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에 한 편 씩 올리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한 달이나 건너뛰었네요. 이번 편은 책의 임파워먼트에 관한 내용입니다. '책'이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은 책을 필두로 한 인쇄매체와 사람들의 읽는 습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분량이 길어 두 번에 나누어 올립니다. ('읽는 행위의 지평을 넓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2편에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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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책'이라는 매체가 Empowerment라는 개념과 결합될 경우 어떤 변화와 기회가 만들어지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연히 종이책과 eBook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텐데, 그 전에 잠깐 책이라는 매체의 역사에 대해 알아볼까요?

 

책(冊)은 본디 대나무 조각을 엮은 모습을 상형화한 것입니다. 종이가 없던 시절, 대나무의 마디를 잘라내고 마디 사이를 세로로 쪼개 불을 쬐어 기름을 빼고 껍질을 벗겨낸 뒤 그 위에 글자를 적었습니다. 위아래는 20~25cm정도의 길이지만 폭이 고작 몇 cm에 불과했기 때문에 한 줄 씩 글자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를 '죽간(竹簡)'이라고 일컬었는데 몇 장의 죽간을 가죽이나 비단 끈으로 엮은 것을 표현한 것이 '죽책(竹冊)' 또는 '책(冊)'이라는 한자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고전이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쓰여진 데는 한자가 뜻글자라는 점 외에도 죽간이라는 기록 매체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하죠. (임형석,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

 


 

진시황이 분서갱유로 태운 책들 역시 종이책이 아니라 죽간들입니다. 중국에서 책이 죽간이 아닌 종이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05년 채륜이 종이를 만들었을 때 부터입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는 기원전 2세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종이책이 자리를 잡은지 천 년이 흐른 뒤에도 죽간은 종이와 달리 특별한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조선시대에 와서도 왕세손이나 왕세자비를 정할 때 책봉문을 죽간에 새겨 내렸다는 걸 보면 말이죠.

 

그러니 어쩌면 옛날에 종이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어찌 글자를 종이 따위에 써서 보관한다는 말인가!" "성현의 말씀을 보존하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책은 역시 대나무를 넘겨가며 읽는 것이 제맛이거늘.." 하며 탄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 eBook이 등장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책'이라는 기존 매체가 주는 향수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책장을 넘기는 '아날로그적인' 느낌부터 종이를 접어 북마크를 해두는 느낌, 책을 읽어감에 따라 자라는 고운 손때와 책장에 꽂아두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넓은 서점을 돌아다니다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느낌, 그리고 책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갖가지 인연과 사연까지, 책이라는 매체에 얽힌 사람들의 애착과 느낌은 다양합니다. 아무리 좋은 eBook이 나와도 종이책이 주는 인간적인 느낌까지 전달할 수는 없을거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eBook이 아무리 책장을 넘기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할 수 있게 해도 종이가 주는 느낌은 절대 재현할 수 없다고 말이죠. 


책 시장의 규모는 제한되어 있으니 eBook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책이 대중화 될수록 종이책의 시장은 어느 정도 축소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eBook이 책 읽는 문화를 바꿔버릴까 아쉬워하겠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종이신문의 시장이 쪼그라든 것처럼 종이책 역시 비슷한 길을 걸을까 걱정할 겁니다. 하지만 (종이책이 아닌) 책 시장 자체가 eBook 때문에 축소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책을 비롯한 인쇄 매체의 시장은 그 형태가 디지털로 옮겨갈 뿐 '읽을거리의 시장' 자체는 eBook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이 나와도 영향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인쇄 매체의 시장을 축소시키는 것은 eBook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죠. eBook을 비롯, 스마트폰, 인터넷, 각종 디지털 기기는 기껏해야 시장 축소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촉매 정도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종이책과 종이신문 시장은 (적어도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예전부터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종이신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종이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 시장은 도리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눈에 수치로 나타나는 국내 출판 시장의 상당 부분은 참고서와 잡지,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베스트셀러가 차지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의 다양성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요. 예컨대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책의 장르 다양성이 줄고 있다는 점 - 말하자면 '성공학' 분야의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소수의 베스트셀러가 전체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내는 현실은, 우리는 이제 '진지한' 읽을거리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당장의 필요를 위한 참고서, 성공서를 읽고, 어떤 책이 좋을지를 고민하기보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를 찾으며, 스포츠 신문, 인터넷, 텔레비전 등 피로하지 않게 소비할만한 읽을거리와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볼거리를 찾습니다. 뭔가가 궁금할 때 사람들은 과거의 배움과 지식에서 답을 구하기보다 검색창에 질문을 쳐넣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찾아낸 즉각적이고 표면적인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하려 하기보다 '모르면 또 검색하지' 라고 생각하며 흘려버립니다.) 

 

이 같은 추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 읽지 않는 문화, 배우지 않는 문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화, 읽지 않아도 큰 지장 없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책에서 얻는 지식이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구닥다리 옛이야기처럼 치부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존경받지 않는 (존경받는 어른들이 드물기도 하지만)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잘 숙성된 글로 표현되는 지식과 콘텐츠를 찾는 사람을 줄어들게 합니다. 니즈가 줄어들면 자연히 양질의 콘텐츠도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이는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또다시 글과 지식의 질을 낮추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쇄매체 시장에서 종이책과 신문이 처한 위기의 본질입니다. 디지털, 모바일, 인터넷은 이같은 현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속화 할 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잘 모르겠지만 서유럽의 경우 위에서 말한 악순환은 미국만큼 발현되지 않는 듯 합니다. 섣부른 일반화일 수 있지만, 유럽만 해도 신문을 열심히 읽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편입니다. 독자들은 신문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파악하고 지식을 습득하여 이를 스스로의 삶에 사용하는, 즉 '진지한 읽기를 통해 꾸준히 정보를 소화하는 프로세스'가 남아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디지털 환경이 뒤쳐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읽는 습관'과 '활자의 권위'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황색 언론이 발흥했지만 신문사와 신문기자는 신문의 권위와 신문 읽는 문화의 진지함, 매체의 신뢰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신문사는 권력과 거대 자본으로부터 소유를 독립시킴으로써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기자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지원하지요. 덕분에 기자들은 말초적 기사로 독자들을 현혹할 필요가 적어지고, 안심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노력할 수 있으며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주력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신문을 '소식지'로서만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 시각의 보급처로 여기게 되고, 신문은 중요한 사회적 교육 수단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나타나는 인쇄 매체의 위기는 eBook이나 디지털 기기 같은 기계적 요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읽는 습관, 인쇄 매체가 사회 교육에서 맡고 있는 역할, 그리고 제대로 된 언론의 부재와 같은 사회적 요인에 더 크게 기인합니다. 디지털 기기는 사회적인 흐름을 가속화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더 쉽게 접하게 해줄 것이고, 사람들이 진지한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eBook과 태블릿 등은 진지한 콘텐츠를 쏟아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애플이 최근 소개한 iBooks Author 프로그램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재미있는 함의를 갖습니다. 이 두 가지 이니셔티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임파워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편화되어 있던 개인 저자들(author)을 임파워하는 것이 iBooks Author라면 디지털 교과서는 교사와 학생을 임파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기에 추가해야 할 중요 수혜자는 바로 일반 독자, 즉 일반 대중입니다. 바로 모든 사람의 저자화(著者化)와 디지털 교육 콘텐츠의 대중화를 통해서입니다.  (계속)


