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OS 4.0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새로운 기능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도 아이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멀티태스킹이나 폴더, iBook 같은 기능들에 관심이 갔지만, 동시에 저는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아무래도 iAd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

이미 많은 분석 글들이 쏟아져 나와있으니, 거기에 덧붙일 생각은 없구요, 다만 제가 느끼는 점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합니다.


 

1. 수익의 분할

마케터 입장에서 볼 때 iAd의 흥미로운 점은 광고 유치를 앱 개발자에게 넘겼다는 점, 그리고 App 개발자와 애플이 광고 수익을 나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은 이렇지 않았죠.

 

현재

미래 

App 개발

개발자

개발자

광고 유치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MAN)
+ 개발자

MAN + 개발자

광고 수익

MAN

MAN + 개발자

즉, App을 만들고, 그게 유료에 팔리든 무료로 배포되든 일단 App에 광고가 실리면 그 광고 수익 중 자그마치 60%를 개발자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수익 기회의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App 자체만으로 돈 벌기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주: 밑에서 hmm님이 제가 놓친 부분을 지적해 주셔서 수정했습니다. iAd의 광고수익 배분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Admob 광고에서도 개발자들이 수익 배분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다만 iAd에서의 광고 형태가 바뀜으로써 개발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광고에 주목할 환경이 되었다고는 생각됩니다.


어쨌든, 이 같은 애플의 이니셔티브 덕분에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App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0.99로 App을 1천개 파느니, 공짜로 10만개 부리는게 영리한 전략일테니까요. iAd는 안드로이드 마켓에도 당연히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구글의 AdMob 인수가 완료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요.)  

 

2. 광고에 대한 관점의 전환

iAd는 말만 듣고 보면 개발자에게는 굉장히 좋은 조건처럼 들리죠.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 (그리고 애플이 인수한 Quattro Wireless 입장에서)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수익의 60%를 양보하면서 반대로 애플 진영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네요. 첫째, 더 많은 App의 배포를 통한 더 많은 광고입니다. (즉, 박리다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개발자들은 이제 더 App을 더 비싸게 파는 것 뿐 아니라 더 많은 App을 배포하는 것 역시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애플은 이미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상당한 트래픽(SOV, eyeballs, whatever)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모바일 트래픽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고도 하죠. 하지만 이번에 그 세를 더욱 불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심산입니다.

둘째, 새로운 종류의 광고로 효율 제고, 그리고 광고 수입 증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들이 직접 광고를 개발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가 맞겠네요.) 예전에는 App 내에 광고 공간만 제공했다면, 이제는 광고 자체도 개발자가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모바일 사이트로 이동시켜주는 정도가 아니라 좀더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고, 효과가 좋을 경우 그 과실은 개발자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데요.

스티브 잡스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토이스토리의 광고를 예로 들었습니다. 보기 좋은 고품질 동영상이 주변 상영관 정보로까지 연결되는 모바일 광고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 예제는 실상 아주 단순한 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많은 모바일 광고들이 그 정도 기능은 갖고 있지요. 잡스는 아마 '좀 더 새롭고, 뛰어난, iAd에 걸맞는 모바일 광고'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에 맞는걸 찾지 못했을 겁니다.

iAd의 광고는 개발자들이 마치 App을 개발하듯,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이며 기존 광고의 틀을 벗어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마치 독립적인 App처럼 구현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많은 광고들이 App의 형태를 띠고 있지요. 폭스바겐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레이싱 게임은 사실 광고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다만 독립적인 App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이죠. 이처럼 iAd에서의 광고는 특정 App 내에 들어가 있지만, 그 App 밖으로 빠져나와 독립적인 App처럼 구현될 수도 있는 형태를 가질 것이고, 이는 광고에 대한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모바일 광고, 온라인 광고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어쨌든 Push형 광고의 형태를 띠어왔습니다. 그러나 iAd가 모바일 광고를 '마치 독립적인 App처럼 부가가치가 있는 것'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시킨다면, Push 중심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처음으로 (일부) 허물어지는 현상을 볼 수도 있겠습니다.

