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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9 '웹은 죽었다' vs. '계속 성장할 것이다'

미국 시간으로 그저께(8/17) WiredChris AndersonMichael Wolff가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한 편 올렸습니다. "The Web Is Dead. Long Live the Internet"

내용인즉슨, 간단하고 매끄러운(sleek) '앱'과 같은 서비스들로 인해 전통적인 웹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웹의 중심인 '검색' 서비스가 정보의 바다인 웹의 효용성을 증가시키긴 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보를 찾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을 준 것도 사실인데, 다양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앱 환경'은 이같은 불편을 크게 덜어주고,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를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는 거죠.

디지털 매체 사용 환경의 중심축이 데스크탑에서 랩탑으로, 그리고 이제 모바일 기기로 옮겨감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 웹 브라우저를 켜고 (검색을 통해 찾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향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본문에서 소개된 사례를 우리나라 식으로 바꿔보자면..

예전:  아침에 일어나서 데스크탑 웹브라우저에서 신문 보고, 포털 사이트에서 날씨 보고, 출근/등교한 후 데스크탑에서 구독하는 블로그 읽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인사 나누고, 저녁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웹브라우저에서 열어 친구 찾아 인사하고 배경 음악을 듣는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에서 신문 주요기사 읽고, 앱을 띄워 날씨 확인하고, 출근/등교길에 RSS 앱을 띄워 구독하는 블로그 읽고, 일하는 짬짬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앱을 통해 사람들과 인사 나누고, 저녁에는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아이패드(없으신 분들께는 죄송..^^;)로 본다.

예전이나 요즘이나 별 차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하루 종일 인터넷을 통해 뭔가를 한 것은 같으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든 요즘 사례의 경우 웹을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차이가 있지요.

본 기사의 저자들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합니다.

Over the past few years, one of the most important shifts in the digital world has been the move from the wide-open Web to semiclosed platforms (중략). It’s a world Google can’t crawl. And it’s the world that consumers are increasingly choosing, (중략) because these dedicated platforms often just work better or fit better into their lives (the screen comes to them, they don’t have to go to the screen).

즉, 이 같은 모바일 앱의 세계는 구글(과 같은 전통적 검색 서비스)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고, 소비자의 필요에 딱 맞추어진 (앱과 같은) 전용 플랫폼 덕에, 그리고 항상 곁에 있는 (모바일) 스크린 덕에  소비자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비록 웹이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는 해도 전성기(?)는 있었죠. Cisco에서 발표한 아래의 그래프는 웹의 사용이 2000년도에 최고조에 달했었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명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웹은 모든 논의의 중심에 있었죠. 웹이 중심이 되는 컴퓨팅 환경의 진화, 기존 PC용 어플리케이션들이 웹으로 흡수되어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현되는 근간으로서의 웹 등.


이미지 출처: 기사 원문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이러한 예측들은 대체로 들어맞았지만 한 가지 맞지 않은 것은 (저자들이 보기에), '변화의 중심에는 더 이상 웹이 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컴퓨팅 환경의 진화, 클라우드 컴퓨팅, 사용자 경험의 발전 등에 대한 논점의 중심에는 웹이 아닌 '모바일 (이동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저자는 웹 역시 결국 인터넷의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웹사이트와 웹브라우저의 등장이 혁신적이긴 했지만 이제 그런 방식의 데이터/콘텐츠 소비는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을 펴는데, 웹 대신 온라인 게임, 아이튠즈, 스카이프, 스타크래프트 등과 같은 '서비스'들이 웹의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모바일 컴퓨팅이 대중화되면서 기존의 웹 환경과 웹 기술이 이 환경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또 다른 이유로 꼽기도 합니다.

