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소셜 미디어가 광고주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첫째, 광고주들은 소셜 미디어가 출현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CRM 등 소비자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주장한 적은 많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라는 현상이 등장하니 모든 사람들이 ‘소비자와의 진짜 소통이 가능해졌다’고 말은 하는데, 막상 광고주측 담당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거죠.

사내에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고사하고 (주1) 소셜 미디어의 활용법을 교육시켜 주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소셜 미디어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 딱부러지게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홍보팀은 운영 중인 기업 블로그가 소셜 미디어 아니냐고 묻고, 마케팅팀은 온라인 마케팅 말고 또 다른 걸 왜 해야 하냐고 불평하고, 비서실에서는 사장님이 요즘 트위터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며 우리 회사는 언제부터 시작할건지 보고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에 대한 온갖 구호 -- '소셜 미디어가 최근 추세이니 우리도 대응하겠다'는 식의 -- 만 난무하고 실행은 거의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건 당연합니다.

주1: IBM이나 로이터 통신의 경우처럼 해외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소셜 미디어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국내 기업의 경우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오히려 기업 바깥의 소셜 미디어 대행사, 컨설팅 업체 등에서 제안하는 경우는 있으나, 가이드 라인은 이런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맞게 세부적으로 커스터마이즈 되어야 하는게 옳겠죠.



출처: Geek & Poke (2007.11)


둘째, 예전의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이 ‘메시지를 질러 놓고 추이를 지켜보다가 대응하는 식’이었다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실시간 채팅을 방불케 할 만큼 다이나믹해졌습니다. 광고주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소비자 반응에 뭐라고 대응하면 좋을지 내부 회의를 하고 품의를 올리고 상사의 결정을 기다릴 여유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렇다고 실무자 마음대로 뭐라 이야기를 쓸 수도 없죠. 키보드의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나의 말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게 되고 실시간 논쟁 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래저래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광고주 실무자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광고주는 대행사 혹은 외부 전문가를 찾게 됩니다. 소셜 미디어가 광고주에게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세번째 이유는 바로 광고 대행사든 홍보 대행사든 혹은 외부 경영 컨설턴트든 소셜 미디어에 대해 정답을 가진 믿을만한 전문가는 없(다고 봐도 좋)기 때문입니다.

대행사나 컨설팅 업체 사람들도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정해진 정의나 활용법, 가이드라인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그런걸 갖고 있다 해도 실전에 적용해 본 경험이 거의 없으니 광고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입니다.(주2) 대행사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좀 더 경험이 있을 뿐이고, 소셜 미디어에 대해 광고주보다 좀 더 공부를 해봤다는 정도겠죠. 개중에는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다룬 해외 서적을 번역했거나, 소셜 미디어 사용법에 대한 책을 낸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경험과 전문성은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기업 입장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는 광고주의 고민이 소셜 미디어의 특성에 대한 '이론'과 '사례'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집행'과 '관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주2: 소셜 미디어 컨설팅 전문가 혹은 전문 업체를 표방하시는 분들께서는 제 이야기에 반론을 펴실 수도 있는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면 틀린 말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어떤 실질적인 가치와 혜택을 광고주에게,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분만의 독특하고 구체적인 (unique & tangible) 답을 갖고 계시다면 제 이야기를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 중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시는 분은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이 고민하신 분들일 수록 제 생각에 공감하시더군요.


차라리 이런 정도의 전문성이라도 갖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종합 대행사든 온라인 전문 대행사든) 많은 광고 대행사의 경우 소셜 미디어의 활용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광고주가 소셜 미디어에 대해 물어볼 때 차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으니 블로그 마케팅이나 (트위터에서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지요. 광고주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소셜 미디어의 상시 운영/집행을 원한다고 하면 ‘그건 PR 대행사의 일이니 그 쪽을 연결해 주겠다’고 발을 빼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PR 대행사에 일을 넘기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소셜 미디어가 관계 관리에 유용한 툴임을 감안한다면 공중(Public)과의 관계(Relations)를 관리하는 PR 대행사가 광고 대행사보다 소셜 미디어 활용에 더 잘 어울릴 수 있으니까요. PR 대행사의 임무는 더 이상 광고주의 보도 자료를 내보내고, 광고주의 뉴스가 주요 언론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PR 대행사가 관리해야 할 Public (공중) 은 더 이상 '언론', '주주', '내부 임직원' 등 협의의 'stakeholder'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광의의 소비자 전체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광고주에게도 다양한 방면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추천하는데 적극적인 것이 당연하죠.



