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09. 4. 30. 14:11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났군요.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댓글들도 온통 친삼성파와 반삼성파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어쩌면 조선이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런 말을 한 디자이너가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의 말이 일반화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소모적으로 논쟁하는 것보다 차라리 최근 출시되고 있는 휴대폰의 디자인을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삼성 옴니아, 애플 아이폰(3G), 모토로라 레이저, 엘지 프라다폰입니다. (참고로 실물의 비율과 다르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고 뛰어난 심미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관점에서 볼 때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옴니아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모두 휴대폰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었다는 점입니다. 모토로라 레이저는 이제는 너무 오래 울궈먹어서 식상하다는 평도 있지만 어쨌든 폴더형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덕분에 모토로라社는 고전하고 있을지언정 레이저의 디자인은 heritage가 돼가고 있지요. 아이폰과 프라다폰은 풀터치폰이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연 제품입니다. 물론 디자인과 이후 마케팅 면에서는 아이폰이 월등했지만, 엘지는 프라다와 손잡고 사실상 아이폰보다 앞서 풀터치폰을 내놓았던 과거가 있지요.

옴니아는, 마케팅에 있어서는 성공한 쪽이지만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삼성전자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겠지만요. ("그녀의 경쟁력. 삼성전자 이영희 상무") 위 그림들에서 보실 수 있듯 옴니아가 시장에 새롭게 제시한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풀터치폰의 디자인 특성상 하드웨어 적인 디자인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는 어렵다'거나 'UI면에서 소비자 편의와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의 시각으로는 아이폰이 풀터치폰을 매년 업그레이드하면서 아주 작은 디자인상 변화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점이나, 모토로라가 흔한 폴더형 디자인을 어떻게 소비자들이 환호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냈는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인용한 기사로 돌아와서, ""삼성폰은 성능 좋고 튼튼한 '기계'이지 아이폰처럼 감성을 실은 '디자인 명작'은 아니다"는 지적은 삼성이 중요하게 귀담아 들어야 하는 지적일 것입니다. 만일 제가 잘 알려진 디자이너라고 해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에게 어울리는 폰'으로는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를 고를 것 같은데요.

아래는 원문의 정보와 출처입니다. 

원 기사 작성자: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2009/04/30. 조선닷컴)
원문: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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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들이 삼성 휴대폰을 쓴다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주위 디자이너들 중에 삼성폰 쓰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지난 25일 세계 최대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삼성의 휴대폰 디자인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인 그는 지한파(知韓派) 디자이너로도 알려진 인물. 3년째 삼성의 제품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Posted by ecarus

아직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아서 때문인지 아이폰(출시)에 대해서 2009년 4월 대한민국 모바일 소비자들은 '매니아'와 '무관심층' 양극단으로 나뉩니다. 아이팟터치로 어느정도의 경험은 가능하나, 역시 폰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아이팟터치는 쿨한 악세서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주: 여기서 말하는 악세서리의 정의는 'non-mandatory'입니다.) 

아이폰은 그 기능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앱스토어는 수 년 전 애플이 iPod과 iTunes로 거둔 성공 프로세스에 구글의 애드센스와 유사한 web2.0의 개념을 더하여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서 응용/적용하려는 것인데, 몇몇 개발자의 대박신화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다른 마케터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옳은 방향일까요? 삼성전자가, SKT가, HP가, Nokia가, Microsoft가 제각각 자신들(만)의 어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효율적입니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바람직한 접근입니까?

이 질문은 당장의 비즈니스 기회만으로 답할 성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전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아이폰은 디바이스의 성공과 브랜드의 후광이 맞물려 현재까지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 엮인 Daum 김동현님의 글에서도 '단일 OS, 단일 브라우저, 단일 디바이스, 단일 SDK'를 성공 요인으로 묶고 있지만, 사실 앞을 내다볼 때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일견 효울적으로 보이는 애플 중심의 (walled garden식) ecosystem이 사실은 언제든지 '글로벌 수준의 위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 언젠가 아이폰이 스마트폰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고 가정할 때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친소비자적 성향을 여전히 띠게 될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과점이나 독점은 다양성이 부족하게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는 필연적 약점이 있으니까요. (빌게이츠의 IE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을 때 왜 사람들은 그 '효율성'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결국 질문은 또다시 뻔한게 돼버리는군요. 효율성을 지키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소비자는 기업의 선한 의지를 믿어도 좋은 것인가 하는 것들 말이죠.

덧붙임:  김동현님의 엮인글은 아이폰을 위력적인 게임 플랫폼으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아이폰의 성격은 '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능적, 혹은 기술적인 주장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에 관한 주장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PDA, MP3P 시장이 합쳐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관점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이폰에 매우 훌륭한 게임이 탑재되고, PSP에 휴대전화 기능이 들어가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당분간은) 전자는 폰으로 후자는 게임기로 인식할 것입니다. 그 경우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아이폰'은 그 잠재력에 한계가 생기는 거죠.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의 장벽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게임기와 폰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졌는데 제가 못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