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s2015. 5. 2. 12:14

오늘(2015년 5월 2일)자 중앙일보에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심서현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습니다.

 

기사는 오바마 vs. 롬니, 고승덕 vs. 조희연 등의 선거 사례에서 중요한 논쟁의 본질 대신 트위터에서 제기된 말초적 소재에 대중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한탄합니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 "알맹이 빼고 가십만 남기는 '페북·트위터 깔때기'"

 

 

기자는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 온라인저널리즘 세미나(ISOJ)에서 발표된 "금메달, 블랙 트위터, 안 좋은 머리 모양 : 개비 더글러스 논쟁 만들기"라는 논문을이 인용했습니다. 캐슬린 매클로이 미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가 쓴 논문은 美 ISOJ에서 최고논문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기사는 (싸잡아 비판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작동 원리를 왜곡, 보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위 논문을 기자의 논지를 뒷받침하는데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트위터에 오르는 대부분의 가십과 선동적인 여론이 대중 매체의 역할 가담 없이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소셜 미디어가 중요한 논쟁에 대해 본질 외 가십성 주제들도 다루는 것은 분명 맞습니다. 그러나 대중으로 하여금 가십성 주제에만 관심을 갖게 하고 본질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과연 기자가 주장하듯 소셜 미디어 때문일까요? 

 

오히려 가십성 주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출처 불분명한 트윗을 대중에 회자시킨 것은 '전문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공간입니다. 소셜미디어의 독자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주요 쟁점에서의 핵심 논점을 짚어주는 것은 아직까지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의제설정 기능을 갖추고 이를 독자들에 제시하는 전통 매체'의 역할입니다. 즉, 소셜미디어에서의 다양한 목소리 중 가십만 남기고 논점을 축소해 온 것은 기존 언론입니다. (이는 어쩌면 핵심 논점은 다루기도 어렵고 인기도 없는 반면, 가십은 알아듣기도 쉽고 구독율 제고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둘째, 기사에서 인용된 캐슬린 매클로이 교수의 논문("Gold medals, black Twitter, and not-so-good hair: Framing the Gabby Douglas controversy") -- 블로그PDF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 은 기자가 소개한 것처럼 “트위터가 올림픽의 새 역사를 머리 모양 논쟁으로 변질시켰다"거나 “뉴스를 왜곡”했다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논문의 초점은 주요 매체들(mainstream media)이 트위터 내의 의견들을 어떻게 읽고 (잘못) 소개했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다루는 내용입니다.(즉, '깔때기로서의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잘못된 확성기'로서의 대중매체에 대한 논문인 셈입니다.)

 

언젠가는 대중들이 대중매체(특히 신문 등 인쇄매체)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소셜 공간에 흐르는 정보들만으로 여론을 짐작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소셜 콘텐트의 분석 기법이 지금보다 더 발달하고, 버즈피드와 같은 디지털 매체들이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더욱 파워풀한 기사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유력 매체의 (인사이트 기반) 영향력을 능가하게 된다면, 그 때는 소셜미디어가 가십성 기사만을 남긴다는 이런 기사가 타당성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신문 기사를 읽다가 덕분에 논문까지 찾아서 읽어보게 됐네요. 생산적인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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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Scribbles2014. 9. 9. 21:31

제일기획을 나와 에델만 디지털 코리아에 첫 출근한게 8월 1일이니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오자마자 업무 파악하고 프로젝트 배우느라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정작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은 한 건도 끝내지 못했네요.) 예전에는 주어진 일에 주로 파묻혀 있었다면 이제는 일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 한 달 동안 정말 여러 분들을 만나뵙고 겸사겸사 이직 인사도 드렸습니다. 이직이라고 해봤자 같은 업계이고 하는 일도 비슷해서 별로 새로울게 없는데도 내 일처럼 축하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기록삼아 ^^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분 받는게 영 어색해서 많이 사양했는데도 보내주신 분들입니다.(감사합니다!) 왼쪽은 제일기획 내 학교 후배들이 보낸 꽃. 평소에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감동적인 카드와 함께 보냈더라구요. 정말 좋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름을 거론하면 제일기획 내 사조직이 노출될 것 같아 마음 속으로만 부르겠습니다. ^^)
 
가운데는 구글의 Spring, Justin님이 보낸 화분입니다. 둘 다 제일기획 있을 때부터 잘 알았지만 연락은 자주 못했었는데, 잊지 않고 축하해주시니 감사할 뿐.. (그리고 구글이랑 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 
 
오른쪽은 학교 선배님이자 
닐슨에 계시는 양윤재 이사님이 보내주신 난입니다. 같이 할 일은 예전부터 많았었는데 가까운 학교 선후배라 오히려 조심스러웠는데, 마침 에델만으로 옮기자마자 같이 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가 생겨 한 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행운의 난이네요. 
 
 
 
제일기획 나올 때에도 저희 팀원들이 격려해주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인사를 할까 합니다. 