Posted by ecarus

임파워먼트의 네번째 주제는 디바이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입니다.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임파워먼트'의 대상은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의 기획과 설계, 디자인은 물론, 디바이스의 활용하는 방법과 디바이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임파워먼트'라는 개념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스마트폰의) "enabling 'by' empowerment"라고 했습니다. 영어를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땅한 우리말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짧은 우리말 실력이지만, "enabling 'by' empowerment"를  굳이 번역해 보자면 '소비자에게 기회와 권한을 줌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줄 때 스마트폰의 역할과 함의가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든 피처폰이든 '전화기(폰)'의 일차 목적은 '연결'입니다. (그 외의 목적으로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면 그건 휴대용 컴퓨터이거나 PDA이거나 내비게이션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은 대화 상대방과의 연결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의 연결, 정보와의 연결 등 다양한 모습을 갖지만, 결국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하면 'stay connected' 정도가 되겠네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전화 통화와 메시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통화는 KT/SKT 같은 통신 서비스를 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VoIP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통화'에 대해서는 미루어두고 지금은  메시징을 통한 연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SMS는 휴대전화의 가장 오래된 기능 중 하나입니다. 통신사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죠. (예를 들어 하루에 수백통의 문자를 주고받는 중고생들을 생각해 보세요.)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 카카오톡 (이하 '카톡') 같은 SMS 앱이 등장했을 때 사실 저는 그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습니다. 문자 메시지는 이미 범용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 앱을 별도로 내려받아 앱을 쓰는 사람들끼리만 메시징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광고 외의 수익화 방안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장점이라고는 다른 나라에 사는 사용자들끼리 자유롭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정도..?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죠. ^^; 
카톡의 성공의 근간을 살펴보면 'Enabling by Empowerment' 개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카톡의 성공은 어떤 사람에게는 기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카톡의 성공을 들여다볼 때에는 카톡 이전에 이미 국내외 여러 메시징 서비스가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카톡만큼 성공하지 못했음과, 카톡이 기존 문자 메시지 서비스, 메신저 서비스와 차별화된 효용성을 제공했음에 먼저 주목해야 합니다. 


카톡 이전에 이미 WhatsApp 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있고요.) 기능은 초기의 카톡과 동일했으며, 유료(그래봤자 2불 미만)라는 점이 약점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의 가치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기 비싼 환경에 있는 사람들 간에 자유로운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었죠. 건당 수 백 원의 비싼 요금을 물지 않고도 전세계 어느 곳에 있는 지인과도 자유롭게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WhatsApp의 인터페이스는 카톡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atsApp은 우리나라에서는 카톡이 되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카톡과 달리 유료 어플리케이션이었다는 점과 (초기에는) 그룹 채팅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그룹 채팅은 카톡을 단순한 문자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을 넘어 채팅 혹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익숙해하고 좋아하는 기능을 잘 잡아낸 카톡의 주요 차별점이었다고 평가되죠.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한 셈입니다. 카톡이 그룹 채팅 기능이 우리나라 사용자들에게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시장 조사를 미리 했었는지 안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카톡은 그룹 채팅을 비롯한 몇몇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고 이걸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사용자들에게 맡겼습니다.


만일, 그룹 채팅을 포함한 채팅 혹은 메신저 기능이 카톡의 주요 성공 요인이었다고만 평가할 경우 기존의 메신저 프로그램들은 왜 카톡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네이트온, MSN 메신저 등 내로라하는 메신저 서비스들 역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내놓았는데, 인터넷에서 구축된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는 일견 올바른 접근인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각각 자기 서비스 사용자들끼리만 이야기할 수 있게 했다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는데, 이는 휴대전화의 사용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데스크탑 사용 환경을 그대로 휴대전화에 적용함으로써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각각 인터넷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하고 Relevant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전화번호부’입니다. 기존 메신저 프로그램의 사용자들은 컴퓨터가 켜져 있을 때에 키보드를 이용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일 뿐,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훨씬 가까운' 네트워크는 전화기의 전화번호부 안에 저장되어 있는 지인들이고, 메신저의 친구 목록은 이와 절대 경쟁할 수 없음을 간과한 것이죠. 전화번호부에 기반한 카톡이나 WhatsApp과 달리 메신저들은 MSN 사용자들끼리, 네이트 사용자들끼리만 쓸 수 있는 폐쇄형 메신저를 고집하다가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카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들)의 성공 요인은 ‘기존의 전화번호부와 연동’하여, ‘무료’로, 일대일 혹은 단체 ‘채팅’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스마트폰 사용자들로 하여금 기존 문자 메시지보다 좀 더 ‘자유로운’ 메시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닙니다 – 즉 ‘Enabling by Empowerment’의 사례가 되는 것이죠.


전화기의 ‘연결’이라는 특성에 기반한 Enable/Empowerment가 카톡에 의해 일부 구현됐다면, 이후에는 어떤 종류의 ‘연결’이 전화의 새로운 킬러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무엇을 ‘연결’함으로써 사람들을 Empower하고 Enable할 수 있을까요? 


(1) 사람들의 '관심사'를 연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전화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게 유지하는 도구’라는 점을 되새겨야 합니다. 전화를 받고 걸 수 있게 네트워크 내에 유지시키는 것이 일차적 기능이라면, 이 같은 ‘연결 유지 상태’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나타날 수도 있을테니까요. 


전화번호부에 있는 나의 지인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등록된 친구들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접근성이 더 뛰어난것 만큼은 분명하죠.) 다시 말해 이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 외 ‘다른 용도’로 이 네트워크가 활용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 혹은 Quora, (지금은 사라진) Aardvark 같은 Q&A 서비스를 지인들에 국한된 모바일 Q&A 서비스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검색을 하거나 주변의 알만한 지인에게 물어보게 마련입니다. 저녁 회식 장소를 정하기 위해 맛집을 찾거나, 아이가 아프거나,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할 때 우리는 인터넷을 뒤지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 (주: 여기서의 '가까운 사람'은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금방 연락하기 좋은 사람, 즉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을 포함합니다) 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말이죠. 이처럼 일상 속에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거나 혹은 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지인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내고 그들의 답을 기다리는 서비스가 구현될 수도 있겠네요. 채택된 답변을 제공한 지인에게는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고, 이렇게 쌓여지는 정보는 ‘나’를 위한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람들의 지식들이 모인 소중한 자산이 된다. 사람들의 답변은 문자 메시지 같은 일방향적인 것이 될 수도, 혹은 사람들의 답변을 한 자리에 모아 작은 채팅이나 포럼처럼 만들어질 수도 있으며, 맛집, 육아, 영화 등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는 지인들의 답변과 맞물려 ‘어떤 사람이 어떤 주제에 관련 있는지’를 자동 분류하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육아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지인들은 자동으로 육아 카테고리에 등록이 되는 식이겠죠.) 


