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의 개발이 항상 화두가 됩니다.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아이디어, 동시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아이디어를 항상 찾게 마련인데, 오늘은 그보다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좋은 마케팅 캠페인’은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하는 캠페인이라 믿습니다. 더 저렴하거나 가격대성능비가 좋거나 AS가 편리하다는 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캠페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소비자가 공감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구매와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가정 하에, 캠페인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개발되어야 하는지를 ‘삼성생명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예시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다만, 아래의 예시는 100% 저의 창작 예시이며, 삼성생명의 실제 의도 혹은 이 캠페인이 실제 개발된 과정과는 전혀 무관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비록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지만 저는 이 캠페인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캠페인에 관여한 분들과 기획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아래와 같은 4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기
    - 주어진 사실에 도전하기
    - 질문과 대답의 반복으로 '가치'를 이끌어내기

2. 가치를 구체화하기
    - 전달이 아닌 공감 만들기

3. 주어진 목적 재해석하기

4. 구체화와 시각화, 전략과 아이디어 나누기





1. 짜여진 틀(프레임)에서 벗어나기


광고주(삼성생명)가 전달한 브리프(Brief)가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브리프에는 별달리 재미있는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브리프는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목표에 대한 ‘사실(Fact)’을 위주로 구성되며, 간혹 광고주의 담당팀에서 추가한 ‘거룩하지만 모호한’ 이야기가 들어있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명보험 시장은 레드오션 시장으로 자극적 메시지가 넘쳐난다. 
삼성생명은 고객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객과 고객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는 자세,
즉 고객을 사랑한다는 ‘고객 제일주의’의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격을 앞세우거나, 자극적인 공포 소구를 활용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삼성생명은 역사와 전통, 브랜드에서 오는 안정감을 차별화 포인트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위 브리프 내용 역시 100% 저의 상상입니다.)





이 브리프를 바탕으로 광고대행사는 회의를 합니다. ‘보험’, ‘고객 제일주의’, ‘사랑’, ‘안정감’, ‘전통’,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지요. 


그러나, 브리프에서 주어진 키워드에 빠지면 광고주의 프레임 안에 갇히는 꼴이 됩니다. 광고주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광고주가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밖에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수준의 이야기들은 아마 광고주 내부에서도 이미 거론되었던 수준의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전략을 기획하는 대행사가 해야 할 일 첫번째는 
‘광고주의 목적을 숙지하되, 광고주가 쳐놓은 프레임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사실에 도전하기"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은 익숙치도 않고 쉽지도 않습니다. 프레임을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광고주가 던져준 프레임, 즉 브리프 내에 있는 수많은 사실 및 지시에 대해 ‘왜 그런지?’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 물음으로써 광고주가 던져준 프레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1) ‘고객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 고객 및 고객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  

        - 왜 고객의 삶이 광고주에게 소중한가? 왜 소중해야 하는가?
        - 고객이 수익원이기 때문이라는 단편적인 답 말고
          브랜드가 무엇을 왜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필요.


2) ‘고객 사랑’

        - 왜 고객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되는가?


3) 고객 제일주의

        - 왜 고객이 최우선이어야 되는가? (고객이 우선인가, 고객의 가족이 우선인가?)


4) 역사와 전통,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안정감

        - 안정감이 왜 중요한가? 소비자는 안정감으로 보험에 가입하는지, 혹은 다른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지?
          사람들은 왜 보험에 들며, 어떤 기준으로 보험을 드는지?



위 질문들은 얼핏 보면 이런 뻔한 질문을 왜 던지나 싶을 정도로 당연한 질문들입니다. 특히 ‘고객의 삶이 왜 소중한가? 고객이 왜 중요한가?’ 와 같은 질문은 모든 브랜드, 모든 캠페인에 나오는 질문이지만, 브랜드와 프로젝트마다 답은 조금씩 달라야 합니다. 


당연해 보이는 내용들을 남들보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남들과 다른 아이디어는 나올 수 없습니다.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여 캠페인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깊이 생각하는 첫번째 방법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입니다. 생각할 수 있는 답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까지 계속.

여기에서는 위에서 던진 질문들을 예로 들어 전개 과정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고객을 왜 사랑해야 되는가? 고객의 삶을 왜, 어떻게 책임져야 되는가?
왜 고객이 최우선이며, 그들의 삶이 왜 우리에게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는 광고주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위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고 물으면 여러가지 답들이 나오게 되고, 그 답들은 아래와 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고객의 삶, ‘당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객이 수익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이 삼성생명의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생명은 여러분의 삶을 Care합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삼성생명은 여러분의 옆에 있습니다.
        (생일, 졸업, 취업, 결혼기념일, 출산 등 삶의 기쁜 순간들은 물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도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은 소중합니다.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러니 포기하지 마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든


    죽지 마십시오. (살아남아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고객 제일주의’, ‘사랑’, ‘안정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광범위한 브리프와 모호한 캠페인 목표가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목표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고 싶다, 죽지 말아라. 

그리고 이 내용은 캠페인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생명보험은 위협소구를 기본으로 하는 제품군입니다. 불시에 닥치는 불행(사망, 퇴직 등)에 대해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살펴준다는 내용이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에 깔려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도출한 메시지는 이러한 일반적인 접근과 크게 다릅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죽지 마세요. 






이제는 이 가치를 어떻게 구체화해서 ‘캠페인’으로 만들 것인지가 남아있는데요, 

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편에 다루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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