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2011. 7. 18. 18:15

오늘 아침에 탄 버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이 버스 순천향 병원 가요?"라고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기사가 "네, 갑니다" 라고 답해 드렸는데, 내 옆 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그런 것도 모르고 버스를 탔담..' 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슬쩍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쳐다보니 물어본 아주머니에게 빈정대는 표정이 아니라, 그저 혼자 의기양양한 표정이었습니다. 심드렁해보이지만, 마치 자신은 물어본 그 아주머니보다 나은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얼굴로 말이죠.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이유로 잘났다고 느끼고 잘난 척 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잘난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일 겁니다.
그것도 자신만 알 수 있는 은밀한 방법으로 말이죠.
 
'싼타페를 타면 넌 잘나보일거야, 멋있어 보일거야'라고 아무리 부르짖어봤자 소용 없습니다. 싼타페를 타는 사람이 그만큼 잘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알기 때문이죠. 대신 "싼타페를 타면 다른 사람은 잘 몰라도 '이런 부분'은 건 잘나 보이겠지.."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그런게 뭐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Momo라는 자동차 액세서리 브랜드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아직도 인기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통 관심이 없어서...^^)

 
90년대 초반쯤 자동차 핸들 (Steering Wheel) 이나 휠 (바퀴) 을 이 브랜드 제품으로 바꾸거나, 아니면 이 브랜드 스티커만이라도 구해서 차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뭔가 '있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렸던 거겠죠.
 
'다른 사람은 잘 몰라도, 난 이런 브랜드도 알고 있으니 너희보다 나은 사람이야' 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 은밀히 자뻑을 하게 해 주는 것.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매스미디어의 광고를 통해서는 안되겠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순간 은밀한 기쁨은 사라질테니까요.
 
브랜드 마케팅의 정석은 아닐지 몰라도,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방법이 아닐까요?
 
 
 
사족:
예전에 후배 한 녀석이 쏘나타 신차를 사더니 2천만원 넘는 돈을 들여 튜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원래 좀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에 대해 민감한 친구였는데, 대부분 주변 사람들은 '그 돈이면 제네시스를 샀겠다!'고 했지만 그 친구는 아주 만족스럽게 타고 다니더군요. 위 글을 쓰다가 '과다한 튜닝의 심리' 역시 자기 만족-자뻑과 비슷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Posted by ecarus