  

 

왼쪽은 환송회 때 찍은 팀 회식 사진입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시절에 떠나게 되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자기 일처럼 축하해 준 팀원들과 본부원들에게 모두 감사합니다. 사진은 역광 조명, 취기 탓에 화질이 엉망이네요. (팀원 폰으로 찍은 사진이니 아마도 갤....? -.-;) 오른쪽은 팀원들이 마련해 준 퇴사 기념 프로피입니다. "축 홀로탈출" 이라고 쓰여 있는데, 저희 집 책장에 잘 진열해 두고 있습니다. ^^ (일부러 크고 눈에 잘 띄고 운반하기 어렵고 차마 버리기엔 찔리는 ^^ 아이템을 골랐다고 하네요...)
 
 
제일기획에서의 2년(재입사 후)동안 
정말 열심히, 문자 그대로 발에 불나게 뛰었습니다. (어느날 보니 운동화 밑창에 정말 구멍이 났더군요.^^) 그 동안 제게 있었던 모든 좋은 일, 좋은 기억들은 사진에 있는 저 가족들과 함께 한 기억들이고, 이 분들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저희 팀 외에도 항상 함께해주셨던 플랫폼팀, SMC팀, 영국 DMC팀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나왔으니 이제 저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좋은 선배, 동료가 돼야겠죠. 다시 만날 기회가 분명 또 있을테니 그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또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4. 8. 2. 17:34


2013년 창립기념일에 나왔던 고급 비주얼의 간식들



제일기획에 다니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이었는데요, 멀리 갈 필요 없이 빨리 질좋은 식사를 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물론 모든 짬밥이 그렇듯 매일 먹으면 질리지만 밖에서 사먹는 것도 마찬가지니...

 

식당에서는 세 끼를 줍니다. 아침은 7시(?)부터 8:30까지.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이 유료였는데, 올해(2014년) 중반부터는 아침도 공짜로 바뀌었습니다. (주로 해장 메뉴인) 한식과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류 등 2가지 메뉴 중 고를 수 있습니다. 점심은 11:30부터 1:30까지인데 2,500원, 3,000원, 3,500원짜리 메뉴 중 골라 먹을 수 있고, 저녁은 6시부터 7:30까지 줍니다. 아침식사처럼 한식과 양식(?)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식사할 때마다 찍어둔 사진입니다. 배고플 때 찍은 사진들이다보니 부르르 떨린 사진이 많네요. ^^ 옆에 쓴 글들은 100% 저의 개인적인, 사적이고 우리끼리 보는, 농담에 가까운 평가이며, 음식을 준비하셨던 분들께 누를 끼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메뉴 모두 전반적으로 훌륭한 맛입니다.) 

 

 

1. 아침 식사: 무료


원래 1,500원씩 받다가 올해 3-4월경부터 무료로 전환되었습니다. 먹은 빈도에 비해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아 보여드릴게 적네요. ^^

 

  

쇠고기 버섯 불고기와 오징어 무국

 
무국에 오징어를 넣어먹는 걸 처음 경험해 본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던 음식. 충격으로 시ㅏ진찍던 손이 심하게 흔들림. (하지만 연어 계란탕보다는 덜 충격. 그 음식은 아예 직지도 못했음.) 해장국으로도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해장보다는 아침 백반으로 어울리는 든든한 음식. 버섯 불고기의 퀄리티가 훌륭하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아침식사로 딱 적당한 염도와 양. 

김치해장국과 닭볶음

 
해장국은 역시 김칫국 혹은 콩나물국, 북엇국이라고 생각. 김치해장국의 해장력이 매우 훌륭하고, 곁들여 나오는 닭볶음의 맛도 썩 좋았다.  


햄치즈 크라상 샌드위치와 견과류

 
해장이 필요없는 바쁜 직장인을 위한 테이크아웃 메뉴. 식당에서 먹어도 되지만 보통은 자기 자리로 가져가 먹는 음식. 샌드위치의 종류는 매일 바뀌며, 대체로 식빵을 재료로 한 샌드위치가 주를 이룸. 간혹 크라상을 이용한 샌드위치가 나오기도 하지만 퀄리티 및 취식 편의성에서는 토스트류가 나음. (덜 흐름.) 

 
샌드위치 외에 소시지/스크램블 에그, 샐러드를 주로 하는 '브런치' 메뉴가 나올 때도 있음. 음료는 다양한 우유, 비타민워터, 생수, 녹차류 중 택일.


 

 

2. 점심 식사

 

간단한 분식/중식/일식류는 2,500원. 한식류는 3,000원 (2가지). 한식 중 좀 더 딱부러지게(?) 나오는 메뉴는 3,500원. 보통 하루에 4가지의 메뉴가 나옵니다. 

 

 

아라비안 파스타와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2,500원)

 
정말 가끔씩만 나타나는 메뉴. 거창한 이름에 비해 실체는 기대에 못미치는 편. 

 
그만그만한 토마토 스파게티, 구색을 갖추었으나 내용물이 아주 풍성하지는 못한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그리고 크림 스프와 가벼운 샐러드를 기대하면 됨. 
 
주: 2,500원 짜리 구내 식당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초특대 몬테크리스토를 기대하면 반칙임.