기사는 자본주의의 발달 과정을 들어 웹이 쇠퇴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산업화 과정은 발명, 알림, 채택, 지배의 과정("This is the natural path of industrialization: invention, propagation, adoption, control.")이며, 독과점 형태로 발전할 때에만 지배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웹 역시 다른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런 발전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초창기의 '열린 웹', '자유로운 웹'은 어쩔 수 없이 닫힌 형태 (walled garden)로, 독과점의 성격을 띠면서 발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마치 페이스북과 같은 형태로 말이죠. 인터넷과 독점, 온라인과 지배/통제는 뭔가 안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독과점 형태의 지배는 온라인처럼 촘촘히 짜여진 네트워크 형태의 시장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명한 멧칼프의 법칙을 들면서 말이죠.
 

하긴,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인터넷 초창기 수많은 사이트와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점차 거대한 서비스들로 수렴되어가는 현상을 지켜 보고 있자면, 위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네이버와 다음으로 모든 사이트가 수렴되어 가는 현상은 위에서 말한 정상적인 발전 과정과는 거리가 멀죠..) 게다가 웹을 기반으로 한 많은 서비스들이 이익 창출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을 봐도 마찬가지고요. 기사 본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사람들은 온라인 시장이 성숙해지면 소비자들이 웹에서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해 지갑을 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생각해볼만 합니다. 이를 쉽게 설명한 본문 내용이 아래 문구입니다.

When you are young, you have more time than money, and LimeWire is worth the hassle. As you get older, you have more money than time. The iTunes toll is a small price to pay for the simplicity of just getting what you want. The more Facebook becomes part of your life, the more locked in you become. Artificial scarcity is the natural goal of the profit-seeking.

정말 이 말처럼, 우리는 페이스북에 길들여지고, 페이스북이 가져다주는 편리한 혜택들에 매료되어 주저없이 지갑을 열게 될까요? (그런데 잠깐, 페이스북이 가져다주는 돈낼만한 혜택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요?)

많은 사이트들이 유료와 무료 정책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지만, 웹은 점점 '무료'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웹=무료, 앱=유료의 인식이 고착화되고 있다고나 할까요?

웹이 쇠락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 혹은 논거로 저자는 웹사이트 문화와 웹사이트 지배 구조의 변화를 듭니다. 여기서 또 페이스북의 예가 나오는데요, 페이스북은 5억여 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로 인해 '지금까지 존재했던 웹사이트 중 가장 거대한 웹사이트가 되었고, 이제는 '웹사이트'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뭔가가 돼버렸다 (It’s “the largest Web site there has ever been, so large that it is not a Web site at all.)'고 설명합니다. (페이스북을 단순히 '하나의 웹사이트'로 간주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저도 고민에 빠질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웹사이트의 성격과 다른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 웹사이트의 외형을 띤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죠.)



계속되는 웹과 페이스북의 비교 역시 흥미롭습니다. 기사에서 페이스북은 웹 문화의 쇠락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동시에 웹 문화를 허무는 주역으로까지 예시되는데, 열려있고 자유로운 웹과 달리 페이스북은 닫혀있고 통제받는 플랫폼이며, 사용이 복잡하고 원하는 정보까지 도달하기 위해 품을 팔아야 하는 웹에 비해 페이스북은 훨씬 직관적이고 보기 좋은 디자인을 갖추고 사용자에게 편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담이지만, 오픈 웹을 자양분으로 하는 웹의 대표 주자 구글, 그리고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자양분으로 하는 포스트 웹의 대표 주자 페이스북 - 이 구도는 앞으로도 계속 눈여겨볼만 합니다. 단순히 거대 서비스간 경쟁 구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각 진영을 대표하는 세력간 주도권 싸움인 셈이죠.


웹사이트 지배 구조의 변화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상위 10개 웹사이트가 전체 트래픽(페이지뷰)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2001년에는 31%였으나 점점 늘어나 2010년에는 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기사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울프는 이처럼 웹이 비대해지고 중앙집중화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 역시 사람들을 웹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동시에 '이같은 현상은 웹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특성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역사적으로 이같은 봉건적인 현상은 언제나 저항에 의해 깨어지곤 했다'고 주장하지요. 즉, 저자들은 웹의 중앙집중화 역시 외부 요인에 의해 극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사의 분석에 따르면 그 외부 요인은 '앱'이 되는 셈이겠고요.)
 