출처: Dilbert (2007.2.22)


PR 대행사에 비해 국내 광고 대행사들이 소셜 미디어에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수익 구조상의 특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광고 대행사는 매체 수수료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즉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광고주가 많은 광고를 집행할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나 마케팅 전략 등은 서비스로 치부되거나 실비 정도만 보상받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제작비, 조사비, 다양한 BTL 제작/진행비 등에도 수수료를 붙여 수익화하고 있긴 하지만 광고 수수료에 비하면 그 비중이 너무 작아 종합 광고 대행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간주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반면 PR 대행사는 광고주로부터 Fee로 보상받는 곳이 많아 소셜 미디어 제안과 집행에 유리합니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하는 업체 대부분이 PR쪽 배경을 갖고 있는 곳들입니다.

게다가, 여담이지만, 광고 대행사의 경우 매체사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 매체사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기존 관계의 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보니 소셜 미디어에 대해 열린 생각을 하기가 구조적으로 힘들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쓰고 보니 말이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면 매체사를 '갑-을 관계'로 바라보려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광고 대행사 입장에서 신문사, 방송사, 온라인 포털 등 매체사와의 관계는 수평적이자 동시에 수직적 관계이기도 합니다. 온라인 마케팅을 집행하는 광고 대행사는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의 '매체사'와 주로 일을 하게 되는데 광고주의 광고비를 어느 매체에 집행할 것인지, 즉 매체별 광고 물량이 광고 대행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싫든 좋든 일종의 갑을 관계가 성립됩니다. 매체사는 대행사에 영업을 하고 대행사는 광고를 집행하며, 간혹 우호적 '서비스'를 부탁할 때도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배너 광고 위치의 가격을 할인해 달라거나, 배너의 집행 시간대를 유리하게 조정해 달라는 식이죠. 물론 다음, 네이버, 네이트처럼 정가를 고수(?)하는 대형 매체에게는 잘 안통합니다만.^^ 그러나 중소매체에게는 어느 정도 통할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광고대행사-매체사 사이에 매체 대행사라는 층(Layer)이 하나 더 끼어들면 이러한 갑을 관계는 보다 공고히 성립됩니다.



출처: 홍기자의 좌충우돌 취재기


물론 인정하지 않을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광고 대행사가 매체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메시지의 집행처'라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측면이 약할 뿐 아니라, 기존의 갑을 관계가 의미가 없어집니다. 매체 (즉 소셜 미디어) 는 더 이상 '집행처'가 아니라 '플랫폼'이 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는 사용자가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소셜 미디어 내부의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가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방법이 없지는 않겠지만 해서는 안되는 거죠..) 설사 광고 집행 물량을 내세워 협조를 요청하고 싶어도 소셜 미디어는 있는 그대로 흘러갈 뿐 광고주나 광고 대행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대행사는 이 같은 관계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를 컨택해서 일을 풀어야 할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광고 대행사가 페이스북에게 요청해 광고주의 콘텐츠를 더 띄워달라고 할 수 있나요? 구글에 연락해서 특정 블로그의 콘텐츠에 대한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요?)

광고 대행사는 소셜 미디어를 지금까지 접해왔던 매체사들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야만 합니다. 광고주의 메시지와 개인 사용자의 메시지가 평등하게 어울리는 장, 나아가 광고주의 페르소나(Persona)가 소비자와 개인적 관계를 맺는 장으로서 바라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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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에게나 대행사에게나 소셜 미디어가 아직은 녹록치 않은 분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 대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접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전문가’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광고주 스스로 '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 인식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의 대행은 사실 면피를 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광고주가 스스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느끼고, 그 목표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도움과 조언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라는 화두를 먼저 정해놓은 후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라고 외부에 묻는다는 것은, 사실상 나중에 일어날 결과에 대해 미리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갖는 많은 광고주들과 대행사들이 이 같은 '소셜 미디어 우선주의'에 빠져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광고주가 소셜 미디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을 경우 차라리 편해질 수도 있죠. 광고주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소셜 미디어에 대한 제안을 요청받았다면 ‘소셜 미디어의 특징이 이러이러한 것이니, 광고주께서는 이런저런 분야에 활용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광고주가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혹은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다면, 대행사는 가장 욕먹지 않을만한 안전한 캠페인을 추천하게 마련이죠. 예를 들면 (흔히 보던) 이벤트, 경품 행사 등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할 것을 추천합니다. 만일, 위에서 썼듯, 광고주가 소셜 미디어를 잘 이해하는 편이라서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상시 채널 운영을 원한다'고 하면 광고 대행사는 PR 대행사에게 일을 넘기고 발을 빼기도 합니다. (능력이 없어서, 혹은 수익이 안나기 때문에.) 일을 넘겨 받은 PR 대행사가 훌륭한 업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하던 업무에 맞추어 소셜 미디어를 보도 자료의 창구로 활용하는 등 '곁다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소셜 미디어를 업무에 활용한 셈이 되니 임무를 달성한 셈이 됩니다만, 진짜 필요한 ‘관계 관리’는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광고주의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소셜 미디어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기본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관계 관리를 위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종류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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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ca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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