옛날식 짜장면과 볶음밥, 라조기 (2,500원)

 
짜장면이 단가가 낮은 걸 감안하면 사실 가장 잘 나와야 하는 음식이 아닌가 싶은데, 의외로 동네 중국집에 절대 미치지 못하고, 조금 과장하면 고등학교 시절 극기 훈련 같은 캠프 가서 먹던 짜장밥의 짜장소스가 떠오를 정도. (못먹을 정도라는 말이 아니라, 아주 맛있지는 않다는 말.) 

 

라조기는 짜장면보다는 나음. 볶음밥은 부실. 그러나 2,500원에 요리(라조기), 면, 밥을 모두 매치한 구성은 높이 평가할 만. 차라리 밥을 빼고 라조기를 늘였으면 어땠을까 함.  

파타야와 새우 볶음밥 (2,500원)

 
태국 요리 파타야는 한국의 구내식당에서 하기 쉽지는 않은 요리일 듯. 무엇보다 다양한 향신료의 배합이 어렵기 때문에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대중적인 맛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듯. 파타이의 향이 살짝 느껴지는 정도..

 

새우 볶음밥은 상대적으로 괜찮음. 아무래도 실패하기 어려운 요리인지라. 

해물 누룽지탕, 쿵파오 치킨, 물만두 (2,500원)

 

이 역시 요리, 밥, 만두를 골고루 배치한 노력이 대단한 구성. 그러나 단가에 맞추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누룽지탕, 닭고기, 심지어 만두 까지도 만족하기 어려운 품질임. 

 

오해하지 마시길. 2,5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가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음. 다만 나열 방식의 구성이 아쉬울 뿐. (단품 + 간단한 면으로 가고 품질을 극적으로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

닭곰탕과 감자전 (3,000원)

 

여기서부터 3,000원짜리 한식 메뉴.
사진을 찍을 때 정확히 써놓지를 않아 닭곰탕인지 그냥 닭국물인지 불확실하지만, 어쨌든 그런 종류의 음식. 
 
닭을 원료로 한 한식 요리들은 상대적으로 휼륭한 편.  

떡만두국 (3,000원)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 대량으로 요리를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떡의 점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놀라웠음. 만두의 질도 무척 좋았음. 
 
사골(혹은 사골 페이스트?)로 짐작되는 국물은 특히 훌륭했다. 사진의 '뽀얀' 국물은 포토샵이 아님. ^^

사골 곰탕 (3,000원) 

 

시중 식당에서 파는 곰탕이 뽀얀 국물을 내는 것과 달리 '솔직해 보이는' 멀건 국물을 가진 곰탕. 보이는 것처럼 가식적이지 않은 맛을 내고, 곁들여 나오는 석박지 (깍두기) 의 맛도 훌륭하여 곰탕을 잘 보완함.

물냉면 (3,000원) 

 

함흥, 평양냉면을 골고루 좋아하는 필자의 기준에서 볼 때 구내식당의 물냉면은 '극히 평범한', 안전을 추구하는 맛.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하되, 적당한 육수를 넣었으며, 덕분에 누구도 싫어하지 않을, 동시에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맛을 만들어냈다. (구내식당의 요리로는 최고라고 해야 할지?)

 

냉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메뉴가 떴을 때는 다른 메뉴를 드실 것을 추천. 

닭백숙 (3,000원)

 

복날 기념으로 등장했던 '통닭' 백숙. 서울에서 3,000원에 닭한마리 백숙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을 듯.   

 초계탕 (3,000원) 

 

앞서 언급한 물냉면의 경우와 비슷. 초계탕이 내야 할 맛을 모두 갖추고는 있으나, '맛있다'고 할 특색이나 장점이 없음. 초계탕이 아직은 아주 대중적인 음식이 아닌데, 초계탕을 안먹어본 분들에게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됐었음. 

전주식 콩나물 국밥 (3,000원) 

 

전주식 국밥의 특색이 새우젓, 김가루, 따로나오는 날달걀, 목구멍을 태울듯 펄펄 끓는 뚝배기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중 날달걀과 온도 빼고는 만족스러웠음. 

콩나물밥과 창란젓 (3,000원) 

 

개인적으로 콩나물밥을 정말! 좋아하는데, 삼성전자(수원) 구내식당에서 먹었던 콩나물밥의 포스는 정말 대단했었다. (내 마음대로 풀 수 있는 뷔페식 밥과 콩나물.) 

 

제일기획의 식당은 양은 그에 못미치나, 대신 당근, 호박, 고기 등 콩나물밥의 내용물을 다채롭게 준비하여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창란젓은 아주 휼륭하진 않았으나 짭짤한 밥반찬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

콩국수 (3,000원) 

 

진주회관의 걸죽한 콩국수를 사랑하는 필자에게는 실망스러웠지만, 중국집의 콩국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사랑받을 수 있는 타입. 콩물이 좀 더 고소했으면 좋겠고, 식탁 위의 가는 소금 대신 굵은 소금을 따로 준비해 주었으면 금상첨화였을 듯. 

꽁치김치조림과 등갈비 (3,500원) 

 

여기서부터는 3,500원짜리, 제일기획 구내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이다. 최고급 메뉴답게 육고기(등갈비)와 물고기(꽁치)가 동시에 등장. 그것도 점심에.