 

3. 모바일에서는 검색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iAd를 PC의 검색 광고와 비교하며, "모바일 기기에서 검색 광고가 설 자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데스크탑 PC에서 한 것처럼 모바일 기기에서 검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이용자는 모든 정보를 (검색이 아니라) App을 통해 직접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earch is not where it's at" on phones, he said. "People are not searching on a mobile device like they are on the desktop.")

참고로 모바일 환경이 활성화 되면서 구글을 비롯한 많은 '매체사'들이 모바일 광고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모두 구글과 같은 검색 광고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말이죠.

인수회사

피 인수회사

시기/인수액($)

 AOL

Third Screen Media 

2007.5.

Microsoft 

 Screen Tonic

2007.5.

 Yahoo!

Actionality 

2007.8.

 Nokia

Enpocket 

2007.9

 Google

AdMob 

 2009.11. / 750 MM

Apple 

Quattro Wireless 

2010.1. / 275 MM

출처: '애플, 그리고 모바일 광고' (2010.1) 

  

그런데 잡스는 '검색 광고는 앞으로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고 구글에 정면으로 선전포고를 합니다. 왜 그랬을지를 다지기 전에,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모바일 광고의 무기는 배너같은 디스플레이형 푸시도, 검색을 통한 관심 주제 결과 제시도 아닙니다. 모바일 광고의 가장 큰 무기는 개인 커뮤니케이션과의 연계, 그리고 위치 정보 연계입니다. 즉, 사용자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모바일 기기가 이미 알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데스크탑 환경에서는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해야만 내가 애플에 관심이 있는지 어제 놓친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관심있는지 알 수 있었죠.) 

따라서 데스크탑 환경에서처럼 모바일에서 검색을 하는 총량은 줄어들 것이라는 잡스의 주장은 충분히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모바일 App으로 하는 활동과 PC로 하는 활동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보면, 모바일 시대 구글의 검색 광고 모델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지경입니다. (물론 구글은 자신들에 맞는 멋진 모델을 들고 나오겠지만요.)

 

4. iAd = 애플이 보장하는 광고, 신뢰할 수 있는 광고

이에 대해서는 Cullen Wilson의 Austin Startup Blog에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번역이 매우 거칠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The reason iAd has a chance to change how users interact with ads is simple: The fear and unknown of clicking on an ad is gone. Apple is throwing its brand behind an entire ad network to create the perception that if you trust Apple, you can trust these ads too! Worried about installing malware from clicking on that ad? Hate that ads open up a new window? No problem, Apple has solved this by keeping these ads within the app itself and vetting all of the ads on their network.
>>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모든 광고의 뒤를 받쳐줌에 따라 사용자들은 광고가 끔찍한 팝업이나 악성 스파이웨어는 아닌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애플을 믿는다면 광고도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 이것이 바로 iAd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라는 내용입니다.

If Apple can convince its users that it's safe to click anything with the iAd logo they will have single handedly changed the perception users have of ads, resulting in more clicks and more money made by both Apple and developers.
>> 만일 사용자로 하여금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면, 애플은 광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되며, 이는 더 많은 클릭과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They will have done this by taking advantage of a closed system, their own brand, and a platform that their users already love (the app store).
>> 그리고 이는 애플의 '폐쇄적인 구조' 덕분이기도 하다는 말이죠.

 
여기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애플이 비난받는 단골 주제인 '폐쇄적인 시스템 (iTunes, AppStore 등)'이 갖는 '긍정적인 면'입니다. 애플의 폐쇄성은 애플을 애플답게 하는 성배(Holy Grail)라는 평을 듣곤 합니다. 자기들끼리 즐기다가, 곧 '개방'을 들고 나오는 경쟁자들에게 뒤쳐진고 만다는.. 그래서 아이폰 역시 안드로이드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을 듣게 하는 특징이죠. 

