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owerment trend

어떤 영역이 됐든 – 새로운 서비스를 예측하는 것이든, 새로운 마케팅을 기획하는 것이든 –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이느냐,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문답같은 표현입니다만, 보이는 것을 그려내는 것과 생각나는대로 그리는 것은 다르다는 말입니다. 미켈란젤로가 했다는 '(훌륭한) 조각은 돌 안에 갇혀있는 사람을 끌어내는 일'이라고 한 말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지요.
 
어떤 현상이나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획자가 머릿속에 제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그리고 있다 해도 그것이 전체의 흐름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혼자만의 공상에 그치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기획이란 결국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서 거대한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타고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갖고 있는 일차원적인 인식을 스스로 깨는 것도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을 친구 맺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링크드인을 인맥을 만들고 관리하는 서비스로만 바라보는 단선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뉴스’는 왜 항상 바깥에서 일어나고 나는 그것을 받아보기만 해야 하는가. 왜 매체가 생산해 낸 뉴스는 그 자체로 ‘완결된’ 콘텐츠의 모습을 띠어야 하는가. 왜 독자가 뉴스를 교정하고 만들어내고 참여할 수 없는가. 뉴스와 매체의 '근엄함'은 자체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오래된 교조(도그마)인가. 날씨를 전하는 사람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왜 항상 지루하게 날씨만 보여주는가. 왜 주가(주식) 어플리케이션은 천편일률적인가?
 
관건은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것입니다. 진실, 사실, 전통, 혹은 관습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현상들에 대하여 한 번 더 '왜'라고 묻고, 스스로의 믿음이 단선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하는 것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믿고 있는 명제는 무엇인지, 그것은 과연 참인지 아니면 참을 가장한 집단적 믿음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사람들은 정말 다른 사람들 (친구, 가족 등) 과 연결되는 것을 좋아하는가. 내 소유물은 나누는 것보다 우선은 지키는 것이 정말 지혜로운 일인가. 무언가를 나눈다는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답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과연 '참'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무언가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때로는 더 큰 가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부터 시작하는 끊임없는 자문은 간혹 숨겨져 있는 큰 흐름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게도 합니다. 제가 읽은 흐름은 Empowerment, 말하자면 권력의 이동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흐름이며,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Posted by eca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