 

하지만 등갈비에 고기가 충분히 붙어있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 맛은 훌륭하다.

단호박 치즈불닭과 동태전 (3,500원) 

 

불닭의 매움을 단호박과 치즈로 중화한 메뉴. 주요리급 메뉴가 2가지 올라오는 3,500원짜리 구성에 맞추어 동태전이 함께 나왔으나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음.

오히려 미역냉국이 꽤 맛있었다. 불닭과도 잘 어울림.

떡갈비와 해물된장찌개 (3,500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떡갈비는 실패하기도 어려운 음식이다. 당연히 아주 맛있게 나왔지만 양이 적어서 실망. 밑반찬도 훌륭. 해물된장찌개도 충분히 맛있었음. 

뚝배기불고기와 코다리찜 (3,500원) 

 

쇠고기 불고기가 나오는 일은 흔치 않다. 이는 어느 구내식당에 가도 비슷할 듯. (아무 고기나 갖다 쓰는 동네 백반집에서라면 오히려 불고기를 만나기 쉽겠지만.) 쇠고기가 달콤한 '뚝불'로 나오고, 곁들여 나온 매콤한 코다리찜이 훌륭한 구성을 완성했다. 

 

다시 말하지만, 자주 나오는 메뉴 아님.

안동찜닭과 황태구이 (3,500원) 

 

위의 뚝불 + 코다리와 유사한, 또하나의 훌륭한 구성. 적당히 짭조름한 찜닭과 매콤달콤한 황태찜이 조화롭다. 다만 찜닭 내 닭고기가 풍성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닭들이 통통하지 않다는 점이 옥의 티. 

돼지고기 LA갈비와 오징어 숙회 (3,500원) 

 

자주 나오는 돼지고기 시리즈. 돼지갈비를 LA갈비 방식으로 조리했다. (참고로 LA갈비는 미국 LA에서 유래한 갈비라는 뜻이 아니라, 'lateral-측면' 방향으로 썬 갈비, 즉 뼈 방향대로 길게 써는 한국식과 달리 통째로 갈비 측면을 자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사, 알고들 계셨는지? 정확히 말하면 LA갈비가 아니라, LA식 갈비라고 해야 한단다.) 

돼지고기 LA갈비와 오징어 숙회 (3,500원) 

 

위와 같은 메뉴. 이건 좀 덜 흔들리게 사진이 찍혔다.
LA 돼지갈비는 양이 괜찮다. 짭짤한 갈비와 매콤한 오징어숙회를 배치한 구성이나, 둘 다 퍽퍽한 느낌이라 그런지 앞서 칭찬한 두 가지 메뉴보다 만족은 덜하다.  

돼지고기목살 김치찜과 도미뱃살구이 (3,500원) 

 

도미뱃살구이가 잘 안나왔는데, 양과 질 모두 풍성. 돼지목살 김치찜은 오모가리 김치찜을 생각하면 될 듯. 그러나 덜 짜고, 덜 맵다. (즉, 더 건강하다.) 무난한 구성.  





3. 저녁 식사

 

저녁은 오후 6시 (혹은 6:30? 잘 기억...^^) 부터 먹을 수 있고, 야근을 하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집에서 먹는 밥이 제일 좋겠지만, 야근이 워낮 잦으니 사람들이 많이 와서 먹지요. 든든히 먹여야 하기 때문에 영양식이 많이 나오고, 시간없는 사람들을 위해 테이크아웃 도시락 형태로도 제공됩니다.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법 한데, 의외로 간단한 식사는 별로 없더군요. 특히 면 요리는 저녁에는 거의 안주는 듯. (면이 나오는 경우엔 반드시 주먹밥 등을 같이 줍니다.)

  

 

 

갈비탕 

 
1만원짜리 갈비탕보다 고기가 많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적지도 않음. (게다가 외부 식당과 달리 구내식당에서는 배식해주시는 분들께 부탁하면 한두 점 더 받을 수도..^^) 국물과 고기 모두 훌륭. 

쇠고기 전골 

 
평소 접해보지 못한 음식을 제일기획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쇠고기 전골도 그 중 하나. 쇠고기 전골 국물이 빨갛고 맵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긴 신라면 국물도 쇠고기 베이스지만 빨갛고 맵지..)  

닭고기 전골과 탕평채 

 
쇠고기 전골에 이은 닭고기 전골. 국물 많은 닭볶음탕을 생각했는데 그와는 또다른 맛. 이 음식도 제일기획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빨갛고 맵다는 점에서 한 번 놀라고, 쇠고기 전골과 맛이 정말 비슷하다는 점에서 또 놀랐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는, 모든 음식들의 맛이 음식의 색깔따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는 가장 놀랐다. ^^;) 

만두전골과 고등어구이 

 

만두국이지만 작은 만두 여러개가 아니라 왕만두 두 개가 들어있어 만두전골이다. 물론 국물에 들어있는 고명과 고기도 훌륭.  

닭다리 백숙과 두부 

 

통닭 한 마리가 아니라 다리 한 점과 부속물로 구성된 백숙. 과식을 안해도 되어 좋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국물과 밥이 있어 부족함이 없음. 

