세세히 잘 알아 여론조사에 응할 수 있겠느냐, 모든 쟁점 법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망언에 가까운) 실언을 해서 곤란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 법이 공론화 되지 않고 가능한한 조용히 개정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주관하여 미디어법 개정관련 공청회를 몇차례 연 적도 있지만 대부분 파행으로 치달았고, 제대로 된 정책토론이나 여론의 수렴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관련 기사) 그리고 끝내는 나경원 의원이 위처럼 '국민이 모든 걸 다 알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데 이르렀구요.

하지만 나경원 의원이나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것을 유시민 전 의원처럼 쉽게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나 봅니다. 할 줄 몰랐던 것인지, 하고싶지 않았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미디어법 개정안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어쩌면 더 중요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위에서 논한 신문방송 겸영과는 전혀 다른 이슈를 다루고 있어 별도의 포스팅을 올리는게 낫겠습니다. 한 가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6월 26일 나경원 의원은 위 인터뷰에서 미디어법 개정 추진 이유로 '미디어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며, 구체적으로는 '방송과 통신의 장벽이 없어지는 가운데 지난 1980년대 만들어진 규제의 벽을 철폐하지 않으면 미디어가 더는 산업으로 크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첫째, 미디어를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유와 개방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둘째, 규제의 벽을 오히려 높이 쌓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굳이, 얼마전 있었던 유튜브의 실명제 거부 를 예로 들지않아도 다들 아시겠지만요.


6/28 밤 추가: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MBC 100분토론 내용이 redmocha님의 블로그에 정리가 되어있는걸 발견하고 링크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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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 포스트를 쓰려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가 읽게된 유시민 전 의원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유 전의원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데, 어느 쪽이든 한번 볼만한 글인듯 해서 아래쪽에 붙여봤습니다. 아래 링크는 경북대의 강의 모음입니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지식소매상 유시민 (씨네21)
유시민의 '생활과 경제' (경북대  강의)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4. 30. 14:11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났군요.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댓글들도 온통 친삼성파와 반삼성파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쩌면 조선이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런 말을 한 디자이너가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의 말이 일반화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모적으로 논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최근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의 디자인을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삼성 옴니아, 애플 아이폰(3G), 모토로라 레이저, 엘지 프라다폰입니다. (참고로 실물의 비율과 다르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고 뛰어난 심미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옴니아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모두 휴대폰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었다는 점입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이제는 너무 오래 울궈먹어서 식상하다는 평도 있지만 어쨌든 폴더형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덕분에 모토로라社는 고전하고 있을지언정 레이저의 디자인은 heritage가 돼가고 있지요. 아이폰과 프라다폰은 풀터치폰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연 제품입니다. 물론 디자인과 이후 마케팅 면에서는 아이폰이 월등했지만, 엘지는 프라다와 손잡고 사실상 아이폰보다 앞서 풀터치폰을 내놓았던 과거가 있지요.

옴니아는, 마케팅에 있어서는 성공한 쪽이지만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삼성전자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요. ("그녀의 경쟁력. 삼성전자 이영희 상무") 위 그림들에서 보실 수 있듯 옴니아가 시장에 새롭게 제시한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풀터치폰의 디자인 특성상 하드웨어 적인 디자인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렵다'거나 'UI면에서 소비자 편의와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의 시각으로는 아이폰이 풀터치폰을 매년 업그레이드하면서 아주 작은 디자인상 변화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점이나, 모토로라가 흔한 폴더형 디자인을 어떻게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냈는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인용한 기사로 돌아와서, ""삼성폰은 성능 좋고 튼튼한 '기계'이지 아이폰처럼 감성을 실은 '디자인 명작'은 아니다"는 지적은 삼성이 중요하게 귀담아 들어야 하는 지적일 것입니다. 만일 제가 잘 알려진 디자이너라고 해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에게 어울리는 폰'으로는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고를 것 같은데요.

아래는 원문의 정보와 출처입니다. 

원 기사 작성자: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2009/04/30. 조선닷컴)
원문: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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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들이 삼성 휴대폰을 쓴다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주위 디자이너들 중에 삼성폰 쓰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지난 25일 세계 최대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삼성의 휴대폰 디자인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인 그는 지한파(知韓派) 디자이너로도 알려진 인물. 3년째 삼성의 제품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4. 29. 18:14

제일기획은 국내 최대의 광고대행사지만 삼성의 문화가 여전히 강한 편입니다. 관리중심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요즘은 '올바른 관리, 바람직한 매니지먼트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관리할 때의 장점도 물론 있겠지만 경영 환경, 특히 마케팅을 하는 마케터 입장에서 마케팅 환경의 변화가 요즘처럼 급격할 때조차 관리 중심주의를 고수한다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 기사는 그에 대한 (아주 부분적이지만) 설명을 제시하고 있네요.