그런데 이런 폐쇄성이 오히려 광고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애플의 OS나 서비스 등은 항상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오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일컬어져 왔습니다. 멀티태스킹을 허용하지 않는 모바일 OS 같은 기술적 특성도 원인이 되겠지만 시스템의 폐쇄적인 운영 덕도 있다고 평가되어 왔죠. 그리고 이 폐쇄성이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신뢰를 개별 광고에 전이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분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잘만 된다면 정말 '폐쇄적인 구조가 가져오는 그림자, 그리고 그보다 더 찬란한 빛'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쓰고 보니 마치 Walled Garden 식 폐쇄 구조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SKT, 네이버 같은 우리나라의 많은 서비스들이 바로 위에서 제가 말한 것 같은 '폐쇄성이 주는 장점'을 들며 지금처럼 서비스를 운영해 왔지요. 하지만 애플처럼 그 장점을 제대로 창출해 낸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5. 광고대행사에 울리는 조종(弔鐘)

Interruption이라는 전통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인터랙티브 환경에 맞춰 현대적으로 바꾸기 위해 구글은 검색 광고를 들고 나왔습니다. 즉, 사용자의 관심사를 알아내고 그 맥락에 맞는 광고를 푸시하는 방식이죠.

반면 애플은 전혀 다른 방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iAd를 설명 그대로만 해석하면 '사용자가 App을 사용하는 도중에 튀어나오는 (아주 interrupting한) 푸시형 광고'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iAd의 진정한 의미는 위 #2에서 말한 특징을 띰으로써 사용중인 콘텐츠에 잘 녹아들고, #3의 특징을 띰으로써 사용자 개인의 특성에도 부합하며, #4에서처럼 애플의 endorse를 받으며, #1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발자에게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광고대행사들은 2000년대 중반 부터 줄기차게 branded entertainment를 부르짖어 왔습니다. 전통적인 광고로는 안된다며, 콘텐츠같은 광고와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곳도 지난 4월 8일 애플이 소개한 것과 같이 파워풀한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 가지 단점이 있군요. 애플은 이 모든 판에 광고대행사의 자리를 마련해 두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한 후배가 전체를 상대로 질문을 했더군요. iAd에서 광고대행사가 가져가는 몫이 얼마가 될 것 같냐고..

저는 농담으로, "애플과 개발자가 40:60으로 수익을 나누니, 광고대행사는 115를 광고주에게 청구한 후 15를 먹고, 100을 애플에게 주어 40:60으로 나누게 하면 되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게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광고주는 애플과 바로 협상하려 하겠죠. 15를 아낄 수 있을 뿐더러, 현재의 광고 대행사가 15씩이나 가져갈 만큼 부가가치를 제공한다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통적인 광고 대행사의 역할은 소규모 대행사 혹은 개발자들 혹은 애플이 스스로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래저래 광고 대행사에게는 나쁜 소식이죠. 하지만 애플이 제공하는 가치 -- 즉 '개인화되고 맥락에 부합하며 안전하기까지 한 광고 메시지' -- 를 지켜보면서 대행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역시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만들지 못하지만 광고 대행사가 만들 수 있는 가치가 분명 있을테니까요. 

 

6. iAd, 모바일 광고가 직면한 도전

위에서 긍정적인 전망들을 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iAd를 '단지 재미있는 Push형 광고 이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만일 신기하고 재미있는 Push형, 노출형 광고에 그친다면 잡스가 말한 '하루 30억건의 광고기회'는 찻잔속 태풍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용자에게 효용을 주는 광고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vaialble Store를 지도에 보여주는 것 이상의 효용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그 효용에 대한 공감을 퍼뜨리지 못하면 iAd는 현재의 AdMob 광고처럼 '그저 그런 모바일 광고'가 돼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미 갖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플은 광범위한 App 생태계와 막강한 개발자 집단을 이용하고자 할 것이나, 광고 자체의 효용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반면 구글은 검색 광고의 모델과 패러다임을 지키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바일 App 환경에서의 검색이 기존의 검색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예측하여, 그에 맞는 모델을 내놓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 후 그 모델에 맞는 자사의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경우 구글은 애플과 함께 모바일 광고의 양대 산맥으로 충분히 남을 수 있을 거구요.