(2) '주변 사람'들을 연결


위에서 상상한 서비스가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Q&A라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이 있는 공통의 위치를 기반으로 한 Q&A 서비스를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익숙치 않은 동네에서 어떤 장소를 찾거나 추천을 부탁할 때,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 지역을 잘 안다고 등록해 둔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내 질문할 수 있겠죠. 이렇게 모아진 답변은 점진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며, 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킹 (예: 모르는 사람들끼리라도 ‘지역’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어울리도록 하는) 은 물론, 해당 지역의 새로운 (지식 기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두 가지의 서비스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조사 없이 그냥 즉석에서 만들어낸 사례들입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모바일 서비스든 모바일 디바이스든 '사용자에게 권한과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관심을 연결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 혹은 주변에 위치한 사람들을 연결함으로써 즉각적인 지역 정보를 얻어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능력을 늘리는 것. 이런 종류의 'Enabling by Empowerment'가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통화 역시 마찬가지겠죠. 음성통화든 영상통화든 지금은 모두 어쩌면 '통화는 일대일 통화'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통화'라는 행위의 어떤 점을 다시 들여다볼 때 '사람들에게 권한을 제공하고, 자유도를 높여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까요? 그룹 통화(컨퍼런스 콜) 외 어떤 것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Posted by ecarus

그루폰이든 티켓몬스터든 혹은 위메프든 소셜커머스가 공동 구매에 그치고 있다는 비아냥을 벗어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개인의 역할을 확장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역할 확장이란 구매자, 입소문 전파자, 혹은 구매 유발자의 역할 이상으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이른바)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은 모두 개인 구매자들을 모으는 것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개인들로 하여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혹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든) 매력적인 할인 혜택에 대해 소문을 퍼뜨리게 하여 목표했던 참여자/구매자 수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할인을 제공하는 업체/매장에게는 최소한의 마케팅 효과를 보장하고 개인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소셜커머스 업체에게는 수수료 수익을 가져다주는, 말하자면 일석삼조의 프로세스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세 가지 장점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소셜커머스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장점 중 '마케팅 효과'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셜커머스가 등장했던 초기에는 '소셜'을 활용한 듯한 서비스의 특징과 파격적인 할인율에 힘입어 업체/매장을 알리는 기제가 어느정도 작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라는 시스템이 일상화돼버린 후, 유사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한 후에는 신선함은 거의 없어졌고, 소셜커머스의 할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업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를 한 소비자들이 일회성 소비에 그칠 뿐 반복 방문 혹은 충성도 제고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매장/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잘못을  저지른 일도 많았습니다만.


이제는 소셜커머스의 관건은 누가 더 매력적인 제품/매장을 찾아내서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하는지가 돼버렸습니다. 이전투구의 시기로 접어든 셈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마케팅 효과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의 모습이 계속될 경우 소셜커머스는 '쿠폰 마켓'으로밖에는 진화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의 해결책은 참여하는 업체들의 마케팅 효과를 올려주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소셜머커스 프로세스는 마케팅 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프로세스는 소비자를 구매자/입소문 전파자로만 간주하기 때문에 무슨 방법을 취하든 결국 소비자가 해당 딜을 보게 하고, 관심있는 소비자를 모아서 참여하게 하는 것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셜커머스에서의 임파워먼트는 이와 같은 소비자의 역할을 파격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제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소셜커머스는 개인 소비자들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현행과 같이 (매력적인 딜을) 구경하고, 소문 내고, 할인을 받게 하는 것 외에 또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힘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사룔자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 만으로도 기존의 마케팅 효과는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관여와 인터랙션이 높아질 때 마케팅 효과도 높아진다'는 것은 디지털 마케팅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회를 부여 받았을 때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냅니다. 싸이월드가 그랬고 이베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성공한 서비스의 대부분은 서비스 기획자가 생각했던 효용 이상의 무언가를 사용자들이 스스로 찾아내고 실행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의 계기를 맞았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소셜커머스에서의 임파워먼트는 파편화된 소비자들이 모여 공동구매를 하도록 하는 것을 뛰어넘어 판매는 물론 거래를 촉진하는 것까지 사용자에게 맡겨버릴 때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쿠폰이든 할인이든 주어진 과실을 따먹는 것을 넘어 과실을 직접 만들어내고 더 넓은 기회를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사람들이 소비자를 넘어 진정한 '사용자'가 될 수 있게 해 줄 때가 소셜커머스에서의 Enabling "by" Empowering 이 적용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임파워먼트는 (LBS에서의 임파워먼트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스스로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흔히 '소비자가 아니라 사용자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사용자는 적극적인/능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내는 참여자입니다. 서비스 기획자가 이들을 (능동적이든 적극적이든) 소비자로 간주하면 이들은 소비의 틀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도 않고 당신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주려 하지도 않습니다. 사용자들은 서비스의 ‘의미’를 인식하는 순간 스스로 강해지고, 스스로의 활동 공간을 넓히며, 그 과정에서 재미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 당신(서비스 운영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게 마련입니다. 


Posted by ecarus

포스퀘어, 고왈라, 혹은 국내의 아임인 등 현존하는 모든 위치기반 소셜 서비스(Location-based Service, LBS)의 한계는 그것이 주는 ‘재미’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플레이스나 옐프 등 위치 외에 부가적인 가치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킹에, 옐프는 POI-Point of Interest 소개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경우죠) 는 이러한 한계에서 약간 비껴나 있지만 순수하게 장소 체크인 활동으로부터 시작한 서비스의 경우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할 효용성'이 부족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지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말하고 싶은, 혹은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직접 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커뮤니케이션형 소셜 서비스들은 쓰다가 중단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상실감을 느끼게 마련이죠. 이는 심심하다는 것 이상의 중요한 상실감입니다.  


하지만 LBS는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어느 곳에 있었다는 것, 어디에 누가 있다는 것, 어디를 가면 주로 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거리가 멉니다. 마치 매일 일기를 쓰면 삶이 풍요로와질 수는 있지만, 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에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혹은 열심히 사용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만두더라도 상실감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LBS는 ‘하면 좋지만 안해도 그만인’ 서비스인 셈이죠. 


Brightkite를 필두로 LBS라는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리고 수많은 매체들은 독특한 ‘게임 요소’를 언급하며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간과한 것은 앞서 말한 ‘하면 좋지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서비스의 본질적 성격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그 어떤 게임도 영원히 재미있지는 않다’는 사실 역시 간과되었습니다. 


