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워먼트의 네번째 주제는 디바이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입니다.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임파워먼트'의 대상은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의 기획과 설계, 디자인은 물론, 디바이스의 활용하는 방법과 디바이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임파워먼트'라는 개념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스마트폰의) "enabling 'by' empowerment"라고 했습니다. 영어를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땅한 우리말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짧은 우리말 실력이지만, "enabling 'by' empowerment"를  굳이 번역해 보자면 '소비자에게 기회와 권한을 줌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 때 스마트폰의 역할과 함의가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든 피처폰이든 '전화기(폰)'의 일차 목적은 '연결'입니다. (그 외의 목적으로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면 그건 휴대용 컴퓨터이거나 PDA이거나 내비게이션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은 대화 상대방과의 연결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의 연결, 정보와의 연결 등 다양한 모습을 갖지만, 결국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하면 'stay connected' 정도가 되겠네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전화 통화와 메시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통화는 KT/SKT 같은 통신 서비스를 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VoIP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통화'에 대해서는 미루어두고 지금은  메시징을 통한 연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SMS는 휴대전화의 가장 오래된 기능 중 하나입니다. 통신사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죠. (예를 들어 하루에 수백통의 문자를 주고받는 중고생들을 생각해 보세요.)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카카오톡 (이하 '카톡') 같은 SMS 앱이 등장했을 때 사실 저는 그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습니다. 문자 메시지는 이미 범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 앱을 별도로 내려받아 앱을 쓰는 사람들끼리만 메시징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광고 외의 수익화 방안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장점이라고는 다른 나라에 사는 사용자들끼리 자유롭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정도..?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죠. ^^; 
카톡의 성공의 근간을 살펴보면 'Enabling by Empowerment' 개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카톡의 성공은 어떤 사람에게는 기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카톡의 성공을 들여다볼 때에는 카톡 이전에 이미 국내외 여러 메시징 서비스가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카톡만큼 성공하지 못했음과, 카톡이 기존 문자 메시지 서비스, 메신저 서비스와 차별화된 효용성을 제공했음에 먼저 주목해야 합니다. 


카톡 이전에 이미 WhatsApp 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있고요.) 기능은 초기의 카톡과 동일했으며, 유료(그래봤자 2불 미만)라는 점이 약점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의 가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 비싼 환경에 있는 사람들 간에 자유로운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었죠. 건당 수 백 원의 비싼 요금을 물지 않고도 전세계 어느 곳에 있는 지인과도 자유롭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WhatsApp의 인터페이스는 카톡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atsApp은 우리나라에서는 카톡이 되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카톡과 달리 유료 어플리케이션이었다는 점과 (초기에는) 그룹 채팅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그룹 채팅은 카톡을 단순한 문자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넘어 채팅 혹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익숙해하고 좋아하는 기능을 잘 잡아낸 카톡의 주요 차별점이었다고 평가되죠.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한 셈입니다. 카톡이 그룹 채팅 기능이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시장 조사를 미리 했었는지 안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카톡은 그룹 채팅을 비롯한 몇몇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고 이걸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사용자들에게 맡겼습니다.


만일, 그룹 채팅을 포함한 채팅 혹은 메신저 기능이 카톡의 주요 성공 요인이었다고만 평가할 경우 기존의 메신저 프로그램들은 왜 카톡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네이트온, MSN 메신저 등 내로라하는 메신저 서비스들 역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았는데, 인터넷에서 구축된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일견 올바른 접근인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각각 자기 서비스 사용자들끼리만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는데, 이는 휴대전화의 사용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데스크탑 사용 환경을 그대로 휴대전화에 적용함으로써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각각 인터넷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하고 Relevant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전화번호부’입니다. 기존 메신저 프로그램의 사용자들은 컴퓨터가 켜져 있을 때에 키보드를 이용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일 뿐,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훨씬 가까운' 네트워크는 전화기의 전화번호부 안에 저장되어 있는 지인들이고, 메신저의 친구 목록은 이와 절대 경쟁할 수 없음을 간과한 것이죠. 전화번호부에 기반한 카톡이나 WhatsApp과 달리 메신저들은 MSN 사용자들끼리, 네이트 사용자들끼리만 쓸 수 있는 폐쇄형 메신저를 고집하다가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카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들)의 성공 요인은 ‘기존의 전화번호부와 연동’하여, ‘무료’로, 일대일 혹은 단체 ‘채팅’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하여금 기존 문자 메시지보다 좀 더 ‘자유로운’ 메시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닙니다 – 즉 ‘Enabling by Empowerment’의 사례가 되는 것이죠.


전화기의 ‘연결’이라는 특성에 기반한 Enable/Empowerment가 카톡에 의해 일부 구현됐다면, 이후에는 어떤 종류의 ‘연결’이 전화의 새로운 킬러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무엇을 ‘연결’함으로써 사람들을 Empower하고 Enable할 수 있을까요? 


(1) 사람들의 '관심사'를 연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전화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게 유지하는 도구’라는 점을 되새겨야 합니다. 전화를 받고 걸 수 있게 네트워크 내에 유지시키는 것이 일차적 기능이라면, 이 같은 ‘연결 유지 상태’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나타날 수도 있을테니까요. 