작성자: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2009/4/18. 동아비즈니스리뷰)
원문: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4180026&to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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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일본 소니의 한 임원이 삼성전자 임원에게 급속한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삼성 임원은 이 질문에 “저지르기”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니는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지만 삼성은 일단 큰 방향이 정해지면 행동부터 했기 때문에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에서 기록적 성장을 이뤘다는 의미다...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4. 28. 15:45

조직원을 구분할 때 흔히 쓰던 구분이 있죠.

        1. 일도 잘 하고 성실한 직원
        2. 일은 잘 하지만 게으른 직원
        3. 일은 잘 못 하지만 성실한 직원
        4. 일도 잘 못하고 게으른 직원

GE의 잭웰치는 만약 이 네 가지 유형 중 한 가지 유형의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면 자신은 3번 직원을 가장 먼저 해고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4번도 문제긴 하지만, 3번 유형은 일도 못 하면서 일을 벌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그걸 해결해줘야 하는 등 4번보다 더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거죠.

비슷한 논리로 수년 전 똑부,똑게,멍부,멍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1. 똑부:  똑똑하면서 부지런한 리더 (혹은 직원)
        2. 똑게: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 (혹은 직원)
        3. 멍부: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리더 (혹은 직원) 
        4. 멍게: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 (혹은 직원)

이 때도 마찬가지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직원, 혹은 리더로는 3번 '멍부'형이 뽑혔었습니다. 이 타입은 한마디로 '이 산이 아닌가벼~' 타입입니다. 이런 리더 아래서는 직원들이 오늘은 이 산, 내일은 저 산, 모레는 다시 이 산을 향해 돌격만 하게 되는 거죠. 반대로 가장 바람직한 리더로는 할 일만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2번 '똑게'형이 꼽혔었죠. 1번 '똑부'형은 일을 너무 잘 벌이고 그걸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잘 따라가지 못할 경우 힘들어진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칫 리더 스스로 모든 것을 챙기게 되어 직원들의 창의력이 줄어들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조조가 바로 똑부형 리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폐해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한 번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게으른 것 자체가 바람직한 것은 절대 아닌데도 불구하고 '똑게'형 리더가 더 선호되는 현실을 잘 생각해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부지런하더라도 '똑똑하게 부지런해야' 조직을 아우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인거죠. 밖에서 보기에는 게으른 것처럼 보일 수 있어도, 일의 완급을 조절하고 어떤 일이 우선인지, 중요한지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안보이는 곳에서 눈물나게 부지런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똑게'형 리더의 모습일 것입니다. (일만 죽어라 하는 똑부형이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혹은 여러분의 리더가 이런 '똑게'형이나 '똑부'형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여러분이 (혹은 여러분의 리더가) 멍청하고 게으른 '멍게'형이라면, 경험과 지식을 갖춘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거나 아웃소싱해야 합니다. 사람보는 눈과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이 형도 충분히 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마치 유비 그 자신은 그닥 유능하지 않았지만 관우, 장비라는 뛰어난 무사와 제갈량이라는 걸출한 책사를 영입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던 것과 마찬가지이죠.

만일 '멍부'형이라면그 부지런함이라도 올바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 집니다. 권한을 한 사람에게 모두 위임하기보다 능력을 가진 여러 사람에게 분산 위임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바랍직한 형태가 됩니다. 위임한 권한이 올바로 사용되는지, 전체를 읽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권한 위임을 논할 때 가장 흔히 갖는오해는 '권한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입니다. 이로부터 많은 실수가 비롯되지요. 위임되는 것은 '권한'이지 '일'이 아닙니다. 즉, '내가 결정하는 권한, 판단하는 권한'이 위임되는 것이지, '결정은 내가 할테니 당신은 그 일을 맡아 진행시키라'는 것은 진정한 권한 위임이 아닙니다. (이런 방식은 조조의 방식입니다. 스스로를 너무 믿다보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고언을 하는 충신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그런 충신들은 내치고 똑똑해 보이고 내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결과적으로 주면에는 내 생각을 집행해 줄 사람들이 넘치게 되는거죠.)