LBS가 등장한지 고작 2년이 지난 지금, 게임 요소에 의존했던 LBS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Mayor 시스템’을 심화시켜도, 주어지는 ‘뱃지’의 수를 늘리고 등급을 나누어도, 혹은 뱃지를 바탕으로 한 마스터 구조를 만든다 해도 (주: 말하자면 커피숍에 자주 가는 사람을 바리스타, 공항에 자주가는 사람을 젯세터라고 이름을 붙여 사용자들의 카테고리를 나누는 식), 그 게임 요소의 뿌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있었던 ‘뱃지’ 시스템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흥미를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설사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지루해져 버리는 구조임은 부인할 수 없죠. 결국 뱃지, Mayor 등의 체크인 횟수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게임 요소'는 그 한계가 명확하며, 서비스의 성장을 위한 곁가지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갈 핵심 성장 요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서비스의 장기 성장 동인, 그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서비스를 반복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은 ‘효용성’입니다. 쓰다가 안썼을 때 상실감을 주는 본질적인 효용성. LBS가 100% 게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바에야 재미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100% 게임이라 해도 재미를 지속시키고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기 – ‘이 게임은 ***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해야 돼’라고 느끼게 만드는 – 가 고려되거나, 혹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효용성'이란 바로 ‘나에게 도움되는 무엇’을 의미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경제적 이익’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아쉽게도 기존의 Mayor나 뱃지 시스템은 이 같은 ‘도움’을 주는 데는 무척 취약합니다. 물론 공짜 커피를 얻어마시는 등의 잠깐의 우월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누구도 공짜 커피를 위해 꾸준히 체크인을 할 수는 없으며, 어떤 가게도 Mayor에게 무한정 공짜 커피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이럴바에야 소셜커머스에서 제공하는 쿠폰이 서비스의 효용성을 좀 더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쿠폰이라는 도구 자체가 이제는 너무 일상화 되어있는데다가 (서울 시내 거리에서 뿌려지는 수많은 헬스클럽 할인 전단지를 생각해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쿠폰의 효용성이 대체로 소비자의 심리적인 Threshold를 극복할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의 심리적 문턱을 넘지 못하는 몇 가지 대표적인 이유 - 서비스 제공자가 만든 쿠폰은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 혹은 관심 있는 분야의 쿠폰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사용자와 들어맞는 쿠폰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와 안맞을 수도 있고, 할인폭이 작아서 흥미를 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셜커머스는 ‘반값’이라는 큰 할인폭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소비자의 평소 관심(예: 맛집, 건강, 여행 등)을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쿠폰을 보내주기도 하며, 소비자가 있는 장소 주변에 한정된, 혹은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할인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모두 쿠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상식적인 접근들이죠. 


그러나 어떤 시도가 됐든 이들은 모두 쿠폰의 일방향적 성격에 기반한 것들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가게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만족스러울 정도의 할인을 받게 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최대한으로 맞춰진 (customized) 쿠폰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두 갈래로 써내려온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첫째, 효용성이 낮다는 LBS의 단점은 사용자에게 좀 더 직접적인 효용성 (예: 쿠폰) 을 제공하는 것으로 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쿠폰의 근원적인 단점은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필요를 짐작하여 만들고,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이 바로 사용자 임파워먼트입니다. 


임파워먼트는 사용자들이 스스로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LBS 서비스 제공자는 지도와 지도 위 소셜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를 통하여 효용성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Mayorship이 됐든 뱃지가 됐든, 아니면 또다른 보상이든 그것을 가장 잘, 적시에 알 수 있는 것은 기획자가 아닌 소비자입니다.* 그러므로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보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LBS의 진화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소비자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만한 가치를 미리 예측하고 설계하며 방향을 제시하되,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에 맞추어 재빠르게 변신하는 기획, 이를 가능케 하는 유연한 구조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스티브잡스가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기 전까지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세상의 모든 마케터가 잡스가 아닌 바에야 소비자의 직관과 집단 감성에 의존하는 편이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ecarus

empowerment trend

어떤 영역이 됐든 – 새로운 서비스를 예측하는 것이든, 새로운 마케팅을 기획하는 것이든 –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이느냐,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문답같은 표현입니다만, 보이는 것을 그려내는 것과 생각나는대로 그리는 것은 다르다는 말입니다. 미켈란젤로가 했다는 '(훌륭한) 조각은 돌 안에 갇혀있는 사람을 끌어내는 일'이라고 한 말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지요.
 
어떤 현상이나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획자가 머릿속에 제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그리고 있다 해도 그것이 전체의 흐름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혼자만의 공상에 그치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기획이란 결국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서 거대한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타고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갖고 있는 일차원적인 인식을 스스로 깨는 것도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을 친구 맺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링크드인을 인맥을 만들고 관리하는 서비스로만 바라보는 단선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뉴스’는 왜 항상 바깥에서 일어나고 나는 그것을 받아보기만 해야 하는가. 왜 매체가 생산해 낸 뉴스는 그 자체로 ‘완결된’ 콘텐츠의 모습을 띠어야 하는가. 왜 독자가 뉴스를 교정하고 만들어내고 참여할 수 없는가. 뉴스와 매체의 '근엄함'은 자체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오래된 교조(도그마)인가. 날씨를 전하는 사람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왜 항상 지루하게 날씨만 보여주는가. 왜 주가(주식) 어플리케이션은 천편일률적인가?
 
관건은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것입니다. 진실, 사실, 전통, 혹은 관습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현상들에 대하여 한 번 더 '왜'라고 묻고, 스스로의 믿음이 단선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하는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믿고 있는 명제는 무엇인지, 그것은 과연 참인지 아니면 참을 가장한 집단적 믿음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은 정말 다른 사람들 (친구, 가족 등) 과 연결되는 것을 좋아하는가. 내 소유물은 나누는 것보다 우선은 지키는 것이 정말 지혜로운 일인가. 무언가를 나눈다는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답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과연 '참'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무언가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때로는 더 큰 가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부터 시작하는 끊임없는 자문은 간혹 숨겨져 있는 큰 흐름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게도 합니다. 제가 읽은 흐름은 Empowerment, 말하자면 권력의 이동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흐름이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Posted by ecarus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간하는 '사이언스올닷컴'에 낸 원고입니다. 독자층이 청소년이라고 해서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진 않더군요.. ^^;
 
 
소셜 네트워크와 소셜 라이프의 미래

 
 
 
알파넷, 인터넷의 태동
 
인터넷은 의미상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뜻하며, 기술적으로는 ‘수많은 독립적인 네트워크들 간의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일반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군사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군사용 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시에 국가 내 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은 전쟁을 이끌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따라서 전쟁에 돌입할 경우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망이다. 1969년, 미국은 이 같은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커뮤니케이션 망을 보존하기 위하여 알파넷(ARPA Net)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는데, 이는 전쟁 발발시 소련이 미국의 네트워크를 일부 파괴하더라도 전체 네트워크는 보존이 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이었다. 즉, 정부 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수십, 수백 개의 네트워크로 분산시켜 적국이 한 두 개의 채널을 파괴해도 전체 통신망의 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의 일반화
 
이처럼 ‘군사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알파넷은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점차 비 군사적인 분야로 확대되었고, 처음에는 미국 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연구 기관들끼리 연구 정보를 나누고 연구원들 간의 협업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지만, 곧 일반 대중에게도 개방되어 지금과 같은 광대한 정보를 가진 네트워크로 탈바꿈하였다. 이처럼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의미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전세계의 컴퓨터’로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인터넷이 가진 정보의 양과 네트워크의 가치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트워크가 성장할수록 네트워크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 현상은 ‘메트칼프의 법칙’으로도 설명되곤 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
 
이처럼 인터넷은 다양하고 방대한 컨텐츠를 자양분으로 성장해 왔다. 컨텐츠는 간단히 말하면 모든 종류의 ‘읽을거리’, ‘볼거리’, ‘이야깃거리’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에 들어 있는 모든 컨텐츠를 보다 찾기 쉽고 읽기 쉽게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야후, 네이버, 구글과 같은 포털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유는 ‘컨텐츠를 읽고 보기 위한’ 것으로부터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으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었다. 이는 인터넷의 사용 동기와도 관련이 있다.
 