곤드레 솥밥과 코다리찜 

 

콩나물밥과 유사한 야채, 고기 구성인데 콩나물 대신 곤드레나물이 들어있음. 곤드레밥은 밥솥(혹은 가마솥)에 곤드레를 같이 넣고 밥을 지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단체 식당이다보니 별도로 조리한 듯. 곤드레의 향이 충분치 않아 아쉬웠다. 

산채비빔밥 

 

등산로에서 파는 산채비빔밥만큼 풍성한 야채 구성은 없지만, 필요한 건 다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산채비빔밥의 2대 요소는 보리밥과 계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구성은 쌀밥임. 계란은 적절히 익혀져 있으나 늦게 가면 없거나 혹은 차갑게 식어 맛이 덜하니, 산채비빔밥이 나오는 날에는 저녁을 일찍 먹으러 내려갈 것.

알밥 

 

알밥의 생명은 뭐니뭐니해도 풍부한 '알'이다. 그렇다고 알로만 밥을 덮기엔 심심하니 다양한 야채를 쓰는데, 이 때에도 알과 야채의 비율은 중요하다. (알밥에 쓰이는 날치알?이 별로 비싼 편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 때문에 알을 줄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들었다.) 다채로운 구성을 중시하다보니 정작 주인공인 알은 저만치 밀려나 있는 느낌.  

장터국밥과 두부

 

장터에서 정말 장터 국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게 그 맛인지는 알 수 없음. 그러나 수많은 양평 해장국을 20년 가까이 먹어본 경험에 비추면 장터 국밥은 단순한 쇠고기향 국밥에 기까움. 육개장에서 고사리, 계란이 빠지고 대신 살짝 새콤한(?) 맛이 추가되었던 느낌. (주: 기억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음.)

전주식 콩나물 국밥 

 

3천원짜리 점심 메뉴와 같은 구성이지만 점심보다는 밑반찬이 더 실하게 나온다.  

열무비빔국수와 주먹밥 

 

분식 메뉴. 비빔국수의 양념은 쫄면에 가깝고, 면의 양이 많지 않다. 함께 나오는 김밥 (혹은 김주먹밥이라 해야 하나?) 이 잘 조화를 이룬다.   

콩국수와 주먹밥 

 

점심때 나오던 콩국수와 같고, 거기에 주먹밥 추가. 저녁으로 먹기엔 다소 아쉬운 구성. 주먹밥 대신 고기 반찬을 주는게 낫지 않을까 함. ^^ 

부대찌개 

 

햄, 소시지, 콩 등 필요한 재료는 다 들어있는 부대찌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대찌개의 팔팔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서 요리를 하시다보니 부대찌개 특유의 생동감 (혹은 싼티? ^^) 이 거의 없어진 듯. 

[테이크아웃] 치즈버거 

 

테이크아웃으로 항상 밥종류, 샐러드만 할 수 없으니 간혹 버거류가 나오는데, 대부분 치즈버거 혹은 새우버거임. 군대에서 주는 군대리아보다야 백배쯤 진짜 버거에 가깝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히 패티가 좀더 햄버거 패티처럼 변하면 좋겠는데. 지금은 가끔 오뎅버거를 먹는 느낌. (중고등학교 매점에서 햄버거를 사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인지 알 듯.) 

[테이크아웃] 쇠고기 카레볶음밥과 볶음김치 

 

평이한, 딱 상상가능한 맛. 적당한 카레와 볶음밥, 그리고 김치. 

 

여담이지만, 테이크아웃으로 나오는 샐러드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개선이 필요할 듯. 아주 신선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딸려나오는 드레싱은 거의 항상 '키위' 드레싱이라 사람들이 많이 식상해 하는 메뉴. 

[테이크아웃] 쌈밥과 제육볶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같은 느낌인데, 다양한 맛의 쌈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미리 밥에 싸여있다. 키보드로 일하면서 동시에 손에 음식 안묻히고 먹기 편하다. 핑거푸드로도 훌륭. 곁들인 제육볶음도 딱 적절한 맛.


사실, 가장 인기많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했던 저녁 메뉴는 '추억의 도시락 (혹은 엄마손 도시락)'이었는데 그건 찍어둔 사진이 없네요. 가져오자마자 먹어치우느라 바빠서. ^^ 커다란 국산햄을 가로로 길게 잘라 부치고, 김치찜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두고, 통으로 익힌 계란후라이 한두개와 밥이 담겨있죠. 뚜껑닫고 열심히 흔들면 맛있는 비빔밥이 돼있고, 따로 하나씩 먹어도 맛있고. 

 

남들은 '매일 먹는 짬밥 뭘 계속 머느냐'고 했지만, 제가 은근히 짬밥을 좋아하는 체질인지라 행복하게 먹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아래가 7/31에 마지막으로 먹은 점심, 산채비빔밥입니다. 