전화번호부에 있는 나의 지인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등록된 친구들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접근성이 더 뛰어난것 만큼은 분명하죠.) 다시 말해 이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외 ‘다른 용도’로 이 네트워크가 활용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 혹은 Quora, (지금은 사라진) Aardvark 같은 Q&A 서비스를 지인들에 국한된 모바일 Q&A 서비스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검색을 하거나 주변의 알만한 지인에게 물어보게 마련입니다. 저녁 회식 장소를 정하기 위해 맛집을 찾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 우리는 인터넷을 뒤지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 (주: 여기서의 '가까운 사람'은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금방 연락하기 좋은 사람, 즉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을 포함합니다) 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말이죠. 이처럼 일상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거나 혹은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지인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내고 그들의 답을 기다리는 서비스가 구현될 수도 있겠네요. 채택된 답변을 제공한 지인에게는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고, 이렇게 쌓여지는 정보는 ‘나’를 위한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들의 지식들이 모인 소중한 자산이 된다. 사람들의 답변은 문자 메시지 같은 일방향적인 것이 될 수도, 혹은 사람들의 답변을 한 자리에 모아 작은 채팅이나 포럼처럼 만들어질 수도 있으며, 맛집, 육아, 영화 등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지인들의 답변과 맞물려 ‘어떤 사람이 어떤 주제에 관련 있는지’를 자동 분류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육아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지인들은 자동으로 육아 카테고리에 등록이 되는 식이겠죠.) 


(2) '주변 사람'들을 연결


위에서 상상한 서비스가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Q&A라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이 있는 공통의 위치를 기반으로 한 Q&A 서비스를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익숙치 않은 동네에서 어떤 장소를 찾거나 추천을 부탁할 때,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 지역을 잘 안다고 등록해 둔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내 질문할 수 있겠죠. 이렇게 모아진 답변은 점진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며, 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킹 (예: 모르는 사람들끼리라도 ‘지역’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어울리도록 하는) 은 물론, 해당 지역의 새로운 (지식 기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두 가지의 서비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조사 없이 그냥 즉석에서 만들어낸 사례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모바일 서비스든 모바일 디바이스든 '사용자에게 권한과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관심을 연결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 혹은 주변에 위치한 사람들을 연결함으로써 즉각적인 지역 정보를 얻어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능력을 늘리는 것. 이런 종류의 'Enabling by Empowerment'가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화 역시 마찬가지겠죠. 음성통화든 영상통화든 지금은 모두 어쩌면 '통화는 일대일 통화'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통화'라는 행위의 어떤 점을 다시 들여다볼 때 '사람들에게 권한을 제공하고, 자유도를 높여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까요? 그룹 통화(컨퍼런스 콜) 외 어떤 것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ecarus
Thoughts2009.04.30 14:11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났군요.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댓글들도 온통 친삼성파와 반삼성파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쩌면 조선이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런 말을 한 디자이너가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의 말이 일반화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모적으로 논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최근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의 디자인을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삼성 옴니아, 애플 아이폰(3G), 모토로라 레이저, 엘지 프라다폰입니다. (참고로 실물의 비율과 다르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고 뛰어난 심미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옴니아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모두 휴대폰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었다는 점입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이제는 너무 오래 울궈먹어서 식상하다는 평도 있지만 어쨌든 폴더형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덕분에 모토로라社는 고전하고 있을지언정 레이저의 디자인은 heritage가 돼가고 있지요. 아이폰과 프라다폰은 풀터치폰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연 제품입니다. 물론 디자인과 이후 마케팅 면에서는 아이폰이 월등했지만, 엘지는 프라다와 손잡고 사실상 아이폰보다 앞서 풀터치폰을 내놓았던 과거가 있지요.

옴니아는, 마케팅에 있어서는 성공한 쪽이지만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삼성전자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요. ("그녀의 경쟁력. 삼성전자 이영희 상무") 위 그림들에서 보실 수 있듯 옴니아가 시장에 새롭게 제시한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풀터치폰의 디자인 특성상 하드웨어 적인 디자인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렵다'거나 'UI면에서 소비자 편의와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의 시각으로는 아이폰이 풀터치폰을 매년 업그레이드하면서 아주 작은 디자인상 변화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점이나, 모토로라가 흔한 폴더형 디자인을 어떻게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냈는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인용한 기사로 돌아와서, ""삼성폰은 성능 좋고 튼튼한 '기계'이지 아이폰처럼 감성을 실은 '디자인 명작'은 아니다"는 지적은 삼성이 중요하게 귀담아 들어야 하는 지적일 것입니다. 만일 제가 잘 알려진 디자이너라고 해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에게 어울리는 폰'으로는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고를 것 같은데요.

아래는 원문의 정보와 출처입니다. 

원 기사 작성자: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2009/04/30. 조선닷컴)
원문: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

===============================================================================

"아내와 아들이 삼성 휴대폰을 쓴다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주위 디자이너들 중에 삼성폰 쓰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지난 25일 세계 최대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삼성의 휴대폰 디자인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인 그는 지한파(知韓派) 디자이너로도 알려진 인물. 3년째 삼성의 제품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ecaru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