서구에도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Trust, delegate, and forget." 다시 말해, 믿고 맡기면 그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라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권한을 준다면 그 위임받은 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을 대신 할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그 위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는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모든 판단과 결정이 바로바로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리더가 설사 '똑부'형이라고 해도 수퍼맨이 아닌 이상 결정은 위임되고 관리되어야 합니다. '멍게'형, '멍부'형, '똑게'형은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여러분은 어떤 타입입니까? 여러분의 리더는 어떤 타입입니까?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 4. 28. 15:13

옛날에 복사해두었던 글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새길 내용이 있는듯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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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2006/10/23, 14:19, 문화일보)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6102301032130021005

‘100만명 시대’ 실적 좋고 인정받는 리더 되려면…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 팀장은 자신을 매우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0여년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일에 대한 열 정도 갖고 있으며 업무 면에서도 자부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 었던 것. 그런데 올봄 팀장으로 발령받고 나서부터 팀원들과 여 러 가지 문제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불러놓고 다그쳐 보기도 했 고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띄워 보려고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팀 전체의 실적은 떨어졌고, 실적에 대한 압박감도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중 팀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팀원 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가장 믿었던 직원들이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알 고 보니 김 팀장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그들이 그만둘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팀장의 리더십은 인재 관리와 팀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계는 현재 한국에서 기업별로 크고 작은 팀을 관리하는 팀장만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 고 있다. 팀장 100만명 시대에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은 팀장들, 어떻게 하면 높은 실적을 올리고 팀원들로부터는 리더십을 인 정받을 수 있을까. (도움말 = HRKorea, 휴넷)

◆ 뚜렷한 성과를 가져라 = 팀장은 임원인 직속상사와 직속부하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사와 부하로부터 어떠 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에서 팀장 급을 채용할 때는 평판 조회에 상당 부분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때 무조건 사람만 좋아서는 안된다. 외국계 소비재 기 업에 근무하는 윤모 부장은 ‘사람 좋다’는 평판을 갖고도 채용되지 못하고 말았다. 윤 부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에 상사, 부하, 동료 모두 “사람은 좋아요, 그런데…”라는 답 변을 했던 것. 평판 조회할 때 사람이 좋다는 말로만 시작하는 경우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뚜렷한 성과나 결과를 나타 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평가하는 리더십은 그저 인성이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조직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줄 아는 능력, 그리고 결정된 사항을 추진해 나갈 줄 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 타 부서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라 = HRKorea의 최효진 사장은 “카리스마는 자신이 만들어낸 권위적인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인정과 존경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팀장은 팀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적게 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권력에 심취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리더십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마찰 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나 동료로부터 효과적 으로 협조를 받아낼 줄 알아야 한다.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서는 소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리더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협조를 효과적으로 구하기 위해서는 부하직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공을 가로채지 않고 그 장점과 능력을 충분히 인 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수시로 질문하고 경청하라 = 지난 9월, 경력 5년 이상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인재관리 전문기업인 HRKorea가 “지금 당신의 상사가 갖추었으면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838명의 응답자 중 37.0%(310명)가 ‘부하의 업무와 상황을 이해하고 경청해주는 태도’를 선택했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특히 조직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상사로부터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팀장들은 상사로부터 성과에 대한 압박과 촉박한 업무 일정 때문에 업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팀원들을 다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 러다 보면 직접 처리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부하직 원들에게는 표독스러운 팀장이라는 인상만 주고 만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것은 부하직원들에 게 수시로 질문하고, 상대방의 말을 꼼꼼하게 경청하는 게 필요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하고 경청한 후에는 긍정적으로 피드백 해줌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핵심업무를 잘 실천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다.

◆ 방향설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 = 리더십의 세계적 대가인 버트 나누스의 리더의 역할 모델에 따르면 좋은 팀장이 되기 위 해서는 우선 팀원들을 훌륭하게 이끄는 방향설정자로서 그 역할 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팀장은 팀의 항로를 결정하는 선장과도 같은 존재로 팀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팀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 아울러 변화추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팀장은 팀의 방향설정에 근거하여 팀원들에게 방향성에 대한 당위성과 위기의식의 조성 등을 통해 팀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팀장은 또한 팀의 대변인 구실을 해야 한다. 대변인 구실은 팀장의 기능 중 의외로 간과되는 경우가 있는데, 팀장의 대변인 구실은 팀의 위상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 다. 팀장이 팀 외부에 나가서 하는 말이나 행동은 팀 전체를 대 변하는 부분이 되며, 이는 팀원들의 이미지나 위상에도 많은 영 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팀장은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고, 팀 외부에서도 팀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팀장은 팀원들의 ‘코치’가 돼야 한다. 업무를 잘 지시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코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 은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팀장은 팀원들을 코치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성원을 육성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