 


사진 찍을 때 손 떨던 것도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위에서는 저녁 메뉴로 소개드렸었는데, 점심에 나왔더라구요. 맛은 똑같은데 마지막 밥이라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싸고 맛 괜찮고, 회사 사람들과 어울려 먹기는 참 좋은 밥이었는데, 이젠 거의 먹을 일이 없겠죠. ^^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4. 7. 20. 10:50



옛날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서 하나: "좋은 제안서를 쓰는 법"
생각하던 걸 끄적거렸던 듯. 혹은 어디서 보고 쓴 건지도 모르겠네요.

 


1. 숫자는 확증을 위한 도구!

    • 제안서에는 반드시 수치(로 상징되는) 제반 정보와 데이터가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confirmatory figure이지 exploratory figure가 아닙니다. 
    • 수치는 descriptive하지만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단초가 들어있어야 해요. 그게 안되면 대부분 쓸모없는 (심지어 클라이언트도 이미 아는) 정보이기 십상.
    • 클라이언트는 논리에 차근차근 공감하는 것이지 수치에 설득되지 않아요.
    • 공감할 수 있는 논리는 우리의 고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우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죠.

 

 

2. 우리가 파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 제안서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이해가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제안'이니까요.
    • 그래야 클라이언트를 우리와 공감시키고, 우리와 결속시켜 줄 수 있습니다. 
    • 제안서는 클라이언트가 팔고 싶은 걸 팔게 해 주는 겁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 왜 그걸 원하는지 생각하고, 클라이언트가 어쩌면 모르고 있는 솔루션이 뭔지 생각하고,
    • 클라이언트가 최대의 자신감을 갖게 해주세요. 우리 제안서는 그 자신감의 근거가 되면 됩니다.

 

 

3. 설득할 것인가 이해시킬 것인가

    • 클라이언트는 (대부분의 경우) 설득할 대상이 아닙니다. 공감시켜 우리 편(파트너)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 클라이언트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컨설턴트는 없습니다. 컨설턴트는 단지 비슷한 고민을 더 많이 해봐서 더 잘 살펴보고, 더 잘 고민할 수 있을 뿐. 그러니 제안하는 내용을 잘 이해시키고, 여러분이 놓친 부분이 있는지 끝없이, 다시 한 번, 또 살펴보세요.
    • 제안서는 우리의 고민과 해결책과 그 과정을 설명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해본 고민에 대해 클라이언트의 공감을 먼저 산 후, 그 다음에 우리의 솔루션이 근거 없지 않음을 이해시키면 됩니다. Wowness는 사실 덜 중요한 문제입니다.
    • 제안서는 어려운 말로 이루어진 전문서가 아니에요. 클라이언트의 Top Management부터 신입사원까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간결하게.

    • 클라이언트는 전후사정에 이미 충분히 밝습니다. 빨리 넘어가세요.
    • 클라이언트의 요구 조건 혹은 브리프가 복잡하거나 모호하다고 해서 제안서가 복잡 모호해도 되는게 아닙니다.
    • 슬라이드 한 장에, 한 마디로 제안 내용을 정리할 수 없다면, 다시 고쳐 쓰세요.

 

간결하고 쉬운 보고서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가’ 보다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세요. 무조건. 반드시.
프로젝트 발주 후 첫 미팅에서 보통 의문과 해답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천착하지는 말되 잊지도 마세요. 아무런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 프로젝트에 대해 더 공부하세요.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4. 2. 17. 07:30

우연히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에 대한 글을 읽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하는 리더쉽이 사람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Bossiness Is Not a Leadership Trait, No Matter What Sheryl Sandberg Says" 이라는 기사인데 '리더쉽'과 '보스기질(Bossiness)'는 비슷해 보여도 실상은 전혀 반대의 개념이라는 글이죠. 길지는 않습니다. 아래를 주요 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Leadership is inclusive, not exclusive. Bossy thrives on keeping people out of the inner circle.
    • Leadership listens. Bossy says "listen to me."
    • Leadership hands out praise to others for success. Bossy takes all the credit when things go well.
    • Leadership takes responsibility for failure. Bossy blames others for failure. It is never a bossy person's "fault."
    • Leadership lifts others up. Bossy wants to keep others down, because otherwise someone might take over the top role.
    • Leadership prepares for a future when there is a new leader. Bossy wants to ensure there is never a new leader.
    • Leadership makes sacrifices for the good of the team. Bossy wants the team to sacrifice for her.
    • Leadership is humble. Bossy is prideful.

 

이 글로부터 시작해서 어쩌다가 리더쉽에 대한 몇 가지의 글을 이어 읽게 됐습니다. 첫번째는 "Between Venus and Mars: 7 Traits of True Leaders"라는 글입니다. 리더가 추구할 것이라고 으레 생각되었던 '통제 Control'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남성적 리더쉽이라고 설명하며 남성적 리더쉽과 여성적 리더쉽의 주요 차이를 나열합니다. 국가별 차이도 있구요. 주된 내용은 '여성적' 리더쉽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로서는 차이는 알겠지만 얼마나 현실적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

 

 

 

다음 글은 "7 Things Really Respected People Do"라는 글입니다. 리더쉽이라기보다는 존경받는 사람들의 특징에 대한 글인데요, 7가지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보시려면 기사 원문을.)