인터넷은 컴퓨터들의 네트워크이지만 동시에 미디어이기도 하며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는 인터넷이 ‘주어진 컨텐츠를 구경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스스로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함을 뜻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기는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 동기와 유사한데, 크게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과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두 가지 동기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인터넷의 진화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 동기를 더 잘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맞닿아 있다.
 
포털과 검색 서비스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원하는 컨텐츠를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서비스의 근간으로 삼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들은 모두 ‘이미 존재하는 컨텐츠를 소비자에게 더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아왔으며, 서비스 초기에는 사람들이 직접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컨텐츠의 잠재력에 일찍 주목하여 큰 성공을 거둔 사례이다.)
 
그러나 웹사이트 제작, 블로그, 디지털 사진 촬영, 동영상 제작 등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컨텐츠의 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UGC (혹은 UCC)' 스타와 파워블로거가 등장하였으며, 이는 다시 더 많은 UGC를 낳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주어진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UGC와 (신문사 등에서 제공하는) 전통적인 컨텐츠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상대방에게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터넷 사용을 시작하게 되었다.
 
  

 
 
소셜 네트워크의 진화
 
UGC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만든 컨텐츠를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블로그나 유튜브, 디씨인사이드와 같은 공간에 내가 만든 컨텐츠를 올리고, 이를 중심으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초기 UGC 활동의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 활동은 이전에 없던 두 가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첫째, 내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사용하게 됨에 따라 인터넷은 이제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 활용의 동기 중 ‘존재감 각인 및 관계 유지’가 더욱 강화되고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데 있어 시공간적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이 같은 공유 활동을 인터넷 활용의 중요한 목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일대일로 주고받던 전화나 편지, 이메일 등과 달리 더 많은 친구들을 상대로, 나의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주말에 방문했던 식당,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학교에서 일어난 일 등 얼핏 보면 의미 없게 느껴지던 일상의 편린들이 공개되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줄을 이으면서 친구들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개인이 가진 네트워크가 손쉽게 더 큰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입소문’은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뉴스는 TV보다 인터넷에서 더 빨리 알려지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정보는 광고보다 사람들의 입소문에서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한 메시지 전파는 단지 뉴스나 상품 광고의 전파 뿐 아니라 (이집트 혁명에서 보듯) 지역이나 국가의 여론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게다가 짧은 글, 사진, 동영상, 링크 등 일반 사용자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수많은 읽을거리와 볼거리들은 그 엄청난 양으로 인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초창기의 인터넷에서 언론사나 전문가가 선별적으로 제공하던 고급 컨텐츠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일반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수백만 배 많은 컨텐츠가 인터넷의 주를 이루게 되었다. 물론 컨텐츠의 질 (내용의 깊이, 사진의 화질 등) 에 있어서는 여전히 전문가의 컨텐츠가 더 깊이 있고 정확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우리 동네 맛집에 대한 정보는 전문가가 아닌 다른 친구들이 제공한 수많은 컨텐츠가 더 최신 정보인데다가 믿을만하고, 비교할 수 있는 컨텐츠도 훨씬 많아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가 제공한 컨텐츠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인터넷의 주도권 역시 기존의 포털, 검색업체로부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옮겨가게 되었다. 기존의 컨텐츠를 배포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컨텐츠를 올리게 하고 그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인터넷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소셜 라이프의 미래
 
앞으로의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역시 이 같은 사용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컨텐츠의 개방성 역시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생성되는 컨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접근과 활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싸이월드는 사실상 전세계 소셜 네트워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 역시 싸이월드가 주요 모티브였음을 인정했을 정도로 ‘소셜 네트워크의 표본’을 제시했던 싸이월드는 그러나 해외는 커녕 국내에서의 성장세마저 주춤한 상태인데, 이는 싸이월드 내에서 생성된 컨텐츠들을 싸이월드 안에, 그리고 싸이월드 내의 일촌 네트워크 안에 가둬둠으로써 컨텐츠의 무한한 부가 가치를 포기한 것이 원인이었다.
 
앞으로의 소셜 네트워크는 이 같은 컨텐츠의 부가가치와 확장성을 누가 더 잘 전향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사용자들 역시 타인의 컨텐츠와 타인의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엿봄으로써 스스로에 도움되는 가치를 찾고자 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 남겨지는 수많은 컨텐츠는 사실상 사용자의 ‘삶의 흔적’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소셜 라이프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삶의 흔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면, 지금까지의 소셜 라이프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삶의 흔적을 공유하도록 했다면, 앞으로의 소셜 라이프는 지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뛰어넘어 더욱 더 방대한 삶의 흔적, 다시 말해 수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광대한 ‘삶의 지혜’를 담게 될 것이고, 미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이같은 삶의 지혜로 이루어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Posted by ecarus

앞서 버즈리서치 역시 내용 분석 방법론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는데, 내용분석 방법론을 적용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1)  조사 대상 컨텐츠의 비정형성
     2)  맥락 분석의 모호함
     3)  조사 대상 컨텐츠의 엄청난 양과 실시간 분석의 필요성
 
첫째, 조사 대상 컨텐츠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맥락 분석의 모호함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은 단순한 글보다 훨씬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컨텐츠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훨씬 깊고, 개인에따라 혹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많으며, 주변 맥락에 따라서도 정보의 내용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버즈 모니터링 업체들은 텍스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컨텐츠의 양과 실시간성은 양립하는 장애 요인입니다. 즉, 양이 많지 않다면 실시간 분석이 가능할 것이고, 실시간 분석이 불필요하다면 양이 많아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그러나 버즈리서치에서 이 두 가지는 항상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엄밀히 말해 기존의 검색-분석 기술로도 다량의 컨텐츠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선별이나 분석은 어렵죠.
이 문제 역시 현재의 '기술'로는 해결이 어렵지만, '테크닉'으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힘'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테크닉, 사람의 힘이라고 하니 마치 편법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기도, 현재로서는 꽤 쓸만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메트릭스'라는 업체가 있지요. (참고로, 광고글 아닙니다. ^^)
 
메트릭스社는 원래 '코리안클릭'社처럼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각종 활동을 수치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용자 인구가 점점 일반화되면서 소비자 조사를 온라인에서 하기 시작하고, 나아가 일반 (오프라인) 소비자 조사까지 업태를 확대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조사 두 영역을 동시에 겸하고 있으니 버즈 모니터링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사실 이 곳이 버즈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건 2004년 경 저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에 몸담고 있었는데, 작은 조사 프로젝트로 협업을 하던 중 제가 버즈 리서치 솔루션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죠. 간단히 말하자면,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일별로 저장해 둔 후, 광고주들이 원하는 주요 키워드에 대해 상시 분석을 해주고, 메시지의 전파 경로까지 분석해주는 솔루션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몇 차례의 협의를 거치면서 저는 현실적인 문제와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는 2005년을 끝으로 더이상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메트릭스는 '준 실시간' 버즈 모니터링 및 분석 솔루션으로 개선한 후, 2006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죠.
 