웹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 기사는 마지막 부분에 한 가지 흥미로운 주장을 펼쳐 놓습니다. 온라인상의 소비자는 그들이 아무리 측정 가능하다 할지라도, '사기(fraud)'라는 것입니다. 검색 엔진을 통해 웹사이트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60%에 달하는데,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충성스러운 소비자와 정 반대점에 서있는 종류의 소비자라는 점에서 많은 온라인 마케터들이 주장하듯 이 소비자들은 분석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작다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말한 저자도 '이 주장은 (너무 극단적이라)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하고 있는데,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실은 한 번 쯤 깊이 생각해 봐야 할 화두입니다.

이 밖에도 웹이 개발자 (engineer)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태생적 한계, 웹에서의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온라인 광고가 도리어 콘텐츠의 질을 갉아먹고 있는 현실, 미국의 경제 위기가 웹 비즈니스에 미친 악영향 등 수많은 외부 요인들이 웹의 몰락을 독촉하고 있다는 주장은 일부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기사 내에 소개된 여러가지 실제 사례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근거도 취약한 곳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웹이 정말 몰락할 것인가, 앱이 웹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아주 잘 촉발시키고 있으며, 주요 논제 외에도 인터랙티브 서비스의 흥망성쇠, 자유로운 네트워크 vs. 통제받는 네트워크, 수익 창출을 위한 서비스의 바람직한 진화 방향, 구글(웹)-페이스북(포스트 웹)-애플(미디어)의 관계 구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만으로도 꽤 훌륭한 기사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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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d에서 위 기사를 올린지 꼭 9시간 후 NY Times 블로그의 Nick Bilton"Is the Web Dying? It Doesn’t Look That Way"이라는 제목의 반론을 올렸죠. Wired의 기사 원문에서 쓰였던 그래프는 2000년을 정점으로 웹의 트래픽이 하락세로 돌아선다고 보여주지만, 이 그래프는 인터넷 내 인프라 분석을 위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온라인에서의 실제 트래픽을 보다 정확히 보여주는 Boing Boing의 그래프에 따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장으로부터 반론은 시작됩니다.


이미지 출처: 기사 원문


이 그래프를 보면 2003년 ~ 2006년 사이의 성장세는 특히 엄청납니다. 저자는 페이스북의 현상을 다른 시각에서 설명합니다.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모바일 앱 뿐 아니라 웹사이트 역시 동반 성장했으며, 결국은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성장했다고 보는게 맞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페이스북만의 경우가 아니라, 다른 모든 웹사이트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웹사이트가 쇠락하고 다른 형태의 채널, 플랫폼이 대체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를 위시한 전체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웹'과 '앱'은 사실상 얽혀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앱이 아무리 훌륭한 UX를 제공한다 해도 그 근간에는 웹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웹의 미래 역시 앱에 비해 어둡다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었겠지만, 제 생각에는 웹과 인터넷을 혼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듯 합니다. (최소한 Wired의 기사 원문에서와 동일한 기준으로 웹과 앱을 구분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의 성장함에 따라 웹을 비롯한 기타 모든 부문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우를 범하고 있기도 하지요. (P2P, FTP 등의 성장이 앱의 성장과 동일시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이 주장이 얼마나 위험하고 취약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웹사이트와 플랫폼, 모바일 앱의 성장은 충분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웹과 웹사이트의 성장을 계속 보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트래픽 증감 추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만으로 웹의 성장을 단언하기에는 그를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가 취약합니다. (주: Wired의 기사에 등장했던 그래프 자체에 대한 반론은 Nick Bilton의 기사보다 Boing Boing의 Rob Beschizza가 쓴 'Is the web really dead?'를 보시는게 낫습니다.)