  

조금 다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얼마전 노키아가 'MetaCarta'라는 지역 기반 검색업체를 인수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노키아는 전세계 지도를 커버하는 NavTech라는사를 이미 갖고 있기도 하죠. 얼마전에는 유럽에서 출시되는 모든 GPS 폰에 자사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설치해서 모든 노키아 사용자들이 공짜로 내비게이션을 슬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었구요. 

물론 구글 역시 구글맵과 구글어스, 래티튜드 등으로 지역에 대해서는 힘좀 쓴다고 하고 있지만, 노키아의 '하드웨어 + 지도 + 지역 검색 + 모바일 광고' 편대 역시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닐 듯 합니다. 지금은 애플에 가려 잘 안보이지만 ^^ 노키아가 지역 정보라는 자산을 이용해서 모바일 광고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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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OS 4.0을 설명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Social Network Game (SNG) 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는데, 이 역시 마케팅에 매우 큰 시사점을 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게임 관련 내용이므로 저보다 다른 많은 분들이 잘 다뤄주실 거라 믿습니다. (덧붙일 제 생각이 만일 있다면 추후 별도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Posted by ecarus

원래 블로그에 펌질은 자제하려는 편인데, 이 글은 있는 그대로 보시는게 나을 듯 하네요.

'넌 누구냐?' '인증 받았냐?'고 제발 묻지 마세요

강인규 (foucault)
[뉴미디어 기획 7] 낡은 '계획경제체제'가 부른 한국 IT산업의 몰락
2009.09.10 12:16
뉴미디어, 인터넷본인확인제

사용자들은 다 알고, 공감하고, 위기를 느끼는데, 윗분들은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으시니들...


Posted by ecarus

아직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아서 때문인지 아이폰(출시)에 대해서 2009년 4월 대한민국 모바일 소비자들은 '매니아'와 '무관심층' 양극단으로 나뉩니다. 아이팟터치로 어느정도의 경험은 가능하나, 역시 폰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아이팟터치는 쿨한 악세서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요. (주: 여기서 말하는 악세서리의 정의는 'non-mandatory'입니다.) 

아이폰은 그 기능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앱스토어는 수 년 전 애플이 iPod과 iTunes로 거둔 성공 프로세스에 구글의 애드센스와 유사한 web2.0의 개념을 더하여 아이폰이라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에서 응용/적용하려는 것인데, 몇몇 개발자의 대박신화와 맞물리면서 이제는 다른 마케터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옳은 방향일까요? 삼성전자가, SKT가, HP가, Nokia가, Microsoft가 제각각 자신들(만)의 어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효율적입니까?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바람직한 접근입니까?

이 질문은 당장의 비즈니스 기회만으로 답할 성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것이 전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아이폰은 디바이스의 성공과 브랜드의 후광이 맞물려 현재까지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 엮인 Daum 김동현님의 글에서도 '단일 OS, 단일 브라우저, 단일 디바이스, 단일 SDK'를 성공 요인으로 묶고 있지만, 사실 앞을 내다볼 때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일견 효울적으로 보이는 애플 중심의 (walled garden식) ecosystem이 사실은 언제든지 '글로벌 수준의 위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 언젠가 아이폰이 스마트폰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고 가정할 때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친소비자적 성향을 여전히 띠게 될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과점이나 독점은 다양성이 부족하게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게 되는 필연적 약점이 있으니까요. (빌게이츠의 IE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을 때 왜 사람들은 그 '효율성'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결국 질문은 또다시 뻔한게 돼버리는군요. 효율성을 지키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소비자는 기업의 선한 의지를 믿어도 좋은 것인가 하는 것들 말이죠.

덧붙임:  김동현님의 엮인글은 아이폰을 위력적인 게임 플랫폼으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아이폰의 성격은 '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능적, 혹은 기술적인 주장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에 관한 주장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PDA, MP3P 시장이 합쳐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관점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이폰에 매우 훌륭한 게임이 탑재되고, PSP에 휴대전화 기능이 들어가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당분간은) 전자는 폰으로 후자는 게임기로 인식할 것입니다. 그 경우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아이폰'은 그 잠재력에 한계가 생기는 거죠.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의 장벽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게임기와 폰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졌는데 제가 못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