협의를 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었는데, 메트릭스는 돌파구를 의외로 간단히 찾았습니다. 조사 대상 컨텐츠의 비정형성은 텍스트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맥락 분석의 모호함은 사람의 손발과 눈을 투입함으로써, 아울러 용량과 실시간의 문제는 '준'실시간 분석을 채택함으로써 해결한거죠.
 
동시에, 메트릭스의 버즈 리서치는 내용 분석 측면에서 자동적, 수동적인 방법을 동시에 적용했습니다. 조사 대상 사이트에서 키워드가 들어간 문장들을 추려낸 후, 그 문장들이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지 아닌지를 자동으로 판단합니다. 이후 분석 대상이라고 판단된 컨텐츠에 대해서는 사람이 보면서 직접 판단을 합니다. 또한, 실시간 분석을 포기하는 대신 주간 단위, 월간 단위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량적, 정성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보고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따라서, 메트릭스의 버즈리서치에서는 상시 모니터링 '인력'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게시판 알바처럼 말이죠. 글을 쓰지는 않고 측정만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는 버즈 모니터링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자동화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보다 더 아이러니했던 것이, 이 솔루션이 도무지 생각만큼 잘 팔리지를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록 저도 이 솔루션을 실제로는 직접 써본 적이 없었지만, 개념상으로는 광고주나 마케터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말이죠.

시간이 흘러 나중에 이 솔루션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후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사실 메트릭스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업체의 솔루션에도 적용됩니다.
 
첫째는 솔루션이 어떤 정보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광고주/마케터에게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NS의 대중화로 많은 브랜드들이 버즈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터 입장에서는 '모니터링 이후'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더 관심이 있는데, 버즈 리서치는 사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은 전혀 주지 못합니다.
 
둘째, 모니터링이라는 활동 자체의 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즈 모니터링이란 단순히 키워드의 등장 빈도나, 긍정/부정적인 언급의 빈도 분석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정량 뿐 아니라 정성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조사 방법이므로, 시장 내 여론의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버즈 리서치의 보고서는 일반 정량조사, 정성조사 보고서 대비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힘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조사 비용이 소요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마케터에게는 버즈 리서치가 '비싼 Google Analytics'처럼 비춰질 우려도 있는 셈입니다.
 
넷째, 이런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제시하는 주간/월간 조사보고서는 의도와 달리 일반 조사방법론과의 차별점을 더욱 옅어보이게 합니다. 이는 실시간 분석을 포기했기 때문인데, 버즈 리서치의 차별점은 '종합 보고서'보다 '실시간 전파 경로 분석', '컨텐츠 전파력/도달률 분석' 과 같은 버즈 리서치만의 특장점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주/마케터에게 버즈 리서치, 입소문 관리에 대한 상상력과 매력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하고, 버즈 리서치의 기계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인력을 전혀 쓰지 않고 실시간 맥락 분석을 전자동으로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전에는 기계적인 특성보다는 버즈리서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감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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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는 정량적인 소비자 조사방법론(Quantitative Research)과 정성적인(Qualitative) 방법론, 각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단서 중 하나로 '버즈 리서치'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성적 조사방법론이 비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자유로운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방법 역시 결국은 소비자의 '언어적 반응'을 측정한다는 한계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량적 방법론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언어적 반응은 두 가지 한계를 가져오는데, 첫째는 소비자가 뭔가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감각 등을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게 된다는 한계입니다. 둘째는 대답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대답을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한 후 대답을 하고, 이 과정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일종의 왜곡이 생긴다는 한계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비언어적'인 조사 기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아이트래킹(Eyetracking), 뇌촬영기법(fMRI), ZMET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모두 소비자의 무의식적, 반사적인 반응을 포착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이 중에서도 하버드대의 Zaltman 교수가 개발한 ZMET(Zaltman Metaphor Elicitation Technique)은 (촬영 등의) 기계적 장치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 합니다. 정신분석학에 기반을 둔 ZMET은 그림이나 (보이지 않는) 이미지 등의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은유를 포착함으로써 소비자의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냅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이미지'는 시각적인 것 뿐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 등의 다양한 감각을 포함합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언어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점으로부터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특히 조사를 실시하는 사람이 소비자(피조사자)로 하여금 언어로 이루어진 응답을 구성하도록 몰아간다면 더욱 그렇겠죠.
 
말이 잠시 옆길로 샜는데, 오늘 드리려는 이야기의 주제는 정량, 정성, 비언어적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버즈 리서치가 어떻게,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입니다.
 
기존 조사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진심을, 소비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언어든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든 정량화 할 수 있는 단위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버즈 리서치는 이 같은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버즈 리서치의 조사 대상이 소비자가 (조사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커뮤니케이션인데다가, 정해진 주제 없이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조사 대상이 되는 메시지의 형태 역시 텍스트 외 다양한 범주로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 소비자가 떠올리는 비언어적 단서들까지 수집, 포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 글에서도 간단히 말씀드렸지만, 버즈리서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아래와 비슷합니다.

  •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가 의견을 개진하는 다양한 공간, 주로 다양한 SNS 공간과 블로그, 뉴스 댓글, 포털의 커뮤니티 등지)
  •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의견들을 수집, 축적해서,
  • 원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 여론이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지 경로를 파악하는 것.

 
조사 대상이 되는 의견(메시지)의 형태는 텍스트가 될 수도 있고, 이미지나 동영상이 될 수도 있으며,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메시지의 성격은 새로운 의견이나 정보 게시, 단순 동조나 반론, 추가 정보 개진, 퍼나르기 (전파), 혹은 주제에 대한 단순한 대화 등으로 나눌 수 있지요.
조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태도 및 인식의 변화 추이 관찰, 광고와 같은 특정 마케팅 메시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조사, 혹은 반사회적인 메시지 검출이나 행동 예방을 사전 경보 시스템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필터링함으로써 사전에 자살을 방지하는 것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테러'나 '집회' 등의 단어를 검열한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습니다..)
 
버즈리서치는 그 분석 대상이 수많은 SNS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과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특이할 뿐 기본적으로 내용 분석 조사방법의 틀을 가집니다. 물론 메시지의 양과 종류, 실시간성 때문에 전통적인 내용분석 조사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버즈리서치는 데이터의 수집-축적-분석-결과 도출의 프로세스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자동화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립니다. 아무리 정확한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분석에 1-2개월이 걸린다면 '버즈 (입소문)'를 측정한다는 의미가 무색해져버리니까요.
 