    1. They Under-promise and Over-deliver
    2. They Are Comfortable in Their Own Skin
    3. They Find a Way to Be Inclusive
    4. They Focus on Solutions, Not Blame
    5. They Seek and Share Knowledge
    6. They Praise the Work of Others
    7. They Find the Joy in Everything

 

 

그리고 마지막 글은 공자님 말씀입니다. ^^ "공자가 말하는 리더의 5가지 미덕(五美)과 4가지 악덕(四惡)"이라는 글인데요, 블로그 소개글이 공자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고 있으니 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되 낭비함이 없어야 한다.(惠而不費)
먼저 사람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 그것을 이뤄주는데 힘을 집중하면 낭비가 없다. 

둘째,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원망을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勞而不怨)
꼭 필요한 일을 필요한 시기에 하도록 지시하고 일을 배치하면 아무도 그것을 원망할 수 없다. 

셋째, 마땅히 목표 실현을 추구하되 개인적인 탐욕을 부려서는 안된다.(欲而不貪)

마땅한 목표를 제시하고 합당한 방법으로 추구해 실현한다면 절대 개인적인 탐욕으로 폄하되지 않을 것이다. 

넷째,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함을 잃지 않되 교만하면 안된다.(泰而不驕)

중대하다 해서 신중하고 사소하다 해서 자만하는 모습이어선 안 된다. 
보는 사람이 많든 적든, 맡은 일이 크든 작든 한결같이 성실해야 한다.  

다섯째, 위엄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威而不猛)

늘 용모를 단정히 하고, 표정은 밝은 가운데 진지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지도자의 당당하고 의연함을 보고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네 가지 악덕 중 첫째는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엄벌하는 것이다.

이를 리더의 잔학(虐)이라 하며, 
오만하고 관용이 부족해 아랫사람을 잔인하게 다루는 것이다. 

둘째, 일을 실행함에 있어 경계할 점을 미리 일러주지 않고 성공만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리더의 횡포(暴)라 하며, 
일의 핵심은 전수해주지 않으면서 잘못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부류이다.

셋째, 지시는 늦게 하고 일의 달성은 사납게 독촉하는 것이다. 

이것을 리더의 도둑질(賊)이라 한다. 
일이 안 되면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다행히 결과가 좋으면 자기의 공으로 삼는다. 

넷째,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놓고 온갖 생색을 내며 주는 것이다.

이런 자는 
마치 자신이 포상을 사적으로 베푸는 것인 양 인색하게 굴고, 줄 때에도 줄 듯 말 듯하면서 아랫사람의 마음을 시험하며 공(公)으로 사(私)를 확인하려 드는 자이니, 그 그릇의 크기가 소모품 창고지기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리더쉽을 표현하는 예와 지금의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관통하는 정신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어쩌면 위에서 그래프로 보여진 남성적/여성적인 국가별 리더쉽의 차이는 역사에서 비롯된게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3. 4. 22. 02:33

자그마치 일 년 넘게 써오던 연필이 있는데 손에 익으니까 버릴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손에 잡기 힘들 정도로 짧아졌지만 억지로 쥐고 비뚤비뚤 글씨를 쓰고 있었다. 나도 고생,읽는 사람도 고생, 그리고 어쩌면 연필에게도 고생이지 않았을까?

 

버리기를 결심하는데는 그리고도 며칠이 더 걸렸는데, 이 연필로 쓰는 마지막 글씨는 뭔가 그럴듯한 걸 써주는게 일 년 넘게 함께 한 친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갖고 있다가, 결국은 별 말 아닌걸 끄적이고는, 버렸다.

 

그리고 어제 (4/21) '그것이 알고 싶다' TV를 보는데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을 'Hoarder' 혹은 'Hoarding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 분명 집착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구석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쓸 수록 작아지는 연필을 소모품으로만 본다면 분명 소모품이지만, 그 연필이 그동안 풀어낸 이야기나 그림, 주인의 땀은 닳아지는 흑연보다 훨씬 깊고 아까운 것이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3. 3. 26. 17:13

지난 3월 18일부터 이틀간 태국에서 열린 AdFest 행사에 초청되어 세미나 강연을 하고 왔습니다. 제가 잘나서 초청받은게 아니라 저희 회사가 이 행사를 후원했기 때문에.. 제가 있는 팀에 있으면 그냥 이런 기회가 생기는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50분간 '임파워먼트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주최측이 요청한 주제가 아닌) 제가 평소부터 관심을 갖던 주제로 준비를 하다보니 신경도 더 쓰이고 힘도 더 들더군요. ^^; 

  

더할 부분 더하고 뺄 부분 빼서 이 자리에서 공유해 드립니다. (아래 이미지 클릭하시면 Slideshare로 넘어갑니다.)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2. 10. 16. 21:10

김응용 감독이 한화 감독이 됐다.
그 분은 삼성에서 사장까지 하다 지금은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김 감독을 'KIA인(혹은 해태인)'이라고 생각한다.
 
선동렬 감독은 감독으로서 삼성을 우승시켰고 정작 KIA에서는 한 번도 선수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가 KIA의 감독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마치 선 감독이 '집'에 돌아간 것처럼 당연시했다.
 
