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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1 새로운 서비스 론칭하기
Thoughts2009. 9. 11. 17:16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데, 사실 여러 종류의 서비스들이 워낙 많이 나와있는지라, 고민이 많이 됩니다. (투자유치도 만만치 않구요.)

Twitter는 물론 Facebook도 최근 Facebook Lite를 출시해서 마이크로블로깅의 흐름을 좇고 있구요, Nokia는 조만간 'Ovi Lifecasting'이라는 위치기반 SNS를 론칭하다고 합니다. 노키아 자체적인 SNS를 구축하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Facebook의 자산을 활용하려는 쪽으로 변화했는데요, 모바일과 PC의 cross-platform 서비스가 대세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SNS service provider의 경계도 모호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모노폴리'로 유명한 장난감회사 Hasbro는 구글맵상의 도로를 사고 팔고 통행료를 걷을 수 있는 온라인 버전의 모노폴리 게임을 내놓고 최근 며칠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론칭 초기이고 사용자가 몰려 이용이 원활치 못하지만, 사람들을 오프라인과 유사한 플랫폼 (즉, '지도') 에 올려놓고, 그 위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평가할만 합니다. (이 좋은 '꺼리'를 JHasbro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요.)


 

서비스를 준비하다보니, 이런저런 유사 서비스들이 상당히 마음에 걸립니다. 하늘아래 새로운건 없다고, 아무리 새롭고 신선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내가 준비중인 것과 유사한 요소를 일부 가진 서비스가 있게 마련입니다. (Twitter, MySpace도 마찬가지였죠.) 딜레마는, 그런 유사 서비스를 얼마나 피해가면서, 얼마나 완벽히 만들어서 론칭하느냐입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제가 내리 결론은, '완벽할 필요는 없다',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킬 수만 있으면 된다' 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처음에는 일단 만들어놓기만 해도 된다는 입장이죠. 처음에 잡은 방향이 완전히 틀린 것만 아니라면 론칭 후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개선해 가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서비스 개발 방법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Window'라는 GUI를 처음 소개한 Dynabook, HTTP라는 프로토콜을 개발,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을 가능케 한 Tim Berners-Lee 모두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혹은 서비스)이 '어떻게 활용될지'를 미리 다 결정한 다음에 세상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잠재력을 가진 기술을 세상에 내놓고, 그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사용자들이 그 기술을 진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을 뿌린 것 만으로도 충분했던 셈입니다. 

조물주가 아닌 이상 내가 만들고 있는 기술과 서비스가 어떻게 이용될지 100%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개발 중인 기술이) 재미있고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 출시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흐름에 맞춰, 혹은 시장의 흐름을 반 발자국씩만 앞서 리드하고 진화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혁신적이고, 사람들에게 뭔가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외에 좀 더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서비스로 만들고 싶다면, 그 기술/서비스가 '사용자로 하여금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할 것', '친절하고 직관적일 것', 즉 '소비자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점 정도만 기억해도 좋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사용자들과 관련 업계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겁니다. 서비스 구상을 하다가, '우리가 인터넷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진짜 교훈은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