버즈리서치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내야 하는 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정확한 조사 대상 컨텐츠의 선별
조사 대상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컨텐츠 중, 실제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컨텐츠를 골라내기 (예: '애플'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사과나무의 성장 주기'가 아니라 '애플 컴퓨터의 성장 추세'를 골라내는 능력.)
 
(2) 컨텐츠의 내용 분석 및 타당성 제고
컨텐츠 내 키워드 (예: 브랜드명) 는 얼마나 의미있게 언급되는가. (예: '애플 컴퓨터는 항상 새롭다'에서처럼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언급과 '델과 HP는 저렴하면서도 획기적인 제품들을 내놓는다. 애플은 잘 모르겠다.'에서처럼 부수적이고 의미없는 방식으로 취급되는 언급을 구별하는 능력.)

  • 키워드의 언급은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혹은 어떤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는가.
        -  키워드의 언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  키워드를 언급하고 있는 컨텐츠의 길이, 영향력, 컨텐츠 내 언급의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예: 뉴스 댓글, 트위터, 블로그 포스트 등은 길이와 영향력, 전파성 등에 있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3) 컨텐츠의 전파 경로 분석

  • 조사 대상 컨텐츠는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를 인용하고 있으며, 어떤 컨텐츠 혹은 매체로 다시 인용되는가. (매체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매체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인가.
  • 조사 대상 컨텐츠의 작성자는 누구로부터 컨텐츠를 접했으며, 다시 누구에게 보여지는가. (인물 영향력)
       -  컨텐츠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전달자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4) 컨텐츠 도달률 분석

  • 컨텐츠에 전파 경로상에 등장하는 각 사람의 프로파일 분석


위 내용들을 자동으로 분석해 낼 수만 있다면 조사 업계는 물론, PR이나 마케팅 컨설팅에서도 선두로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든 내용을 자동화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일단 우리 말이든 영어든 컨텐츠의 맥락을 자동으로 분석해낼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습니다. 자연어 분석 엔진이 등장하고, 사용자들의 대화/커뮤니케이션 행태에 기반한 맥락 추측 엔진이 나오고 있지만, 올바른 선별과 미묘한 맥락 분석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기술은 없습니다.
 
하지만, 안된다고 덮어버리기 전에 어떤 부분이 안되는지, 어떤 부분이 현재의 기술로 대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은 당분간 불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ecarus

"소비자가 1/4인치짜리 드릴을 사는 이유는 1/4인치짜리 드릴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1/4인치짜리 구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eople don’t want a quarter-inch drill, they want a quarter-inch hole.)"
 
하버드비즈니스리뷰紙의 편집자이기도 했던 Ted Levitt 교수의 말인데, 마케팅 쪽에서는 잘 알려진 명언입니다. 소비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이해하라는 뜻이죠.
 
얼핏 당연하고 쉬운 말 같지만, 사실 모든 마케터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똑바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비자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을 때도 있고, 숨겨진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때도 있으며, 때로는 마케터들 스스로 '소비자는 이것을 원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있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자주 있는 경우는 광고하는 제품의 장점을 소비자가 원하는 점인 것처럼 포장해서 호도하는 경우죠.)
 
오늘은 '콘텐츠는 왕이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라는 명제인데, 이 말은 과연 항상 사실일까요?
 
 
많은 온라인 마케터들은 이 말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생각합니다. 어떤 사이트나 미디어를 만들거나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해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이라는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옳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말은 콘텐츠 자체를 '목적'으로 오도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 명제는 좋은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두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혹은 채널, 사이트)에게는 충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콘텐츠를 활용해 다른 뭔가를 의도하는 미디어에게는 콘텐츠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콘텐츠는 사람들을 모으는 수단입니다. 웹사이트와 같은 미디어를 만들 때 십중팔구는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방문자가 필요하죠. 더 많은 방문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상시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웹1.0, 심지어 웹2.0시대에서도 이 같은 공식은 유효했습니다. (비록 웹2.0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소셜미디어가 화두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 시대는 엄밀히 말해 '정보 포털'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매체사가 만들어낸 뉴스기사든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UGC(UCC)든 사람들은 뭔가 재미있고 볼만한 콘텐츠를 원했고, 이 시대의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미디어 소비 행태는 콘텐츠의 '소비'였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주로 주고받은 정보 역시 이런 콘텐츠가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진이나 글, 유익한 기사 등이 모두 이런 콘텐츠에 해당하는 것들이죠. 그러니 콘텐츠가 왕이라는 명제는 유효했던 셈인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미디어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 두고 있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 공급원,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콘텐츠 공급원이란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사 뿐 아니라 콘텐츠를 열심히 생산하는 이른바 파워블로거, 심지어 뉴스를 열심히 실어나르는 적극적인 사용자들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그러나 웹2.0이 더 성숙해지면서 사람들이 온라인 매체를 소비하는 행태가 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른바 소셜미디어의 시대에서는 콘텐츠의 소비 외에 타인과의 상호작용/인터랙션 자체가 주요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은 친구들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둘러보려고 인터넷을 씁니다.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사람들은 여전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려두고 친구들과 공유하기를 즐기지만, 이같은 콘텐츠의 공유가 더이상 사람들이 해당 매체를 사용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님은 여러분도 충분히 느끼고 계실겁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행태가 변하면 마케터는 이에 대응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콘텐츠가 주요 수단이었을 때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듯, 인터랙션이 중요 수단으로 등장했다면 더 많은 인터랙션을 가능케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들락거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능한 한 개방된 공간을 만들고 더 많은 종류의 인터랙션을 가능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Status)를 공유하는 것' 외에 다양한 종류의 공유 활동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위치를 공유하거나 (예: Foursquare 등의 위치기반 서비스), 내가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예: GetGlue), 사진이나 동영상, 슬라이드쇼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등 (예: Flickr, Youtube, SlideShare) 다양한 종류의 공유가 이미 가능하고, 공유 대상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독특해지고 있습니다.
 
혹은 사용자간 인터랙션의 종류를 늘이는 방법 또한 가능합니다. 콘텐츠의 단순한 공유와 안부 묻기, 채팅을 넘는 새로운 종류의 인터랙션이 계속 소개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모바일 기기로의 커뮤니케이션 외연 확장이나 페이스북이 시도하는 것 같이 채팅과 메시징, 메일을 통합하는 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터랙션 종류의 확대는 개인간 커뮤니케이션(Interpersonal Communication)에만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사용자가 대외적인 (Outward, Public)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이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용자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다른 용도에 활용하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요. (더 자세한 내용은 기업 비밀이 섞여 있어 밝히기가 곤란함을 양해해 주시길. ^^;)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인터랙션의 빈도를 늘이는 방법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어쨌든 소셜 시대에서는 인터랙션의 총량을 늘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을 관여시키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가능한 한 담벼락을 낮추고, 악성 콘텐츠에 대한 감시와 같이, 통상적으로 매체에 의해 행해지던 역할까지도 과감히 사용자에게 넘기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사용자의 콘텐츠와 인터랙션이 사용자에 의해, 사용자를 위해 관리되고 감시되는 셈이죠.
 