제가 보기에 Nick Bilton의 반론은 절반쯤 실패작입니다. 결론이 실패라기보다 결론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실패했다고 보여지는데요, 독자들의 평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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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Bilton의 기사가 올라간지 한 시간도 안돼 The Atlantic지의 Alexis Madrigal"What's Wrong With 'X Is Dead'"이라는 제목으로 Wired 기사에 대한 또다른 반론을 올립니다. (이 글은 크리스 앤더슨이 '가장 흥미로운 반론'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기사 원문


저자는 웹이 언젠가 지금보다 덜 중요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후, 다만 새로 등장하는 기술이 항상 기존의 기술을 대체해버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부터 반론을 시작합니다. 즉 앱이든 다른 신기술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웹의 멸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거죠. 그리고 호주 역사학자인 Carroll Pursell의 말을 인용합니다.

An obsession with 'innovation' leads to a tidy timeline of progress, focusing on iconic machines, but an investigation of 'technology in use' reveals that some 'things' appear, disappear, and reappear...

'혁신'에 대한 집착은 앞으로만 나아가는 진보에 초점을 맞추게 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기술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떤 것들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또 나타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번역을 어떻게 해야 원문의 느낌이 살지 모르겠네요..ㅠㅠ)

Wired 기사에서 '역사적 맥락으로도 웹은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사용된 "This is the natural path of industrialization: invention, propagation, adoption, control."이라는 문장에 대해서 저자는 '역사학자 중 몇 명이나 위 말에 동의할지 모르겠다'며 일침을 가합니다.

보시다시피, 이 기사는 '웹은 죽었다'는 Wired의 원 기사에 대해 기술적 논거를 갖고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습니다. 통계 수치를 들이대지도, 원 기사가 제시한 사례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바로 위  Nick Bilton 의 접근과는 다른 식의 반박을 펼치고 있는 거죠.) 이 기사는 오히려 역사적인 맥락을 들어 Wired 기사의 주장이 틀렸음을 설명합니다. 어떤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다'거나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거죠.
 

기사 중 흥미로왔던 구절은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채 기술에 대한 예측을 할 경우 누구나 "기술은 앞으로는 이러이러하게 발전할 (혹은 발전되어야만 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특히 이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기술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고, 사회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만드는 주역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현실에서의 변화와 진화는 기술 외에 수많은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나고 방해받고 좌절됩니다. 수많은 다른 요인들 중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인간의 의지입니다.
 

수동적인 인간, 페이스북이나 애플이 던져주는 서비스에 감탄하며, "폐쇄적 시스템이라도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면 폐쇄적인 환경이 좋아." 라고 말하는 수동적 소비자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갖고 의견을 표명하며 함께 더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능동적인 인간의 의지야말로 기술보다 더 큰 동인이자 동력입니다. Wired의 기사는 이같은 요소들을 경시하고 기술의 발전 자체를 변화의 동인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기술은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 뿐 동인은 될 수 없겠죠.) 아마 이런 점,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주장을 비판하는 점 때문에 크리스 앤더슨이 이 기사를 두고 가장 좋은 반론이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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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세 편에 대해 한꺼번에 소개를 하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졌지만, 저는 Wired의 '웹은 죽었다'는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쪽입니다. 쇠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죽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다고나 할까요? 이는 웹으로의 트래픽이 여전히 많다는 것과 같은 수치로 보여지는 현상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기존의 기술을 언제나 밀어내지만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엽서와 전보, 팩스를 쓰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 듯 말이죠.)

비록 Wired 기사의 입장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기사에서 소개된 여러가지 현상은 모두 읽고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터랙티브 마케팅 분야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치고 있는 분들이라면 말이죠.


끝으로 제가 존경하는 선배 한 분께서 위 논쟁에 대해 내린 트위터 평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이 죽었다'는 시선 끌고, 화제되는데 효력이 있죠. 신기술이란 것이 대체도 하지만, '부가', '확장', 축적'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품을, 기술을 팔려니 자극적으로. 논쟁 촉발로 앤더슨도 나름 성공!

신기술이 옛기술을 밀어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넘어, 이 기사를 쓴 크리스 앤더슨의 의도까지 잘 잡아주는 트윗이네요. ^^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