이만수 감독은 비록 삼성에서 안좋게 '내쳐지고' SK에 적을 두고 있지만, 어쩌면 인천보다 대구에서 더 환영받을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삼성인'이다.  
 
마찬가지로 고 최동원 투수는 영원한 롯데인이다. 그가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했고 한화에서 투수 코치를 했든말든 그는 '롯데인'이다. 
 
오직 야신 김성근 감독만큼은 이런 소속감이 없는데, 그는 타고난 '우승 청부사'일지는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한 명의 야구인으로서는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를 돌아보면.
우리의 '집', '친정'은 어디인가?
우리는 집 혹은 친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있을까? 
우리의 직장을 우리는 집이나 친정이라고 정말 생각하며 일하고 있나?
(그리고, 우리의 직장은 우리를 '식구'로 생각해주고 있나?) 
 
혹은 우리 직장은 선동렬, 김응용 같은 가족이 아니라, 김성근만을 원하고 길러내고 내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2. 10. 15. 16:51

 

미생
 
다음 웹툰
글/그림: 윤태호
연재요일: 화/금
"자신의 삶을 승리하기 위해 한 수 한 수 돌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
웹툰 보러 가기

 
 
웹툰 '미생'을 즐겨보는데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저도 이 웹툰은 '직장인이라면 꼭 봐야 하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조직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꼭 봐야 하는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고서를 위한 '문장 줄이기'를 다룬 57, 58, 59회는 굉장하죠. 앞뒤 줄거리 안봐도 되니 안보신 분들은 꼭 보시길.) 그런데 이 작품의 윤태호 작가가 인터뷰를 한 기사를 한 달이나 지나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윤태호 작가 “회사원들이 힘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기사 하단쯤에 기자가 작가에게 '창작자로서의 힘'에 대해 물어봅니다. 아래는 윤 작가의 대답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를 잘 쓰는 것도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대학이 가르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결국 교양일 겁니다.
 
철학이 됐건 뭐가 됐건. 애들 보면 스토리 잘 쓰는 기법 같은 거에 집착하는데 그게 진짜 쓰레기죠. 그건 결과론적으로 나중에 보니 이런 질서가 있더라는 겁니다. 가령 사막에서 언덕을 피하다보니 꼬불꼬불한 길이 났는데, 그게 꼬불꼬불하게 가려고 해서 나온 길은 아니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 이야기만 합니다. 주인공을 꼭 벼랑 끝에 세워야 갈등이 커지는 게 아닙니다. 이 사람 성격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그게 아무리 사소해도 위기고 갈등이죠.
 
입체적으로 그 인물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갈등을 만들 수 있구요. 그 안에서 인물에 대한 무릎을 탁 칠만한 통찰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이 말을 읽으며 마케팅 전략 제안서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말을 살짝 바꿔봤습니다.
 

전략 제안서를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글을 잘 쓰는 것도 PPT를 잘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 사람들 보면 기획서 잘 쓰는 기법 같은 거에 집착하는데 그건 진짜 쓰레기죠. 
 
잘 된 기획서나 전략 제안서를 보면 특정한 질서가 있는데, 그건 결과론적으로 나중에 보니 발견되는 질서일 뿐 '공식'이나 '원칙'이 될 수 없습니다. 가령 사막에서 언덕을 피하다보니 꼬불꼬불한 길이 났는데, 그게 처음부터 꼬불꼬불하게 가려고 해서 나온 길은 아닌 것이고, 더우기 다른 사막이나 다른 곳에 갈 때 그대로 적용되는 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브랜드의 이야기와 브랜드가 처한 상황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평소 익혀 알고 있던 경험과 지식을 상황에 녹여 해답의 단초를 찾아내는 거죠. 

입체적으로 그 브랜드와 상황을 얼마나 잘 관찰하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고, 그 안에서 무릎을 탁 칠만한 통찰이 나올 수 있습니다."
 

 
 
비슷한가요? 


Posted by ecarus
Scribbles2012. 3. 2. 00:15

외국계 디지털 마케팅 전략 에이전시에서 디지털 마케터를 찾습니다. 마치 제가 헤드헌터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부탁을 받았는데 좋은 조건인 듯 싶어서 연결만 해드리려구요. 

  

1. 회사: Well-established 외국계 디지털 마케팅 전략 에이전시 (사명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해 주시길.)

 

2. 포지션: 디지털 마케팅 플래너

 

3. 업무

     - 주: 웹/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소셜미디어 마케팅 및 프로모션 기획 및 집행

     - 부: 웹 사이트 구축 기획

  

4. 지원 자격 (Preferred, NOT required)

     - 간단한 영어 구사 (자료 검색, 문서 작성, 일상 회화)

     -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 광고대행사,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혹은 웹 에이전시 경력

     - 디지털 마케팅 프로젝트 (웹/모바일/소셜) 진행 경험

 

5. 모집 대상

    - 3-5년차 주니어 O명 

    - 7년차 이상 경력의 시니어 O명

 

이상입니다. 트위터 @ecarus로 멘션주시면 그다음부터 DM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