안타깝게도 국내의 포털사이트들이나 주요 웹사이트들은 이같은 변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오히려 기존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쪽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한데, 사용자에 대한 감시를 더 철저히 하고,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에 대한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사용자의 인터랙션 역시 (여전히) 자사가 쳐둔 울타리 (Walled Garden) 안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편입니다. 최근들어 주요 포털 업체들이 API를 공개하고, 주요 매체사의 웹사이트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외부 서비스로의 연계를 용이하게 하는 등 '변화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외부의 압력에 떠밀려 조금씩 문을 여는 정도입니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가 원하는 '구멍'을 제공할 줄 알아야 할텐데 아직까지는 '드릴'만 조금씩 내놓는 형국이죠.
 
어쩌면 사용자들에게 구멍을 제공하려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상당 부분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니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즐겨 인용되는 경영/마케팅 사례들이 있죠. 20세기 초반의 포드 자동차나 십여년 전의 코닥 필름, 최근의 마이스페이스 등이 저지른 실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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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실까봐 덧붙이자면, 콘텐츠가 왕이라는 명제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콘텐츠를 소비할 것입니다. 따라서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은 언제나 (어느 정도는) 옳습니다. 다만 저는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 것입니다. 콘텐츠 확보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이며, 그 목표는 지금도 여전히 콘텐츠로 달성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 거죠.
 
목표는 언제나 사람(Eyeball)입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말이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는 인터랙션을 제시했는데,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면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이 글은 트위터의 @kevin_yoonlee님이 소개해 주신 '소셜 마케팅 지원체제 구축한 LG전자... ‘반전의 계기’ 찾을까' 라는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은 설문이든 실험이든 정량(quantitative)조사든 정성(qualitative)조사든 결국은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궁금한 점을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정량조사는 이미 정해진 틀 (이를테면 설문지 등) 안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 알아내는 것이고, 정성조사는 설문지와 같은 '틀' 없이 소비자와의 대면 혹은 관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차이가 있지요. 정량조사는 '몇 %의 소비자가 ***를 선호한다'는 식으로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있는 반면, 정성조사는 수치화가 불가능합니다.

 
온라인으로 이 방식을 옮겨놓는다 해도 그림은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설문지를 나눠주든, 만나서 설문지를 앞에 펴놓든 결국 '설문 문항에 답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오프라인으로 하는 설문조사에 비해 온라인 조사는 좀 더 빠르고, 저렴하며, 결과 분석 역시 간단해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죠. (반면 오프라인에서처럼 '감시'가 되지 않으므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약점도 있구요.)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정성조사는 한계가 큽니다. 정성조사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관찰함으로써 소비자와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보통은 지나쳤을 법한 힌트나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처럼 조사 대상을 앞에 두지 않는 상황에서의 정성조사는 극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 소셜미디어 대중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조사 방법이 등장합니다. 바로, 소비자들이 평소에 쏟아내는 말들을 분석해서 소비자 인식의 흐름을 읽는거죠. 이는 전통적인 정량조사의 단점과 정성조사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정량조사는 조사자가 미리 짜놓은 객관식 설문 문항 외의 것을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주관식 문항으로 물어볼 수도 있지만, 주관식 응답 역시 대부분 (분석의 편의를 위해) 조사자가 미리 생각해 둔 틀을 벗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대답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입니다.
 
정성조사의 경우 이같은 '닫힌 틀'의 단점은 별로 없지만, 대신 조사 결과가 수치화 될 수 없다는 점, 조사 대상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쏟아내는 말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 두 가지 단점을 '어느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대화를 분석함으로써 틀에 박히지 않은 응답을 들을 수 있는데다가, 수치화도 가능하고, 많은 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반화도 가능합니다. (물론 완벽히는 안되죠. 어떤 말을 한 사람이 어디에 사는 몇 살 짜리 남자인지 여자인지 등을 샅샅이 알아내기 어려우니까요.)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새로운(?) 조사 방법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하는 말들 중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언급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흔히 '버즈 리서치 (Buzz Research)' 혹은 '버즈 모니터링 (Buzz Monitoring)'이라고 불리는 조사로서,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이라는 전통적 조사 방법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기사 안에는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버즈 모니터링'이란 웹상의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하고 수집하는 시스템이다. 카페와 블로그 등 웹사이트를 비롯해 페이스 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온 광범위한 텍스트 정보를 이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수집한다. 이 시스템은 LG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LG CNS가 구현했다. 다만 시스템 구축 기간및 비용, 기술적인 스펙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최근 1년새 SAS,IBM, 오라클, 테라데이타 등 주요 글로벌 IT업체들은 수많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이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내기위한 강력한 분석 툴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 쓰여오던 전통적인 내용 분석 조사는 수 년 간 축적된 신문 기사 더미를 놓고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내용으로 등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사 범위 내에 들어 있는 (예를 들면 최근 3년 동안의 국내 중앙일간지 5종) 기사들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각각의 언급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몇 주에서 몇 달 씩 조사를 하곤 하죠.
 
그러나 버즈 리서치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용을 대상으로 거의 실시간으로 분석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조사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미투데이, 다음 카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쏟아지는 포스팅과 댓글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중 누가 우리 브랜드를 어떤 내용으로 언급했는지를 추려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통적인 조사 방법이 적용되기는 불가능합니다. ('비정형 데이터'란 포스트, 댓글, 이미지, 동영상 등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형태나 사이즈 등에서 일관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IBM, SDS, CNS, 그리고 기존 시장 조사업체들의 다양한 조사 방법 테크놀러지가 등장하는데, 관건은 사실상 한 가지, 바로 '쏟아지는 컨텐츠의 내용을 어떻게 분류할 것이냐' 입니다.
 
모니터링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을 활용하거나 이를 조금만 응용하면 브랜드가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채널 (예를 들면 페이스북, 트위터, 개인 블로그, 포털 댓글 등) 내에 브랜드 명이 등장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걸러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등장한 브랜드명이 (1) 정말 우리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인지, (2) 브랜드 관리자가 관심있어 할 만한 언급인지, (3) 언급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4)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5) 그 언급은 어떤 경로로 들어왔고 퍼져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6) 언급한 사람의 특징 (성별, 연령 등) 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 중 (1), (2) 는 조사 대상 컨텐츠의 정확성에 대한 것이고, (3), (4)는 컨텐츠의 내용과 맥락 분석, 그리고 (5)는 경로 분석, (6)은 대상자 프로필에 해당합니다. 이 여섯 가지를 자동적으로 밝혀낼 수만 있다면 아마 소비자 조사업계의 선두로 올라서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IT 솔루션 업체와 소비자조사 업체는 이 여섯 가지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합니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됐듯 각 업체는 자신이 찾은 방법을 절대 공개하지 않죠. 이는 역설적으로 아직은 '정답'이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벌써 7년 전인데, 제가 제일기획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조사 업체 한 곳과 손을 잡고 '온라인 입소문'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조사업체는 당시의 솔루션을 보완, 개선해서 광고주들에게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개발하던 이야기와, 효과적인 버즈 리서치의 방법에 대한 생각은 다음 편에 이어서 싣겠습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